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밝게 내리쬐는 자연 속의 싱싱한 풀숲과 우거진 나무의 새 잎 사이를 훨훨 날아 다니면서 꽃에서 꿀과 화분을 따고, 암수가 어울려 비상하다가 교미를 하고, 알을 낳고 하는 나비의 생태.
부지런한 제주꼬마 팔랑나비
5월의 따뜻한 햇빛을 받아가며 신록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경기도 양주군 보광사 주변 산기슭, 그 밑으로 쭉 뻗어난 야산과 공지(空地)에는 엉겅퀴꽃과 산미나리아재비 애기똥풀등의 꽃이 군락을 이루며 여기 저기 피어 있다. 그 꽃을 찾는 나비와 벌들은 바쁜듯이 꿀을 빨고 있다. 보광사 뒤에는 고령산이 치솟아 있고 태백산맥 지맥인 광주산맥이 경기평야로 뻗어가면서 앵무봉 은봉산 매봉 박달산등 준령을 이룩하였다. 특히 앵무봉의 계곡은 울창한 숲을 이룰뿐만 아니라 그 식물상도 풍부하다. 이러한 자연환경 조건이 곤충을 번식시키기에는 더할수 없는 곳, 서울에서 그리 멀지않은 보광사 부근에는 나비류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에 팔랑나비과에 속하는것만 해도 13종이나 된다. 그중 지느러미엉겅퀴(Cardnus crispus)꽃에 앉아 열심히 꿀을 빠는 나비는 제주꼬마팔랑나비(Pelopidas mathias Fabricius)이다. 부지런하여 아침 일찍부터 실바람과 같이 팔랑거리며 이꽃저꽃으로 날아다닌다. 이 나비는 속(屬)명이 Pelopidas로서 여기에 해당하는 나비는 줄점팔랑나비 산줄팔랑나비 직각줄점팔랑나비등이 있는데 앞날개의 길이가 그중 가장 작은것이 제주꼬마팔랑나비(암컷 15~18mm, 수컷 16~18mm)이다. 이 나비는 우리나라에 널리 분포되어 있었는데 근래 이 나비를 찾기가 매우 힘들다. 지느러미엉겅퀴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모양이 예리하게 보이기도 하나 다정하고 조용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황색과 흑갈색의 날개에는 시맥(翅脈·곤충의 날개에 무늬처럼 있는 맥)이 뚜렷하게 보인다. 약 15mm의 꿋꿋하게 세워져있는 앞날개는 옆으로 벌린채 지느러미엉겅퀴꽃에 앉아 꿀을 빠는 모양이 신비스럽다.
제주꼬마팔랑나비는 머리가 크고 몸체는 굵어 짧은 듯한 느낌을 준다. 곤봉과 같은 촉각은 앞으로 쭉 뻗어 꽃속에 들어가 있는 대롱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 아름답지는 않으나 그리 흔치도 않다. 나는것도 불규칙하고 성급하여 한번 날면 쏜살같이 사람의 눈길을 스쳐간다. 1분간의 날개진동이 35회라는 곤충학자의 실험 데이타가 있으며 가슴에는 강력한 근육조직이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여느때는 그 강력한 근육조직을 이용하여 빠른속도로 날며 꽃잎에 앉지도 않고 긴 대롱으로 꽃의 꿀을 빨아낼 수 있다는 것도 팔랑나비과의 독특한 습성의 하나이기도 하다. 곤충학자 '포르티에르'는 여기에 관해 흥미있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즉 곤충이 어떤 꽃을 찾는데는 상호간의 적응성이 존재하고 곤충과 식물이 서로 관계하는 자연계에서 어떤 특수한 물질이 순환하면서 생태적인 균형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매우 흥미 진진한 일이다. 1903년 'K 조르단'은 대롱의 길이가 225mm에 이르는 나비가 있다고 보고 했다. 대롱속에는 꿀을 빨아 올리는 관(Tude)이 있는데 그 폭은 아래서부터 끝을 향해서 점차 가늘어지고 있으며 그 관을 잇는 도관(導管)은 약 0.01mm정도여서 바깥쪽의 3분의 1 또는 2분의 1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비는 꿀을 빨대가 아니면 대롱을 시계태엽과 같이 둘둘 말아서 집어넣고 있어 보통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든 제주꼬마팔랑나비는 얼핏보아 나방과 닮은 것처럼 보여 다른 나비와는 달리 구별하기가 쉽다. 흥미있는 것은 수컷이 암컷을 발견하면 암컷 그 뒤를 쫓아 날고 암컷이 날다가 쉬면 그 뒤에 앉아 날개를 진동시켜 암컷에게 구애(求愛)한다. 그리고 교미가 이루어 진다. 교미중에도 나는 때가 있는데 그때는 암컷이 날개를 움직여 날고 수컷은 날개를 움직이지 않는다.
