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신소재의 과학 꿈의 재료를 설계한다

소재에 관한 이론의 심화와 분석기술의 발달은 원하는 성질의 신소재 제작을 가능케 했다.


기원전 8천년경, 인류는 한 덩어리의 점토를 항아리 모양으로 만들어 불에 구워내면, 물도 담을수 있고 또 불속에 넣어도 변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부드러운 진흙이 돌처럼 단단한 재료로 변한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무기재료를 새로운 성질을 갖는 신소재로 의도적으로 바꾼 것이 재료공학의 기원이다.

 

경험지식의 시대


근세에 이르기까지 재료공학과 재료과학사이에는 커다란 갭(Gap)이 있어왔다. 재료의 선택 개량 및 가공이 인류문화의 기본적 요소가 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재료에 관한 과학 즉 왜 그 재료를 특정하게 처리하면 특정한 결과를 낳게 되는가를 규명하는 노력은 추측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무 돌 그리고 점토는 천연의 소재이다. 나무는 그대로 몽둥이로 되고 돌은 형상을 가공하면 되었지만 점토는 항아리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형과 가열에 의한 형질변환이 필요하였다. 획득가능한 점토의 선택, 적절한 가열온도 및 가열시간의 결정 알맞는 냉각 그리고 마지막의 표면처리 등은 옛 숙련공들에게 재료의 성질에 관한 초보적인 지식을 제공해주었다.
 

16세기의 수공업 숙련공들은 광석을 제련할 때의 목탄과 광석의 배합방법, 합금을 만드는 방법, 망치로 두드려 경화시키는 방법 등을 경험적으로 전수받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들 숙련공의 지식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연금술사들은 대장간에 지식을 전달하지 않았던 것.
 

분자선 에피탁시(MBE)의 구조^재료는 분출셀에서 증발되고 구 빔이 초고진공실의 기판에 부딪친다. 액체질소는 기판의 냉각, 불순가스제거, 진공유지의 역할을 한다.

 

재료과학의 탄생


재료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19세기에 와서야 시작되었으며 그 시초는 화학이었다. 산화에 관한 지식을 제강에 응용하여 불순물을 산화시켜 제거하는 방법을 발견한 이래 화학분석은 알맞은 원재료를 선택하고 공정을 제어하는 중요한 수법이 되었다. 1866년에는 새로운 현미경법이 등장했다. '소비'(H.C.Sorby)는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강(鋼)의 미묘한 조성(組成)차이와 열처리에 의한 조성변화를 관찰하여 금속의 내부구조 변화와 재료의 성질변화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1886년 미국의 '홀'(C.M.Hall)은 용융빙정석(溶融氷晶石)을 전기분해하여 금속알루미늄을 제조하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이래 물리학은 소재과학의 토대를 완전히 갱신하였다. 고탄소강 텅스텐강 스테인리스강의 생산공정이 새로 개발된 것은 그 결과이다.
 

20세기에 들어와 특히 최근 40년 간에 걸쳐 화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신소재와 새공정기술을 가능케하는 지식을 마련해 왔으며, 재료들 보다 깊이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일과 연구재료를 분석하는 강력한 분석수단이 서로 결합되었고 재료과학자와 기술자의 협력은 보다 긴밀해졌다.

한마디로 20세기 재료과학 기술의 발달은 소재에 관한 이론적인 이해가 깊어지는 한편으로 분석수법이 발달하여 재료의 내적성질과 외부구조를 관련지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겠다. 전자현미경은 미세구조연구에 기여하였고 X선회절은 분자·원자의 공간배열을 알 수 있게 했다. 또 원자수준의 해석에는 여기분광학(勵起分光學)이, 원자핵 수준의 해석에는 고에너지입자가 위력을 발휘했다. 복합재료, 반도체 등의 여러가지 인공재료가 탄생한 것은 이들 연구의 덕분이다.
 

재료과학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구조, 성질과 더불어 양자간의 관계도 연구한다. 한편 재료기술자들은 성능에 대한 구조 및 성질의 관계, 그리고 그 성능을 개량하는 공정의 기술에 관심을 기울인다. 하지만 공정에 의해 재료의 구조 및 성능이 변화되는것을 이해하는 까닭에 오늘날의 재료과학자들은 공정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이러한 관심의 성과는 광범위한 공정개량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두드러진 예는 IC칩용으로 쓰이는 매우 큰 반도체 실리콘단결정(單結晶)의 성장방법의 개발이다.
 

과학자들은 보통 이상화(理想化) 시킨 재료와 단순한 구조를 상정하며, 이 이상화된 재료에 기초한 이론모델을 실제의 공업재료에 합당하게 수정한다. 예컨대 고체물리학자들은 결정고체(結晶固體)라는 것은 무한한 주기성을 지닌 강고한 원자배열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재료의 강도는 이상적인 결정고체의 이론강도보다 약간 작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결함(缺陷)이란 개념을 도입하게 되었다. 또 결함이 재료의 성질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그리하여 역으로 결함의 발생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되고 원하는 구조 및 성질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예는 열역학의 경우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열역학은 하나의 재료 및 임의의 다른 계(系)의 평형상태(정지상태)에 미치는 환경(특히 온도 및 압력)의 효과를 결정한다. 이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평형상태가 유지된다. 그러나 실제의 재료는 이상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된다. 예를 들면 점토 혹은 철강이 가열 가공 냉각되면 여러가지 비평형상태를 통과할 것이다. 사실 공업적으로 중요한 대부분의 재료는 비평형상태를 통해 장시간 처리된 후 준(準) 평형상태에서 사용된다.
 

