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로 초소형 ‘북’을 만들어 전자로 두드려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구나 서로 다른 ‘분자 북’이 내는 고유한 소리를 구분할 수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하리 마노하란 교수팀은 모양이 각기 다른 분자 북을 만들어서 그 안에 전자를 넣고 진동시킨 뒤 소리를 관측해 비교한 결과를 ‘사이언스’ 온라인판 2월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원자현미경으로 구리 표면에 일산화탄소 분자 100개를 붙여 모양이 조금씩 다른 9각형의 분자구조물들을 만들었다. 이 구조물들은 일산화탄소 분자의 크기인 0.1nm(나노미터, 1nm=${10}^{-9}$m) 높이의 벽 9개로 이뤄져 있으며 안에 전자가 갇힐 수 있도록 사방이 막혀 있어 북 모양이다. 마노하란 교수는 여기에 전자 30개를 넣고 일산화탄소 벽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를 관측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다각형이 찌그러짐에 따라 분자 북마다 고유한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북의 모양이 달라도 완전히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를 이용하면 똑같은 소리를 내면서도 서로 다른 구조를 지닌 분자를 설계할 수 있다.
마노하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능이 같은 초소형 나노 회로를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