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낸 아이디어가 왜 많은 표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어기사거리 찾을 때부터 다른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를 골랐거든요. 시험 준비할 때 커피 많이 마시잖아요. 일상에 밀접한 주제라 재미를 느낀 게 아닐까 싶어요.”
10월 26일 늦은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남산고의 강의실에 과학중점반 학생 50여명이 모였다. 한 학년에 200명가량 되는 창원남산고의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줄 과학잡지를 만들려는 학생들이다.
이날은 변지민 과학동아 편집장이 ‘과학잡지 만들기’를 주제로 강의를 한 날. 학생들은 각자 잡지에 실을만한 다양한 과학 주제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중 어떤 주제가 가장 인기가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투표를 진행했다.
1등을 한 주제는 ‘원두 없이 커피 맛 내는 대체 커피’였다. 원두 재배로 인한 환경파괴를 줄이기 위해 수박씨나 해바라기씨를 이용해 커피 맛을 내는 과학기술에 대한 내용. 이 주제를 찾아 온 황경하 학생은 “일상에 밀접한 주제”가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이야기했다.
이밖에도 ‘입에 쓴 약이 실제 몸에 좋다’는 주제와, ‘매우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DNA는 우울증에 취약하게 변한다’는 주제가 인기 있었다. 학생들은 이 주제를 네이처, 사이언스 등 과학 기사를 볼 수 있는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발굴해 왔다.
“살아있는 과학을 경험하기를”
대입 준비만으로도 바쁜 고등학생들이 직접 과학잡지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과학기사를 쓰다보면 자신이 관심있는 과학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훈련이 된다. 더불어 다른 사람들에게 어려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훈련도 가능하다. 이런 경험이 동아리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날 강의는 기획 단계부터 발제, 취재, 기사 작성 등 잡지 제작과정을 차례로 설명하며 진행됐다. 과학 기사 아이템 찾기, 기획회의를 거쳐 표지와 주요기사 정하기, 발로 뛰며 직접 취재하기, 무료 이미지 찾아서 사용하기, 독자 반응 확인하기 등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 담겼다. 특히 과학동아의 실제 기획회의와 ‘전지적 독자위원회’ 투표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됐다.
학생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정규 수업이 끝나고 시작된 강의는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졌다.
“기사가 잘 읽히게끔 쓰는 방법은 뭔가요?” (일단 문장을 짧게 짧게 써보세요)
“논문을 읽고 어떻게 기사를 쓰나요?” (리뷰 논문을 찾아보면 풍부한 스토리가 담겨있어요)
“후기처럼 우리 소식도 잡지에 싣는 게 좋을까요?” (독자들이 의외로 관심 있는 게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더라고요)
과학중점학교인 창원남산고의 창의과학부 교사들은 2023년 1월까지 실제 과학잡지를 발간한다는 목표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총괄을 맡은 정희경 남산고 교사(창의과학부장)는 “친구들의 관심사가 뭔지 고민하고 관련된 내용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입시를 위한 과학 지식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살아있는 과학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