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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화산호(火山湖) 백두산 천지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정에 자리잡고 있는 신비의 호수, 천지(天池)- 광복의 달을 맞아 가슴뭉클한 비경과 자연생태계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천지, 빗물과 약수가 섞인 깨끗한 물
 

백두산의 천지(天池)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산정에 있는 화산호(火山湖)로서 세계 최대일 뿐만 아니라 자연경관에 있어서도 단연 손꼽히고 있다. 동아프리카 고원에 있는 빅토리아호는 최대수심이 80m에 불과하고 남아프리카중앙안데스산지에 있는 띠띠카카호의 최대수심도 3백4m 이다.
 

이에 비해 천지의 최대수심은 3백84m이며 평균수심이 2백13.3m이다. 최대수심과 평균과의 차이는 1백70.7m로서 이는 천지의 전반적인 수심이 매우 깊다는 것을 말하며 분화구의 전체 깊이로 볼 때 약 40%정도 물이 차있음을 의미한다.
 

백두산 천지는 지금부터 약 1백만년전 화산활동에 의해 백두산정에 형성된 분화구에 물이 고여 생겨났으며 오랜 세월의 복잡한 진화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평면상으로 보면 천지의 모양은 분화구의 모양과 일치하지 않는다.분화구가 불규칙적인 곡선으로 이어지는 원형에 가까운 반면, 천지는 동쪽을 밑변으로 하는 사다리꼴 모양을 하고 있다.
 

천지의 둘레길이는 14.4㎞이며 최대 길이 4.64㎞, 최대폭은 3.550㎞이다. 그리고 평균폭은 1.975㎞이다. 천지의 넓이는 9.165㎢로 분화구 전체넓이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천지의 수량은 무려 19억5천5백만t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수량은 초당 1t의 능력을 갖춘 양수기로 계속해서 퍼낸다 하더라도 60여년이 걸려야 하는 대단한 양이다.
 

천지물은 빗물과 약수가 섞인 신선하고 깨끗한 물이다. 즉, 천지물의 원천은 빗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부석층을 통과하면서 여과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광물질을 포함하는 깨끗한 물로 되는 것이다. 천지물의 성분을 보면 칼륨이온 칼슘이온 마그네슘이온 염소이온 유산이온 산화알루미늄 등이 알맞게 포함되어 있어 위생학적으로도 최고의 식수라 할수 있다.
 

천지의 연강수량은 2천5백1.3㎜로서 이의 4분의 1인 6백㎜의 비만 내린다 해도 증발이나 '달문'(천지물이 흘러내리는 좁은 골짜기)을 통해 빠져나가는 물을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강수량은 대단한 것이다.
 

천지는 수심이 깊어 호면과 수중과의 수온차가 심한데 7월의 경우 호면의 수온은 영상 9.4도이고 수중의 수온은 평균 영상 4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해 가을철에는 투시도가 14m에 달하고 있다.

 

「괴물출현설」과 동식물의 서식
 

중공은 1980년 중반 이후 천지에서 네시(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염수호인 네스에 살고 있다는 설이 있음)와 비슷한 괴물이 출현했다는 보도를 계속해서 흘리고 있다. 즉 중공은 1980년 10월에 백두산과 접해 있는 길림성관내 기상관측소 직원이 천지를 순시하던 중 네시와 비슷한 괴물을 보았다고 주장한 이후에도 기회있을 때마다 괴물출현설을 심심치 않게 들고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공의 한 방송은 천지 괴물출현설을 또다시 보도한 바 있는데,보도내용을 보면 86년 8월5일 백두산 천지에 관광을 갔던 국가 경공업부 길림성 제1, 2경공업청과 길림성연변 한인자치주 계획공업국 간부들이 천지에서 유영하는 괴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즉, 이날 오전 6시30분경 '누르스름한 색깔에 둥근 산모양을 한 괴물이 천지의 한가운데서 천천히 헤엄치는 것을 보았는데 수면에 나타난 괴물의 몸둥이가 얼마후에는 흰 베개모양으로 변했으며, 약 30분동안 1㎞ 정도 수영을 한 후 10여분동안 빠른 속도로 헤엄쳐 남쪽방향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공의 괴물출현설에 대해 북한은 단 두차례 천지에서 곰이 헤엄치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보도함으로써 괴물생존설을 일축했다. 북한은 지난 80년 여름부터 천지를 답사하는 사람들간에 '황소만한 커다란 이상한 동물'을 보았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일단의 조사단을 파견하기에 이르렀는데 81년 7월12일 새벽 5시5분경 비로봉 정상으로부터 이상한 동물이 천지로 내려와 절벽밑까지 1.8㎞구간의 수면을 1시간20분동안 헤엄쳐 건넌 후 그곳에 2시간30분가량 앉아 있는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를 자세히 촬영하여 관찰한 결과 몸뚱이 전체가 검은 색으로 앞가슴에 여러개의 흰 반점이 있는 곰으로 판명되었다고 보도(81년 10월7일)한 바 있다. 또한 1983년 9월24일에도 망천후와 북쪽능선 사이로 약 5백㎏ 정도 되는 황소만한 곰이 내려와 천지 물가를 따라 백암봉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것으로 보도했다.
 

