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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펄프종이공학회 회장 신동소 박사

수명긴 중성지 보급이 시급

사무자동화시대가 오면 종이없는 사무실이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 우리나라 사람이 한해에 쓰는 종이의 양은 연간 54㎏에 달한다. 게다가 지난 75년에서 80년까지 종이 소비량은 두 배로 늘어났고, 작년 한 해동안에도 70만t의 고지(古紙)를 외국에서 들여와 1억달러 이상을 썼다. 마침 지난 11월 21일 국제종이기술세미나를 개최한 한국펄프종이공학회의 신동소(辛東韶ㆍ55ㆍ서울농대 교수)회장으로부터 종이에 관해 궁금한 점을 알아 보았다.
 

한국펄프종이 공학회 회장 신동소 박사


▲우선 종이는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통나무를 물에 불려 잘게 자른 다음 70℃의 온도와 2.5㎏/㎠의 고압 상태에서 쇄목석(맷돌)으로 죽과같이 만들지요. 여기서 펄프가 나오는데 그 속에 포함된 나무껍질, 모래 등의 불순물들을 원심분리기로 가려낸 다음 초지기로 종이를 떠냅니다. 이것이 신문지를 만드는 쇄목(碎木)펄프의 경우이고, 노트지나 화폐등 고급지를 만드는 데는 화학펄프를 쓰지요. 화학펄프는 쓰고난 나무조각 등에 가성소다, 황산나트륨 등을 가해 고압솥에서 삶아내 만듭니다"

▲우리나라 종이의 질은 어느 수준인지요.

"신문지의 경우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너무 고급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이니까요. 그 이유는 국내의 원료부족과 경제적 이유로 외국잡지를 도입해 재생시켜 쓰기 때문입니다. 펄프무게의 7할이 이런 것이지요. 인쇄잉크를 빼는 탈묵공정으로 종이가 외국보다 희고, 울퉁불퉁해 잉크흡수가 빨라 고속윤전에 적합하다는 잇점도 있읍니다. 약점이라면 종이의 강도가 떨어지고 따라서 두껍다는 점을 들 수 있읍니다.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는 50년생 이상의 나무를 쓰는데 비해 우리는 15년생이 고작이어서 섬유길이가 짧기 때문입니다"

▲펄프제지업계에서 요즘 주로 연구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더 적은 약품을 써서 더 나은 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과 슬러지를 이용하는데 관심을 쏟고 있읍니다. 선진국에서는 열기계펄프(TMP), 화학기계펄프(CMP) 등 상품성 없는 찌꺼기 나무를 원료로 쓰면서도 약품 전 처리를 잘 해 나무섬유의 파괴가 적은 고품질의 종이를 만들고 있지요. 스웨덴, 캐나다 등 제지선진국에서는 에너지와 물을 적게 쓰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있읍니다"

▲제지공장 주변에서 수질오염이 종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데 그 대책은 어떻습니까.

"제지공장의 오염물 부하량이 큰것은 사실이지만 오염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큰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신교수께서는 요즘 중성지(中性紙)의 연구에 몰두해 그 보급을 활발히 제창하고 계시는데 그 내용을 설명해 주시죠.

"지금까지의 종이는 모두 산성지로서 수명은 기껏해야 50년 정도입니다. 도서관의 귀중한 장서를 아무리 잘 보관한다 해도 1백년이 못가 못쓰게 되지요.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외국에서는 중성지의 중요성을 인식해 그 비율이 프랑스에서는 전체 종이의 50%, 일본에서는 26%에 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 가치를 몰라 수요가 없는 형편입니다"

▲지금까지의 종이가 산성을 띠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종이를 만들 때 잉크가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송진가루를 첨가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잘 정착하도록 넣는 황산알미늄에서 생기지요"
신교수는 1천2백년 된 다라니경이 아직도 손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고대의 우리나라 한지는 중성지였다는 것이다. 장기 보관 말고 중성지의 잇점을 신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중성지의 경우 보통펄프에 '알킬케텐다이머'와 양성 전분을 첨가해 만들지요. 산성지를 만들 때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물을 많이 쓰지만, 중성지의 제조공정은 폐쇄회로이기 때문에 물이 절약됩니다. 아울러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고 부식이 방지되기 때문에 약간 비싼 제조비를 부담한다고 해도 전체적으로는 중성지 쪽이 득입니다"

▲종이를 절약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종이펄프산업은 내수에 기반을 두고 원료를 해외에 의존하며 영세하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종이와 펄프의 자급이 어려울진대 절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외국의 종이소비 증가율이 3%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 10%입니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탓도있지만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하겠지요"

종이에 관한한 신교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자연보호의 근본은 종이절약'이라는 것이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쿠바 넓이의 산림이 없어지고 있읍니다. 게다가 나무 한조각이라도 잘쓰면 가치는 엄청나지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은 7억원을 호가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종이를 낭비하고 있읍니다. 고지 1t은 길이 4m 지름 16㎝의 나무 10그루와 맞먹지요. 헌종이 3㎏을 버리는 건 보리쌀 두 되를 버리는 것고 마찬가지입니다. 고지의 회수율이 36%에 불과한 현실은 고쳐져야지요"

'종이 한 장도 지구의 생명'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준비하던 신교수는 종이는 절대 일회용의 소모품이 아니라는 점을 재삼 강조한다.

198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 사진

    이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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