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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근무시간 세계최고, 능률은 몇째?

행위와 의식의 문제점을 살핀다

문제는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시키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적정선을 찾아내는 일이다.

샐러리맨 R씨의 하루일과

대기업체인 A회사에 근무하는 R씨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 30분. 변두리 주택가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중심가의 회사까지 오는데 1시간 남짓 걸리므로 늦어도 7시반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우선 커피부터 마시고 나서 업무에 들어가는 게 오랜 습관이다. 간밤의 술얘기 등으로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9시가 지난다.

대개의 경우 9시반부터는 소속 부서원끼리 회의를 하게 된다. 회의라야 회사상부의 지시사항전달에다가 업무독려로 일관하는 지루한 행사치레에 불과하다는게 R씨의 평소 느낌이다. 물론 업무와 관련된 불만사항은 많지만 '귀찮고' '말해봐야 소용도 없어' 침묵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12시부터 시작되는 점심시간은 1시까지로 되어 있지만 막상 1시 정각에 정확히 업무가 재개되는 적은 드물다. 몇몇 동료들은 어제 마신 술이 덜 깼다며 사우나탕으로 몰려가고, 개인 볼 일로 외출해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직원들도 더러 있기 때문.

비교적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R씨지만 이날따라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 상사의 지시내용이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업무수행상 비합리적인 것이었지 때문이다. 학벌과 지연이 다른 직속상사가 자신에게 편견을 갖고 있따고 느낀 게 어제 오늘이 아니다.

퇴근시간은 6시이지만 과장 부장이 퇴근을 안하고 있는 데다가, 낮시간에 팽개쳐두었던 일도 남아 있어 오늘도 자연히 '야근'을 하게 된다. 간식 삼아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고 서류를 뒤적거리다 보니 밤 9시가 넘는다. 곧장 집에 들어가봐야 10시, 어떻게 하면 야근동료들의 술한잔 유혹을 뿌리칠 것인지가 고민스럽다.

세계최고 주당 53시간 근무
 

(표1) 각국의 제조업 주당평균근로시간(1985년)


이상은 요즘 흔히 모이는 대기업체 샐러리맨의 하루를 묘사해본 것이다. 물론 얼마든지 다른 경우가 있겠지만 적지 않은 회사원들이 R씨와 대동소이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실제로 한 일은 별로 없는 셈이다. 또 업무자체도 창의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거의 없고, 적당히 습관적으로 하는 것들뿐이다.

그러나 R씨와는 달리 휴식을 취할 틈도 없이 일에 매달려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기능계통의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중에는 화장실 갈 여유도 없이 작업에 임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에겐 야근은 휴일의 특근 등 각종의 잔업이 부과돼 최소한의 개인생활조차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아뭏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형적으로 볼 때 일을 많이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노동시간통계를 보아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86년 사회지표조사 결과에서도 주당 전산업 평균근로시간이 84년 52.4시간에서 85년에 51.9시간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최장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 싱가포르 등이 48.6시간으로 우리 다음이고 미국 일본 등은 41시간 정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조업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53.8시간(85년)으로 전체평균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을 하는 한국인들이지만, 과연 얼마나 일의 성과를 얻고 있을까. 오랜 시간을 일하고도 얻는 성과가 적다면 그야말로 비능률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의 공급이 많아야 하지만 그외에도 자본과 생산성향상이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70년대 이후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인구증가가 비탄력적이고 부존자원이 부족하며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인만큼 생산성향상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표2)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노동이나 자본의 증가라기 보다는 생산성의 향상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산성향상이 노동·자본의 증가보다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가 더 클 뿐 아니라 기여율도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생산성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을 높일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생산성을 결정하는데는 인적 자원의 질이라든지 기술수준 자본장비율 근로자의 의욕 경영관리수준 노사관계 등 여러 요소가 관계하므로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결국은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 얼마나 능률적으로 업무가 수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금까지처럼 세계최장시간의 노동시간에 의존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도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도 시급한 셈이다.

