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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핵무기에 극도의 정밀성을 부여한 현대의 전자전은 지구를 로봇에 의한 '버튼 전쟁'의 위험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 실리콘벨리의 중심부인 캘리포이나주 237번 도로와 101번 국도가 교차하는 지점에 '블루큐브'(Blue Cube)라 불리는 5층건물이 있다. 이 건물의 특징은 창이 하나도 없다는 것. 마치 매우 스릴있는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장면을 연상케한다.

모든 문은 전자개폐장치로 굳게 잠겨져 있고 각방도 역시 전자제어문으로 페쇄되어져 있다. 문안의 방도 역시 2중 3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건물 주위에는 높은 담이 쳐져 있으며 '서니베일'공군기지라는 표지판 하나가 담밖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공군기지의 필수품인 제트전투기도 핵폭격기도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대신 거대한 파라볼라 안테나집단이 마치 부채춤이 만들어낸 꽃송이처럼 군데군데 뭉쳐져 하늘을 향하고 있다. 따로 떨어져 있는 경비소에는 화력이 강한 경비용 무기가 설치돼있지만 그렇다고 미사일에 장착된 핵탄두는 아니다. 그러나 만약 소련이 미국을 향해 핵을 적재한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하면 이 조그만 서니베일 공군기지는 최초의 공격 목표중의 하나이다.

광범위한 지역에 배치돼있는 미국의 군대를 전체적으로 통괄하기 위해 미국내에는 '하이테크 중추'가 여러곳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블루큐브이다. 하이테크중추가 없다면 미국의 군사위성시스팀은 우주공간에 흩어져 있는 먼지 정도의 가치밖에 없을 것이다.

서니베일 공군기지에서는 적어도 50개의 군사위성궤도를 관리하고 미국측 우주파수꾼으로부터 끊임없이 보내지는 사진과 전자테이타를 수신 분석하고 있다.

ME기술에 의존한 전략병기

"핵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핵물리학이 아니고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Microelectronics) 기술이다."

이 말은 서니베일의 사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미국의 핵과학자들은 최초의 수소폭탄을 1952년에 폭발시킨 이래 핵병기의 설계와 제품을 꾸준히 개량시켜 왔다. 이렇게 해서 핵무기 자체가 개량된 것은 사실이지만 병기 자체가 '핵'이라는 사실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그대신 명령 전달 정보 유도 그밖에 실리콘칩과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팀에 중요한 진보가 있었다.

30여년 전부터 소련과 미국의 전투기는 강력한 핵무기를 탑재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심한 공포감을 느끼지 않았다. 즉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하ME)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는 정찰위성 통신중계위성 미사일유도시스템이라 불리는 극도의 정밀성을 갖는 전자시스팀기술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ME와 컴퓨터기술의 개발은 미국군대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것과 처음부터 예외없이 일치돼왔다. 그것은 최초의 원자폭탄제조를 목적으로 한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초기의 계산기계에서부터 1960년대의 미사일유도시스팀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예외없이 명확하다.

1940년대 말 AT&T '벨' 연구소에서 최초의 반도체인 게르마늄 트랜지트터가 민간인에 의해 발명되었다. 그러나 벨연구소의 연구는 2차대전중에 행해진 정부지원의 고체물리학연구로부터 발전했던 것이다. 가치가 높고 생산량이 적은 부품에 군(軍)이 초기에 투자를 안했다면 현재의 고집적반도체의 대량생산은 몇십년 후의 일이 됐을 것이다. 최초의 반도체가 시장에 출하돼 나오면서 5년동안 '펜타곤'(미국국방부)은 그중에서도 특히 육군통신대는 수백만 달러어치 제품을 구입했다.

1959년과 1961년 사이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와 '페어차일드'사는 여러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키는데 성공했다. 즉 IC를 개발해낸 것이다. 여기에는 '미니트맨'이라 불리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두부(頭部, 노이즈콘)에 복잡한 유도시스팀을 넣을 필요성이 절실했던 미국공군이 수억달러의 연금기금을 내놓았던 것이다.

컴퓨터(PC) TV게임 전자동세탁기 등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무한한 재미와 편의를 제공한 기술이, 지구의 반대편에 원자폭탄을 낙하시키기 위해 설계되어진 공포의 로킷탄두로부터 얻어졌다고 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장(戰場)을 우주로

레이건 전략방위구상(SDI), 스타워즈도 위성의 전자시스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ME기술의 결정체인 정찰위성은 소련의 병기가 진보하여 가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여 온다. 미국의 지휘관은 통신위성을 통해 세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선박 항공기 지상기지와 즉각 연락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주공간은 점차 주요 전략전장화돼가는 것이다.

