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입자 물리학이 미국과 유럽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입자 가속기 ‘트리스탄’이 그 도전을 가능하게 한 강력한 무기이다. 작년 11월 트리스탄은 전자─양전자 충돌기로 50GeV(1GeV는 10억 전자볼트)의 에너지 상태를 이룩함으로써 그때까지 서독의 PETRA가 기록한 세계기록을 깨뜨렸다. 앞으로 입자의 가속을 돕는 추가 설비가 완료되면 이 기록은 70GeV로 끌어올려질 전망이다.
이처럼 전대미문의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 트리스탄이 노리는 것은 아직껏 검증이 안된 여섯번째의 쿼크인 톱쿼크를 발견해 내는 것. 이 발견은 노벨상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물리학계에 알려져 있다.
지난 81년부터 8백70억엔의 거금을 들여 건설된 트리스탄은 ‘츠쿠바’의 국립 고에너지 물리학 연구소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가속기와 달리 각각 1백94m 길이의 4개의 선형 가속기가 원형이 아니라 4각형의 네 각을 둥글게 한 모양을 이룬다. 면적은 2km². 가속기의 제조·건설에는 산업기술이 광범하게 채용돼 이채를 띤다.
4곳의 충돌지점에는 실험실이 마련돼 있다. 그 가운데는 충돌로 생긴 ‘모노폴’(자기단극자·磁気單極子)을 검출하기 위한 플라스틱 상자가 있다. 또 실험실 ‘애미’는 국제협력의 산물로서 한국, 중공, 인도, 미국의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다.
패전과 함께 사그러진 일본 입자물리학의 꿈을 대변하는 트리스탄이 세계 선두의 자리를 얼마나 지킬 지는 의문이다. 유럽의 CERN 등에서 보다 큰 가속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의 물리학자들은 대폭적인 정부의 자금지원과 넓은 부지의 제공을 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