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불만만큼이나 개발자 역시 소비자에 대한 불만이 많다. 카세트 테이프 복사보다도 더 손쉬운 컴퓨터 프로그램의 특징 때문에 자신의 노력이 정당한 대접을 못받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컴퓨터는 기계부분인 하드웨어,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프로그램과 그 처리절차에 관한 기술 및 문서들을 총칭하는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본래 소프트웨어는 단순하고 하드웨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매우 적어 하드웨어에 수반되어 제공되는 서비스정도로 생각됐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적 가치가 현저해지면서 이것들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1969년 IBM사가 가격분리정책(UNBUNDLING)을 채택, 소프트웨어에 별도의 가격을 매기기 시작하면서 독립된 상품으로 인식되었다. 그 후로 소프트웨어가 크게 발전하고 이것이 컴퓨터 이용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이 하드웨어의 영향을 앞지르고 있다.
오늘날 컴퓨터산업의 투자액중 80%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라고 한다. 이렇듯 프로그램의 창조에 많은 비용과 노력과 시간이 드는데 비해(예컨대 국내에서 법정으로까지 복제 시비가 번졌던 IBM 5550용 소프트웨어 세종 1호의 개발에는 15개월의 개발기간과 연 1천4백25명의 인력과 1억3천1백54만8천원의 개발비가 들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의 복제는 녹음테이프의 복제보다 더 용이하며, 복제된 소프트웨어도 성능상 원본과 동일한 기능을 발휘한다.
이러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고도화와 복제의 용이성은 보호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는 것이었다. 최근까지는 그 보호방법이 주로 기술적, 계약적인 것이었으며, 또 그것으로 어느 정도 보호가 가능했다. 그런데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유통 양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로 패키지프로그램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즉 고객의 수요를 미리 예상해 완성된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방법이 등장하면서 이제 소프트웨어의 권리 보호는 특허권이나 저작권과 같이 제3자에 대해서도 효력을 갖는 물권적인 것이 아니면 안되게 된 것이다.
소프트웨어 보호의 필요성과 우리의 최대의 교역상대국인 미국의 요청에 의해 국회는 1986년 12월31일법률 제3920호로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컴퓨터프로그램을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법의 특별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 법이 정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의 보호 범위를 살펴보자.
표현되지 않으면 보호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이란 특정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표현된 것을 말한다(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제2조 1).
프로그램은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를 기능시키는 것으로, 컴퓨터의 기능중 연산 제어 기억의 기능만 가지고 있으면 입력·출력의 기능이 없더라도 여기서 말하는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능시킨다'는 것은 컴퓨터를 그 용법에 따라 실제로 가동시키는 것을 말한다. 버그가 있더라도 그 버그만을 고치면 제대로 기능하는 경우에는 역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버그가 치명적이며 근본적인 경우에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은 특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 하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일의 중요성 정도는 문제되지 않으며, 응용프로그램의 경우 그것이 몇개의 모듈이나 서브루틴으로 구성되어 있으면 이들도 본래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컴퓨터에서 직접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이다. 하나가 아닌 수개의 일련의 지시나 명령이 특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창조적으로 조합돼야 하며, 그 지시나 명령이 컴퓨터내에서 사용되는 방법은 문제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소스프로그램이나 오브젝트프로그램 모두 포함된다.
프로그램은 외부에 표현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표현이나 아이디어만으로는 보호될 수 없다. 저작권법의 기본원리는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해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의 창작적 표현형식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형식이 아닌 표현의 내용인 아이디어나 이론 등은 컴퓨터프로그래법상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
프로그램이 컴퓨터소프트웨어의 중심이기는 하나 그외에도 시스템설계서, 흐름도(Flow chart), 사용설명서 등도 모두 소프트웨어에 포함될 수 있다. 이 중 설계서나 흐름도의 경우 프로그램과 구별되므로 저작권법상의 저작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외에 원칙적으로 프로그램보호법의 보호범위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대단히 자세한 흐름도의 경우 기계적인 코딩(coding)만에 의해 바로 프로그램이 작성될 수 있다. 이 때 프로그램은 해당 흐름도의 개작에 의하여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에 해당된다고 볼 경우가 있어 프로그램보호법상 보호될 수 있다.
인간이 읽을 수 있는 소스코드형의 컴퓨터프로그램의 경우 당연히 저작권 대상이 되나, 기계만이 읽을 수 있는 오브젝트형의 경우 논란이 있었다. 미국의 경우 윌리엄스 전자사와 아틱 인터내셔널사간의 사건(1982)에서는 종전의 입장을 뒤엎고 오브젝트코드 역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다.
한편 컴퓨터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가 저작권법상 또는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상 보호대상이 되느냐의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도 학설이나 판례상 확립된 이론은 없다.