합리성 혹은 능률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적인 문화전통이나 사회분위기가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 특유의 불합리한 요소들을 찾아내 개선함으로써, 능률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표2) 경제성장과 생산성향상의 기여율 추이


한국적 문화전통의 부정적 영향

우리 사회의 비능률·불합리성을 설명하는 첫째 이유로서 우리의 환경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있다. 이창우교수(성균관대·산업심리학)는 쌀농사를 짓는 몬순지대의 특성을 지닌 우리 사회는 과밀사회로서 모든 게 인간관계중심으로 돼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것보다는 감정이 지배하기에 알맞는 통로라고 말한다.

따라서 일의 질이나 효율을 따지면 야박하게 보는 대신, 우물우물 적당히 넘어가는 것을 용납하고 성과는 없어도 몸으로 때우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가족주의가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한국인은 여러 집단의 인간관계를 평가함에 있어 가족집단의 인간관계를 가장 앞세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어려서부터 가족내의 최고어른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심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같은 가족주의적 성향은 개인이 성장해가면서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집착, 다른 집단과는 거리를 두는 이른바 친소구별주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기업에도 나타나 기업주를 정점으로 획일적이고 하향적인 체제를 이루게 된다. 그래서 개인과 조직간에 갈등을 나타내기 쉽고, 개인간 부서간 상하간에 장벽이 생긴다는 것. 또 경영자가 사원들의 사회적 욕구를 이해하거나 인식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동기부여의 기회가 극히 드물게 돼 보람을 느끼지 못한 채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때 능률이 오르지 못할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가족주의적인 특성은 기업경영에 있어 배타적이고 폐쇄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의 주요의사결정의 구심점은 소유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직계, 혈연, 지연의 중역들로 구성된 폐쇄적인 집단이 된다. 형식적으로는 사내기구나 품의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만 적지 않은 경우 대주주겸 경영자인 기업주의 의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처럼 배타적인 경영체제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든가 계층간의 상호 협력관계유지, 원활한 의사소통 등이 곤란하게 돼 결과적으로 비능률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사상에서 주류를 이루는 유교주의(儒敎主義)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 사회에서 유교는 형식과 외형을 중시하는 풍조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외형지향적인 나머지 내실위주의 실리추구에 소홀하다.

또 객관적인 법률이나 규칙보다는 도덕성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유교사상에는 도덕과 법률이 분리돼있지 않아 정해진 법칙, 규칙 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적당주의와 기회주의가 배태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적당주의·기회주의는 기업과 같은 기능집단의 공식적인 회합에서 흉금을 털어놓는 진지한 토론을 어렵게 하는 대신 회의가 형식적으로 흐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창의성이나 능력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며 직무보다도 윗사람을 '모시는데'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은 것도 3강5륜의 질서체제를 갖는 유교적 전통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현상중의 하나.

공(公)과 사(私)의 구분이 희미하다는 것도 한국인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평가라 하겠다. 앞에서 샐러리맨 R씨의 경우에서도 나왔지만 근무시간중에 사적인 일로 시간을 소모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게 현실이다. 장만기씨(한국인간개발연구원장)는 "미국의 회사원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업무를 중단하지만 근무시간 중에는 집중적으로 일을 한다. 근무중에 쓸데없는 잡담은 거의 안하고 개인적인 전화조차 좀처럼 걸지를 않는다. 휴식시간에 공중전화를 걸기 위해 줄지어 있는 광경은 우리와 너무나 대조적이다"고 말하면서 공·사를 혼동하는 데서 비롯되는 낭비요소를 경계했다.

인력자원 개발도 미흡

작업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똑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작업자의 능력이 뛰어날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원 한사람 한사람이 실력을 갖추어서 오래 근무하고, 회사 전체적으로도 연구분위기가 충만하다면 능률적인 과업수행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유능한 사원'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는 대표적인 기업중의 하나인 IBM의 경우를 잠깐 살펴보다. 한국 IBM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하면 8~12주의 기초교육을 받고는 홍콩으로 가 5주동안 세일즈교육을 받는다. '지옥훈련'이라고 불릴 정도의 강도높은 홍콩에서의 교육이 끝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8~10주간 교육을 받은 뒤 재차 홍콩에 가 세일즈의 기술적인 방법을 교육받게 된다. 이후부터는 전문직무교육으로 이어져, 입사후 1년가까이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입사후 5년쯤 지나면 중견교육이 있고 8~9년쯤 되면 '관리자후보를 위한 교육'이 있다. 이렇게 해서 한사람의 사원이 입사해서 직무에 완전히 숙달되기까지 무려 1억을 투자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IBM의 사원교육은 정평이 나있다.

