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상공에는 먼지층이 돔 모양의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있어 별관측을 방해한다. 광공해 차단필터를 사용하고, 비온 다음날 아파트 옥상에서 자정이 넘은 시간에 관측을 한다면…
화려한 네온사인, 도로를 따라 빛줄기 선을 긋고 있는 가로등, 그 선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자동차의 불빛, 마치 보석을 쌓아올려 놓은 것 같은 빌딩의 조명들로 가득 채워진 도시의 야경을 바라다보며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지상 불빛의 위세에 눌려 맥없이 떠있는 몇개의 별들을 보게 된다. 도시에서는 이처럼 초라하기만한 별들이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아마추어천문가들에게 이러한 현상은 정말로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것이다. 이 현상은 '광해'(光害)라고 하는데 이 용어는 일본의 아마추어천문가인 가와무라가 몇십년전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후 일반화됐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광공해'라고 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듯하다.
광공해의 주범 먼지
그런 이 광공해는 무엇이 원인이며 광공해가 심하면 별이 왜 잘 안보이는 걸까. 물론 그 원인은 대기오염에 있다. 일반적인 대기 오염에서는 먼지 등의 대기분진보다는 아황산같은 유해성분의 기체를 중요시 여기지만 광공해의 주범은 먼지다. 도시의 활발함은 엄청난 양의 먼지입자를 발생시킨다. 이 먼지들은 얕은 기층을 떠돌다가 고도 수십㎞ 상공까지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도시 상공에 먼지로 꽉찬 돔모양의 공간을 조성한다. 낮에는 태양빛이 너무 강해 먼지층을 잘 느낄 수 없다. 먼지층이 약간의 태양빛을 흡수·차단하긴 하지만 매우 미약한 양이다. 밤이 되면 거리는 온통 인공조명으로 뒤덮이면서 먼지층은 지상의 빛들을 반사해 마치 하늘이 어떤 밝기를 가진 것처럼 부옇게 만든다. 그리고 약한 별빛을 차단시켜 아주 밝은 별 몇개를 제외하고는 우리 시야로부터 별들을 앗아가버리는 것이다. 이는 대기의 먼지들이 별빛을 차단해 약하게 만드는 것과 먼지층이 지상의 불빛을 반사해 하늘이 어느 정도의 밝기를 가져 그 밝기보다 어두운 별은 보이지 않게 되는 두가지 현상의 복합효과다.
그렇다면 '도시에 먼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의문을 가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같은 장소, 같은 지상의 조건이라도 별이 상대적으로 잘 보이는 날도 있는데 이것은 대기중의 먼지가 적은 날인 셈이다. 공기가 너무도 깨끗한(?) 즉 진공상태인 우주 공간에서는 태양의 바로 옆에서도 어두운 별을 볼 수 있음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실제로도 평소에 2, 3등급의 별이 겨우 보일 정도의 도시에서 태풍이 지나가고나서 어느 정도 먼지층이 제거되고 하늘이 갤 때면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은하수도 보인다.
보통은 공기가 맑고 깨끗한 시골이라도 대기중의 먼지는 항상 있게 마련이므로 이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지의 분포가 적은 고산지대나 불빛이 없는 장소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대도시의 경우라면 60㎞정도, 중소도시에서는 30㎞정도 벗어나야 그 도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게 된다.
점차로 확대돼 가는 도시의 불빛과 대기오염은 전세계의 아마추어천문가뿐만 아니라 국·공립 천문기관에서는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대 관측 천문학의 메카라고 불리는 윌슨산천문대의 1백인치 반사망원경은 로스앤젤레스의 불빛 때문에 관측을 중단하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에서도 국립천문대의 관측시설 이전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각국이 하와이나 남태평양, 오스트레일리아에 천문대나 관측소를 짓고 있는 것은 광공해의 영향 때문이다.
차단막과 후드를 설치하라
광공해가 심한 곳에서 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빛의 직접 조사를 차단해야 한다. 망원경이나 눈에 주변의 가로등불이나 기타 광이 들어오면 자신의 눈이 렌즈에 어리거나, 망원경내의 난반사로 빛줄기들이 퍼져 제대로 관측할 수 없게 된다. 건물옥상이라면 빛이 차단되는 후미진 곳이나 기타 구조물로 바람막이와 같은 빛 차단벽을 세우면 좋다.