이 점에 대해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문제된 판결은 애플 컴퓨터와 프랭클린 컴퓨터가 벌인 소송(1982, 1983)사건이다. 이 판결에서 항소 법원은 제 1심판결을 파기하면서 "기계적 관점에서 응용프로그램과 OS프로그램과의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양자의 프로그램은 모두 컴퓨터에 무엇인가를 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실제로 OS프로그램의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며 이를 무조건 복제할 수 있게 한다면 개발자가 이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해져 명백히 불공평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위 판결과 달리 OS프로그램이나 응용소프트웨어들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보호받을 수 없는 프로그램언어 규약 해법들과 같이 컴퓨터의 호환성을 위해 기존의 운영체제 창작물을 어느 정도 복제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에는 프로그램간의 호환성, 컴퓨터의 기능확대, 프로그램 산업, 창작활동의 활성화 등 산업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보호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 학계나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단순히 프로그램 운영방식의 하나로서 메뉴나 기능의 수행방식 등을 모방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운영방식(Method of operation)은 단순한 아이디어의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에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은 올해 1월 애플사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상대로 윈도우프로그램이 자신들의 매킨토시프로그램을 모방했다고 제소한 침해소송을 기각했으며, 3월10일에는 보스턴연방고등법원이 로터스사가 볼랜드사를 상대로 쿼트로프로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로터스1-2-3 프로그램을 도용했다고 제소한 침해소송 역시 기각했다.
컴퓨터 프로그램보호법은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언어, 규약 및 해법은 보호하지 않는다. 이중 규약이란 특정한 프로그램에 있어서 프로그램언어의 용법에 관한 특별한 약속을 말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 인터페이스나 프로토콜을, 해법이란 프로그램에 있어서의 지시나 명령의 조합방법, 즉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복제 개작 번역 배포 권리
프로그램 저작권은 프로그램이 창작된 때로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동법 제8조 제2항). 그리고 프로그램 저작권은 프로그램이 창작된 때로부터 50년간 존속한다(동법 제8조제3항). 모듈별로 각각 창작된 때에는 최종 모듈 창작시부터 기산된다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 저작권자는 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번역 배포 및 발행할 권리를 가지며 영리목적대여를 허락할 수 있는 대여권을 가진다.
여기서는 각각의 단어가 가진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복제란 프로그램 유형물에 고정시켜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않고 다시 제작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디스크에서 다른 자기디스크내지는 인쇄물로 변환하는 행위 외에 소스그램에서 오브젝트프로그램으로 변환하는 행위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개작이란 원프로그램의 일련의 지시, 명령의 전부 또는 상당부분을 이용하고 여기에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여 새로운 프로그램(2차적프로그램)을 창작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번역이란 어떤 프로그램언어로 쓰여진 프로그램을 거의 일대일 대응으로 기계적으로 다른 프로그램 언어로 바꾸는 행위를 말한다. 프로그램을 공중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복제하여 공중에게 배포하는 것을 발행이라 한다.
배포란 원프로그램 또는 그 복제물을 공중에게 양도 또는 대여하는 것을 말하는데, 1993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프로그램의 배포권에 최초 판매의 항변(First sale doctrine), 즉 일단 판매후에 매수인이 그 프로그램을 대여하는 행위에는 권리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용됐다. 그러나 이후 법이 개정되면서 저작권법상의 음반과 마찬가지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원프로그램 또는 그 복제물을 판매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한 경우에는 이를 계속하여 배포할 수 있되, 판매용 프로그램을 영리를 목적으로 대여한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게 됐다.
여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즉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은 재판상, 교육목적상, 가정에서의 한정된 사용 내지는 백업(Back-up)의 용도 등 경우에 한하여 공표된 프로그램을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없이 사용 또는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2,13조).
필요한 기능 제한적 변경은 가능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저작물의 저작자에게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등 이른바 '저작인격권'이 있음을 명시하였다.(동법 제8,9,10조) 이중 동일성 유지권에 대해서는 특정한 컴퓨터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다른 컴퓨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또는 프로그램을 특정한 컴퓨터에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의 변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프로그램저작권자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하거나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 다만 그 양수를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등록부에 이를 등록하여야 한다.
프로그램의 개발을 제3자 혹은 소프트하우스에 위탁한 경우 그러한 위탁에 의하여 창작된 프로그램저작물의 저작권은 원시적으로 창작자인 소프트하우스 등이 취득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창작과 동시에 발생한 저작권중 저작재산권이 저작권 발생과 동시에 발주자에게 이전된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발주자가 저작재산권을 양수받았음을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등록하여야만 한다.
이 법에서는 국가나 법인, 단체 그밖의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창작한 프로그램은 계약이나 근무규칙 등에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그 법인 등을 당해 프로그램의 저작자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권리가 침해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먼저 타인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드카피(Dead copy)가 저작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과 단순한 아이디어가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타인의 프로그램과 동일하다 하더라도 타인의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독립해서 프로그램을 작성한 경우에는 동일한 저작권이 성립하며 타인의 저작권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리버스엔지니어링한 결과 추출된 알고리즘을 기초로 해서 별개의 표현을 가진 프로그램을 작성한 경우는 알고리즘은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프로그램 개발 그룹을 타인의 프로그램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추출하는 그룹과 코드를 실제로 작성하는 그룹의 둘로 나눠 전자의 아이디어를 받아 후자가 별도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이를 Isolation Booth기법이라 한다)는 결과적으로 원래의 프로그램과 표현이 같은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침해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