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감은 못된다 해도 그는 특별한 재능과 멋을 지닌 과학자이다
1981년 2월, 미국에서 우편으로 소포하나가 나한테 보내져왔다. 열어본즉 '칼 세이건'이 보낸 '코스모스'(Cosmos)라는 그가 쓴 책이었다. 이 책은 80년에 13부의 T.V.시리즈로 〈우주와 인간〉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책으로 묶은것이었다.
과학계몽용으로서 그 T.V.시리즈와 그의 책, 코스모스는 사상(史上) 유례가 없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엄청난 부자
후에 그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지만 2천만불 투자에 6천만불을 벌어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4백억원 가까운 이익을 본 셈이다. 나는 약간 속이 상했던 것을 여기에 정직하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책을 이곳 저곳 읽어보니까 2백47페이지에 실린 '솜브레로'(Sombrero) 은하(銀河)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학명(学名) M104 또는 NGC 4594의 사진이 거꾸로 실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몇번이고 교정을 보고 출판했을 터인데도 (하기야 이 그림만은 천문학을 공부했다 하는 사람도 위아래를 분간히기 힘든 은하이긴 했었다) 이런 착오가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곧 편지를 그에게 써 보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모 출판사에서 재빨리 이 책의 해적 번역관을 냈었는데 이것도 베스트 셀러 가 되었다고 들었다.
내 편지에 대한 답장은 없었다. 그러나 그해 말이 세이건의 대리인으로 부터 편지가 날아왔다. 한국에 해적판 '코스모스'가 번역출판되었다 하니 날더러 책임지고 인세(印稅)를 받아내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우리나라는 무단번역을 하여 출판해도 아무런 법적규제를 받지 않게 돼있다고 그 사연을 써 보냈다.
1983년 7월, 국제천문연맹(IAU)의 제51분과 위원회가 〈E.T.와의 교신〉
Yellow carl
그는 1934년 미국 뉴욕 시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사학의 명문인 '시카고'대학교에서 생물학, 대학원에서 천문학을 전공하였다. 자기 스스로는 우주생물학자라고 하지만 항공우주국(NASA)의 일에 깊이 관여하다 보니까 행성(行星)탐사계획을 주로 맡아 일을 하게되어, 지금은 행성과 우주생물에 관련된 천문분야의 전문가가 된것이다.
그는 외교관같은 달변(達辯)에다가 과학해설에 대한 천부적소질을 갖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행하기를 좋아하고 책도 많이 읽고 사교와 경영술에도 능한 멋장이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넥타이 매는 것.
그래서 항상 푸른색의 셔츠 아니면 '터틀 넥'의스웨터에다 황갈색의 골덴 상의를 걸치고 다닌다. 마치 삼류(三流)문필가 같은 인상을 줘서인지, 그가 교편을 잡고 있는 '코넬'대학교 학생들은 그를 '엘로우칼'(yellow Carl)이라고 부른다.
미국엔 과학계몽을 위한 책을 많이 쓰면서 T.V.에서도 맹활약 하고 있는 사람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이 셋이 있다.
그들은
'아이삭 아시모브'(Isaac Asimov)
'로버트 자스트로우'(Robert Jastrow)
'칼 세이전'(Carl Sagan)
이다.
'아시모브'는 러시아 태생으로서 자나깨나 타이프 라이터만 두드리고 있는 사람이다. 과학서적 출판의 세계기록 보유자이다. 현재 4백권에 육박하고 있다. 뚱뚱한 호인이다.
'자스트로우'는 약간 신경질적인 학자이며 나의 친구이다. 그는 T.V.를 주무대로 해설을 많이 하였지만 역시 그는 신문 잡지를 주로 이용하여 국가와 국민의 여론을 이끄는 일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NASA출신으로서 이론면에 강하고 SDI(스타워즈)의 강력한 추진자이다.
