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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이 만든 호버크래프트 '희망 2000'

고등학생 '맥가이버' 로 불리는 현대고등학교 자동차항공기연구반 학생들이 호버크래프트를 만들었다.그들의 희망을 담고 지면에서 떠오른 호버크래프트를 지상에 공개한다.


고등학생들이 만든 호버크래프트


나무를 자르고, 나사못을 박고, 용접을 한다? 어느 공사현장의 상황? 아니다. 현대고등학교 지하에 있는 기술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창 인터넷 게임에 빠져있을 학생들이 손에 드라이버와 톱을 들고 서툰 손놀림으로 뭔가를 만들었다. 처음으로 드라이버를 잡아보는 학생도 있다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데 그런 학생들이 어른들도 하기 어려운 호버크래프트(공기 부상) 차량을 만들었다. 서울 현대고등학교 자동차항공기 연구반 28명의 학생들이 그 주인공. 호버크래프트란 차량 본체가 일정한 높이로 공중에 뜬 상태에서 움직이는 차세대 운송수단으로 지면이나 수면 등에서 표면 마찰이 없어 수륙양용이 가능하다. 차량 본체 밑에 모인 공기의 압력으로 뜨게 하는 방식이다.

“지면에서 뜨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가볍게 만드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어요. 그래서 가벼운 내수 합판을 썼죠. 무게중심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오천택 학생의 말이다. 그리고 호버크래프트를 만드는데 가장 큰 노하우는 스커트(비닐 막)에 있었다고 덧붙인다. 사소한 것 같지만 스커트 덕에 최대 85kg을 싣고도 지표에서 5cm를 거뜬히 떠서 버틸 수 있다. ‘희망 2000’으로 불려진 이 호버크래프트는 무게 55kg, 폭 1백94cm 크기의 목조 차량이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학생들의 노력을 알고 나면 간단하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1천개가 넘는 나사를 조이고, 프로펠러를 깍고, 프로펠러와 엔진을 용접하면서 학생들은 수없이 좌절했다고 한다. 그뿐인가. 엔진도 여러번 바꿨다. 잔디를 깎는 기계의 엔진을 최종 선택하기까지 제초기 엔진, 분무기 엔진 등이 지금의 자리를 지나쳤다.

몸으로 익힌 탐구과정


건전지로 동작하는 호버크래프트 모형을 만들어 실제 작업의 틀을 세웠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바탕은 자동차항공기 연구반의 자랑인 끈기와 선후배간의 격려였다. 그리고 뒤에서 든든히 학생들을 지도해주는 구기복(51, 기술공업) 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것을 하고 싶어 이 동아리에 들어왔다는 성희진 학생은 “나사를 조이고 나무를 자른 것 밖에 한 일이 없지만 내년엔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까지 내비쳤다. 이 동아리의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 동아리에서 하는 일은 청소라도 신나게 한다. 그런 것은 학부모들도 인정한다.

2학년 대표인 유재승 군의 어머니인 김기옥씨는 “재승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자동차항공기연구반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공부하는데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 같아 탐탁치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서 그런지 하나를 해도 깊이있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지난 6월14일 자동차항공기연구반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 호버크래프트 ‘희망 2000’ 시승식을 했다. 1년전 뭔가 독특한 자동차가 없을까 고민하다 떠서 다니는 자동차를 만들자는 아이디어 하나로 출발해 오늘까지 작업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일까. 모두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아직 전후좌우로 나갈 수 있는 이동장치는 없지만 제작상 최대 난점인 본체 부상상태를 유지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호버크래프트로 운동장을 마음껏 달리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동차항공기연구반 학생들은 호버크래프트를 만들면서 수업시간에 쉽게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다. 호버크래프트를 만들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계획을 세우고, 서로의 일을 분담했다. 작업 토의를 통해 완성품과 똑같은 모델을 만들어 시행착오를 줄였다. 나무를 자르고 프로펠러 형태로 깎으면서 프로펠러의 기능을 익혔다. 프로펠러를 잘못 깎아 호버크래프트가 제대로 뜨지 않을 때 프로펠러 주변 공기의 흐름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 모든 것이 과학을 하는데 필요한 탐구과정들이다.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문제 인식, 실험 설계, 수행, 결론도출과 같은 탐구를 몸으로 깨우친 것이다. 그만큼 학생들이 느끼는 성취감은 크다. 그들이 만든 호버크래프트 ‘희망 2000’이 떠오르는 순간 그들의 미래도 모두 자신감의 날개를 달고 떠올랐다.


잔디 깎는 기계의 엔진이 '희망2000'의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물과 땅을 넘나드는 호버크래프트

호버크래프트는 엔진에 접속된 프로펠러가 만들어내는 공기압력에 의해 추진되는 공기부양선으로 선체와 엔진, 프로펠러, 핸들의 구조로 돼 있다. 프로펠러 회전에 의해 만들어진 공기압을 선체바닥에 부착된 공기주머니로 보내 선체를 떠오르게 하고 이 상태에서 공기 추진력을 더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리로 동작된다. 1950년대 영국에서 개발된 이후 수상 인명구조와 군사용으로 사용되다가 1980년대 이후 레저용으로 보급되고 있다. 국내에는 88서울올림픽 이후 레저용으로 수입됐다. 국산 호버크래프트는 땅위에서 20cm높이로 떠서 시속 60km로 날아가며 25도 정도의 경사면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호버크래프트의 발전형이 수면효과익선으로 불리는 위그(WIG)선이다. 위그선은 비행기처럼 해면 위를 떠서 날 듯이 이동하는 선박으로 러시아만 현재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수면위로 2-3m 떠 있는 상태에서 비행기 속도와 거의 맞먹는 시속 4백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200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해윤 기자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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