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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집에서도 기를수 있다

1백여종의 재배·번식법을 개발중

기후와 풍토에 맞는 우리의 자생화를 재배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벌레가 우글거리는 플라타너스의 가로수보다 하얀 꽃이 무리지어 피는 산딸나무의 가로수 밑을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또 개화기가 짧은 코스모스 꽃길보다는 오래동안 꽃을 감상할 수 있는 들국화로 도로변을 장식하면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화 가운데는 길가에 옮겨 심거나 집 안팎에서 관상용으로 재배할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분재류 몇가지를 제외하곤 가정이나 공공건물 할 것없이 온통 외래종 꽃들만이 목격될 뿐이다. 어린이들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까다로운 외국산 꽃이름은 외우고 있어도 우리 고유의 꽃에 대해선 무지하기 일쑤인 실정이다.
 

우리의 자연환경에 적합한 고유의 야생화를 생할주변에서 가까이 할 수 있다면 굳이 외래종을 힘들여 가꾸지 않더라도 손쉽게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난초류에서 수생식물까지 재배가능
 

은방울꽃^향기가 뛰어나 재배기술이 확립되면 크게 각광받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는 봄이 되면 제비꽃 할미꽃 진달래 개나리부터 시작하여 지역별·고도별로 연달아 각종의 꽃들이 피어났다가 가을의 구절초를 마지막으로 모두 진다. 그런데 이들 야생의 꽃들은 무리를 이루어 꽃이 피었을 때는 장관을 이루지만(지리산 덕유산의 철쭉군락 같은 경우) 군데 군데 피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보잘 것 없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러한 야생화 중에서 관상가치가 높은 종류를 선별, 정성을 들여 가꾸고 재배기술을 익혀 무리로 심는다든지 분화(盆花)로 가꾸거나 정원수로 다듬는다면 어느 곳에서라도 기후·풍토가 알맞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지난 85년부터 전북농촌진흥원에서는 이같은 점에 착안, 자생화훼개발에 착수한 바 있다. 이제 착수한지 3년째에 불과해 이렇다 할 성과는 없으나 몇몇 야생화의 경우는 성공적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전망이 밝은 편이다.
 

지금까지 개발대상으로 삼은 야생화는 모두 1백10종으로서 전라도 인근의 산과 들에서 자라는 것을 옮겨 심고 재배법을 연구해왔다.
 

개발대상 야생화를 살펴보면 난초류에 보춘화(報春花) 석곡(石斛) 새우난초 약난초 등 상록성의 것들과 제비난초 닭의난초 감자난초 등 낙엽성 난초에 이르기까지 16종이 수집됐다.
 

이중 보춘화(春蘭)는 오래된 소나무 숲 아래에 무리지어 자라고 있으나 야산이 개간됨에 따라 자생지가 축소되고 있다. 변산반도의 일부 해안지대에 자생하고 있는 새우난초는 꽃모양이 다양해 유망시됐다. 나리난초는 낙엽성 잡목림 아래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무리지어 자라고 있는데 분재의 공간활용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변산 덕유산 지리산 장안산 등지의 평탄한 곳에서 자라는 제비나초라든가 난초류중에서 꽃이 가장 큰 복주머니꽃 등도 가정에서 번식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23종이 수집된 초화류(草花類)중에서는 은방울꽃의 향기가 뛰어나 앞으로 재배기술이 확립되면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실제로 그 모습을 보기 힘든 할미꽃은 종자번식이 쉬운 것으로 나타났고, 개발가능한 붓꽃(Iris)만도 4종이나 확인됐다.
 

덕유산 지리산의 8백 내지 9백m지대에 분포돼 있는 동자꽃은 패랭이과로서 카네이션이 고온다습시 종자채취가 어려운 데 비해 결실이 매우 양호할 뿐 아니라 개화기간도 6월 하순부터 60일간 계속되며 삽목도 용이해 크게 기돼되고 있다.
 

집 안의 화단용으로는 앵초(primula) 패랭이 구절초 비비추 등을 무리로 심으면 매우 화려할 것이다. 화분용으로는 복수초, 꽃꽂이용으로는 덕유산 상봉에서 자생하는 각시원추리가 유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각시원추리를 평지에서 재배하면 6월 초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므로 보통의 원추리꽃이 7~8월에 개화하는 것에 비하면 이용가치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근류는(球根類)는 11종을 개발중인데,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리 중나리는 화단에 무리로 심으면 꽃이 필때 매우 화려할 것이다. 5월에 고산지대에서 노랑꽃이 피는 현호색도 유망한 개발대상이다.
 

18종을 개발중인 화목류(花木類) 가운데는 미선나무가 삽목번식이 쉽고, 라일락으로 알려진 정향나무도 성공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병꽃나무는 3종이 있는데, 덕유산 상봉의 붉은병꽃나무가 높은 개발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우리 산야에 흔한 찔레만 하더라도 5~6월에 흰꽃이 화려하고 향기가 좋으며, 가을에 붉은 열매를 맺는 등 관상가치가 높으므로 울타리용으로 가꿀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관상수로는 호랑가시나무, 꽝꽝나무, 덕유산의 주목, 회양목 등이 이미 활용되고 있고, 노간주나무도 분재나 정원용으로 차츰 이용되고 있는 추세다. 서해안의 해변가에 자생하는 사스레피나무는 겨울에도 싱싱한 잎을 볼 수 있어 개발할 필요성이 크다.
 

