d라이브러리









당신의 이메일이 감시당하고 있다

음모론 어디까지 진실일까

달 착륙은 영화세트장에서 조작됐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군이 만든 생물학전 병기다. 화성에는 외계인이 만든 인공물이 있다. 당신의 이메일은 지금 감시당하고 있다. 최근 다시 고개를 드는 음모론의 내용이다. 과연 어디까지 진실일까. 

“내가 본 모든 것을
환상이라고 부정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오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게 될 거고, 그때는 누구도 진실을 은폐할 수 없을 겁니다.” - 드라마 ‘X 파일’ 중 멀더 요원의 대사

흔들리는 성조기의 진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성조기(큰 사진)는 달착륙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근 거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은 성 조기가 가로막대 상에서 충분하게 펼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음모론자들은 달에서 가져온 돌(작 은 사진)을 어떻게 설명할까.


얼마 전 미국의 폭스 TV방송국에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관련된 음모론을 소재로 토론회를 벌였다. 국내에서도 이에 관련된 TV방송이 나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음모론자들은 달 착륙시 촬영된 필름에서 몇가지 ‘오류’를 찾아냈고 이것을 증거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영화촬영세트를 이용한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음모론자들이 증거로 내세운 것 가운데 몇가지만 살펴보자.

● ● ● ● 음모론자 :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촬영한 필름을 보면 우주 비행사의 그림자가 뚜렷이 검게 보이지 않았다. 달은 공기가 없기 때문에 빛의 산란이 일어나지 않고 그림자는 뚜렷이 검게 보여야 한다.

이 주장은 달의 광원이 태양밖에 없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태양은 달의 유일한 광원이 아니다.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지구에서 바라보는 달보다 15배 정도 크고 보름달보다 1백배 이상의 빛을 반사시킨다. 보름달이 뜰 때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이니, 지구에서 반사된 빛이 달의 그림자를 희석시킬 수 있을 정도인 광원이 될 수 있음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그리고 달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도 그림자를 희석시킬 수 있는 충분한 광원이다.

● ● ● ● 음모론자 : 성조기가 흔들렸다. 바람이 불지 않는 진공에선 깃발이 흔들릴 수 없다.

이 의문은 바람이 불어야 깃발이 흔들린다는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 진공 중에서도 탄성을 가진 스프링과 같은 물체는 힘을 가하면 왕복 운동을 한다. 그리고 우주비행사가 우주공간에서 줄을 흔들면 줄은 S자를 그리며 흔들릴 것이다. 즉 우주비행사가 성조기를 설치하며 깃대를 만졌기 때문에 깃대 끝이 탄성에 의해 움직였고 이때 마치 바람이 부는 것처럼 성조기가 흔들렸던 것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을 때 우주비행사들이 찍은 사진 중에는 성조기가 펄럭이는 듯한 장면도 발견된다. 이것은 가로막대 상에서 성조기가 충분히 펼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이후 아폴로 계획에서는 우주비행사들이 성조기를 일부러 이렇게 꽂았다고 한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우주비행사들이 너무 훌륭하게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음모론자들로부터 이런 억측을 사게 됐다.

● ● ● ● 음모론자 : 달 착륙선이 이륙할 때 엔진으로부터 불꽃을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스타워즈와 같은 SF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달 착륙선은 환원제인 히드라진과 산화제인 사산화이질소(N2O4)를 연료로 사용했는데, 이 두 물질이 반응할 땐 투명한 물질이 생기고 불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음모론자들은 엔진에서 굉음이 나지 않았다고(마치 스타워즈에서처럼) 반박하지 않았을까.

달 착륙 음모론에 대한 대부분의 문제제기가 반박을 당하자 음모론자들은 세명의 우주 비행사가 사망한 아폴로 1호의 폭발 사고가 달 착륙 조작의 비밀을 지키려는 NASA와 정부의 조작이었다는 위험한 주장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달에서 가져온 돌과,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15cm 오차 이내로 결정하게 해준, 달에 설치된 레이저광 반사장치는 무엇인가.

