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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교통체계 8각형 교차로, 도시교통의 장애물

서울의 교통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88년 이후 더욱 심각해진다는 우리의 도시교통체계, 공학적 방법을 중심으로 그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도시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산다. 사람이 모여살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그 만큼 할 일이 있기 때문이고 서울같이 큰 도시에는 그만큼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 경제활동의 반 이상이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 경제가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서울 시민이 민활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만 될 것이다.

그런데 서울의 교통사정은 어떤가? 시내버스는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아 웬만하면 타기 싫어하고 택시는 잡기가 어렵고 자가용 승용차는 물론 있으면 좋지만 주차하기가 어렵다 한다. 지하철이 있지만 지하철 단독으로는 생각만큼 많은 시민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며 버스와 연계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어떤 수단의 이용자도 흡족하게 느끼는 사람이 적은 것 같다.

주택문제를 앞지른 교통문제

이렇게 교통이 불편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첫째는 시민들이 시간을 교통에 뺏기게 되니까 생산성이 떨어진다. 서울에서는 시민들이 하루에 약 6백만명이 집을 나서 하루에 3번정도 차를 탄다고 보면 전부 2천만 통행을 하는데 매 통행당 1분씩만 절약해도 33만 시간이며, 8시간 근무를 기준할 때 4만명의 근로자가 더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시간이다. 물론 시간이라는 것은 60명이 1분씩 절약한다고 해서 한사람이 60분 절약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니까 시간을 숫자만 갖고 계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교통시간을 절약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최근 직장의 위치가 바뀌어 교통시간을 종전보다 많이 소모하게된 필자 자신도 실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뿐 아니라 화물도 교통혼잡의 영향을 받는다. 운송시간이 길어지면 운송원가가 올라가고 따라서 상품의 원가가 올라가게 마련이다.

교통불편의 둘째 문제는 각종 자원의 낭비이다. 우선 노면교통의 속도가 떨어지면 그만큼 많은 차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백분이면 왕복할 수 있는 버스노선을 5분 간격으로 운행하려면 버스가 20대 필요하다. 그런데 속도가 10% 떨어지면 1회 왕복에 1백10분이 소요되고 5분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버스가 두대 더 필요하게 된다. 이것은 비단 노선버스에만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 일정한 수의 승객을 수송하기 위한 택시의 대수나 일정량의 화물을 운반하기 위한 트럭대수도 마찬가지이다.

교통이 혼잡해지면 결국 도로든 지하철이든 건설해야만 된다. 이것도 자원의 소모이다. 뿐만 아니라 교통이 혼잡하여 속도가 떨어지면 같은 거리의 통행을 위해 자동차가 더 오래 운행되어야 하므로 연료 소모도 많고 공해물질도 많이 배출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손실을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 숫자에 이른다. 서울에서 자동차의 시속이 1km씩 떨어질 때 추가되는 연료소모, 택시와 버스의 소요만 계산해보아도 연간 6백억원의 시민부담이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서울시민이 시정(市政)에 기대하는 것이 84년부터는 주택문제를 제치고 교통문제가 수위로 나섰다고 한다.

그러면 이러한 도시의 교통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대치해야 할 것인지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자동차문화는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고 우리의 교통문제를 다루는 체제는 옛날 교통순사체제에서 별로 진전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체증의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교통량(수요)과 도로의 차량통과능력(이것을 용량이라 한다)의 비율을 살펴보자(그림1). 88년까지는 지하철완공 및 단기유통 개선방안, 도로건설 등으로 수요가 용량을 어느 정도 앞지르고 있으나 그 뒤로는 별도의 조치가 없는 한 교통사정은 점점 나빠지리라는 것이 자명하다.

