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별자리가 서쪽 산너머로 가라앉고 사자자리의 레굴루스가 머리 위에서 고고히 빛나는 때이다. 대지의 꽃내음과 함께 밤하늘도 이제 봄 옷을 갈아입고 있다. 북두칠성은 목동자리 아크투루스, 처녀자리 스피카로 이어지면서 커다란 ‘봄의 대곡선’을 그리며 밤하늘을 안내한다. 대곡선을 따라 봄철 별자리 가족들을 만나본다.
작은곰자리 Ursa Minor
오랫동안 여행자들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해온 북극성이 있는 별자리다.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반대로 휘어놓은 모양과 비슷하다. 하늘의 북극은 주기 2만5천8백년인 지구의 세차 운동으로 매년 15초씩 움직인다. 현재 북극성은 북극에서 0.7도 떨어져 있는데, 2102년에는 하늘의 북극에 0.46도까지 접근한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시대 이래로 당시의 북극성 이었던 베타(β)별을 포함한 5개의 별로 이루어진 북극5성(北極五星)을 차례로 북극성으로 삼아왔다.
큰곰자리 Ursa Major
큰곰자리는 하늘에서 바다뱀과 처녀자리에 이어 3번째로 큰 별자리다. 북반구에서는 거의 1년 내내 이 별자리를 볼 수 있는데, 봄에 가장 높이 떠오른다. 이 별자리 안의 북두칠성이 더욱 유명하다. 국자의 휘어진 손잡이가 목동자리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 스피카로 이어지며 ‘봄의 대곡선’으로 불리는 봄철 별자리를 찾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목동자리, 사냥개자리, 왕관자리 Bootes, Canum Ventaicorm, Corona Borealis
목동자리는 아주 큰 아이스크림 콘 모양의 별자리로 알파(α)별 아크투루스로 잘 알려진 별자리다. 아크투루스는 밤하늘에서 4번째 밝은 0.1등급 별로 8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촛불의 밝기와 비슷하다. 1년에 약 2초 정도 움직인다. 에드먼드 핼리는 이 별이 그리스 시대의 위치와 약 1도 차이가 나는 것을 알아채고 별의 고유 운동을 발견했다.
사냥개자리는 눈에 보이는 별이라곤 2개 밖에 없다. 목동이 데리고 다니는 2마리의 사냥개로 큰곰을 쫓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왕관자리는 목동자리 왼쪽으로 보이는 반원모양의 별자리다. 신화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아내 아리아드네의 왕관으로 알려져 있다.
사자자리와 머리털자리 Leo, Comae Berenices
사자자리는 봄철을 대표하는 별자리로 태양이 매년 8월 7일부터 9월 14일까지 이곳을 통과하는 황도 제 5궁이다. 21개의 1등성 가운데 밝기가 꼴찌인 레굴루스는 황도에서 가까워(약 0.5도) 달이나 금성에 가려지는 성식이 종종 일어난다. 사자의 꼬리에 있는 2등성 데네볼라는 아크투루스, 스피카와 함께 ‘봄의 대삼각형’을 이루는 별이다.
사자자리와 목동자리 사이에 있는 머리털자리는 이집트 왕 프톨레마이오스 3세(기원 전 246-221년)의 아내 베레니케의 머리카락에서 그 유래를 따온 별자리다. 머리털 가운데 모여있는 별무리는 Mel. 111로 불리는 약 2백20광년 떨어진 산개성단으로, 맨눈에도 옅은 구름이 걸려있는 것처럼 보일만큼 뿌연 모습을 드러낸다.
처녀자리 Virgo
처녀자리는 바다뱀자리에 이어 2번째로 큰 별자리로, 황도 12궁 중 태양이 가장 오랫동안 머무는 별자리다. 처녀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서는 자정 무렵 남쪽 지평선과 천정의 중간 지점에서 빛나는 1등성 스피카부터 찾아야 한다. 북두칠성 손잡이와 아크투루스를 연결하는 원호의 연장선으로도 스피카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 곡선이 '봄철의 대곡선'으로 봄철 별자리를 찾아보는 기준이 된다. 스피카는 1.0등성으로 밤하늘에서 16번째로 밝은 별이다. 스피카와 사자자리의 레굴루스를 연결하면 황도와 거의 일치한다.
까마귀자리와 컵자리 Corvus, Crater
처녀자리 1등성 스피카 오른쪽 아래에 작은 돛처럼 사다리꼴을 이루고 있는 4개의 3등성이 바로 까마귀자리다. 사다리꼴을 이루는 다른 네 별은 각각 2.6-3.0등급으로 스피카를 제외한다면 봄철 밤 남쪽하늘을 장식하는 가장 밝은 별들이라 하겠다. 까마귀자리 오른쪽에 있는 컵자리는 좀더 어두운 별자리로, 왼쪽으로 기운 거대한 컵모양으로 별들이 이어진다. 가장 밝은 별조차 3.6등급이고, 나머지는 더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모양을 그려보기가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