나비들의 교미가 이루어지는 시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가장 많다. 산란 할때는 1년초 잎 뒷면에 알을 1개씩 낳는데 제주꼬마팔랑나비는 1년에 한번만 산란한다고 한다.
유충의 섭식식물은 거의 단자엽식물인데 그 유충은 단자엽식물의 아래쪽 잎 두장을 실로 얽어서 그 속에서 살고 있다. 유충은 머리가 큰데 비해 몸체의 앞뒤가 가늘다. 번데기는 돌기(突起)와 각(角)이 없으며 유충이 섭식하는 식물의 잎을 말아 엉성한 고치를 만들어 그 속에 들어있다.
나비가 앉는 엉겅퀴꽃
제주꼬마팔랑나비가 지느러미엉겅퀴꽃은 국화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서 그 종류는 수십종이 된다. 이 지느러미엉겅퀴의 꽃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볼수록 화려하고 아름다운데다 꽃부리로 가시를 가려 감추고 있는 것이 요염(妖艶)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엉겅퀴는 국화과중에도 통상화(Tubular flower)만의 두상화서(Cap itulun)를 만드는 무리다. 그 꽃차례에서 한가닥의 통상화만을 뽑아서 관찰해 보면 꽃차례가 바깥둘레에 가깝게 위치한 곳에서는 꽃자루의 상부가 바깥쪽으로 구부러져 있다. 처음으로 꽃이 핀 통상화는 수술이 먼저 성숙하면 그 후에 암술과 합착(合着)하여 속이 빈 관(Tube)처럼 된 수술의 내부에서 꽃가루가 형성된다.
곤충이 수술을 건드리면 자극에 의해 기계적으로 수술의 꽃실(花絲)이 오물어들어 상대적으로 수술과 이어진 암술내부에 밀려나오는 형식으로 백색의 꽃가루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자성기(雌性期) 상태가 되면 중심에 있는 암술이 갑자기 자라게 되는데 이때부터 수정이 가능한 시기가 된다. 이때 암술의 중간이 부풀어 올라 작은털이 모여있는 곳이 보인다. 이러한 엉겅퀴류의 꽃의 구조가 제꽃가루받이를 배제하는 동시에 곤충에 의한 꽃가루의 매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도 깊은 자연의 이치를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배추흰나비
배추흰나비(Pieris rapae)는 양지바른 곳에서 자생(自生)하는 십자화과식물의 꽃을 찾다가 암수가 만나면 두마리가 함께 공중높이 날아 오르는데 그 나는 속도가 시속 8.3km나 된다.
암컷과 수컷은 크기, 날개의 색깔로 구별하기도 하는데, 수컷은 외면상으로 보아 순백색 이어서 두드러지게 보이지는 않지만 암컷은 약간 두드러지게 보인다. 거기에 앞날개의 안쪽이 어둡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배추흰나비 끼리는 서로가 암수를 신통하게 구별한다.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으로 알게 되어 수컷이 암컷을 발견하고 교미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암컷 날개 뒤쪽 나비가루(鱗粉)가 자외선에 강하게 반사되기 때문에 수컷이 그것을 식별하여 암컷을 알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비가루의 구조가 성(性)에 의해서 다르기 때문에 그 반사율이 다르다고 하는 것은 신비한 곤충생태의 한 면이라 하겠다. 속(属)명이 같은 배추흰나비 대만흰나비 큰줄흰나비 줄흰나비의 생활구역을 비교해보면 배추흰나비는 인가(人家)근처, 밭, 공지(空地)등을 중심으로하여 넓게 생활구역을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대만흰나비는 계절이나 지역에 대한 변동이 심하여 산중에 가까운 야산의 공지등에서 주로 생활하고 있다. 큰줄흰나비와 줄흰나비는 산중 가까이 또는 숲이 짙고 어둡게 느껴지는 습한 장소에서 생활하고 있는것을 보면 서로의 생존경쟁을 피하여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배추흰나비의 일생
배추흰나비의 발생은 1년에 4~7회라는 설도 있지만 서울근교에서는 년 4~5회의 발생을 되풀이 하고 있다.