물론 그들의 주장에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달 착륙 음모론은 당시의 시대를 지배하던 냉전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진실이 조작됐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당시 냉전시대의 거대한 축이었던 미국과 옛소련은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무리한 우주개발 경쟁을 펼쳤다. 경쟁에 이기기 위해 모종의 음모가 있었다는 주장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다. 아마도 아폴로 계획과 관련된 음모론은 멀지 않은 훗날 인류가 달 착륙을 다시 시도하면서 달에 남겨진 증거들을 확인할 때야 종결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사건에 대한 폭스 TV방송국 측의 태도다. 방송타이틀인 ‘우리는 과연 달에 착륙했나?’에서 보듯이 폭스 측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달 착륙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의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매스컴이라는 또다른 권력이 시청률을 위해 달 착륙 음모론을 내세웠다는 또다른 음모론이 제기될 수 있다.

전쟁무기로 쓸모없는 에이즈 바이러스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보이는 에이즈 바이러스(작은 사진의 파 란 점)는 지난 20년 동안 군에서 만들어졌다는 음모론의 대상이었 다. 하지만 감염된 후 빨라야 6개 월, 길면 수년이 지난 후에야 증 상이 나타나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생물학전 병기로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영화‘아웃 브레이크’ (큰 사진)에 등장하는 에볼라 바이 러스가 생물학전 병기로 어울린다.


‘현대의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 환자가 발견된지 지난 6월 5일로 20년을 맞았다. 첫 환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남성 동성연애자. 이듬해 인체의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T세포를 무력화시키는 바이러스가 밝혀졌다. 이른바 에이즈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에도 음모론이 지난 20년 동안 몇몇 국가의 언론에 의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영화 ‘아웃 브레이크’는 미군의 생물학전 병기를 다룬 영화다. 미군이 아프리카에서 생물학전 병기를 개발하기 위한 비밀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이 영화의 소재다. 생물학전 병기 자체는 음모의 대상이 아닌 사실이다. 제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옛소련은 생물학전 병기를 꾸준히 개발해 왔고, 제3세계 국가들도 핵무기보다 개발이 쉬운 대량 살상무기인 화학무기와 세균무기를 생산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에이즈 음모론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 ● ● ● 음모론자 : 에이즈는 기원을 알 수 없을 뿐더러,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보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미군의 생물학전 병기의 실험 결과가 아닌가. 이에 몇가지 증거가 있다. 1970년대 초에 미군이 인간 면역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생물학전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강력한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자이레와 나이지리아, 라틴아메리카 등을 여행했다(영화 ‘아웃 브레이크’에서도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기원은 아프리카로 나오며, 과학자들이 그곳에서 비밀 연구를 수행한다).

그러나 전쟁에서 사용 가능한 세균들에는 필수조건이 있다. 물이나 공기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돼야 한다는 점이 첫번째이고, 빠른 속도로 질병의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는 점이 두번째이다. 그런데 에이즈 바이러스는 가장 전염되기 어려운 경로인 혈액을 통해서 전염되며 감염된 후 빨라야 6개월, 길면 수년이 지난 후에야 증상이 나타난다. 즉 에이즈 바이러스는 특성상 생물학전 병기로는 전혀 쓸모가 없다. 이런 점을 생각해 봤을 때 에이즈 바이러스에 관련된 음모론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참고로 에이즈 바이러스의 기원은 아프리카의 에이즈 보균 원숭이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생물학전 병기로 가장 유력한 바이러스가 있다면 그것은 에이즈 바이러스가 아니라 ‘아웃 브레이크’에서 다뤘던 에볼라 바이러스일 것이다. 실제로 에볼라 바이러스는 물을 통해 전염되며 감염 후 48시간 안에 죽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음모론의 핵심은 에이즈 바이러스가 아니라 실제로 강대국들이 생물학전 병기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인공의 세균에 대해 아무런 저항력을 갖지 않고, 이런 질병에는 치료제가 없을 수도 있다. 만약을 위한 대비책으로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면 임상 실험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고, 영화 속에서 설정한 것처럼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의 국민들이 실험 대상이 될 일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화성 얼굴’은 외계인의 모습?