우리의 경우는 80년대 이후에야 비로소 사원교육에 눈뜬 형편이다. 대기업마다 부랴부랴 연수원을 짓고 외부강사를 초빙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일본식의 극기훈련을 모방하거나, 애사심을 고취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노동의 숙련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이직률의 문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원들의 이직률이 높다면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낭비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1971~82년중 월평균 4.6%의 높은 이직률을 보이는 데 반해 일본은 1.8%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평균근속년수도 우리가 2.5년인데 비해 일본은 8.9년으로 우리의 4배 가까이 된다.

개인의 업무능력을 향상시켜 주고, 기업의 제품개발 등에 크게 기여하는 연구·개발투자에서도 우리나라는 크게 뒤처진다. GNP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내용을 보면 우리나라가 85년기준 1.74%인데 비해 미국 2.8%(이하 83년기준), 일본 2.33%, 서독 2.8%, 프랑스 2.06%로 차이가 크게 난다.
결국 일을 하는 주체인 사람을 교육시키고, 연구여건을 만들어주며, 오랜 기간 숙련이 돼 능룰이 극대화를 이룬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크게 뒤져 있는 셈이다.

불합리한 기업조직체제
 

(표3) 직무인식정도


기업조직의 불합리한 요소들이 능률의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도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 조직체제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조직체계, 직무에 따르는 업무분장, 직급계층수, 기업유형,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직무수행에서의 효율성과 관련되는 직무인식정도, 시간활용의 효율성에 관해서만 살펴보도록 하자(분석내용은 한국생산본부의 연구보고를 정리한 것임).

먼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50인 이상 제조업체 종사자 1천여명 응답)를 보면 (표3)에서와 같이 약 30%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거나 목적조차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합리한 직무설정과 직무의 불명확정은 종업원의 직무수행을 비효율적으로 하여 생산성향상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시간활용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약 40%가 부정적으로 응답하고 있다. 응답자의 31.9%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하는 조직환경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 여겨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불합리하고 비능률적인 근로환경은 한국 고유의 문화전통에서 비롯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현대적인 기업풍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비능률적으로 일을 하게 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몇가지만 더 들어보자.

△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이 군대적 발상에서 비롯돼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이창우교수에 의하면 군대조직 즉, 군인들에게 세분된 일을 부여해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두게 하는 조직이론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진 나머지 종업원들이 어떤 일을 할 때 일의 전체구조는 모르는채 부분적인 일만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애써 해놓은 일이 전체구조에 맞지 않아 쓸모없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군대와는 전혀 생리가 다른 기업에서는 현장에서 문제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상부의 일방적인 명령만으로는 비능률을 초래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 최근 모기업에서 전문기관에 의뢰, 업무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원인들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는데,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부서별 업무관계의 불명확 및 협조미흡, 실무담당자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지시, 책임과 권한의 한계 불투명, 상·벌의 불명확, 업무의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토 등등이 지적됐다. 또 합리적인 평가제도가 안돼 있는 것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표4) 시간활용의 효율성


효과 큰 주5일근무제도
 

(표5) 노동시간과 생산량비교


이제 마지막으로 능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다.

먼저 장시간노동의 신화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많다. 이문선교수(한양대·경영학)는 "외국에서는 노동시간이 40시간 이하로 단축되고 있는 것은 물론,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자유근로시간제(flextime system) 영구적 파트타임제(permanent part-time system) 직무분담제(job sharing system) 집중적 근로제(compressed workweek system) 등 새로운 근로제도들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도 비능률적인 장시간 근무를 탈피, 상황에 맞는 제도를 찾아내야 할 때" 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제약업계를 비롯한 일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5일근무제는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1973년 삼아제약에서 최초로 시작된 주5일근무제는 58개 제약회사와 8개의 목재·합판회사 그리고 전기기기·전자·식품회사 등 모두 1백2개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 수치는 비공식통계이며, 격주마다 주 5일근무제 또는 한달에 한번만 주5일근무제 들이 포함돼 있다).

