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을 통해 우주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마이크로의 세계를 본다.
인간의 육체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려는 끝없는 욕구는 과학기술을 발달시킨 중요한 원동력이 돼왔다. 손의 기능을 확장하기 위해 인류가 일찍부터 도구를 만들어 써왔고, 그것이 오늘날 기계문명으로 꽃핀 것은 단적인 예이다. 돌도끼를 쓰던 구석기 인류의 눈에는 현대의 포크레인이 거대하고 강력한 손을 가진 괴물로 비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컴퓨터의 등장과 인공지능의 개발은 이미 부분적으로는 인간의 두뇌용량을 넘어서고 있다.
인간의 가장 민감한 감각기관인 눈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은 이미 16세기에 시작되었다. 네덜란드의 안경제조업자인 '얀센'부자(父子)는 1590년 두개의 렌즈를 조합해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작은 세계를 보여주는 현미경을 발명했다. 보다 작은 것을 보려는 첫 걸음이 내디딘 것과 비슷한 시기에 보다 먼곳을 보려는 인류의 욕구도 채워지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또 다른 안경제조업자인 '한스 리펠스하이'는 1608년 현미경과 같은 구조를 뒤집어 놓은 망원경을 발명했던 것이다. 광학기계의 2대 발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두가지 발명 덕분에 인류는 가장 작은 것과 가장 큰 것, 즉 미시세계와 우주세계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고안된 현미경은 렌즈 설계이론과 광학유리가 발달하지 않아 유치한 단계에 머물렀다. 그러나 뉴턴 오일러 등 탁월한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현미경은 차츰 완성된 형태를 갖추어 17세기 생물학을 획기적으로 진보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당시 공포의 대상이었던 콜레라 결핵 등 세균의 정체가 밝혀졌고, 세포의 염색체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후 현미경은 세균학 면역학 병리학 연구 뿐 아니라 다른 공업적인 목적으로도 빠질 수 없는 도구로서의 자리를 굳혔다.
산소의 원자궤도는 어떻게 생겼을까? 잠자리의 겹눈을 1억배로 확대하면 무슨 모습이 나타날까? 이런 궁금증은 기존의 광학현미경보다 한 차원 높은 전자현미경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해소되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독일의 '루스카'가 1931년 완성한 전자현미경은 기존의 광학현미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광학현미경에서는 물체에서 반사돼 나오는 빛을 렌즈로 확대해 보는데 반해, 전자현미경은 전차총에서 발사된 전자빔의 파동성을 이용한다. 따라서 파장이 6천Å 이상인 빛을 이용하는 광학 현미경보다 파장 0.05Å인 전자를 쓰는 전자현미경의 해상력은 훨등히 높게 마련이다.
최신의 전자현미경으로는 물체를 최대 20만배까지 확대할 수 있으며 1mm의 5백만분의 1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원자의 배열과 원자궤도는 손쉽게 관찰이 가능하게 된다. 또 요즈음 개량이 된 전자현미경은 물질의 표면구조와 살아있는 세포의 생생한 모습도 그대로 우리의 육안에 재생시켜 준다.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현미경을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과 신비에 가득찬 '미시의 세계'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그 세계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던 미생물 뿐 아니라 이제까지는 무심코 지나쳤던 곤충과 동식물이 '거대한 괴물'이 되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