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의 계절이 왔다. 학생들은 여름방학, 직장인들은 여름휴가의 최대활용을 위해 산으로 바다로, 그간에 쌓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달릴 것이다.
도시의 탁한 공기와 등불을 피해, 해변가 또는 산 깊이 흐르는 청류(淸流) 옆 풀밭에 누위 쳐다 보는 낮 하늘.
그리고 밤이 되면 또다른 하늘을 쳐다보자.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타를 튕기며 소주나 맥주병 비우기에 바빠야 하는 것만이 낭만은 아니다. 무수히 반짝이는 보석과 같은 가지가지의 별들은 우리들의 잊어버린 낭만을 다시 찾게 해줄 것이다.
허큘레스(헤라 클레스)
여름 밤하늘의 장관은 역시 남쪽으로부터 북쪽으로 중천(中天)을 가로 지르며 걸리는 은하수라 아니할 수가 없다.
8월5일 밤9시에 바로 우리 머리 위엔 '허큘레스'라는 별자리가 지나간다. 우리가 남쪽을 향해 서면 그 허큘리스는 거꾸로 서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허큘리스 별자리의 무릎 왼쪽에 '거문고'별자리, 그리고 바로 거문고별자리 왼쪽을 은하수가 흐른다.
은하수속엔 유명한 별자리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북쪽하늘엔 W자를 한 '카시오피아' 그리고 十를 이루고 있는 거문고별자리 옆의 백조와 독수리, 그리고 남쪽 지평선위에 뜨는 궁수와 전갈 별자리들이 절반식 은하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늘의 대장사(大壮士)'허큘레스'는 대신(大神)'제우스'가 '안드로메타'와 '페르세우스'사이에 태어난 딸 '알크메네'와 정을 통하여 낳은 자식이다. 이때문에 왕비인 '헤라'여신(女神)은 허큘레스가 애기였을 무렵에 두마리의 독사(毒蛇)를 보냈는데 '허큘레스'는 무심코 손에 쥐고 장난하며 죽여 버릴 정도 였다. 그래서 허큘레스의 왼손엔 뱀이 두마리 잡혀 있는 것이다. 그는 커서 마인(馬人) '케이론'으로 부터는 무술을 배우고 '리노스'로 부터는 음악을 익혀 희랍최강의 장사가 되었지만 항상, 헤라 왕비의 증오(憎惡)의 대상이 되어 왔다. 헤라의 저주를 받아온 허큘레스는 드디어 미쳐버렸다. 자기 아내를 죽이고 그가 나은 세자식들마저 불속에 집어 던져 버렸다. 그가 저지른 이 큰 죄로 그는 바닷뱀을 퇴치하고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으로 만든 사과를 따오는등 12가지의 모험을 하는 것으로써 씻어야 했다. 허큘리스는 이 모든 일들을 훌륭히 해냈고 이밖에도 많은 무공을 세웠다.
허큘리스는 다시 장가를 갔다. 아름다운 아내 '디아니라'하고 여행길을 떠났다. 마인(馬人)'네스소스'가 지키고 있는 강에 이르렀을때 허큘리스에 굴복한 네스소스는 허큘리스더러 강을 먼저 건너가게 하고, '디아니라'를 등에 업고 강을 건너가는 일을 도와주는척 하다가 도망을 쳤다. 허큘리스는 바닷뱀의 피가 묻은 독화살(毒失)을 쏘아 네스소스의 가슴을 관통시켰다. 네스소스는 죽어가며 등에 업힌 디아니라에게 마지막으로
"내 피를 받아 두었다가, 남편의 사랑을 언제나 차지할수있는 부적으로 사용 하라"고 말했다.
디아니라는 그말을 믿고 언젠가 남편이
"승리의 신(神)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위해 제사를 지내야 할터인즉, 흰 속옷을 보내라"는 말을 전달받고 그 옷에다 네스소스의 피를 문지른 다음에 보냈다.
네스소스의 저주는 집요했다. 그 속옷을 입자마자 피부에 밀착되어 벗어 버리려고 하면 살이 묻어 나왔고, 독이 전신에 퍼졌다. 허큘레스는 도저히 살아날수 없음을 깨닸고 영웅답게 죽기 위해 '오이타'산으로 올라갔다. 그 정상에 장작을 쌓놓고, 사자의 가죽을 깔고 항상 갖고 다니던 몽둥이를 벼개로 삼고 누었다. 그의 부하였던 '필로쿠테데스'는 울면서 불을 질렀다.