그림과 같이 망원경의 접안부에 차단막을 ㄷ자로 만들어 붙이면 편안한 관측이 된다. 특히 반사망원경은 경통안으로 잡광이 잘 들어오는 구조이므로 후드를 만들어 다는 것이 좋다.
이 정도만 조치를 해도, 광량이 풍부해 빛이 약간 감소해도 큰 지장이 없는 행성과 달, 이중성의 경우에는 훌륭한 관측이 가능하다.
이와 아울러 관측위치와 날짜의 선택도 중요하다. 도시에서는 높은 빌딩이나 아파트와 같은 건물이 바람의 흐름을 변화시키므로 곳곳마다 기류의 영향을 받아 천차만별이다. 대체적으로 주변의 막힘이 없는 아파트 옥상은 좋은 장소이지만 바람이 맞닥뜨리는 베란다는 좋은 편이 못된다. 이 점은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므로 정원 베란다 옥상 등 가능한 지역을 몇군데 정해 관측해보면 별의 상이 안정된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관측시기의 선택도 중요하다. 비가 온 후나 바람이 몰아치다 잔잔해지는 시기는 대기층의 먼지를 감쇠시키므로 좋은 기회다. 일기도에서 등합선이 좋은 구역은 대기의 흐름이 빠르므로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시간은 자정을 넘어서가 그 이전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 된다. 초저녁에는 낮동안 도시에서 발생된 먼지들이 복사열로 인해 상승기류를 타고 높이 떠올라 있어 불빛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나, 자정이 지나서 지상의 온도가 떨어지면 하강기류가 생겨 먼지층의 높이가 낮아져 빛의 영향이 어느 정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정이 지나서는 많은 양의 인공조명이 꺼지기 때문이다.
광공해 차단 필터
광공해를 일으키는 대다수의 불빛은 가로등이나 기타 공공시설물에 흔히 쓰이는 수은등과 나트륨등이다. 이 램프들은 다행히도(?) 태양광이나 백열전구와 같이 가시광선 영역 전체 대역의 빛을 내지 못한다. 쉽게 말하자면 태양광이나 백열전구는 프리즘을 통해 분리해보면 일곱가지(빨 주 노 초 파 남 보)색의 분리가 일어나는데 수은등이나 나트륨등은 분리해보면 일정파장대에만 띠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띠를 이루는 부분을 차단하고 나머지는 통과시키는 필터가 있다면 광공해의 대부분을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하여 만들어진 것이 광공해차단필터다. 이 필터는 수은등이나 나트륨등에서 나오는 빛의 파장에 대해서는 투과율을 낮게 만들고 천체에서 주로 발산되는 Hα, Hβ, OⅢ 등의 파장은 투과율이 높도록 설계 제작돼 있다.
차단필터의 종류는 흡수형과 반사형이 있는데 흡수형은 색소를 사용해 필요없는 지상의 광선을 흡수시키는 형태로 전체적으로 어두워지는 단점이 있으나, 입사각에 따른 편차가 적다. 반면에 반사형은 광의 특성에 맞는 여러 물질을 유리표면에 다층막으로 코팅해 필요없는 파장에서 반사율만을 높인 형태다. 이 방식은 전체적으로 광량의 감소가 작고 명쾌한 상을 만드는 반면, 빛의 입사각에 따라 코팅의 특성이 변화하므로 저배율의 관측이나 단초점 카메라 렌즈에 의한 촬영에서는 시야의 중심과 주변부가 색상의 차이가 많이 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필터들은 외국에서는 여러 회사들이 제작해 판매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생산하고 있지 않으므로 입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도심에서는 볼 희망이 없던 성운 성단 은하들을 볼 수 있으므로 차단필터는 광공해지역에서 필수품이다.