1976년 NASA는 화성탐사선 바이킹이 화성 사이도니아지역에서 찍은 한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사람의 얼굴을 닮은 지형이 있었다. NASA 관계자들은 이것이 자연지형임을 확인했지만, 사람들의 상상력은 거침없이 날개를 펼쳤고 음모론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 ● ● ● 음모론자 : 화성의 얼굴은 외계인의 거대한 유적이다. 미국 정부가 외계인과 모종의 협상을 취한 것 아닌가.

지난 5월 24일 NASA는 또 한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사람얼굴 모양의 화성 지형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형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화성 얼굴지형 음모론은 해프닝으로 결말지을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달 착륙 음모론이 냉전이라는 시대적 이데올로기에 근거를 두는 것과는 달리 화성 음모론에는 조금 색다른 배경이 깔려있다.

중세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이해되지 않는 사실을 정령과 요정의 몫으로 남겨놓았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정령과 요정은 설자리를 잃었고 존재감을 상실해버렸다. 그러자 이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하고 들어선 존재가 바로 UFO와 외계인이다.

UFO와 외계인의 신봉자들은 과학적 탐구와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외계인에게 종교적인 힘을 부여하기에 이른다. 그들은 외계인이 지구인을 창조했고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역사에 관여했다고 믿는다. 나아가 외계인을 통해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외계인 신봉자들은 종교의 사제들이 그렇듯 눈에 보이는 뚜렷한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현대과학으로도 명확한 해석을 내리기 힘든 고대의 유적들인 이집트의 피라미드, 영국의 스톤헨지,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거석상 모아이, 그리고 잉카의 벽화 등에서 이런 증거를 찾았다. 그러나 지구상에 건설된 건축물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 와중에 화성에서 얼굴로 보이는 거대한 지형이 바이킹의 카메라에 찍힌 것이다. 피라미드가 아무리 거대해도 수십만의 노동력을 수십년 동안 동원해 만들었다고 설명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화성의 조각상은 이런 차원을 뛰어넘는다. 연 인원 수십만을 동원해야 간신히 만들 수 있는 거대한 유적이 아니라 손바닥에 들어가는 조그만 ‘인형’ 하나라도 화성에서 발견된다면, 외계인들이 지구의 역사에 깊이 관여해왔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것이다. 비록 화성의 얼굴은 자연 지형으로 밝혀졌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위해 또다른 증거를 찾아 음모론을 제기할 것이다.

물론 일부 UFO와 외계인 마니아의 괴팍한 취미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생명의 기원에 대해 과학적 탐구와 호기심이 아닌 종교적인 차원으로 외계인을 끌어들이는 일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그러나 음모론은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일련의 사건들이 미래의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NASA의 사전 포석이었다는 음모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공식 확인된 전세계 감청망
 

최근 유럽의회는 전세계 인터넷망 과 전파를 무차별적으로 감청하는 에셜론이 존재한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에셜론은 레이더(큰 사진은 레이더가 들어있는 영국의 레이더 돔)와 인공위성을 이용한 다. 소스코드가 공개되지 않은 프 로그램(작은 사진)에는 에셜론의 스파이웨어가 내장돼 있을 수 있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서는 정부가 인공위성과 도청장치를 이용해 개인을 감시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 일어난 일이 현실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국가정보원’에서 ‘우리는 절대로 국민을 감시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면 이것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음모론은 이렇듯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 ● ● ● 음모론자 : 전세계의 통신을 무차별적으로 감청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지금 당신의 이메일도 감시당하고 있다.

