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볼트와 헤르츠Ⅰ
전압의 단위인 V(볼트)는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의 이름에서 따왔다. 볼타는 최초로 화학적인 방법으로 전지를 만들었다. 볼타 전지라 불리는 이 장치는 구리판과 아연판을 여러 층으로 쌓고 이들을 묽은 황산용액에 넣어 만든다. 구리·아연 층이 쌓일수록 전압도 커지며, 화합물의 전기분해 같은 다양한 실험에 성공적으로 쓰였다.
주파수의 단위인 Hz(헤르츠)는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헤르츠는 처음으로 전자기파의 존재를 눈으로 보여줬다. 헤르츠는 실험을 통해 서로 떨어져 있는 두 회로에서 한 곳에 전기 불꽃을 일으키면 거의 동시에 다른 곳에서도 전기 불꽃이 피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무언가가 텅 비어있는 두 회로 사이의 공간을 넘어 전기 불꽃을 옮겼다는 의미다. ‘무언가’는 바로 전자기파다. 이보다 앞서 1865년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 웰은 이론적으로 전자기파가 존재하며, 텅 빈 공간을 가로질러 퍼진다고 예측했다. 헤르츠의 실험은 맥스웰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눈앞에서 증명했다.
헤르츠는 전자기파의 속도도 쟀다. 측정해보니 그값이 빛의 속도와 같았다. 빛도 전자기파의 한 종류임이 밝혀진 것이다. 전자기파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헤르츠 자신은 전자기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헤르츠는 자신의 성공이 단순히 맥스웰의 예측이 맞았다는 걸 보여준 정도의 가치만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그의 실험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고 묻자, “글쎄, 아무 영향도 (Nothing, I guess)”라고 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