부착방법은 필터의 형태에 따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망원경의 접안부나 접안렌즈 내부에 부착할 수도 있고 쌍안경의 대물 렌즈나 접안부, 또는 카메라의 전방 등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이 필터는 도시에서 달이나 토성 목성 금성 정도 밖에 볼 수 없어 실망했거나, 장거리 원정관측을 가기에는 여유가 없는 경우, 또 멀리까지 가서 외박을 해야하는 관측 여행이 부담스러운 어린이나 여성아마추어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물건이다.
고배율을 선택하라
광공해가 있는 지역에서는 소구경으로 갈수록 배율이 높아질수록 상의 콘트라스트는 높아져가지만 구경이 작아지면 그만큼 볼 수 있는 한계가 주어지므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에서 고배율쪽을 선택하는 것이 상의 콘트라스트를 높이는 방법이다. 배율을 높이면 그만큼 보이는 면적이 작아져 좀 큰 대상의 관측이 곤란하지만 접안경으로 시야가 넓은 것을 사용하면 해결된다. 예를 들어 시야 40°짜리 접안경으로 60배로 관측을 하다가 시야 80°짜리로 1백20배로 관측하면 별의 밝기와 보이는 범위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부옇게 빛나던 배경하늘은 밝기가 ¼로 떨어져 상의 콘트라스트가 높아지게 된다.
광공해차단필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잘 만들어진 필터라 하더라도 실제보다 빛을 감소시키므로 그 점을 보상하기 위해서 구경이 큰 슈미트카세그레인이나 돕소니안이 유리하다. 또한 구경이 큰 고배율 쌍안경도 도시에서 유리한 장비다.
관측대상을 선정함에 있어서는 고도가 높아져 있는 천체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관측계획을 세울 때는 성좌도를 보며 남중시각에 가까운 대상들을 정하고 관측하는 것이 좋다.
촬영은 어떻게 할까
온통 뿌옇게 밝아진 하늘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망서려지거니와, 별의 일주운동을 촬영해봐도 허옇게된 바탕에 별의 선이 두세개 그어져 있는 사진밖에 얻지 못한 사람들은 '도시에서의 촬영은 불가능하다'는 단정을 내리기 쉽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필자가 구독하고 있는 외국의 여러 천문 잡지는 도심에서 촬영된 박진감 넘치는 성운 성단의 사진을 자주 게재한다.
이 사진들은 대개 필름과 필터를 유효 적절히 사용한 것이 많다. 우선 적색필터인 ${R}_{64}$를 사용하여 하늘의 밝음을 대부분 차단하고 별 영향없이 통과한 적색의 천체빛을 적색부분의 감도가 높은 흑백필름으로 촬영하는 방법이 있다. 전하늘의 대부분 성운들은 수소의 고유파장인 Hα(6563Å)을 강하게 내고 있다. 이 파장의 빛의 세기를 비교하면, 광공해의 6563Å 성분보다 성운에서 오는 성분이 훨씬 강하므로 볼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때는 ${R}_{64}$ 필터가 상당한 양의 빛을 흡수하므로 노출시간은 필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서 2~4배 증가시켜 주어야 한다. 특히 대구경 장초점의 망원경을 사용하면 자택에서 박진감 넘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컬러의 경우에도 적색감도가 높은 필름과 광공해차단 필터를 사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반사형의 필터를 사용할 때는 입사각에 따른 특성변화가 생기므로 될 수 있는 한 장초점의 망원렌즈를 사용하고 광각렌즈인 경우에는 흡수형 필터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촬영대상의 선택도 중요하다. 광공해에 강한 천체로서는 산개성단 구상성단 행성상성운 등 비교적 면적당 밝기가 밝은 것들이고 은하는 효과가 적다.
이상으로 대도시 불빛 아래에서의 관측에 대해 간단히 알아 보았다. 물론 깨끗한 하늘 아래에서의 관측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과 감동을 주지만 점차로 바빠지고 혼잡한 생활에 묻힌 도시인들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 더 열의를 가지고 노력하면 도시에서도 관측을 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삭막한 세상에 멀리 원정을 나가는 번거러움도 없고, 기껏 나가서 "아차 필터가 빠졌어, 릴리즈를 두고 왔네"하는 염려도 없을 뿐더러 관측이 끝나자마자 편안한 잠자리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 크나큰 이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