최근 유럽 의회는 미국의 주도하에 운영중인 거대 네트워크인 에셜론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에셜론이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5개 국가 첩보기관이 전세계의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자동화시스템을 지칭하는 암호이다.

유럽 의회는 소스 코드가 공개되지 않은 많은 수의 상용 프로그램에 에셜론의 스파이웨어(스파이 소프트웨어)가 내장돼 있다고 밝혔다(가장 의심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대부분의 PC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윈도 운영체계일 것이다). 또한 컴퓨터의 사용자들에게 암호화된 이메일을 사용하고, 소스 코드가 공개되지 않은 상용 프로그램의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소스 코드가 공개된 운영체계로는 리눅스가 있다).

에셜론은 해저 광케이블과 인공위성을 이용해 개인의 정보를 감청하는 거대 네트워크로 알려져 있는데, 인터넷 이메일과 통화량의 90%(매일 30억건의 통신)를 가로챌 수 있다고 한다. 에셜론의 핵심기술은 공중에 떠다니는 전파와 인터넷망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정보 중 특정 정보를 걸러내는 기술이다.

대단히 복잡한 기술 같이 들리지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굉장히 간단한 시스템이 바로 에셜론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이용해 외국의 사이트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고 외국의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걸 수 있다. 그런데 그 접근 경로는 단 두가지로 한정된다. 바로 해저 광케이블과 인공위성이다. 즉 에셜론은 이 두가지 정보의 통로를 감시함으로써 대륙을 오가는 거의 모든 정보를 가로챌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심해 잠수사들은 대서양을 통과하는 수중 케이블에 감시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이렇게 설치된 장비 중 하나가 1982년에 발견됐다. 그리고 거대한 정보의 터미널인 인공위성에는 제작 과정에서 특정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내장시킬 수 있다. 이제 에셜론은 대륙을 오가는 방대한 정보 중에서 특정 단어를 포함한 정보를 걸러내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의 친구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대통령, 테러, 공산주의’와 같은 특정 단어가 사용됐다면, 인공위성과 해저 케이블에 설치돼 있는 탐지기들이 이것을 포착하고 그 내용을 미국가안보국(NSA)과 같은 정보기관으로 보내는 것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내용은 유럽 의회가 공개한 문서에 소스 코드가 공개되지 않은 상용 프로그램 중 많은 수가 스파이웨어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 내용을 가지고 비약해서 추측해본다면 흔히 사용하는 윈도 운영체계의 소스 코드에 스파이웨어가 포함될 수 있고, 작성된 문서 가운데 특정 단어가 포함돼 있다면 자동으로 미국의 정보기관으로 보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에셜론을 이해하기 위한 단순한 예에 불과하다.

달 착륙과 마찬가지로 에셜론 역시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문제는 냉전의 한축이던 옛소련이 몰락하면서 기업과 평범한 개인이 에셜론의 목표가 됐고 수집된 정보가 미국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물론 에셜론의 정확한 능력과 목적은 아직 불분명하다. 에셜론이 실제 국내 통신을 감청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없다.

군대에서는 모든 문서에 등급이 있고 일급 비밀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로 제한된다. 이와 비슷하게 현대사회에서는 복잡한 계급 구조의 관리자들, 즉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핵심 정보를 독점한다. 이들은 권력이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보를 은폐·조작할 수 있다. 현대사회의 또다른 권력으로 부상하는 매스컴은 시청률을 위해 진실을 조작하거나 앞장서서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반면 대부분의 평범한 대중들은 정보의 홍수(또는 쓰레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런 혼돈 속에서 올바른 가치와 진실을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달 착륙에 대한 음모가 아니라 폭스 TV방송국의 설문조사 결과처럼 미국 시민의 20%가 달 착륙에 의문을 갖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사실이 음모론이 갖는 본질이 아닐까. 음모론이 시사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거대한 사회 속에서 개인들이 느끼는 불신이다.
 

2001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노성래 온라인게임 기획팀장

🎓️ 진로 추천

  • 사회학
  • 언론·방송·매체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