그 불길이 하늘을 찌를는것 같았는데 이 광경을 본 대신(大神) 제우스는 자기 아들의 용감한 최후에 감탄한 나머지 네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보내 허큘레스의 혼(魂)을 하늘로 운반해 왔다. 제우스는 헤라 왕비를 설득하여 그들의 딸 '헤베'를 허큘레스에게 출가시켜 둘은 그후로는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허큘레스의 허리부분엔 유명한 M13이라고 학명(学名)이 붙어 있는 구상성단(球状星団)이 있다. 큰 망원경으로 보면 5만개 이상의 별들이 밀집해 있는 놀라운 장관을 보여준다.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성단인데 거리는 약 3, 4천 광년(光年)이나된다.
견우-직녀, 베가-알테어 이야기
은하수에 얼킨 이야기로서 음력(陰歷) 7월7일에 우리 머리윗 하늘에 자리 잡은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설명한 '허귤레스'별자리의 모습과 은하수사이엔 얌전하게 자리잡고 있는 작은 '거문고'별자리가 있다. 여기엔 파랗게 빛나는 0.1등급의 별이 뚜렷하게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서양서는 '베가'(Vega)라 부르는 직녀성이다. 바로 그 왼쪽편에 은하수가 있고 그 속에 十자형의 백조별자리가 있으며 그 남쪽에는 독수리별자리가있다. 독수리 별자리가운데 독수리 목에 해당하는 곳에 0.9등급의 약간 노랑빛나는 별이 밝게 반짝이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견우성이다. 서양에선 '알테아'(Altair)라고 부른다.
Vega라는 뜻은 아랍말이 변형된것으로서 <;떨어지는 독수리>;라는 것이며, Altair라는 말은 역시 아랍어로서 <;나르는 매>;라는 뜻이다. 이 두 별들은 우리 태양계에 아주 가까운 곳에 있으며 거리는 베가가 27광년, 알테아가 16광년쯤된다.
자, 이제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연을 살펴보자.
은하수 동쪽강변에 아름다운 천녀(天女)가 있었다. 천제(天帝)의 딸이며 이름은 직녀(織女)라 했다. 아버님 분부로 아침 저녁 1년 열두달 베틀에 매달려 천만 짜고 있었다. 그녀가 짜내는 운면(雲綿)은 오색(五色)으로 빛나는 눈부시게 멋진 것이었지만 직녀자신은 머리나 얼굴손질하는데 일체 무관심했다.
아버지는 불상히 여겨 은하수 서쪽에 있는 견우(牽牛)라는 젊은이 한테 시집을 보냈다. 그랬더니 이번엔 남편한테만 매달려 날새는줄 모르고 있었다. 운면짜는 일은 내동댕이 쳐버리고 남편하고 사랑독에 빠져서 정신이 없었다. 아버지는 참다 못해 직녀를 다시 동쪽으로 데려와 1년에 한번만 만날수 있게 하였다.
직녀는 그로부터 남편과 만나는 날, 7월7일을 고대하며 베틀에 다시 매달리게 된것인데, 음녁(陰歷)7월이면 장마계절이라서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은하수의 물이 넘쳐흐르게 돼서 남편을 만나러 강을 건너갈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은하수강을 끼고 견우와 직녀는 이 1년에 한번인 기회를 놓고 안타까와 할뿐이다. 이 광경을 본 까치들이 강에 들어가 한줄로 서서 날개를 펴, 다리를 만들어 직녀가 은하수강을 건너가게 해 준다고. 그런데 7월이 되면 까치들의 날개털이 빠진다. 직녀를 도와주는 고역을 치르기 때문이라는 전설(傳說). 중국이나 한국에선 7월7일에 집 지붕에 멍청하게 내려 앉아 있는 까치들을 애들이 보면, 돌을 던져 빨리 은하수로 달려가라고 한다는 습관이 있었다.
직녀성에 관한 중국의 또하나의 전설.