지금도 러시아워때는 정체되기 일수인 서울의 교통체계가 더욱 악화된다는 것은 심각한 우려를 낳지 않을 수 없다.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취해야할 조치는 어떤 것인지 도심교통의 교차로 운영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그림 1) 도심도로의 수요 및 공급
 

4차선이 1차선으로

도시의 교통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차로 운영이다. 왜냐하면 교차로에서는 두 길 중에서 하나만 통행을 시켜야 되기 때문에 용량이 반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입체교차가 아니고 신호로 조절되는 길의 차량통과능력(용량)은 길 자체의 용량에 그 길이 청신호를 몇초 동안이나 받는지 그 청신호 비율을 곱하여 산정한다.

예를 들어 1차선 도로는 모두가 승용차라고 가정한다면 한 시간에 약 2천2백대를 통과시킨다. 그러나 교차로에서 청신호를 신호1주기 1백초 동안 50초를 받는다면 그 길은 한시간에 1천1백대만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우리나라의 교차로는 좌회전까지 합쳐서 신호가 네번 바뀌기 때문에 평균잡아 도로의 용량이 교차로에서 4분의 1로 떨어지고 만다. 결과적으로 4차선 도로가 교차로 때문에 교차로가 없는(즉 고속도로 처럼 모든 교차로가 입체화 되어 있는) 1차선 도로의 구실 밖에 못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용량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하여 첫째는 교차로의 설계를 잘하여 1차선 도로라도 (그림3)에서 보는 것 처럼 교차로 부근에서는 차선 수를 늘리고 둘째로는 신호시간을 잘 조정하여 되도록 많은 차량이 빠져 나갈 수 있게 한다. 신호시간 중 좌회전에 청신호를 내보는 것은 되도록이면 짧게 하고 직진에 청신호를 많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좌회전 차량 수가 직진차량 수보다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차로의 구조를 볼때 좌회전 차선은 하나인데 직진 차선을 둘 이상일 때가 많다. 이런 곳에서 직진신호 동안은 2개 차선이 열려 차가 두 줄로 빠져 나가는데 좌회전 신호 동안에는 한줄로 밖에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히 교차로의 순간적용량이 떨어진다.

새로 도입될 '부분동시신호'

교차로의 효율을 외국의 교차로만큼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있어야 한다. 예를들면 차량검지기를 좌회전 도로선에 묻어놓고 죄회전 차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자동적으로 파악, 좌회전 신호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현재 서울의 강남로 일부에는 차량검지기가 묻어져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시행할 계획인 '부분동시신호'도 좌회전차량의 처리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분동시신호란 좌회전신호와 직진신호를 동시에 주는 것으로 아침에는 차량이 도심으로 몰리고 저녁에는 외각지역으로 차량이 몰리는 것에 착안한 제도이다. 그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침의 경우 도심에 차량이 들어올 때 직진과 좌회전을 동시에 주어도 반대편 즉 외각지역으로 나가는 교통량은 적으므로 그 중의 좌회전차량 한둘은 비보호 좌회전에 의해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여러가지 일시적 불편과 비난을 무릅쓰고 비보호 좌회전이 도입된 것이라든지 좌회전 순서가 바뀌어 직진보다 먼저 현시(顯示)되도록 한 것은 모두 부분동시신호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치라 할 수 있다. 특히 비보호좌회전제도가 보편화되지 않으면 부분동시신호제도는 성공할 수 없고 오히려 교통혼잡과 사고만 가중시킬뿐이다. 그밖에도 외국에서 활용, 큰 효과를 보고 있는 시간제 좌회전금지도 검토되고 있다

8각형 교차로는 빵점
 

(그림 2) 가각이 8각형인 교차로
 

현재 우리나라의 교차로는 그 구조가 일관성이 없고 각종 모순이 개재되어 있어 어떤 것은 효율이 20~30%나 떨어지고 있으며 여기에 신호 현시방법이 비효율까지 합하면 곳에 따라서는 30~50%까지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교차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상당히 해왔으나 만족하기에는 아직 몹시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런 일들이 잘 안되는 이유는 교통에 관련된 정부부서의 교통에 대한 전문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교통담당부서가 불합리하게 쪼개져 있어 협의 한번 하려면 상당히 어려우니까 아예 그만두고 마는 경향이 있다.

