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내가 쓰는 컴퓨터 밤새워 씨름하는 기쁨 컴퓨터를 알면 알수록 그 활용은 늘어만 간다.

내가 컴퓨터를 사용한 지 약5년이 지난 것 같다. 처음 컴퓨터를 시작한 동기는 순수한 호기심과 취미였으나 지금은 생활의 중요한 한부분이 되어버렸다. 집에서는 물론 사무실에서도 일과중의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 물론 그동안 컴퓨터를 이용하여 무슨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든지 혹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수입을 올렸다든지 하는 일은 없지만 내생활의 많은 부분이 컴퓨터로 인해 바뀌어졌다.
 

우선 그 좋아하던 술을 절제하게 되었으니 좋은 일이요(사실 그동안의 술값을 추산한다면 컴퓨터에 투자한 비용은 너무 약소할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가족과도 어울려 지내니 그또한 좋은 일이요, 무엇보다도 직접 내손으로 프로그램을 짜보고 고치고 실행하면서 얻는 성취감과 만족감이란 무어라 말하기 어려우며 생활의 커다란 활력소가 되고 있다.
 

내가 처음 컴퓨터를 구입한 것은 83년 도로 평소 컴퓨터를 배웠으면 하는 마음은 있어도 꼭 사용해야 할 필요성은 없어 망설이고 있던 중 보도매체를 통한 'SPC-1000'의 광고에 이끌려 강한 호기심으로 1대 구입하였다. 당시에는 주위에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따라서 컴퓨터에 대한 사전지식도 전혀 없었던 관계로 광고에 의한 유인효과가 매우 컸었던 것 같다.
 

처음 구입하였을 때 밤을 세워가며 책(매뉴얼)과 컴퓨터와 씨름하며 느끼던 그 기쁨은 말할 수 없을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직장 때문에 학원에 다니기도 어렵고 해서 집에서 밤마다 독학하면서 컴퓨터를 공부하기에 바빴으나 곧 한계에 부딪치게 되었다. 제품에 딸린 메뉴얼만으로는 베이직용어의 뜻은 알 수 있어도 어떻게 응용하고 프로그래밍을 해야 할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상품화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자 해도 거의 없었고 책방을 돌아다녀봐도별 신통한 책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의 누구에게 물어보고자 해도 아는 사람이 없어 그때의 속타는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머리를 싸매고 베이직과 싸운지 약 1년이 지난 무렵 지방에 계신 형님께서 취미겸 업무용으로 애플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직장에서도 애플컴퓨터에 조예가 깊은 선배 한분을 만나게 되었다. 또한 그 당시에는 청계천에서도 애플복제품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던 터라 형님과 직장선배로 부터 애플컴퓨터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를 습득한 후 내가 가진 'SPC-1000'과 여타 컴퓨터와 비교 검토하게 되었다. 항상 유틸리티 소프트웨어의 부족과 테이프를 통한 입출력에 애로를 겪고 있던 나로서는 애플의 무궁무진한 소프트웨어와 디스크를 이용한 손쉬운 입출력이란 점만으로도 컴퓨터를 교체할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애플로 교체후 입수한 프로그램은 전부 분석해 보기도 하고 고쳐보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도 어려워 보이던 베이직의 사용법도 이해하게 되었고 또한 컴퓨터 언어가 베이직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면서 풍부한 정보의 습득과 비교분석 검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이후 주로 기존의 영문 프로그램을 한글화 하기도 하고 보다 쓰기 쉽고 편리하도록 개조하기도 하였으며, 집안의 주소록과 전화번호부를 컴퓨터로 대체하고, 각종 신상기록이나 도서관리에도 이용하고, 교육용 프로그램으로 두딸의 조기교육을 시도해보기도 하였으며, 뮤직카드를 이용한 컴퓨터음악과 게임에 심취하기도 했었다.
 

요즘은 딸애들이 게임을 하느라 내가 사용할 시간을 많이 빼앗기도 한다. 큰딸생일날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생일축하카드와 친구초대용 카드를 만들어 주었을때 그 좋아하던 모습은 더욱 컴퓨터에 애착을 느끼게 해주었다. 약 1년전부터 사무실에서도 16비트 PC를 이용한 업무의 전산화를 담당하고 있어 집에서도 업무처리 보조용으로서의 활용도가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그동안 밤늦게까지 컴퓨터와 씨름하다 사무실에서 졸은 적도 한두번이 아닌 것같고, 심야에 컴퓨터와 프린터소리로 이웃집 안면방해도 많이 하였을 것 같으며, 매일밤 '컴퓨터 과부'가 되어야 하면서도 컴퓨터를 이해하고 차한잔씩 끓여다 주는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고맙기 그지없다.

마지막으로 컴퓨터를 새로 이용하려는 분이나 이용하고 계신분들께 몇마디 당부드리고 싶다.
 

첫째 컴퓨터의 선택은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지의 사용목적을 명확히 한 다음 그 목적에 적합한 기종과 주변장치를 판단하여야 한다. 컴퓨터는 사다 놓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사용목적에 알맞는 기종과 세트를 선택하여 잘 활용하여야 한다.
 

둘째 내가 알고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인색치 말았으면 좋겠다.그렇지 않아도 정보나 매뉴얼의 부족으로 좋은 소프트웨어나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치 못하고 있는데 나혼자만 알고 있기 보다는 지식과 정보를 널리 교환하여 컴퓨터의 활용도를 높일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째 제조업체나 판매업체에 대한 간곡한 당부로서 특정기종의 생산ㆍ판매에 치우쳐 여타 기종을 매도하거나 사후관리를 저버리지 말고 각 기종별로 육성 발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예로 8비트 PC활용 가능성이 아직도 무궁무진한데도 너무 16비트 위주로 판매 서비스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198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소프트웨어공학
    • 정보·통신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