서니베일 공군기지와 같이 한곳에 정착되어 있고 사람의 눈에 띄는 군사시설보다는 인공위성쪽이 공격받기 어렵다. 그때문에 미국과 소련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한 중대한 임무를 우주로 옮겨가고 있다.

이를 위해 펜타곤은 통신정보위성을 현대화하는 한편 '냅스터위성시스팀'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팀은 미국의 선박 잠수함 등의 위치를 15m 이내에서 파악하고 조종할 수 있다. 또한 우주에 설치할 레이다시스팀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항공미사일방어용의 국제레이다 네트워크를 대신하여 설계되어진 것이다.

펜타곤은 블루큐브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정책결정기능도 자동화해 최종적으로는 이것도 우주궤도로 가져갈 목적으로 연구를 진행중이다.

'전략전장을 지구의 외부로 가져가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스타워즈는 우주전쟁이 지상의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군사위성을 공격하는 것은 지상에 존재하는 핵병기를 보다 쉽게 명중시키기 위해 하는 사전작업에 불과한 것이다. 우주는 지구가 죽음과 파괴의 전장일 때 이와는 별도의 유희장은 절대 아닌 것이다.

ME기술의 진보가 전장을 우주로 가져간바와 같이 대(對) 잠수함작전의 신개발이 전략병기전쟁을 세계의 바다 전체로 확산시켜나가고 있다.

"효과적인 미사일요격미사일(ABM)시스팀과 더불어 대잠수함작전(ASW)시스팀을 개발하는 최초의 나라가 세계를 군사적으로 조종하는 나라가 될것이다"라고 말한 미국의 고(故) '리차드 러셀' 상원의원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오늘날 미국은 세계의 바다밑에서 정찰시스팀을 작동시키고 있다.

이 시스팀은 약간의 이상이 있는 잠수함을 발견하면 추적하고, 필요하다면 공격할 수 있는 음(音) 레이다 자기(磁氣)데이타를 고속컴퓨터가 분석하고 있다. 수면 아래에 있는 소련의 미사일탑재 잠수함은 멀지않아 미국의 선제공격에 무방비상태가 될지 모른다.

현재 대잠수함작전에 필요한 초소형고속컴퓨터개발에서 미국은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소련도 또한 대잠수함력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예측된다.

미국 잠수함에 대한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지구에 있는 어떤 바다에서도 모스크바를 공격할 수 있는 잠수함과 미사일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잠수함이 수면으로 부터 깊게 은폐되게 하기 위해서 초저주파(ELF) 시스팀과 같은통신기술도 개발중이다. 앞으로 얼마 안있어 해저바닥까지도 관통할 수 있는 레이저를 적재한 군사위성은 명령에 의해, 그것이 컴퓨터가 내리든 인간이 내리든, 살인적인 레이저 광선을 발사할지도 모른다.
 

「루킹글래스」의 내부^루킹글래스(Looking Glass)는 미국 미사일공중사령부의 암호명이다.
 

핵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최초의 유도시스팀은 제1세대 집적회로(IC)에 의존하였으나, MX미사일 트라이던트Ⅱ 잠수함발사미사일 크루즈와 퍼싱의 중거리 미사일의 유도시스팀은 보다 정교한 ME회로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지구 반대측의 목표물을 1백m 이내의 정확도로 명중시킨다.

소련에 보복할 기회를 주지 않을 정도로 효과적인 제1격 핵공격을 수행하기 위해 미국은 3차원 자이로스코프(gyroscope), 별과 위성에 의한 항해 위치 결정, 표적을 스스로 추적해가는 '스마트' 병기를 기반으로 하는 다수의 미사일유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 배치돼 있는 퍼싱Ⅱ미사일에는 지면에 반사된 전파와 이미 내부에 프로그램돼 있는 전자(電磁)화된 지도를 즉시 비교할 수 있는 유도컴퓨터가 내장돼 있다. 미국 공군은 모스크바의 동전인 '카페이카'화에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명중시킬 정도로 정교한 시스팀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은 소련에 선제공격을 해도 보복을 받지않을 정도의 정확한 미사일시스팀을 만들어내려하지만 소련도 앉아서 당하지 않을 것만은 자명한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제1격 공격이 그다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소련은 미사일의 방아쇠를 언제라도 당기도록 하여 미국 공격이 개시되는 즉시 미국공격의 목표를 확인하지 않고도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우주전쟁이든 아니면 바다에서 진행되는 잠수함전쟁이든 이러한 모든 행위는 지구를 핵으로 멸망시킴을 의미하고 있다. 세계대전을 억제한다는 환상을 갖고 시작된, ME기술이 고도로 실현된 병기 개발경쟁은 오히려 그 정확성으로 인류를 핵의 공포로 떨게 하고 있다.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다음과 같은 가상 시나리오는 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핵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 대통령과 그 최고 측근자는 긴급용사령기(NEACP)로 알려진 특별장치를 설치한 보잉74에 탑승한다. 사령기는 전쟁의 수노부의 은신처임과 동시에 창공의 '전자중추'이다. 여기에는 대통령 전용실과 72시간 비행할 정도의 식량과 연료가 있다.

