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항공기 생산기술이 어느정도 와있을까, 외국에서 떠드는 것처럼 선지국에 위협적인 수준에 와 있는 것일까.
국제시장에 진출한 항공기산업
'일본의 대기업 이시카와지마하리마 중공업은 미군 대잠수함초계기 P3C 엔진수리 업무 교섭에서 한구업체에 패했다. 이에 앞서 미츠비시 중공업도 대형 여객기 B-747(점보)의 동체부품 하청생산 수주경쟁에서 한국업체에 패한바있다.
일본 최대의 제트엔진 메이커(이시카와지마)와 항공기 메이커(미츠비시)가 차례로 패해 한국이 조선부문 뿐만 아니라 항공기 분야에서도 국제시장에 진출한 것은 일본업계에 큰 충격이 되고 있다'
지난 5월22일자 일본의 닛케이 산업 신문1면에 보도된 기사다.
이 신문은 이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이사카와지마가 한국업체와 경합한것은 극동지역 미군의 P3C터보프롭엔진 T56 수리 업무다. 이시카와지마는 일본 방위청의 P3C용 T56을 라이선스 생산해온 실적이 있으므로 자신을 가지고 응찰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의 항공기기술이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수준임이 명백해졌다'
우리의 항공산업기술 수준이 이미 B-767 개발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업계에 자극을 줄만큼 향상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항공기술교육과 연구가 시작된지는 벌써 40년 가까이된다. 1947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항공공학과를 설치하여 강의를 시작한 것이 처음이다. 한때는 항공기산업도 없는 나라에 항공공학과 설치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거나 원조로 도입하는 풍동시설과 연구시설을 반대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꾸준히 추진되어 오늘의 한국 항공산업기술수준으로 이끌어 왔다.
고급 기술 인력 양성에 주력
그동안 항공기 부품제작기술 및 기체조립 생산기술과 이에 필요한 각종 관리기술 등을 국내 전문기관 및 해외 제작사에서의 기술연수를 통해 축적했다. 항공산업의 궁극목표인 항공기 자체설계와 제작을 위해서도 한국과학기술원을 비롯 미국 프랑스 등 선진 항공공업국의 교육기관및 연구소와 기술훈련협정을 맺어 설계개발 기술습득에 힘써왔다.
이렇게 양성된 기술인력은 항공기 제작기술 부분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 한국기계연구소, 한국표준연구소, 군 교육기관등 국내 교육연구기관과 미국의 노드롭사, 휴즈사, 보잉사, 제너럴일렉트릭사 및 미군 교육기관등 해외교육기관에서 모두 5백명이 양성되었다.
항공기 설계개발부문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 미국의 노드롭사와 제너널일렉트릭, 프랑스의 피아스사, 영국의 마코니사 등에서 40명이 양성되었다.
축적된 기술은 항공기 기체제작 부문의 인장압출 성형가공, 복합소재성형가공, 수치제어식정밀가공, 비파괴검사, 화공·열처리기술 등 다양하다. 항공기엔진 제작 기술 분야에서도 프라저마 용접기술, 전자방전가공기술, 터빈브레이드 가공기술 등을 갖추었다.
이런 고급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항공산업은 70년대 중반부터 시작 되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여러 업체가 항공기 생산수출에 앞을 다투고 있다.
70년대 중반부터 본격착수
대한항공은 지난 75년 6월 항공사업본부를 설치하여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선두주자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국내 최초로 헬리콥터 생산에 착수하여 76년엔 미국 휴즈사의 500MD 헬리콥터를 조립생산하기 시작했다. 78년에는 대규모 정비창을 갖추고 F-14, 15, 16등 각종 전투기와 C-130수송기, 헬리콥터 등 미 육해공군 군용기의 창정비(廠整備·완전분해정비)사업도 벌였다. 이것은 사용시간이 수명시간을 초과한 항공기를 완전 분해하여 검사수리 부품을 교체하고 정비하여 처음 생산 되었을때와 같은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항공기 생산기술축적에 큰 역할을 하는 작업이다. 80년대에 들어와서는 국산 전투기 제공호를 생산했고 81년의 헬리콥터 40대 대미수출을 시작으로 84년엔 미국 휴즈사와 500E 및 530F형 헬리콥터 동체부품 7백20대분(1억달러)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체결 생산중이다.