후한(後漢)시대에 동영(董永)이란 젊은이가 있었다. 집이 하도 가난해서 남의 고용살이로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다. 얼마 후에 아버님이 세상을 떴다. 장례식 비용이 있을수가 없어서 그가 사는 마을의 부잣집을 찾아가 노복(奴僕)으로 몸을 팔아 그 돈으로 장례를 치뤘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아름다운 낭자(娘子)를 만났다. 친절하고 믿음직하다 생각했다. 청혼을 했더니 쾌히 응함으로 아내로 맞이하기로 하고 주인집으로 데리고 갔더니 주인이 "네 아내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천을 짜는 일에 능하다고 합니다"라고 대답 했다.
"그렇다면 비단3백필을 짜주렴. 그렇게 해주면 너는 더 이상 내 시중을 봐주지 않아도 되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동영의 아내는 열심히 비단을 짰다. 한달 동안에 3백필의 비단을 모두 짰다.
자유를 얻은 남편과 함께 주인집 문을 나오자 아내는 말하기를,
"저는 하늘에서 내려 온 직녀입니다. 당신의 효성이 너무나도 지극해서 천제(天帝)가 깊이 감동하여 저를 당신한테 보내시어 당신 몸값을 갚게 했읍니다" 하고는 그자리에서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한다.
제우스가 백조로
은하수에 얼킨 견우와 직녀를 생각하면서 하늘을 보느랴면 十자형의 백조(白鳥)별자리 속의 별하나가 견우와 직녀별에 질세라 하고 밝게 빛나는 별이 있다. 이 별 이름은 '데네브'(Deneb). 이 세개의 별을 서로 이으면 큰 삼각형을 중천에 그릴수가 있다. 여름철에 보이는 가장 찾기 쉬운 도형이다.
十자꼴의 백조 별자리는 남십자성(南十字星)에 대한 북십자성(北十字星)이란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보인다.
이 백조에 얼킨 그리스 신화는 다음과 같다. 대신(大神)'제우스'가 또 바람이 나서 '스파르타'왕인 '테인다레우스'의 왕비, '레다'한테 정을 통하려 가려는데 알몸으로는 갈수가 없어 변신법(変身法)을 써 백조가 되어 다니곤 했는데 바로 그 모습이라는 것. 레다는 임신하여 애 대신에 알을 낳게 되었는데 그 알 하나로 부터는 쌍둥이 별자리의 '캐스터'(Castor)와 '폴랙스'(Pollax)가 부화되었고, 또 하나의 알부터는 그 유명한 '트로이'전쟁의 발단이 됐다고 하는 미녀, '헬레네'가 나왔다고 한다.
교만한자 전갈에 물린다
아직 하늘 보는 일이 끝나지 않았다. 은하수를 따라 남쪽으로 지평선 가까이 까지 가보자. 남쪽하늘에 웅대한 S자를 그리며 전갈별자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 별자리의 곡선미는 알려진 모든 별자리 중에서도 최고의 미를 자랑한다. 전갈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고대의 '바빌로니아'에서 이 별자리가 그나라에 많이 있는 전갈과 같다고 보고 '아크랍'이라 부르던것이 그대로 정착된것이다. 중국에선 사신(四神)의 청룡(青龍)으로 보았다.
S자 윗곡선 부분에 유난히도 붉은 1등급의 별이 있는데 이 별 이름은 '안타레스'(Antares)라고 부른다. 이 '안타레스'는 전갈의 가슴에 해당하는 곳에 있으며 전갈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二十八숙(宿)에선 <;청룡의 가슴>;으로 심숙(心宿)이라 한다.
이 전갈별자리에 관련된 전설도 많다. 그 가운데에서 간단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추려보자.
사냥꾼 '오리온'은 "이 세상에서 나만큼 강한자는 없다. 어떤 짐승이라도 나의 이 몸둥이로 한방만 얻어 맞으면 끝장이란 말이야"하고 호언장담하는 꼴이 보기 싫어 사람들이 올림포스의 여신 헤라에게 고해 바치니 크게 노하였다. 어느날 오리온이 큰 길을 내노라하고 활보할때 헤라 여신은 전갈을 시켜 오리온의 다리를 물게 하였다. 강한 독이 전신에 퍼져 오리온은 그만 죽음을 당했다. 이 공으로 전갈은 하늘의 별자리로 된것이었다. 오리온도 별자리가 되었지만 지금도 전갈을 무서워하며, 전갈이 서쪽 지평선으로 사라지지 않는한 동쪽에서 오리온은 뜨질 않는다고.