예컨대 철과 탄소원자로 이루어진 혼합물은 효과적으로 열처리되면서 그 화학적조성이 변화된다. 그런데 이전에는 이 과정이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못했었다. 열역학이 이를 밝혀낸 후 열역학은 강철만이 아니라 세라믹 유리 폴리머 기타 합금 등을 특별한 성질을 갖도록 처리하는데 응용되었다.
 

새로운 특성을 지니고 새로운 용도에 응용되는 새로운 구조, 특히 새로운 원자배열을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평형상태로부터 될 수 있는 한, 먼 상태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중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급속히 냉각시키는 것이다.
 

보통으로 응고된 알루미늄·실리콘합금.나뭇가지형 덴드라이트 조직이 선명하다.

 

새로운 기술들


급냉각법은 미세구조에 영향을 주어 새로운 성질을 만들어낸다. 보통속도로 냉각된 합금을 현미경으로 보면 '덴드라이트'라 불리우는 거칠게 가지를 뻗은 결정이 발견되는데, 이 형(形)은 다(多)성분의 재료가 응고할 때 어느 한 상(相)이 먼저 응고하기 때문에 생긴다. '덴드라이트'의 간격은 냉각속도가 빨라질수록 감소한다. 따라서 냉각속도가 초당 1백만℃~1억℃에 이르게 되면 분리상(分離相)의 형성은 완전히 억제되고 그 대신 단일상(單一相)으로 된 미세한 결정과 아모퍼스 즉 비정질 구조가 형성된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재료의 강도 경도 내마모성 내부식성 등 뿐 아니라 자기(磁氣)특성도 변화시킬 수 있다.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연구도 주목을끌고 있다. 지난 70년부터 IBM사의 '왓슨'연구 센터가 시작한 이 연구는 '변조구조'(變調構造)를 형성하는 것으로서, 반도체결정위에 인공주기층(人工週期層)을 중첩시키면 완전히 새로운 전기적 화학적 성질을 지닌 새로운 재료가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실제 이 원리는 두 반도체물질의 얇은층을 서로 중첩시켜 결정질반도체 즉 '초격자'(超格子)를 만드는데 이용된다. 이런 방법중 유망한 것이 분자선(分子線) 에피탁시(MBE, Molecular beam epitaxy) 방법이다. 이는 반도체물질의 원자 혹은 분자의 빔을 가열된 분출셀(cell)로 고진공(高眞空)의 작업실 내에 있는 냉각기판 위에 방출하여 에피탁시 즉 고배향결정(高配向結晶)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이 MBE는 반도체 초격자에 필요한 정밀한 특성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성장속도가 느린 까닭에 정밀하게 층의 두께를 조정 할 수 있으며 증착(蒸着)이 일어나는 온도가 낮아 두 반도체 물질의 상호확산이 억제되어 경계면이 매끄러워진다.
 

변조구조를 합성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로 응용될 수 있으며, MBE를 사용하면 특정파장의 빛만을 반사하는 피막이라든지 자장속에서 특별하게 반응하는 재료 등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급냉된 같은 합금. 매초 1백만˚C로 냉각시키면 깃털모양의 미(微)결정상을 얻는다.


최근 10년 동안에 재료의 성질을 인공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도 많이 진보했지만 새로운 분석기를 써서 재료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도 놀랄만큼 많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주사형 전자현미경으로 물질구조의 3차원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가지 예이다. 그러나 분석기술분야에서 이루어진 자장 중요한 진전은, 지난 15년간 개발되어온 싱크로트론 방사광(放射光) (SOR)을 재료개발에 응용한 일이라고 하겠다.
 

대개 분광학(分光學)에서는 특정한 에너지를 지닌 광자(光子)를 재료에 방출하여 그때의 광자의 산란 및 흡수를 분석하게되는데, SOR은 종래의 선원(線源)보다 강도와 평행도가 높은 광자를 방출함으로써 보다 고감도의 측정을 가능케 하였다. 또한 SOR 방사광의 X선을 사용하여, 종래에는 연구가 불가능했던 미세구조를 고분해 X선회절로 분석할 수 있게되어 재료의 강도 전기적 성질 내식성 등에 관해서 상세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강력한 실험설비는 분명 재료과학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인임에 틀림없지만, 기존재료의 개령 혹은 신재료의 합성이 이루어지는 가장 큰 자극은 역시 '새로운 종류의 성능에 대한 시장(市場)의 절실한 요구'이다.
 

뛰어난 성능을 지닌 신재료는 새로운 내부구조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정의 개발에 의해 탄생한다. 확고한 이론에 의해 이들 구조 및 특성을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지고 측정기기는 이런 예측이 어느 정도 올바른가를 평가해준다. 이제 이들 새로운 이론, 실험장치, 공정기술 등은 우리가 20~3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새로운 재료들을 우리 앞에 선보일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신소재·재료공학
  • 화학·화학공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