아랍왕자의 맨숀기와는 달리 NEACP는 일렉트로닉스 궁전이랄만큼 전자장치가 많다. 핵전쟁의 진전상황을 추적하기 위한 특수 TV게임과 같은 디스플레이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또한 암호화시스팀, 대단히 낮은 주파수로 통신을 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8km안테나선, 특수 군사쌍방향수신기가 적재돼 있다.

NEACP는 즉시 냅스터위성시스팀과 연락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냅스터에는 상공이든 지표든 어느곳이라도 핵폭발을 일으키는 장치가 탑재돼 있다. 만약 워싱턴이 잿더미가 되기 전에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긴급용사령기에 탑승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들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핵전쟁의 맹위를 감상하면서, 소련병기로부터의 위험에서 벗어나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펜타곤은 핵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신세대의 통신위성용 터미널을 개발, NEACP와 공군 및 해군의 관리하에 있는 비상용 사령항공기에 장치하려 하고 있다. 또한 해군은 '타카모'항공기를 새로이 만들었다. 이 항공기 유일의 임무는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에 발사지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미국 해군은 트라이던트 잠수함이 항해하고 있는 광활한 태평양의 모든 지역을 커버하고 있다.

또한 미국 핵폭격기와 육상기지 발진 미사일을 조정하는 공중사령부대가 있다. 암호명은 '루킹 글래스'. 1961년 이래 이들 항공기 중의 1대는 1년 3백65일, 1일 24시간 상공에 떠있다. 그속에는 1인의 공군장성이 타고있다. 핵전쟁에 대비하여 이들 항공기의 파일럿들은 한눈을 감고서 비행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핵폭발의 섬광에 의해 애꾸가 되었다 해도 이들은 한눈으로 비행을 계속할 수 있다.

군대 없는 전쟁터

ME 기술은 세계적인 핵전쟁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통상전쟁의 방법도 변화시키고 있다. 오늘날의 전자(電子)병사들은 자신들이 병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전체를 파악할 수없는 단순히 기계를 콘트롤하는 기술자인 셈이다.

이제까지의 군대는 자신이 죽인 적군을 눈으로 봐왔다. 그러나 현대전의 군대는 폭력의 희생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재래식병기와 접촉이 단절돼 있다. 보병조차도 소총을 버리고 저출력의 레이저 빔을 쏘는 신병기를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 군대는 전장으로부터 수백 혹은 수천 km 떨어진 사무실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지금보다도 더욱 빠르고 정확히 표적을 맞추는 병기를 조종한다. 현대의 전기통신기술과 컴퓨터기술은 '군대 없는 전장'을 가능케 한다.

미국은 베트남에서 자동화된 전장의 최초의 테스트를 하였다. 베트남 전쟁 막바지에는 펜타곤의 민간인(기획 담당자)들이 다국적기업을 움직이듯 전쟁을 수행하였다.

전의를 잃은 군대와 잇달아 발표되는 사상자의 보고에 진저리를 치고 있었던 국민들 앞에, 미국은 일부 지상전투부대를 리모트센서(Remote Sensor)로 대치하였다. 이들 센서는 거리가 먼 사령부에서 기술자가 조작할 수 있는 컴퓨터화된 설비가 부착돼졌다.

광기의 '디어헌터'나 '플래툰'처럼 미군은 움직이지 않고 발포했다. 전자센서은 꽤 떨어진 곳으로부터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것이 쥐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물소인가 호랑이인가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냄새를 맡는' 전자장치는 베트콩이 곳곳에 소변이 담긴 주머니를 놓았던 것만으로 소용없어져버렸다.