교차로를 예를 들어보면 설계하는 사람이 교통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지금 모양을 해놓지는 않했을 것이다. 설계자는 시(市) 도로과이고 차선 및 교통신호를 운영하는 곳은 경찰국이다. 그런데 이 두부서의 협조형태는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있는듯하다. 지금까지 도로를 시공할 때까지 설계자나 시공자는 그 도로에 차선이 어떻게 그어질른지 모르면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건 경찰소관입니다'라고 미루면 그만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도시계획담당자들은 도로를 광로(廣路), 중로(中路), 소로(小路)로 구분할뿐이며 좀더 기술적으로 자세히 표현하다고 해도 50m도로, 30m도로 운운한다.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인지 보도가 몇m인지 교차로 부근은 어떻게 할 것인지 신경쓰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교차로에서는 일률적으로 가각을 8각형으로 만들어버린다.(그림2참조) 이런 설계는 비효울뿐만 아니라 위험하기 그지없다.(그림2)를 보면 8각형 교차로에서는 A지점에 차가 정차하고 있어야 하므로 C지점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 이 때문에 C지점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뿐 아니라 신호가 바뀔 때 C지점을 건너고 있는 보행자를 다치게할 위험이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림3)에서 처럼 가각의 모서리를 메우고 건널목을 앞으로 당기며 좌우회전 확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8각형 교차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그림2)에서 B부근까지 차량을 뽑아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건널목이 뒷부분에 위치한 관계로 차량과 사람이 뒤섞이는 혼잡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중(1년에 7천5백명) 보행자사고가 60%를 차지하고 이 중 교차로 부근에서의 사고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교차로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림 3) 개선된 교차로
 

교통공학은 또 다른 첨단과학기술

도시교통의 효율적 운영에 대해서 교차로 운영에 국한시켜 살펴보았지만 그밖에도 연구되고 개선되어야 할 문제는 산적돼있다. 예를들어 지하철과 버스의 연계를 위한 환승시설, 교통신호 연계체제, 우리나라에서 일부 시행돼 효과를 보고있는 가변차선제뿐만 아니라 정류장의 기능적설계, 교통량의 흐름을 예측한 도로설계 등도 연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몇년 후, 어떤 혼잡이 일어날지 눈에 선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침 8시20분 출근을 위해 6시부터 집을 나서야 하는 비극이 생길른지도 모른다.

교통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완전 정부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도, 지하철, 항만은 정부가 직영하고 시내외버스, 택시 및 화물운송업은 민간기업이 운영하지만 정부의 각본대로 움직인다. 정부가 해결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결정되면 문제는 보다 쉽게 풀릴수 있다.

그 구체적 내용을 좀더 살펴보면 첫째 전문교육 문제이다. 무릇 열매를 보고자 하거든 씨를 뿌려야 한다. 교통공학이라는 것이 어엿한 학문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고 그만큼 전문가가 나라에 필요할 터인데 우리나라의 그많은 대학중에 한군데도 정식으로 가르치는 곳이 없다. 몇몇 안되는 교통전문가들도 모두 외국에서 학위를 따온 인사들이다.

또한 교통행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간단히 살펴보면 치안본부가 30% 건설부가 30% 내무부가 20% 교통부가 20% 정도로 관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사이에 분명 교통정리가 필요할텐데 그런 것은 잘 보이지 않고 철저한 자유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되는듯 하다. 교통을 담당하는 곳은 많아도 정작 대부(代父)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성 고갈에도 불구하고 교통분야의 기초연구를 위하여 정부예산이 투입된 예는 본 일이 없다. 과학기술의 행정을 맡고 있는 과기처도 교통기술에 대한 인식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과기처에서 마련한 '과학기술 2000년대 계획' 보고서에서 교통기술 부분이 빠진 것도 교통공학이 유전공학이나 전자공학같은 과학기술의 인정을 못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교통기술이 서울의 교통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해 준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차로 운영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면 상당부분 개선될 점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교통분야를 전문분야로 인정하여 인재를 배출하고 교통행정을 전문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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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신부용
  • 사진

    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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