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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과학은] 효율 좋고 유연한, 에너지의 미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30%. 단일접합 태양전지가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 변환 효율의 최대치입니다. 이에 근접한 효율을 불과 10여 년 만에 달성한 태양전지가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입니다. 2006~2020년 전 세계 논문을 수집한 네덜란드 라이덴대 데이터에 따르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관련 논문 수는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가진 잠재력과 한계가 무엇인지, 연구 최전선의 전문가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페로브스카이트는 하나의 물질이 아닙니다. 티탄산칼슘(CaTiO3) 광물의 결정 구조를 밝힌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를 기념하기 위해, 티탄산칼슘과 결정 구조가 동일해서 화학조성식 ABX3으로 표기할 수 있는 물질을 통칭해 페로브스카이트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A는 상대적으로 이온 반경이 큰 유기 혹은 무기 양이온, B는 A보다 이온 반경이 작은 무기 양이온, X는 음이온입니다. 이 A, B, X 물질의 조합은 서로의 이온 반경이 조화를 이뤄 공간적으로 안정하게 연결되면서 전체 전하가 0이 됨으로써 전기중성의 법칙을 만족합니다. 이 조합으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의 결정을 갖는 다양한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죠.

 

에너지 효율 3%→26% 급격히 증가 중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의 물질을 이용해 햇빛을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전지입니다. 태양전지의 페로브스카이트 재료는 납, 요오드 및 유기암모늄의 조합이 일반적이지만 다른 것도 가능합니다. 

 

현재 널리 쓰이는 태양전지는 전자기기의 반도체 물질과 같은 실리콘(Si)을 광활성층으로 사용해서 실리콘 태양전지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실리카(SiO2) 광석에서 고순도의 단결정(원자구조가 일정하게 배열된 결정) 실리콘을 제조해 태양전지로 사용하기까진 큰 자본과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실리콘 생산의 부산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까지 발생하죠. 실리콘은 깨지기 쉽고 무겁고 불투명해 용도의 확장에도 한계를 보입니다.

 

반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재료는 150℃보다 낮은 온도에서 제조하므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 페로브스카이트는 광흡수 계수가 매우 커서 1탆(마이크로미터만 분의 1미터) 이하의 아주 얇은 두께로도 수십 탆 이상인 실리콘 태양전지만큼 전기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가볍고, 유연하며, 반투명한 태양전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또 다른 장점은 높은 응용성과 확장성입니다. 어두운 실내에서 밝은 실외까지 다양한 조명 조건에 맞게 설계할 수 있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얇은 두께로 코팅할 수 있으므로 반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건물과 일체형인 광전지, 입고 벗을 수 있는 다양한 장비들, 일반 건물의 창문까지 여러 분야에 응용 가능합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기본 구조는 전자와 정공을 전달하는 전하 전달층 사이에 페로브스카이트가 들어가고, 외부로 전류가 잘 흐를 수 있도록 전기 저항이 낮은 전극이 각 전하 전달층에 결합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빛이 들어오는 방향의 전극엔 광학적으로 투명하고 전기 전도성이 우수한 투명전도성 기판을, 반대편엔 금속 전극을 주로 사용합니다. 햇빛이 페로브스카이트층에 흡수되면 전자는 여기가 돼 전자 수송층으로, 정공은 정공 수송층으로 이동합니다. 이 이동은 전자 장치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는 전류를 생성해 다양한 목적의 에너지로 이용됩니다.

 

최고 효율 30%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

 

전극을 제외하면 단 세 가지 핵심층으로 구성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무려 70년 동안 발전한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을 단숨에 따라잡은 것은 아닙니다.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처음 사용한 태양전지는 1990년에 발표된, 염료감응태양전지에 기존 염료 대신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한 형태였습니다. 현재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와는 구조와 원리가 달랐죠. 이런 염료감응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가 빠르게 용해되고 효율도 낮아 거의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됐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이 방식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들이 진행됐습니다. 

 

그 당시 저희 연구실은 염료감응태양전지에서 조금 벗어난 무유기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구조에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태양광에서 전기로의 변환 효율이 당시로선 최고 수준인 12%를 달성한 연구 결과를 ‘페로브스카이트 이종접합 태양전지’란 이름으로 발표했죠. 이 구조에 기반해 매우 균일한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제조법도 개발해서 효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또한 태양전지가 흡수할 수 있는 태양광의 파장대역을 넓힌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개발해 효율을 20% 이상으로 높였죠. 최근엔 효율을 26%(외부 기관의 인증에서는 25.8%)까지 올렸습니다.

 

태양전지의 효율은 무한정 상승하지 않습니다. 단일한 물질을 사용하면 이론적인 효율은 최대 약 30%,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 효율은 약 27%입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효율 향상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매우 천천히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 연구자들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빨리 높이고, 달성 가능한 최고 효율의 한계는 뛰어넘기 위해 밴드갭이 서로 다른 두 가지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함께 쌓는 새로운 형태의 태양전지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비용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존재하지만요. 한편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쌓는 방법도 거론됩니다. 최근엔 에너지 변환 효율이 33.2%인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태양전지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상용화 위해선 안정성 확보가 관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더욱 심각해지는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을 겁니다. 물론 먼저 몇 가지 한계를 극복해야합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수분, 열, 빛에 열화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가까운 미래의 핵심 기술이 되려면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는 기술 연구에 더욱 집중해야합니다. 그중 하나는 유리 또는 폴리머 등의 보호 장벽으로 감싸는 겁니다. 이런 캡슐화는 페로브스카이트층의 열화를 유발하는 습기, 산소와의 접촉을 막고 취급, 운송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손상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페로브스카이트 자체의 내구성을 높이는 겁니다. 아직 실리콘 태양전지만큼 장기 안정성을 높이진 못했지만,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도 수년 정도의 내구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됐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가진 잠재력은 매우 큽니다. 제작 비용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훨씬 적고, 에너지 변환 효율은 급상승 중이기 때문입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가볍고, 유연하고, 반투명하며 효율을 더욱 높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우리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서울대에서 무기재료공학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코넬대 재료공학과 박사후과정,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를 거쳐 2015년부터 UNIST에 재직 중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를 개척한 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 에너지 변환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seoksi@unist.ac.kr

 

 

용어 설명

 여기(excited state) : 원자나 분자에 있는 전자가 바닥 상태에 있다가 외부의 자극을 받아 일정한 에너지를 흡수해 보다 높은 에너지로 이동한 들뜬 상태.

 

 밴드갭(bandgap) : 각 물질의 고유한 물리적 값 중 하나로 낮은 상태의 에너지 준위와 높은 상태의 에너지 준위의 차이를 말하며, 띠 간격이라고도 함.

202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 
  • 도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글로벌R&D분석센터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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