과연 천지에는 생물체가 살고있는 것일까?현재까지의 확인된 바로는 천지내부에는 커다란 생물체는 물론이고 작은 물고기조차 살고 있지 않으며 오직 부유식물과 곤충류, 수중식물만이 자라고 있다. 천지에 이와 같이 물고기조차 살고 있지 않은 것은 물의 성분이나 수온, 먹이조건 때문이 아니고 번식조건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천지의 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인 달문에서 약 1㎞정도 지나면 높이가 무려 68m에 달하는 장백폭포가 있는데 이 폭포로 인해 물고기가 천지로 올라올수 없기 때문에 서식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천지호반'에는 여러가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정착성 동물과 계절성 동물, 어쩌다 한두번씩 나타나는 동물에다 곤충류까지 합하면 천지호반의 동물상은 매우 다양하다.
 

정착성 동물로는 다랑토끼,들쥐와 천지종달새를 비롯한 여러가지 새들이 있으며 계절에 따라 찾아왔다 돌아가는 새로는 칼새, 북동박새, 그리고 1년에 몇번밖에 찾아오지 않는 희귀한 붉은배티티, 붉은물까마귀, 물오리 등도 있다.
 

또한 산검정범나비 은오색나비를 비롯한 각종 나비, 장수잠자리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잠자리 등 곤충류들도 많이 살고 있다. 이와 함께 백두산 일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나 곰 사슴 등의 짐승들이 가끔씩 천지호반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편 천지호반에는 수생식물을 포함하여 39과 1백68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같은 종류는 1930년대의 조사자료와 비교해볼 때 1백24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 당시에 발견하지 못했던 식물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그 이후에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지고 새로운 식물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천지호반의 식물 가운데 특수한 종류로는 만병초와 천지진달래(좀참꽃)를 들수 있다. 만병초는 눈속에서 움이 트고 겨울을 이겨내며 마침내 2월이 되면 물기가 오르고 꽃망울이 피기 시작한다. 천지호반의 북동쪽에 군락하고 있는 천지진달래도 이때쯤이면 물이 올라 꽃이 만발하는데 분홍주단을 펼쳐 놓은듯 아름답다.
 

천지호반에는 식용식물도 고사리 두 메취 들쭉 등 20여종에 이르고, 각종 향료식물과 흰범꼬리 씨범꼬리 두메양귀비 등대시호 황기와 같은 약용식물도20여종이 있다. 또한 가문비나무 종이깔나무 물황철나무 자작나무 버들과나무들도 많은데 이런 나무들은 강풍 때문에 키가 작고 줄기가 무성하지 못하여 가까이에서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천지호반뿐 아니라 바위나 벼랑 등에는 얼룩꽃지의 두메사슴지의 구름나무지의와 같은 지의류 식물들이 널리 퍼져있다. 천지호반의 초본식물 생육밀도는 대단히 높아서 1㎡당 5백20대까지 자라는 곳도 있다.
 

백두산 천지호반에는 식물들이 꽃피는 시기는 5월 하순부터 6월말까지이고 7월에 들어서면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다른 지역에 비해 꽃이 늦게 피고 열매가 빨리 맺는 것은 이 지대의 지형, 기후적 특성에 기인한다.
 

소천지 백두산의 아래에서부터 3분의2지점에 위치. 뒤에 보이는 것이 숫돌바위


8월중순에 첫눈, 최저기온 영하47도
 

천지는 우리나라에서 연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서 섭씨 영하 8.3 도이다. 이같은 온도는 남극의 남극반도 연평균기온보다도 3도나 더 낮은 것이다.
 

천지지대에서 가장 추울 때는 1월과 2월. 2월 최저기온이 영하 47.5도를 기록하고 있다. 기온이 영하45도로 떨어지면 물을 뿌려도 공중에서 얼어붙고 사람이 10분 정도만 지나면 모든 감각을 상실한다. 가장 더울 때는 8월로 최고기온은 18도이고 최저기온은 3.4도이며 월평균기온이 9.4도에 불과하다.
 

천지는 겨울이 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혹한으로 결빙되는데 9월말에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하여 12월초에 이르면 완전히 결빙을 이룬다. 완전히 얼어붙은 천지의 얼음두께는 1백50㎝에 달하며 그위로 평균 2m정도의 눈이 쌓인다.
 