하얀꽃이 무리지어 피는 이팝나무 산딸나무 층층나무 등의 낙엽성 수종은 가로수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단풍나무 종류는 다양한데 모두 종자번식이 용이하다. 작살나무나 덧나무는 열매를 관상할 수 있으므로 번식법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지피(地被)식물 중에서는 마삭줄 맥문동 석창포 인동덩쿨 바위취 등이 기대되는 종류이며, 노랑어리연꽃 순채 등의 수생식물도 수집하기가 쉬우므로 개발이 필요한 것들이다.

 

동자꽃은 파종기술이 중요


전북 농촌진흥원 온실에서 재배되고 있는 둥글레


지금까지 살펴본 개발대상 야생화들은 제각기 보급가치가 있는 것들이다.그러나 아무리 보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해도 구하기가 어려우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보급가치도 높으면서 구하기 쉬우며 또 번식·재배가 용이한 것부터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런조건에 부합되는 야생화의 구체적인 재배기술을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동자꽃은 채종(採種)이 용이하나 재배시 여러가지 난점이 생기므로 씨앗을 채취한 후 직접 파종하거나 또는 60cm깊이에 노천매장했다가 3월 중순경 비닐하우스내에서 소독한 상토(床土)에 가볍게 묻어주는 방법이 있다. 이외에도 씨앗채취 후 건조시켰다가 톱밥에 섞어 섭씨 2~4도의 냉장고에서 60일간 저온 처리하여 3월에 파종한다든지 건조된 씨앗을 보관했다가 3월에 채종하는 방법등이 검토됐다.
 

이중에서 건조된 씨앗의 발아율이 40%로 가장 낮았고, 나머지는 70~85%로 대동소이했다.
 

이식(移植)은 속잎이 3~4매 됐을 때 화분에 심고 온도는 20도를 기준으로 관리한다. 이때 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조심하면 외래종 화초보다 어렵지 않게 기를 수가 있다.
 

5월 상순경 서리의 피해가 없어지면 화단에 심고, 웃자라는 것을 잘라주면 곁가지가 많이 나오고 6월 하순부터 주홍색의 꽃이 계속해서 피어난다. 심는간격은 줄사이 20cm, 포기사이 10cm로 심으며 새흙이 아니면 계분가루를 약간 주는 정도로 충분하다.
 

동자꽃은 다년초이므로 다음해에 다시 심을 필요가 없다. 웃자라는 것을 잘라줄 때 나오는 순은 모래에 삽목하고 마르지 않게 관리하면 9월에 꽃이 피게 된다. 열매는 다소 노랑색이 돋아날 때 채취해서 보관하는게 좋으며 한 꼬투리에 1백여개의 씨가 들어 있으므로 한 포기에서 2천개 이상의 씨를 얻을 수 있다.

 

자생지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전북 농촌진흥원의 꽃밭에 시험재배중인 동자꽃


노각나무는 한 꼬투리에 2~4개의 씨앗이 들어 있는데 꼬투리가 작아서 가을에 채취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생육이 빠른 삽목법을 이용하는게 효과적인데, 숙지삽(熟枝揷) 녹지삽(錄枝揷) 반숙지삽 등의 방식으로는 잘 되지 않으므로 최근 연화처리, 황화처리기술을 연구중이다.
 

노간주나무는 종자번식이나 삽목번식이 모두 잘 되며 비료를 적당히 주면 빨리 자라는 속성수이다. 산딸나무도 삽목이 잘 되며 층층나무는 종자번식이 쉽다.
 

대체적으로 야산지대에서 자라는 종류들은 건조하고 메마른 환경에 잘 견디는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것들을 화단에 옮겨 심고 소량의 비료를 투입하고 물주기를 하면 키도 크게 될 뿐 아니라 꽃모양도 자생지에서보다 훨씬 선명하다.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종류들은 공기중의 습도가 높고 부엽(腐葉)이나 자갈위에서 자랐기 때문에 평지를 옮겨 심을 때는 물이 잘 빠지도록 화단 아래에 잔자갈을 깔고, 부엽토를 많이 넣어주어야 한다. 토양조건이 자생지보다 불리하게 되면 꽃의 크기나 모양은 별 차이가 없으나 줄기가 짧은 것이 다르다.
 

난초류는 각각 자생지의 환경이 다르므로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보춘화는 낙엽이 쌓인 음지에서 뿌리를 얇게 뻗고 자라기 때문에 화단에 심을 때는 물이 잘 빠지도록 자갈 위에 심어야 죽지 않는다.
 

이외에도 닭의난초는 부엽이 두텁게 쌓인 습지에서 잡초와 함께, 나리난초는 활엽수림 아래의 부엽토에서, 감자난초 약난초 등은 산골짜기의 가장자리에서 각각 자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야생화의 재배 및 대량번식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상사화 백양꽃 노랑꽃무릇 꽃무릇 등은 대량번식이 진행되고 있어 2~3년 내에 일반에게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자꽃은 길가에 무리로 심어 효과를 검토한 후 실용화할 계획이다. 나리꽃 종류도 조직배양으로 대량번식을 시도하고 있으며,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연속적으로 꽃이 피는 것도 곧 개발될 전망이다.

198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정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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