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여주면서 과거에 일어났음직한 조작된 기억을 들려주었을 때 상당수가 그 기억을 믿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 빅토리아대 심리학과의 스티븐 린지 교수가 미국 심리학회의 ‘심리과학’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대학생 45명에게 관련 사진을 보여주며 초등학교 때에 벌어졌다고 꾸며낸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3분의 2가 사실로 믿었다. 논문의 제목도 ‘진짜 사진과 거짓 기억’이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 45명에게 그들의 초등학교 경험에 대한 이야기 세가지를 들려주고 이를 기억하는지 물었다. 세 이야기 가운데 두가지는 그들의 부모에게 들은 실제 이야기이고 나머지 하나는 부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럴듯하게 조작된 이야기였다.
재미있게도 초등학교 시절의 사진이 조작된 이야기를 믿게 하는데 극적인 효과를 일으켰다. 사진이 주어졌을 때 45명 가운데 67%가 조작된 이야기를 믿었던 반면, 사진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는 25%만 그 이야기를 믿었다. 믿는 사람의 숫자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
린지 교수는 “이번 결과는 기억이 머리 속 어딘가에 저장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론적 관점을 지지하는 것” 이라며 “기억은 과거에 실제 일어났던 사건과 현재의 기대 및 믿음 사이의 상호작용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경험” 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결과는 정신요법의사들이 어린 시절 성폭행 때문에 환자가 겪었던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기 위해 기억의 단서로 사진을 사용하는 일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와 다른 조작된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