전갈 별자리 중에서 가장 밝은 별 '안타레스'는 거리가 1백20광년이나 되는 곳에 있으며 유명한 거성(巨星)인데, 크기는 우리 태양 직경의 2백60배나 된다. 안나레스란 뜻은 그리스말로 「Anti Ares」즉 <;화성(火星)의 적(敵)>;이란 뜻이다.
이렇게 이름이 붙은 이유는 빛이 화성과 같이 붉게 불길(不吉)하게 보이는 데다가 화성궤도 상에 있어서 때로는 이별과 화성이 수십년만에 마주칠때가 있어 하늘의 호적수(好敵手)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이별을 화(火)라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별의 기사(記事)라고 하는 중국의 서경(書経)의 요전(堯典)속의 한구절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日永星火以正仲夏>; 즉, 화(火)라는 별이 정남(正南)쪽으로 나타 날때가 하지(夏至)라는 것이다.
또한 이 안타레스를 끼고 양쪽에 있는 두별과는 산형(山形)을 이루고 있는데 옛날부터 여러 민족들이 특별히 주시해왔다. 바빌로니아에선 <;독수리>;로 봤고 인도의 경문(経文)엔 <;새와 같은 모습>;이라 했다. 중국에선 이 세개의 별들을 심숙삼성(心宿三星)이라고 불렀다. 유명한 사기(史記)의 천관서(天官書)를 보면 여러 별자리(宿)의 설명 가운데에 "심숙(心宿)의 화(火=안타레스)는 천황(天王)이고 앞뒤의 별들은 태자(太子)들이다. 이 세별의 모습은 구부러져 있는 것이 정상이다. 일직선으로 서면 천왕이 아들 때문에 기세(気勢)가 죽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옛날 부터 중국에선 화성(火星)을 형혹성(熒感星)이라 불렀는데 이것이 화(火=안타레스)에 접근하는 때는 가장 불길하다고 했다. 서양서도 <;화성의 적>;이라 했쟎느냐 말이다. 하기야 몇십년, 몇백년만에 붉고 밝은 두별이 나란히 서면 기분 나쁠 것임에 틀림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렇게 된것을 봤을때는 중국의 기록에는 <;王者不勝 大將戰死>;, <;大臣反在 天下亂起>;, <;王絶世子貴人餓死>; 등등, 형편 없는 글만이 남아 있다.
진시황36년에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 다음해에 진시황제는 죽었고 나라는 망했다는 것이다. 당(唐)나라의 현종(玄宗)때인 천보(天宝)13년에도 이 현상이 생겨 다음해에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켜 현종이 촉(蜀)나라로 도망 갔어야 했다.
올여름에 화성이 보인다
화성은 태양과의 거리가 멀어서 거의 2년이나되는 6백87일에 걸쳐 태양을 끼고 돌기 때문에 지구의 밤하늘엔 2년에 한번씩 나타난다. 바로 금년이 화성을 볼수 있는 해인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화성의 궤도 운동이 전갈자리를 지나가는지 궁금해서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전갈별자리 바로 동쪽에 있는 궁수 별자리까지 8월에 접근했다가 9월에는 반대로 화성만은 동쪽으로 역행(逆行)한다. 이 현상은 화성에게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것으로 밤하늘의 모든 별들은 동→서로 이동하는데 화성만이 동→서로 가다가 동쪽으로 역행하는 현상을 보인다. 옛날 사람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또 이 문제를 풀수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지구와 화성과의 상대운동때문에 나타나는 걷보기 현상임은 근래에 와서 알려졌으니 내가 점(占)장이라면 어떻게 풀이 하여야 할까?
"암, 형혹성이 화에 접근한뒤 역이행(逆離行) 하니 이 세상에 큰 불행이 있을뻔 했다가 그 화를 면화게 될 터인즉 안심하라···"라고 말했으리라. 바로 그 큰 불행이 있을뻔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련에서 일어난 '체르노빌'헥발전소의 방사능로(爐)가 녹아 버린 사고를 말할수 있을것이다. 이쯤되면, 나도 어지간한 점성술가(占星術家)가 될만 할것 같은데 손님이 와줘야 할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