'세이컨'은 과학해설을 사업에 연결시킨 천재이다. 그리고 사교적인 면에 큰 역량을 보여, 상복(賞福)도 많다. 바로 작년엔 일본사람도 말려 들어 그에게 굴직한 상과 상금(5천만엥=약3억원)을 주었다. 그의 작품 코스모스가 인류의 우주에 대한 인식을 깊게 해준 공때문에 주는것이라고 하였지만 '세이건'은 그야말로 꿩먹고 알 먹고 한 셈이다.
위의 세사람끼리는 서로 반목이 심하다. 특히 '아시모브'와 '자스트로우'는 입을 모아 '세이건'을 싫어한다. "과학계몽보다는 돈과 상(賞)을 더 좋아한다"
지구인 모습, 소리 우주로 보내
그러나 그가 당대의 최고 인기과학자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남다른 생각의 소유자임을 나타낸것은 1972년 NASA가 '파이오니어'(Pioneer)10호를 발사할때였다. '파이오니어'계획은 목성에 접근하여 근접사진을 찍고 명왕성을 1987년에 통과하면서 그행성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게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태양계를 이탈하여 영원히 무한한 우주공간을 나르게 되는것. 여기서 '세이건'은 이 우주 어느곳에 우리 인간과 같은 지적(知的)생물이 살고 있다면, 이 '파이오니어' 우주선을 거두어들일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그 탐사선에 〈지구인이 E.T.에게 보내는 편지〉를 만들어 실은 것이었다. 그림은 당시 '세이건'의 부인이요 화가이기도 했던 '린다'(Lynda)가 그렸다. 지구인의 모습을 남녀의 나체(裸体)로 표현했던 까닭으로 이 그림에 대해 '저속한 그림'이라고 많은 비난의 편지를 받는 봉변을 겪기도 했다.
이 지구인의 〈그림엽서〉는 1973년 4월5일에 발사된 파이오니어 11호에도 실렸다.
이 보도에 접한 우리들은 모두가 감탄했다. '파이오니어'우주선이 언제 E.T.와 접촉될수 있을지를 제 아무리 계산해 봐도 100년 단위의 기간내엔 이뤄질수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뤄질수 있는일이라면 그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오지 않을 것이며 바로 그것을 '세이건'이 과감하게 착상하여 해냈다는데 그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수가 없다.
과학에 꿈과 낭만을 담은 사람이 바로 세이건 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1977년 8, 9월에 '보이저'(Voyager) I, Ⅱ가 발사 되었을때 그는 보다 더 기발한 착상을 했다. 이번엔 〈지구의 소리〉를 30cm 크기 LP레코드판에다가 녹음하여 '보이저'탐사선에 띄워 보낸것이다.
그 레코드 판엔 바다의 파도소리, 개구리 우는 소리,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일부, '암스트롱'의 '트럼펫 연주, 아기가 우는 소리, 노래, 도시의 소음 마저 담았다.
그는 E.T.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E.T. 에 대해선 같은 '코넬'대학교에 있던 선배인 '드레이크'교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지도 모른다. '드레이크'는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의 30m 전파망원경으로써 빛의 속도로 15년쯤 가야 하는 거리에 태양과 꼭같은 모습인 별,ε Eridani 이 있어서 그별에 지구같은 생명의 행성이 매달려 있으리라 생각하고 전파교신을 1960년에 시도 했다.
이것이 유명한 '오즈마'(Ozma)계획이었다.
세이건은 E.T.의 존재엔 처음에는 부정적인 글을 많이 썼다. 그러나 후엔 '드레이크' 말을 따라 E.T.의 존재확율(確率)을 다음과 같이 털어 놓고 있다.
우리 태양계가 속해 있는 은하는 2천억개의 태양같은 별들의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중의 약10억개가 우리 태양가 질량, 크기, 온도가 거의 꼭 같은 별들임을 알아 냈다. 이것까지는 여러 천문학자들의 견해와 거의 같은것이다.
