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하기 쉽고 가격이 싼 단말기의 보급, 다양하면서도 풍부한 데이타베이스, 이 양자가 비디오텍스의 성패를 좌우한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의 비디오텍스서비스는 업무용은 물론 가정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시험서비스단계를거쳐 상용서비스에 이르고 있는 나라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각 분양별 데이타베이스가 컴퓨터문화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고 있었던 점이 강점으로 작용해, 급속히 뉴미디어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지난 6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뉴미디어 국제세미나'에서 주제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일본에서의 비디오텍스서비스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이용하기 쉽고 가격이 저렴
영국내 비디오텍스서비스는 보통 '프레스텔'(PRESTEL)이라 부른다. 초기에는 가정용보다는 업무용으로 개발됐지만 업무용으로 개발된 서비스도 가정용으로 이용되는 것이 현추세다. 또한 영국에서는 비디오텍스를 개발하고 있는 세계의 어느나라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이익집단을 위한 서비스개발뿐아니라 공공업무용 서비스개발에도 치중하고 있다. 그것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이용하기 쉽고 가격이 저렴하여 이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서비스한다는 신념 아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비디오텍스 이용의 실례를 보기위해 영국전기통신공사(British Telecom, 이하BT)가 제공하는 있는 'UK 서비스'(UK는 United Kingdom)의 예를 들어보자.
BT는 UK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농업에서부터 여행 또는 스포츠 같은 일반적인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8가지 분야에 걸쳐 무려 1천2백개가 넘는 기관들과 협력했다. 영국에서는 전화를 보유한 수요자 거의가 시내전화 한통화로 이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서비스제공기관에 의해 운영되는 6백개 이상의 외부 컴퓨터가 프레스텔서비스를 지원한다.
서비스내용은 농업 은행업무 증권 및 외환시세 실험 교육 텔레쇼핑 여행안내 등 각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제공된다. 이중 가장 전통적인 서비스인 농업에 관한 정보제공은 주로 농산물 공급자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가축이나 농작물 살충제 비료 등에 관한 것이다. 이들 정보 중에는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기술적인 데이타도 상당수 포함 돼 있다.
프레스텔은 보험대리점들의 보험약관이나 정관에 관한 자료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델리게이트'(Delegate)라 부리우며 21개의 보험회사가 생명보험정책과 관련자료를 알리기 위해 공동으로 협력한다.
프레스텔서비스 중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교육서비스이다. 이는 개인과 학교 그리고 각대학에 일반적인 교육자료와 직업안내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한다. 모든 과정은 영국에 있는 교육기관에 의해 운영되며 프로그램은 각 기관이 주제에 따라 알맞게 조정하여 시스팀안에 기록한다.
우편주문회사와 슈퍼마킷이 공동으로 제공하는 '텔레쇼핑'은 비교적 새로운 영역. 식품과 음료수 의복에 이르기까지 여러 상품이 비디오텍스 주문에 의해 각지역으로 배달된다. 여기에는 극장표예매도 포함돼있다.
이밖에도 프레스텔의 여행서비스는 철도 선편 항공여행의 데이타베이스를 충실히 갖고 있어 항공편과 호텔, 위락시설 장소예약 등이 어디서나 가능하다. 즉 갖고있는 돈과 여행기간 여행목적 등을 알려주면 거기에 알맞는 여행스케줄이 안내된다. 이는 전세계적인 SITA여행망과 연결돼있어 영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안내가 가능하다.
영국의 비디오텍스는 단순히 어떤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새로운문제를 창조해나간다는 차원으로 승화되고 있다. 이러한 질적비약을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비디오텍스가 어떤 기계를 사용하는 것보다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미니텔이 이룩한 정보혁명
프랑스의 비디오텍스서비스는 '미니텔'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식 서비스명칭은 '텔리텔'이다.