주5일근무제의 효과는 한마디로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시회사가 얼마 안되고 실시년도가 다르기 떄문에 일률적으로 효과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1인당 매출액이 대폭 늘고, 작업손실률이 떨어졌으며, 이직률·결근률·지각률이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분한 휴식과 준비가 작업능률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주5일근무제에서도 나타났듯이 노동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긴 것 보다는 합리적인 단축이 오히려 효과적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표5)와 (표6)을 통해서 보면 주당 48시간 노동에서 생산성이 가장 높으며, 자전거공장 같은 경우는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여 무려 50%의 생산성증가를 초래한 것으로도 나타나 주목을 끈다.
 

(표6) 각종 공장에서 근로시간단축이 생산성에 미친 영향


대기업병 추방캠페인

이른바 '대기업병'의 척결캠페인이 최근들어 활발한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기업내부의 고질적인 부조리와 불합리한 요소를 추방하다는 것인데, 대부분 무사안일 책임회피 파벌주의 개인주의 기회주의 등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쌍용그룹에서 사보를 중심으로 켐페인을 벌인 좀비족추방 운동은 사내는 물론, 타회사 군대 등에까지 파급,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업내의 유행어로 등장한 '좀비'(zombie)는 원래 서아프리카 '부우두우'교의 뱀신(voo-doo snake god)의 이름인데 '주체성을 지니지 못한, 로봇처럼 행동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인다.

쌍용그룹에서 추출한 한국기업들의 좀비증상을 보면 ▲ 사람보다 도장을, 합리성보다 규정을, 일의 결과보다 근거서류를 남기는데 힘쓴다. ▲ 외부의 전화나 손님의 방문이 '담당자 외출' 이라는 한마디로 끝난다. ▲ 과장이 할 일을 부장이, 사원이 할 일을 과장이 한다. ▲ 합리적인 설득보다 고위층의 지시나 메모를 붙여야만 일이 풀린다 등등 44개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쌍용의 이희용씨(홍보과장)는 좀비족에 관한 쌍용사보의 특집이 예상외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업에 불합리한 요소들이 팽배해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고 덧붙였다. 아뭏든 기업 내부의 문제점을 스스로 진단, 해결을 시도하는 작업도 능률을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몫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한편, 시대의 변화추세에 맞춰 노동시간을 조절하되, 그 기본은 인간존중에 있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한다.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의 장만기원장은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경영의 현대화에 있어 가장 뒤떨어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원화·복합적인 사회체계에 대응하는 근로환경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어디까지나 쾌적한 상태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인간자체에 관한 과학적인 탐구가 전제돼야 한다. 서구에서 많이 응용되는 산업심리학도 하루빨리 흡수에서 합리적인 근로환경을 창출해야만 한다" 고 밝혔다.

우리의 장점도 살려나가야

마지막으로 우리의 근로환경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있다. 정양언교수(서울대·조직심리학) 는 "현재의 우리나라 기업 운영방식은 원시적 방법으로부터 초현대적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므로 일률적으로 '불합리하다' 느니 사원들이 '눈치만 본다' 느니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예상 되는 불합리한 요소들에 대해 학문적인 조사·연구가 필요하나 기업들이 비협조로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교 등 한국의 전통문화가 반드시 비능률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가족주의만 하더라도 기업이 난관에 처했을 때 '우리' 라는 테두리안에서 너와 내가 없이 모두 참여하여 해결하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계적인 합리주의와 능력주의의 대표격이라 할 미국의 기업이 오히려 정(情) 중심의 동양적 기업경영을 본받으려 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노동시간의 단축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경이적인 고도성장을 이룩한 대에는 세계최고수준의 노동시간이 기여한 바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남들보가 좀더 긴 시간을 일하면서 그 시간을 능률적으로 소비한다면 더욱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결론적으로 세계최장의 노동시간은 그 자체에서도 비능률적일 뿐 아니라 노동시간단축의 국제적 추세와도 걸맞지 않는다 하겠다. 문제는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단축시키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적정선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우리 주위의 비능률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들을 찾아내 시정해야만 할 것 같다. 노동시간은 세계 1위이지만, 능률은 하위에 처져 있다는 자각이 없어지도록 말이다.

1987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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