배추흰나비는 4월초순에 출현하여 4월중순이 채 못가서 산란(産卵)을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것은 5월초순에 산란하는 것도 있어 각 각 처음 산란이 약 1개월의 차를 두고 있다. 따라서 4월중순과 하순에 우화(羽化)하는 배추흰나비는 4월에서부터 5월중순까지 어긋나는 간격으로 산란이 이루어져 1개월 중에도 몇세대가 지나는것 처럼 어느것은 알, 어느것은 유충 또는 번데기등으로 고르지 못한 발생을 하고 있어 발생횟수를 혼동하기 쉽다.
유충의 섭식식물은 이른봄에 재배하는 십자화과식물이 없기 때문에 배추흰나비가 산란할때도 여기 저기를 날아 다니며 1개씩을 산란한다. 알의 표면은 길이로 뻗어나는 돌기가 10여개로 보이며 알의 크기는 1mm내외이다. 처음 산란된 것은 백색의 알로 보이나 2~3일이 지나면 황색으로 변하고 부화(孵化)할때가 가까와지면 황갈색으로 변하여 간다. 약 7일만에 부화가 된 유충은 알껍질을 갉아먹고 잠시 쉬다가 십자화과식물의 잎을 섭취하기 시작한다. 4월이 되어도 재배십자화과식물이 아직 없기 때문에 자생하고 있는 황새냉이 쇠냉이 장대냉이등에서 간혹 유충이 발견된다. 유충은 알에서 부화된 뒤가 1령(令)이 되고 그뒤 2령 3령 4령 5령까지 성장한다. 그리고 번데기가 되어 그 번데기 속에서 성충(배추흰나비)이 우화(羽化)되는 것이다.
온도에 따라서 유충의 성장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24℃에서는 1령이 평군 3.0일, 2령이 2.0일, 3령이 2.0일, 4령이 2.7일, 5령이 3.5일이어서 유충기간이 13.2일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장이 끝나 번데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번데기도 성장소요일 기간이 평군 7.6일이 걸린다. 알에서 부화되어 100%가 성장하는것은 아니고 성장기에 천적(天敵)에 의해서 죽는 수가 많기 때문에 성충으로 되는 확률은 성장과정에 따라 많은 차가 있다. 천적에 의해 죽는 유충은 2령기 때에 배추벌레고치벌(Apanteles glomeratus L.)이라는 기생(寄生)벌에게 공격(기생)당하여 배추벌레가 노령유충이 될때까지 기생벌의 유충은 배추벌레 몸속에서 양분을 빼앗아가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배추벌레는 자신의 영양분을 기생벌유충에게 빼앗기어 결국은 배추벌레고치벌이 숙주(宿主)의 몸에서 탈출(脫出)할때 배추벌레는 죽고 마는것이다 또 기생벌은 유충에 기생하는 것만이 아니고 번데기에서 기생벌이 탈출하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배추벌레가 5령기에서 전번데기로 될 무렵 배추벌레사리좀벌(Ptenoonalus puparunL.)이 배추벌레 등에 앉아 기다렸다가 배추벌레가 전번데기로 바뀌어질 때 거기에 산란하여 번데기 몸속에서 좀벌이 부화되어 번데기의 양분을 빼앗아가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번데기에서 배추흰나비가 우화(羽化)되지 못한채 죽고 그 번데기에서는 배추벌레사리좀벌이 탈출(脫出)되는 것이다.
배추벌레는 몸의 색깔이 녹색이어서 야생십자화과식물이나 재배십자화과식물에서 성장하고 있을때 잘 보이지 않는다. 생활하고 있는 식물과 색깔이 같아 자기몸을 보호하고 적을 피할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