미국 및 일본의 비디오텍스 사업자들이 고전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의 텔리텔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1981년 7월의 시험서비스 개시 이래 채4년도 경과하지 않은 1985년 4월에 이미 75만대의 비디오텍스 단말기가 보급 되었으며 연간 사업수익은 약 1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프랑스는 텔리텔 이용확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전자전화번호부서비스를 개시했다. 프랑스 체신부(D.G.T)는 1983년 2월부터 희망하는 전화가입자에게 두꺼운 전화번호부책 대신 전화번호안내 서비스를위한 터미널인 간이단말기 즉 '미니텔'(Minitel)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니텔은 체신부의 대형컴퓨터와 연결돼 있어 알고싶은 전화번호를 언제든지 안내해준다. 이로 인해 1986년 12월에는 미니텔대수가 2백만대를 넘어섰으며 1990년까지 8백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처음 미니텔을 보급받은 프랑스 가정에서는 떠듬떠듬 키보드를 두둘겨 필요한 전화번호를 찾아보는데급급했으나, 이제는 더욱 적극적인 서비스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미니텔은 전자번호안내뿐 아니라 비디오텍스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니텔의 보급확산은 텔리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초석이 된 셈이다. 프랑스 정보서비스산업의 성공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간단하고 저렴한 단말기를 가정에 우선적으로 보급함으로써 정보이용시장을 창출했다는데 있다고 볼 수 있다.
1986년 한해에 프랑스 비디오텍스망 활용은 2억8천7백50만 호출(call)에 접속시간 3천만시간을 넘어섰다. 여기에 미니텔에 의한 전자전화번호부 이용시간 7백20만시간을 합하면 거의 4천만 시간에 육박한다. 참고로 미니텔 1대당 사용 시간을 살펴보면 월평균 약1시간40분이다.
텔리텔 이용자는 비디오텍스를 이용할때 서비스제공자에게 직접 비디오텍스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즉 전화번호부 안내를 받을 때는 기본 전화통화료에 기준하여 통신요금만 지불하면 되지만 다른 정보 예를들면 생활정보 금융정보 비지니스정보를 제공받을 때는 일정요금을 시간당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그 요금은 예상외로 낮다. 참고로 86년도 총 통화시간 3천30만 시간에 지불된 요금은 1억3천6백만 달러이다.
프랑스의 미니텔이 전자전화번호부 역할만을 한 것은 아니다. 일반 국민들에게 뉴미디어 문화를 가장 쉽게 접근시키기 위해 전화번호부 안내를 선봉에 내세웠지만 미니텔의 실제 서비스내용은 전자전화부안내가 17%에 불과하다. 레저 및 게임(33%), 식생활정보(15%)등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자사서함서비스는 총 통신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을 밝히기 꺼려하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바라는 이용자들의 욕구에서 연유하는 것 같다. 또한 많은 신문과 출판업자들은 전자식 간행물을 발간하고 있다. 아직은 미지수이긴 하지만 이를 통한 광고효과도 바라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는 개인광고업자도 전자사서함을 통해 자신의 광고를 내보내려 할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수업이 없는 수요일에는 서비스제공자들에 의해 온라인게임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전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비디오텍스를 이용한 게임은 많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엄청난(?) 사용비를 물어야하는 부모들은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프랑스만의 특색있는 비디오텍스서비스는 농아자들의 문서통신이다. 대화형 미니텔을 이용해서 누구와도 문서로 통신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기할 만한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적으로 농아자들이 정상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급성장하는 일본의 캡틴서비스
'캡틴'(CAPTAIN : Character And Pat-tern Telephone Access Information Net-work)이란 일본에서 비디오텍스에 주어진 이름이다. 일본전신전화(NTT)와 우정성의 공동후원으로 1979년 도쿄 23개지역에서 시험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1984년 말 상용서비스로 결실을 맺었다.
캡틴서비스는 어댑터를 TV또는 개인용 컴퓨터에 부착하고 일반전화선에 연결함으로써 가능하다. 고객들은 이 단말기를 통해 언제라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라디오나 TV같은 방송매체와는 달리 쌍방의 통신매체이다. 공중전화망을 이용한 캡틴네트워크는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3분당 30엔이라는 통신요금이 부과된다. 캡틴은 화면서비스와 함께 음향도 서비스받을 수 있다.