이런 경험이 축적돼 군사기술에서의 전자장치의 신뢰성은 증가하였지만 대게릴라전쟁에서 전자정보를 모아 표적을 설정하는 방법의 진가는 근본적인 문제, 즉 적과 아군을 구별하는 문제에 부딪쳐 커다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또다른 베트남 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지는 모를지라도.

평상시에도 계속되는 전자정보전쟁

전자기술을 사용한 현대전은 평상시에도 벌어지고 있다. 지구상공을 누비는 항공기 지상기지 선박은 모두 전자전쟁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 정보를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미국과 소련의 전쟁은 세계대전을 유발할 가능성을 항상 갖고있다.

적국의 방공력(防空力)을 시험하는 방법은 정면으로부터 도발하는 방법이 있다. 소련의 레이다 위치 모니터 주파수 등을 알아내기 위해 미군기는 정기적으로 소련의 방공영역에 접근하고 있다.

그 하나의 예가 1983년 9월 소련의 공대공(空對空)미사일에 격추된 우리나라의 KAL여객기이다. 2백70여명의 승객을 태운 민간여객기가 일본의 북해도 바다에 침몰한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결코 명확하지는 않지만, 미국 정보국은 그당시 우리나라 민간여객기가 소련의 영공을 침범하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전자도청기관이, 그지역의 소련 방공시스팀이 비상시와 통상시에 알 수 있는 귀중한 데이타를 모으기 위해서 이 대결을 방치했다고 추측하였다.

'엘린트'(전자정찰)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1982년 레바논전쟁에서 시리아에 대한 이스라엘공군의 승리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전자정보수집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 전투가 일어났던 시기보다 수개월전, 이스라엘은 시리아 방공기지 상공에 무인정찰기를 비행시켰다. 시리아가 이 무인정찰기에 발포하면 무장하지 않은 비행기를 공격한다고 이스라엘 측에서 즉시 비난하였다.

이스라엘군이 전쟁개시를 위해 북으로 이동했을 때는 이미 이스라엘은 시리아 방공시스팀의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전투기에 대해서 시리아가 레이다를 향했을 때는 이스라엘 미사일이 레이다에서 나오는 신호를 향해 날아, 지대공미사일시스팀을 완전히 파괴하였다. 그결과 이스라엘 전투기는 아무런 방해없이 전장으로 날아가는데 성공했다.

실제 전쟁상황이 아니더라도 ME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의 전자전쟁시스팀은 항상 전면전에 돌입할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1980년 6월 3일, 미국 전략공군(SAC)의 '네브라스카'사령부. 결함이 있는 1개의 컴프터칩이 원인이 돼 소련의 잠수함이 미국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표시가 특수 전자장치에 나타났다.

SAC은 즉시 B-52폭격기의 승무원을 소집하고 엔진에 시동을 걸고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협의회의 사령관들은 다행히도 폭격기가 날기전에 전자장치의 내부 미스라는 것을 발견해냈다. 제3차대전은 별도의 자동센서가 독자적으로 공격을 하기 전에 정책결정자인 인간의 제지에 의해 방지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제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이와 유사한 오경보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뿐 아니라 인간의 허락을 받을 사이없이 '경보 즉시 발사'가 행해질 가능성이 많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의회조사단이 구성돼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의하면 1979년과 1980년 전반 사이에 소련이 미국을 공격할 가능성을 나타내주는 오보가 3천7백여회나 있었다는 것. 6월 3일 사건을 비롯 심각했던 것은 모두 4번이다.

1979년 10월3일 '오레곤'주에 있는 레이다기지가 지면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로킷을 검출해냈다. 1개월 후에는 경보 컴퓨터가 소련의 대량공격을 보고하였다. 이는 모두 공습을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한 데이타가 컴퓨터시스팀에 잘못 들어가 실제상황처럼 나타났던 것이다.

이처럼 경보장치가 복잡화되면 될수록 예기치 않은 위험의 소지는 많아진다. 경보장치의 복잡화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컴퓨터시스팀을 개발하는 것이 현추세다. 채무자가 이자가 늘어나니까 또 돈을 빌려 당면한 위기를 모면하는 것과 마찬가지.

세계는 점점 복잡한 컴퓨터 시스팀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스팀을 테스트하는 것은 점점 불가능해진다. 수백만번의 시뮬레이션은 가능할지 몰라도 치명적인 한번의 오류를 검증해 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시스팀이 전자(電磁)파와 그밖의 핵의 영향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사일 정보시스팀의 문제는 이미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틀림없이 핵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은 전자 병기경쟁이 멈춰질 때까지 더욱 증대될 것이다.
 