지구와 같은것, 은하계에 10개 있다고
그러나 '세이건'은 이 10억개에 1억분의 1이란확율을 적용시켜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10억×1/1억=10이란 수가 나오니 이 숫자가 바로 우리 은하계에 항상 존재하는 지구와 같은 〈생명의 별〉즉 E.T.가 살고 있는 천체의 수라는 것이다. 우리지구도 언제나 영원히 〈생명의 별〉로 존재할수는 없다.
태양이 앞으로 60억년을 못넘기고 팽창하여 지구는 그 태양속으로 휘말려 들어가 타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명의 별〉은 새로 탄생하고 또 사라지지만, 항상 10개정도는 우리 은하계에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 '세이건'의 주장이다.
그의 이론이 옳다 틀리다라고 증명할 길은 현재로는 없다. 그러나 그의 멋장이 사고 방식은 낭만을 풍기고 있고, 우리들로 하여금 황홀한 미래를 바라보게 해주는 마술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인기소설가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풀리쳐 상도 받아
그래서 그는 많은 상(賞)들을 손에 쥐었다. 그는 행성탐사계획에 있어서 지도적 역할을 했다하여, NASA특별과학 공로상을 위시해서, 국제우주 항공상, '갈라벨'(Galabert)상, NASA의 봉사상, '케네디'우주항공상 등을 받았다. 그가 제작한 T.V. 시리즈인 코스모스는 13번으로 나뉘어 방영되었는데 현재까지 60개국이상, 2억5천만명이 시청하였다. 또한 같은 이름의 저서 〈코스모스〉는 영어로 쓰인 과학에 관한 책으로는 현재까지도 최대의 베스트 셀러로 군림하고 있다.
그는 1978년 드디어 언론계의 사람이면 누구나 군침을 흘리는 '풀리쳐'(Pulitzer)상을 손에 쥐었다.
그는 〈코스모스〉의 T.V.시리즈를 만들고, '보이저'호에 〈지구의 소리〉를 담는 일을 같이 기획하여 추진하던 중 한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그에게 '린다'라는 화가인 아내가 있었지만, 한 미모의 T.V.프로듀서와 거의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대고 〈코스모스〉의 T.V.제작과 E.T.와의 접촉일을 같이 밤늦게까지 하면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특히 그녀는 요염하게 예뻤고 '한 이름난 실연녀'(A famous broken heart)라는 소설의 작가이기도 했다. 사실인즉 〈지구의 소리〉를 '보이저'에 실어보내자는 착상은 그녀가 '세이건'에 한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앤 드루얀'(Ann Druyan).
'세이건'을 위해 〈지구의 그림엽서〉를 그린 '린다'는 결국은 '세이건'의 새 여인이 쓴 소설 〈한 이름난 실연녀〉 그대로의 운명을 따라 부인의 자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세이건'과 '두루얀'은 그들의 결혼기념으로 〈혜성(Comet)〉이란 책을 썼다. 이 책도 우리나라에서 번역물이 나왔다.
'세이건'은 많은 상과 돈과 그리고 미인까지 얻었다.
'코넬'대학교의 천문우주학과의 교수직은 물론, 이 대학교의 행성연구소장, 행성협회회장, 미국과학진흥협회 천문부장, 미국우주학회 행성부문의장등등…
그만한 멋장이 과학자가 있을까?
내가 몇번이고 본 일이지만, 어떤 학술회의에서나 몇일동안 계속되는 회기동안에 그는 끝까지 참석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 멋장이 천재는 첫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난뒤엔, 번개같이 어디로인가 사라진다. 우리들 뒤에 남은 과학자들은,
"아마, 또 '앤'한테 달려 갔겠지…"
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일뿐.
그가 비록 노벨상의 재목은 아니라 해도 20세기가 낳은 가장 멋있는 삶을 살고 있는 과학자임에 틀림없고 또한 우리들에게 낭만에 찬 〈미래에의 꿈〉을 안겨준 과학자임에는 틀림없다. 과학자로서 그만큼의 설득력을 가진 사람들 나는 여태까지 보질 못했다. 앞으로도 '세이건'만큼의 능력을 가진 '멋장이과학자'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과학자가 한둘쯤은 나와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것을 젊은 세대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