캡틴서비스의 핵심은 정보제공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다. 즉 정보센터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존재하며 또한 얼마나 알찬 정보를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캡틴서비스의 성패는 사설 정보 제공자들의 다양화와 서비스내용의 정확성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보제공자들의 수는 현재 7백여곳에 달한다.
일본에서 최초로 비디오텍스 서비스가 제공되었을 때 NTT는 사용자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그러나 1985년말 서비스확장을 위한 방편으로 NTT이름으로 단말기들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기본형에서 부터 최고 선명도를 자랑하는 고급형에 이르기까지 5종류의 단말기가 보급되고 있다. 올 3월말 현재 약 3만대 이상이 전국에 깔려있다. 이 중 27%에 달하는 약 8천 가입자는 일반 가정고객이다. 초기에10%를 밑돌던 가정고객자들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율이다.
궁극적인 캡틴서비스는 정보제공이다. 정보의 종류는 뉴스 일기예보, 정부의 공공서비스 정보, 비지니스 정보가 있다. 비지니스 위주의 정보에는 특수정보 주식시장뉴스 그리고 기타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들이 주를 이룬다. 돈벌이 정보는 가정사용자들이 널리 찾고있는 정보이다.
기업에 목표를 둔 특별정보는 여러가지분야로 나뉘어 제공된다. 예를들어 A-MS라 하는 회사는 의사와 약사들에게 최신의 의학정보를 제공한다. 부동산회사인 MRD는 부동산업자들에게 매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금융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퀸'이라는 회사는 유료로 주가정보를 제공한다.
대형백화점을 중심으로한 홈쇼핑서비스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고 전자사서함은 이제 일본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특히 전자사서함서비스에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상품을 매매할 수 있는 게시판 기능도 갖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개시 2년이 지난 1987년 3월 현재 3만 가입자(이는 예상보다 적은 수치임)를 기록한 일본의 캡틴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그리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정보제공자, 단말기 제조업자, NTT 어느 누구도 캡틴서비스가 성공했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정보제공자들 입장에서 보면 적은 가입자수 때문에 프로그램 개선이 지연되고 있고 사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수신하는 정보에 비해 단말기가 너무 비싸 가입할 유도 요인이 발생치 않는다. 여기에 단말기 제조업자는 시장규모의 불확실성 때문에 저렴한 단말기개발 동기가 부족한 실정이다. 악순환의 연속인셈이다.
NTT는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10만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NTT뿐아니라 캡틴서비스 관련자들 모두는 이 서비스가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수자가 10만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이 수자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의 비디오텍스 개발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천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 첫째가 싼가격의 단말기 개발 보급이다. 상용서비스 초기에 단말기 공급가격은 약 20만엔에 달했다. 그후 1985년에는 TV 연결용으로 약 8만엔의 단말기가 보급되었고 86년 중반에는 개인용 컴퓨터 연결용으로 5만엔 대의 단말기가 보급되었다.
가격을 내리는 것과 함께 단말기의 이용방법이 쉬워졌으며 크기는 더욱 작아졌다. 이러한 단말기는 정보가 훨씬 빠른 형태로 나타날뿐 아니라 멜로디 기능도 부착되었다. 정보의 빠른 호출은 통신비용의 절감으로 연결되어 정보이용의 저가화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오디오기능은 배경음악과 게임 등의 서비스에서 수준을 급격히 향상시켰다.
NTT가 목표로 하고 있는 현재의 계획은 모니터와 키보드 등을 하나의 유니트로 하여 저가로 공급하는것이다. 그러나 단말기 보급확대만이 캡틴서비스 성공의 키는 아니다. 핵심은 제공하는 정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캡틴은 모든 정보를 모든 사람을 위해서 제공하는 종합성의 미디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디오텍스는 TV와 신문처럼 대량시장 지향적인 매체와 성격이 다르다는 자각이다.
즉 특정형태의 정보가 잘 선정된 사용자들에게 적절하게 공급돼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 캡틴은 TV나 신문같은 대량 전달기구와는 다르게 제한된 그룹의 특정요구나 관심사에 효과적으로 목표를 맞추어야 한다는 점을 일본의 비디오텍스 관련자들은 여러분의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