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라이프사이클이 짧다. 세상에 나온지 2-3년이 지나면 자신이 추구하던 최정상의 자리를 넘겨주고 화급히 사라지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우리가 흔히 듣고 있는 256KD램이나 1MD램도 2-3년이 지나면 4MD램 8MD램으로 대체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반도체는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된다. D램과 같이 대량으로 사용되는 반도체도 있지만 이와 밀접한 기술관련성을 가지고 발전하는 주문형반도체가 있다. 특히 산업발달에 따른 특수장비가 다양화되고 가정용 전자제품도 고급화됨에 따라 주문형반도체의 수요는 점차로 증가하는 추세다. 반주문형 반도체 설계 자동화 기술인 '게이트어레이'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금성반도체 연구소의 진용선 선임연구원을 만나보았다.
-이번에 발표된 '게이트어레이'디자인 소프트웨어란 무엇입니까?
"일종의 반도체 부품 설계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읍니다. 주문형반도체의 경우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설계하다 보면 1년 이상 걸리는 수가 허다합니다. 그러다보면 집적도를 비롯한 여러가지 기술적 측면에서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리는 수가 대부분이지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설계기술이 바로 '게이트어레이'디자인 소프트웨어입니다. 쉽게 표현하자면 70%까지를 미리 만들어 놓고 나머지 30%를 가지고 사용자의 요구에 만족시키는 것이지요.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6개월이상 걸리는 개발기간을 3주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읍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입니까?
"솔직히 말씀드려서 1백%그렇다고 볼 수 없읍니다. 미국의 LSI-Logic이라는 회사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기술습득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반도체분야의 기술수준은 국내의 어느 기업이나 비슷한데 현재까지는 외국에서 실용화된 것을 들여와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단계라 할 수 있지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전혀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희들이 개발능력이 없어서 외국과 기술제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발자의 입장에서 짧은 기간내에 선진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하고 있는 주문형반도체의 경우만 하더라도 85년도에 'UC버클리'와 '스탠포드'대학의 도움을 받아 기본적인 베이스를 확보했고 올해에는 설계방법론 즉 앞에서 언급한 '게이트어레이'나 현재 시험중인 '스탠다드 셀'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우리 기술화 하고 나면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말해서 이제부터는 그들과 어깨를 같이 할 수 있는 수준에 와있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할 예정인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는 어떤 것이 있읍니까?
"이제는 더이상 추상적이 아닙니다. 우리도 목표를 설정하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읍니다. 예정되어 있는 것은 '실리콘 컴파일러'라는 기술입니다. 사용자가 이러이러한 회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는 회로의 특성만 입력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설계해내는 소프트웨어이지요. 반도체부품 설계에도 인텔리젠트한 개념(인공지능)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말입니다."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산업현장에 투신, 반도체 개발의 산증인으로서 8년 동안을 역투해온 진용선연구원. "회사의 여건만 허락한다면 산업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를 더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는 그에게서 우리나라 엔지니어의 참모습을 보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