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벌채와 화전으로 사라지는 삼림. 인간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값비싸다.
안데스의 고산지대에서 발원하여 6천여km를 흘러 대서양에 매초 18만t의 담수를 쏟아 붓는 아마존강. 지구의 육수(陸水)의 1/5 차지하는 이 강 유역은 삼림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정글은 세계 삼림면적의 약 1/4에 해당한다. 이곳의 식물이 광합성으로 내뿜는 산소의 양 또한 전세계 산소의 1/4, 우리가 하루 24시간 동안 호흡하는 산소 가운데 6시간분이 아마존산인 셈이다.
이 '세계의 허파'가 대규모 삼림 벌채와 화전농업으로 파괴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80년대 초부터 세계은행의 차관을 얻어 아마존 유역에 대규모 도로건설과 정착지 건설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연장 1천6백km의 고속도로 BR364가 꿰뚫고 지나가는 '론도니아' 삼림은 프랑스의 3/4크기인 완벽한 열대우림지대. 이 곳에서 2년에 두배씩 늘어나는 비율로 벌채가 진행중이다. 지난 85년의 벌채 지역은 3백10만ha에 달한다.
토양침식이 특히 심한 곳은 열대지방. 지형 토질 강우량의 영향으로 일반적으로 온대지역 보다 토양이 침식되기 쉬운데다 식량이 부족해 토지에 대한 압박이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도에서는 총 3백30만㎢의 경작지 가운데 1백40만㎢의 토양이 손실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국제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비율로 토양의 질이 저하된다면 앞으로 20년 안에 세계의 경작지 가운데 거의 1/3이 황폐해질 것이라고 한다.
20세기 안에 열대림 사라질지도
전세계의 열대림은 총 20억 ha. 이 가운데 매년 1~2%가 사라지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런 추세가 멈추어지지 않는 한 20세기가 끝나기 전에 모든 열대우림 저지대의 삼림은 사라질 지도 모른다.
삼림은 단지 목재와 다른 임산물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삼림은 지구의 온도를 유지하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져 기후에 영향을 미치며, 희귀한 수목과 초목들은 암을 비롯한 인류의 고질병을 고치는데 쓰일 약제를 구하기 위해 이제 막 두드려보기 시작한 유전학의 보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필리핀의 한 화산의 산록에서만도 미국 전역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더 많은 종류의 수목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또 삼림은 강우 또는 대기를 통해 직접 이 생태계로 들어오는 자양분을 흡수하여 마치 일종의 거대한 스폰지 같은 역할을 한다. 삼림지대의 토양 표면에 존재하는 나무뿌리 버섯류 미생물 부식토 등의 층은 이 체계 내에 자양분을 붙들어 주고 재순환시키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열대우림의 복합성과 구조적 다양성은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 만큼 복잡한 생태계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열대우림은 비교적 단순하고 보다 강건한 온대 생태계에 비해 인간의 교란에 대해 저항력이 약하다. 특히 아마존처럼 지력이 떨어져 있고 자양분이 빈약한 토양에서 자라는 삼림의 경우, 대부분의 자양분은 토양이 아닌 나무나 풀의 형태(바이오 매스)로 모아져 있기 때문에 농업이나 벌채로 삼림이 제거되면 생태계가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고 만다.
인구증가와 경제개발이 원인
열대림이 황폐해지는 주요 원인으로는 급속한 인구증가와 이에 따른 농지수요, 경제성장을 위한 자원 개발, 온대 선진국들의 목재 수요 가중, 그리고 난방과 취사용 연료를 위한 과도한 벌목을 들 수 있다.
열대지방에서 화전을 일구어 이동하며 경작을 하는 인구는 3천만㎢에 걸쳐 2억 이상을 헤아린다. 토양이 회복되려면 8~12년, 건조지역에서는 20~30년 걸린다. 그러나 인구증가로 농지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 휴경기간이 단축되어 토양이 회복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결국 삼림은 초원을 거쳐 사막화 하는 운명을 맞게 되는 것이다.
전형적 예가 브라질의 커피와 후추 농장이다. 처음 원시림을 불태워 농장을 만들면 20년 정도는 비료 없이도 수확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력이 떨어져 수확이 어렵게 되면 초지로 만들어 가축을 방목한다. 풀의 생산량도 떨어지면 이 목장은 버려지게 된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지대에 갉아먹은듯한 나지(裸地)가 널려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림벌채는 엄청난 댓가를 요구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배가 정박할 수 있도록 플레이트강 하구의 충적토를 제거하는데 매년 1천만달러를 쓰고 있다. 지나친 목축이 원인이라고 한다. 인도는 매년 1억4천만 달러에서 7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홍수 피해를 입고 있으며, 필리핀은 삼림벌채로 루손섬 북부의 '암부클라오' 댐의 수명이 30~60년 단축되었다.
이처럼 큰 피해에도 불구하고 벌채는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발전도상국인 열대림 보유국이 경제개발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저지대의 대규모 벌채를 놓고 온대선진국은 대기환경 변화와 특정 동식물의 멸종 우려를 경고하는데 대해 브라질이 잠재자원을 선진국처럼 자기 이익에 맞게 개발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는 것은 그 예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구가 밀집한 '자바'와 '발리' 의 주민 수백만명을 세계에서 가장 울창한 삼림 가운데 하나인 '칼리만탄'과 '이리안 자야'로 이주시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5개년 계획을 통해 매년 66만 7천ha의 삼림이 벌채될 예정이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은 이 계획을 '재앙'으로 규정짓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세계은행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20년 후면 경작지의 1/3이 황폐화
삼림파괴와 그에 따른 토양의 침식은 경작지의 손실을 초래했다. 전세계의 경작지 면적은 1천4백만㎢. 앞으로 이 면적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하나 이미 최적지는 모두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다. 게다가 좋은 경작지는 점차 건물부지가 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해마다 적어도 3천㎢에 이르는 우수한 경작지가 도시의 확장으로 말미암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모든 작물의 어머니는 대표적 유지 체계인 토양이다. 토양침식은 자연적이고 지속적인 과정이지만, 보통 수목이 보호막 역할을 해주는 생태계 안에서는 침식과 같은 비율로 재생된다. 그러나 인간의 간섭으로 이 균형이 깨지면 토양침식은 가속화되어 가공할 만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수목의 보호를 받는 자연상태에서조차도 지표에 1cm의 토양을 재생시키는데 1백년에서 4백년이 걸린다. 따라서 한 번 토양이 침식돼 버리면 돌이키기 힘든 손실을 입게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