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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성 고분자로 플래스틱 축전지 개발
 

한국 화학 연구소 이서봉 박사


플래스틱이 전기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 보다 일반적으로 말해 고분자물질은 전기 전도성(傳導性)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전도성 고분자 물질을 이용한 축전지(蓄電池)가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기존의 납 축전지보다 훨씬 가볍고 성능도 우수한 플래스틱 축전지를 개발한 주역은 한국화학연구소 고분자 제1연구실의 이서봉(李瑞鳳·50)박사.
 

-플래스틱 축전지를 개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요?
 

"고분자가 도체(導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80년대에 들어와서부터였읍니다. 현재 이 분야의 연구는 세계적인 붐을 이루고 있읍니다. 한 달에도 30~50편의 논문이 나오고 있을 정도지요.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들어와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고 있읍니다. 이번에 우리 팀이 한 연구도 그런 맥락에서 지난 83년부터 정부와 민간의 공동연구로 시작됐읍니다."
 

-기존의 납 축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온화 경향에 차이가 있는 두 극판을 전해액 속에 담궈, 전기를 모아 방전시키고 다시 충전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축전지와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전극에 전도성 고분자를 쓰고 전해액 대신 수용액(물)을 쓴다는 점이 차이라고 하겠지요."
 

참고로 납 축전지는 양극에 과산화납(PbO₂), 음극에 해면 모양의 납(Pb)을 황산(H₂SO₄)전해액에 넣어 만든다.
 

-플래스틱 축전지의 성능은 어떻습니까?
 

"축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되풀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횟수가 얼마나 되는가는 성능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됩니다. 이번에 개발한 축전지의 재사용 횟수는 3천번으로, 현재 서독의 '바스프 바르사'가 생산하고 있는 플래스틱 축전지의 5백번에 비해 월등합니다. 기존의 납 축전지는 보통 1천번에서 3천번까지 충전과 방전을 되풀이 할 수 있지요.
 

한편 출력밀도, 즉 단위 무게로 몇 와트의 전력을 내느냐도 중요한 성능의 척도입니다. 이점에서 플래스틱 축전지는 기존의 것의 10배나 되지요. 다시 말해 $\frac{1}{10}$의 무게로 같은 성능을 내는 셈이지요. 또 형태를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에 응용이 가능합니다."
 

전기자동차가 에너지 효율도 높고 공해도 일으키지 않지만 널리 실용화되고 있지 못한 이유는 바로 납 축전지의 무게 때문이다. 가솔린 차가 50ℓ 정도의 연료탱크 하나면 족한데 비해 전기자동차는 5백~1천kg의 납축전지를 싣고 다녀야 한다. 따라서 작은 용량의 전지에 많은 양의 전기를 담는 축전지의 개발은 전기 자동차 업계의 지상과제로 돼있다.
 

-이번에 개발된 플래스틱 축전지를 '꿈의 바테리'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플래스틱 축전지가 미래형의 바테리임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이번의 개발은 아직 실험실 단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개량의 여지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도 되지요. 먼저 기존의 축전지는 수명이 2~3년인데 비해 개발품은 1년 밖에 안됩니다. 또 플래스틱 축전지가 겨울과 여름의 혹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적응하게 하느냐도 과제이지요. 현재 실험은 성공적입니다."
 

-연구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읍니까?
 

"전도성 고분자물질은 일반적으로 불안정해 쉽게 분해됩니다. 이중결합이 많이 산화에 약하기 때문이지요. 이 문제는 안정한 헤테로계 고분자를 찾아냄으로써 해결됐읍니다.
 

또 하나 연구대상이 고분자와 전기화학을 포괄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읍니다. 전기화학쪽 사람을 써야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연구비 확보에 고충이 많았지요. 총 연구비는 2억원 정도이지만 그중 70%가 인건비와 오버헤드로 나가기 때문에 변변히 장비도 못장만했읍니다.
 

서울대 화학과를 62년에 졸업하고 미국 신시내티대학원에서 광화학·고분자학의 박사학위를 받은 이박사는 78년부터 화학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로 플라스틱 발포제, 에너지 절약형 고분자, 내열성 고분자 등을 연구해왔고, 지난해에는 못쓰는 타이어로 수명 길고 안전한 아스팔트를 개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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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윤기은 기자
  •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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