결빙된 천지는 이듬해 6월 중순에 가서야 완전히 해빙된다. 그런데 혹한에도 불구하고 천지가 12월초에 접어들어서야 모두 얼어붙게 되는 이유는 수심이 깊고 수량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람에 의한 물결과 얼음파괴작용, 주변에 산재해 있는 온천과 지열의 영향 때문이다.
 

백두산 천지의 겨울철 결빙 과정에서 흥미롭고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비로봉 절벽의 착빙현상과 호안빙퇴현상이다.
 

비로봉 절벽 착빙현상은 천지가 완전히 얼기 직전에 진행된다. 12월초에 초속 40~50m의 강한 북서풍이 불면 달문쪽으로부터 강한 물결이 일기 시작해 비로봉 절벽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진다. 이때 부서진 물방울들이 상승기류를 타고 높은 절벽에까지 올라가 얼어붙는 과정이 반복,남극의 빙산을 방불케한다.
 

빙퇴현상이란 강이나 호수 등에서 얼음이 덧쌓이는 현상을 말한다. 천지에서는 강한 북서풍으로 남풍,남서연안에 얼음과 물방울들이 날려와 덧쌓여 빙퇴구역을 형성하는데 이곳 얼음면은 매우 울퉁불퉁해 걸어다니지 못할 정도이다.
 

천지의 얼음은 다른 호수들의 얼음에 비해 몇가지 물리ㆍ역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금속에 대한 마찰계수가 대단히 커 평지호수의 얼음보다 2~3배나 되며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구열현상이 독특해 모양 자체가 신비롭다. 특히 구열현상 때 발생하는 요란한 소리는 마치 천둥이 치듯 진동한다.
 

바람이 가장 강할 때는 2월로서 최대초당 40m이상 이며 통나무들이 날아간다. 50m이상일 경우 직경 15㎜의 강철봉이 휘어지는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바람인 것이다.
 

천지에서의 강수현상은 특이하다. 비나 눈은 강풍 때문에 지면과 거의 수평으로 내리며 상승기류의 영향 등으로 도로 공중으로 올라가는 등 복잡한 운동을 하면서 내린다. 여름에는 청명하다가도 갑자기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기도 하고 산정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는데 천지 한가운데는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강수량이 가장 많은 지대인 만큼 연강수일수는 2백7일에 달한다.
 

첫눈은 8월 중순부터 9월 초순 사이에 내리고 다음해 6월 중순경까지 눈이 내리는데 직경이 2㎝나 되는 함박눈이 쏟아지기도 한다. 적설량은 지역에 따라 수m로부터 수십m까지 쌓이는데 높은풍압으로 인해 단단하게 다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때로 거대한 눈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우뢰와 번개, 벼락현상도 빈번해 연간 1백3회나 되며, 기압도 낮아 1월의 경우 최저 6백90mb 까지 내려간다.
 

천지주변은 영구동결층으로 덮여있다. 7~8월 여름철에도 지표면이 녹는 깊이는 80~90㎝밖에 안된다.
 

이따금 천지에서는 거대한 물기둥이 뽀얀 안개와 함께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돌개바람현상도 일어난다.

 

장백폭포 여기서부터 송화강이 시작된다. 높이가 68m나 돼 물고기가 천지로 올라갈 수가 없다


섭씨 73도의 온천수 솟아
 

천지와 백운봉 오른쪽 봉우리가 5번째로 높은 백운봉(2,691m).사진은 중공쪽에서 북한쪽을 향해 찍은 것임


백두산 천지의 서남쪽 기슭에는 섭씨 73도에 달하는 고온의 온천수가 솟아나고 있다.
 

최고봉인 병사봉 아래 천지의 물가장자리를 따라 9백여m의 길이로 퍼져 있는 이 온천은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이를 찾아냈다.이제까지 이 온천이 비밀로 남아 있게 된 원인은 겨울철 탐험이 거의 없는 데다가 수m정도씩 눈이 덮이고, 여름철의 경우는 천지의 수면이 겨울철에 비해 1.5~2m높아져 천지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이었다.
 

이 온천은 분출량도 상당량에 이르고 수온도 극히 드물게 섭씨 73도의 고온을 유지하고 있는데 온천수의 광물질총량은 리터당 2천3백㎎이다. 주 양이온은 나트륨과 칼륨이며 주 음이온은 중탄산으로서 중탄산나트륨온천에 속한다.
 

즉, 이 온천은 인체에 좋은 중요한 약수성분인 탄산이온이 적당량 함유되어 있어 내복치료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고온인 관계로 온열치료에도 특별한 효과를 갖고 있다.
 

특히 천지온천은 온천으로서의 치료효과에서 뿐 아니라 백두산의 화산활동과 천지의 변화과정을 연구하는 학술적 가치도 크다.

198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가와다 히데부미 사진가
  • 김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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