NORAD 작전사령부
 

인간의 지능을 갖춘 병기

베트남전쟁 스타워즈 전자경보전쟁 등 어느것도 자동전투시스팀을  완전하게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펜타곤은 '호모사피엔스'(인류)의 뛰어난 지능을 기계에 구현시킬 것을 생각하고 있다.

1983년 펜타곤은 새로운 전략컴퓨터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것은 인간 두뇌의 추론기능을 갖는 기계를 개발하는 계획. 이는 인공지능용 소프트웨어, 마이크로프로세서, 컴퓨터기술의 복합체로 이전의 어떤 계획과도 차원이 다르다.

전략컴퓨터계획은 군의 목표와 직결된다. 이 구상에는 각 군대별로 각기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적병기가 개발목표로 잡혀있다. 즉 육군을 위해서는 '자동보행로봇'(살인로봇), 공군을 위해서는 '파일럿 조수'(R2D2), 해군을 위해서는 지적전투관리시스팀인 '지휘관의 조언자' 등이다.

자동보행로봇은 시각시스팀(Vision System)과 전문가스팀(Expert System)을 조합한 인공지능형 보병이다. 완전작동의 해는 1993년, 이 로봇은 1989년가지 스스로 지형을 탐색하고 지도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펜타곤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1992년까지 나무 풀 바위를 구분하고 은폐된 물체의 존재를 추론하는 능력을 이 로봇에 구현시키도록 지시 받았다.

파이럿조수는 인간의 언어를 2백단어이상 이해하고 1천단어 이상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끔 계획되어져 있다. 펜타곤의 과학자들은 창공에서 지형을 인식하고 적과 아군의 차이를 알아 병기를 다룰 줄 아는 기계파일럿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군의 '지휘관조언자'는 전장의 상세한 모습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적이 취한다고 생각되는 여러가지 행동을 예측하여 함대의 사령관에 작전을 조언하는 것이 요구되어지고 있다. 이 전투관리시스팀은 기계 자체가 파괴되지 않는한 성공과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장기적으로 펜타곤은 전략컴퓨터계획의 결과를, 예정되어진 스타워즈 계획에 응용하려하고 있다. 스타워즈위성은 소련의 미사일이 발사된 후 가속단계에서 격추시키기 위해 고속자동컴퓨터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으로부터 지시없이 파괴적인 미사일 혹은 빔병기를 발사가능한 우주포대는 세계를 종말시킬 가공의 현대판 '최후의 심판'이라 할 수 있다.

전략컴퓨터구상은 지금까지의 어떤 전자전 계획보다도 전면적인 세계대전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 인간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기계가 '판단 즉시 발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는 분명희 컴퓨터기술을 밑바탕으로 미국이 전자병기개발 경쟁에서 소련을 앞지르고 있지만, 소련도 얼마안있어 틀림없이 지적병기 개발에 착수할 것은 자명하다. 그렇게된다면 그것은 우주전쟁이든 지상전이든 바다밑 전쟁이든 간에 인간의 판단을 완전히 배제한 가운데서 인류를 멸망시킨 공포의 핵전쟁이 시작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시작된 '전자병기경쟁'은 이제 재래식전쟁보다도 더욱 큰 위험요소를 안고 진전되고 있다. 전자회로가 복잡해지면 복잡해질수록 실제 상황이 아니더라도 마치 전쟁이 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고 '경보 즉시 발사'체제로 인해 순식간에 전면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많다.

ME기술에 기초한 첨단기술은 병기경쟁의 추진력이 돼왔다. 개발돼 1~2년이 지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전자전쟁시스팀은 항상 엄청난 경비를 들여가면서 새로운 블랙박스로 치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병기의 개발레이스는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예민한 경보시스팀, 지적병기,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전자도발, 스타워즈, 하이테크 중추, 원격사령부 등 모든 전자병기의 구성요소들은 점차 공상과학의 꿈을 현실속에서 실현하고 있다. 하루빨리 우리들은 전자전쟁의 도취감에서 벗어나 평화적 이용에 ME기술의 사용을 제한 하려는 모든 노력에 힘을 합쳐야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로봇에 의해 핵폭탄의 버턴이 눌러져 인류는 멸망할지도 모른다.
 

일본의 우주감시센터에서는 궤도상에 있는 1만 1천개의 물체를 추적하고 있다.
 

198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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