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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모두 두가지의 기본적인 입자로 되어 있다. 쿼크와 렙톤은 과연 궁극적인 입자일까.

"신은 미묘하지만 심술궂지는 않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이 세계가 가장 단순한 물질과 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뜻한다. 모든 물질의 기본이 되는 것을 찾는 노력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물질의 근본에 관한 설들력 있는 설명은 19세기 화학자들에 의해 비로소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1백여년 동안 물리학의 눈부신 발전은 물질의 근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크게 넓혀 주었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것을 둘러싼 전자 구름으로 되어있으며,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졌음이 밝혀졌다. 지난 60년대 이후 양자역학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우리는 양성자가 다시금 쿼크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쿼크의 속을 들여다 보려는 노력이 기울여지게 된 것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작은 우주

물질은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구성돼있을까? 자연의 단순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의문인 이 질문에 대해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불 공기 물 흙을 그 해답으로 제시했지만 분석적인 과학자들은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물체를 칼로 잘라 쪼개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소박한 기계적인 분할에는 한계가 있다. 칼날의 끝보다 작은 물질을 쪼갤 수 없기 때문이다.

19세기에 들어와 화학자들은 화학반응의 연구를 통해 이런 한계를 극복했다. 화학반응에서 물질이 서로 반응해 전혀 다른 성질의 물질로 바뀌어도 무엇인가 늘 변치않고 보존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여기서 출현한 것이 원자의 개념이다. 물질의 기본입자는 칼날로 쪼개지지 않는 1억분의 1㎝ 크기의 원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라더퍼드'는 우리의 시각을 원자 크기의 1만분의 1인 ${10}^{-12}$㎝까지 넓혀 놓았다. 그는 1912년에 행한 금박에 α선을 때려 넣어 그것이 산란되는 모습을 조사한 유명한 실험을 통해 원자에 핵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업적을 통해 원자는 태양계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양자역학이 탄생하는 계기가 주어졌다. 이어서 '톰슨' '채드윅' '이와넨코'는 원자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혔다. 이처럼 물질의 기본입자라고 생각된 것은 계속 바뀌어져 왔다. 물질세계의 속을 들여다 볼수록 이전의 생각은 언제나 뒤집혀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물리학자들은 작은 우주 속에서 한층 더 작은 우주를 발견해내곤 자연의 경이로움에 새삼 탄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양성자는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중성자는 양성자와 상태만 다를뿐 동일한 입자이며, 전자는 그 자체가 기본입자의 하나로 생각된다). 이 해답을 제시해 주는 것이 쿼크 모델이다. 쿼크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선 양성자 속에 들어 있는 쿼크를 들여다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아보자.

우리가 책상 위에 놓인 물체가 무엇인지 아는 제일 쉬운 방법은 전등을 켜고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을 눈으로 보는 것이다. 라더포드가 원자핵을 '본'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즉 그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물체인 원자핵을 빛 대신 α선을 쪼여 눈이 아닌 방사선 검출기로 '보았던' 것이다.

쿼크를 보기 위해선 쿼크보다 훨씬 작은 입자를 쿼크 속에 때려 넣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입자는 전자로서 그 크기는 쿼크와 비슷하다고 생각되고 있다. 따라서 라더퍼드식의 실험으로 커크를 보는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질의 계층구조


제창자도 믿지 않았던 쿼크의 실재

이전에 화학자들은 수백만 가지의 화합물이 몇 십가지의 원소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원소가 1백개를 넘어서자 물질의 근본을 설명하는 새로운 진보가 일어났다. 이들 원소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일상적인 물질을 구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존재가 확인된 1백 가지 이상의 소립자들이 발견됨으로써 다시금 무너졌다. 그리하여 이제 이 소립자들이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는 '쿼크 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쿼크란 말은 1964년 미국의 '겔만'과 '츠바이크'가 처음 제창한 것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마지막 작품 '피네건즈 웨이크'에서 따온 것이었다. 이들은 모든 물질은 3종류의 쿼크 즉 업(u) 다운(d) 스트레인지(s)로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이 이론은 대단한 주목을 받았지만 과학자들에게 믿어지지는 않았다. '겔만'자신도 그 실재 여부에 의문을 표시할 정도였다.

쿼크 가설이 입증된 것은 지난74년. MIT와 스탠퍼드 선형가속기 센터에서 고에너지의 전자를 양성자에 충돌시켜 산란되는 모습을 관찰했는데, 양성자 속에 점상의 입자가 존재함이 밝혀졌던 것이다. 이 실험에서는 또 네번째 쿼크인 참(c)이 발견되었고 80년대 초에는 보텀(b)이라는 다섯번째 쿼크가 확인되었으며 여섯번째 쿼크인 톱(t)도 존재하리라고 믿어지고 있다.
 

물질을 보는 방법


거대가속기가 보여줄 쿼크 이전의 세계

쿼크 모델의 강점은 이제까지 알려진 여러 현상을 무리없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원자 원자핵 전자처럼 그 존재를 누구나 의심치 않는 단계엔 못미치고 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단 한개의 쿼크도 물질속에서 검출해내지 못했으며 따라서 그 성질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쿼크가 실재한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이처럼 자유로운 쿼크가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전자나 양성자 전하의 3분의1 또는 3분의 2 크기의 전하량을 갖기 때문이다. 이것은 쿼크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소립자는 전자의 전하 또는 그것과 같은 크기지만 부호만 다른 양성자의 전하 아니면 0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

만일 양성자의 전하의 크기가 전자의 전하보다 약간만 컸어도 우주는 엉망진창이 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왜냐하면 원자는 플러스로 하전되어 서로 밀쳐낼 것이고, 전자기력이 그들 서로를 묶는 힘보다 크기 때문에 물질은 산산이 흩어진다. 또 전자기력은 중력보다 크기 때문에 별이고 인간이고 간에 형태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신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왜 양성자가 전자와 크기는 같고 부호만 다른 전하를 갖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 쿼크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쿼크는 전체 전하가 0이나 1의 단위가 되도록 결합해서 나타난다. 즉 양성자와 중성자는 3개의 쿼크로 되어 있고 중간자는 2개의 쿼크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물질의 궁극적인 기본입자는 6개의 쿼크와 6개의 렙톤이다. 렙톤이란 것은 양성자 중성자 등 무거운 입자(바리온)에 대해서 가벼운 입자를 지칭하는 말로서 전자 뮤온 타우 등 -1의 전하를 갖는 3개의 입자와 각각의 전기적 중성 상태인 3가지 뉴트리노가 있다. 렙톤은 쿼크로 구성돼 있지 않은 그 자체가 기본입자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6개의 쿼크와 6개의 렙톤을 규명함으로써 물질의 근원에 대한 수수께끼가 모두 풀린 것일까? 과학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쿼크와 렙톤의 수는 그것이 모두 근원 요소이기에는 너무 많으며 또 아직 쿼크와 렙톤의 질량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쿼크와 렙톤이 또 다시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물리학자들은 서브쿼크 모형 등 새로운 가설들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이때 강력한 무기는 거대 가속기. 미국이 1995년에 가동시키려 하는 SSC는 장치의 길이가 1백5㎞나 된다. 또 양성자의 붕괴를 관측하거나 자기단극자(모노폴)를 검출하는 등의 낮은 에너지의 정밀실험도 이러한 연구에 밑받침이 될 것이다. 최근 10년간 쌓인 실험사실과 속출한 이론적 아이디어는 소립자론의 새로운 통일을 이루고 있다. 자연법칙의 최종적인 이해가 멀지않아 이루어질 지 모른다.

198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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