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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방지장치 개발자가 불법복제 앞장

「한글2.0」불법복제 사건의 전말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불법복제와의 「전면전쟁」을 선언하고 나셨다.
 

불법복제 때문에 소프트웨어산업이 멍들고 있다.


최근 '한글 2.0' 불법복제와 관련, 이 프로그램의 복제 방지장치(lock)를 푼 업자와 이를 시중에 판매한 사람 등 5명이 구속된 사건은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글 워드프로세서는 국내 개인용 컴퓨터(PC) 사용자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산 인기 소프트웨어중의 하나다. 그러나 1백만 이상의 사용자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지만 그중 정품 사용자는 1, 2%에 불과한 실정이다. 돈을 주고 프로그램을 사는 행위가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건의 발단은 (주)한글과 컴퓨터가 지난 7월말 기능이 대폭 향상된 ' 한글 2.0판'을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이 회사는 2.0판에 이제까지의 제품과는 달리 하드웨어적인 복제방지장치를 붙였고 이는 더이상 "불법 복제로 인해 프로그램 개발업체가 개발비도 못건지고 선의의 정품 사용자가 피해를 보는 사태는 없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그런데 이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9월초 하이텔 PC서브 등 통신망의 게시판에는 한글2.0 록장치가 풀려 이것을 10만원에 판매한다는 광고가 게재됐다. 2.0 록장치가 풀렸다는 소문이 나자 한글의 매상은 뚝 떨어졌다. 제품발표후 한달만에 1만3천여 본이 팔렸으나 다음 한달동안의 매출은 수백본으로 격감했다. 뿐만 아니라 비싼 돈을 주고 이 제품을 구입한 사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때부터 한글과 컴퓨터는 복제장치를 푼 장본인을 찾아 '007작전'에 버금가는 범인추적에 나섰다. 통신망에 광고를 올린 사람부터 추적을 시작해 하나씩 배후를 캐내가는데 한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회사 직원 절반 이상이 정상업무는 뒤로 미루고 부산에 장기출장가 있어야만 했다. 추적을 시작한 지 한달만에 비로소 록장치를 푼 범인을 알아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불법복제에 깊숙이 관여한 5명이 구속됐다. 이 사건은 지난 87년 프로그램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와 관련해 가장 규모가 큰 사건이다.

구속된 사람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복제방지장치를 푼 지용익씨(25·CMT코리아 기획실장). 그는 '판도라'라는 소프트웨어 복제방지장치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사람이 복제의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었다. 한글 2.0이 발표된지 보름도 못된 8월초에 그는 CMT코리아 직원 한모 이모씨에게 복제방지장치를 풀라고 지시, 록이 풀린 한글 2.0을 시중에 유포했다는 것. 록을 직접 푼 CMT코리아 직원들은 "다른 회사의 록장치를 연구하는 것은 일상적으로 있는 일로 이것이 시중에 유포될 줄은 몰랐다"고 발뺌해 입건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사건에서 수사진과 한글과 컴퓨터측을 가장 놀라게 한 인물은 이홍석군(14·부산 N중 3년). 국민학교때부터 각종 컴퓨터대회를 휩쓸어 부산지역에서는 '컴퓨터천재'로 소문난 이 학생은 자신의 집에 수천 장의 프로그램 디스켓을 구해놓고 '지구촌'BBS(전자게시판)라는 사설 통신망을 운영하면서 통신망을 통해 이들 프로그램을 복제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지구촌 뿐 아니라 하이텔 PC서브 등 전국적인 통신망에 자신의 예금구좌를 공개하면서 한글 2.0을 10만원에 팔겠다는 과감한(?) 광고를 올려 몇 카피 팔기도 했다.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사장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는 이제 우리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살아남느냐 망하느냐의 관건이 되고 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더라도 그것을 개발한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누가 애써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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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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