또 미국의 항공기부품 제작 전문업체인 에어론카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미국보잉사에 수출한 B-747 점보기 날개부품 3백대분(약4천만달러)을 생산 중이다.
이밖에 미국 맥도널드 더글러스사의 MD·80 기체부품과 호주의 HDH사의 항공기부품수출(약3억달러)을 추진중이다.
대우중공업은 83년 10월 항공사업본부를 설립하고 정밀공작 가공기술이 바로 필요한 항공기기체의 가공 및 제작단계에서 부터 시작하여 항공기 전체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을 축적해가고 있다.
대우중공업의 항공산업분야 사업은 급속도로 추진되어 사업본부 설립 반년만인 84년4월 미국 제너럴 다이나믹스사와 미공군의 주력전투기인 F-16전투기 중앙동체 1백대분과 전방동체 1백50대분, 보조날개 3백대분등을 생산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이어 85년 12월에는 미국 노드롭사와 B-747 동체골격 1백대분을 생산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이 동체 골격은 대형여객기가 고속비행에 견딜수 있는 내구성과 정밀도가 요구되는 대형구조물로 안전비행과 직결되는 항공기 핵심부품이다. 노드롭사는 이 동체골격 지정생산 대상업체를 일본 스위스 한국등의 5개업체 중에서 대우로 결정한 것이다.
3개월뒤에는 미국 보잉사와 B-747 및 767 날개의 엔진장착부분과 보조날개 등 5개부품 1백대분을 수출하기로 계약하고 87년도 납품개시를 목표로 생산중이다.
이로서 전투기에서 대형여객기에 이르는 여러 종류의 항공기 동체제작 기술을 축적케 되었다.
독자 모델의 항공기 개발도 계획
특히 대우중공업이 생산하는 중앙동체, 전방동체, 보조날개는 항공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에 해당되며 5축가공을 요하는 골격부분이 근간이되어있다. 또1만분의 1밀리미터 단위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초정밀제품으로서 컴퓨터를 통한 특수 프로그래밍에 의해서만 작업이 가능하다.
대우중공업은 이런 동체제작에 필요한 5축가공설비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갖추고 있다.
지난 4월 창원에 항공기전문생산공장을 완공하고 90년까지 1천억원을 투자하여 항공연구소 설립, 민항기와 수송기등 각종 항공기체 생산수출로 사업범위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 또 그 다음 2000년대까지의 단계에서는 설계기술등 소프트웨어 능력을 갖추어 독자모델의 항공기를 개발 생산하고 항공기 관련분야와 우주산업에도 본격 참여할 계획이다.
삼성정밀은 지난 80년 제너럴 일렉트릭사와 기술제휴로 항공기사업에 참여했다.
처음으로 착수한 것이 제트엔진 국산화였다. 이를 성공한 뒤 곧이어 제트엔진 주연료제어장치도 국산화했다.
85년 2월 미국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그룹의 프래트 앤드 위트니사와 미공군 F-15 와 16에 장착된 F100엔진 창정비를 맡을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삼성정밀의 항공산업은 한발 더 내딛었다. 삼성정밀이 시설과 인력을 제공하고 P & W 사가 기술과 자재를 제공하여 극동지역과 태평양지역의 F100엔진 창정비를 맡게되는 것. 이를 계기로 이미 미국의 제너럴 익렉트릭사와 호주의 호커퍼시픽사 등과의 기술제휴로 각종 제트엔진과 헬리콥터용 엔진을 생산하고 있는 삼성정밀의 기술이 더욱 향상되었다.
85년 6월에는 P & W 사의 대형 여객기용 최신형 제트엔진 PW4000 생산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대형엔진은 보잉 747과 767, 에어버스 300과 301에 장착할것으로 대당 가격은 4백50만달러다. 삼성정밀은 이 신형엔진 제작설비를 완료하고 86년에 연간 약 4백대를 목표로 생산에 들어갔다. 삼성정밀이 신형엔진 생산에 참여하게 된 것은 82년 미국의 GE사와 기술제휴로 제공호 제트엔진을 국산화한 뒤 노드롭사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항공기 생산업체에 엔진을 수출하게 되어 그 기술수준을 인정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 GM그룹의 앨리슨 가스터빈사와 공동으로 헬리콥터및 경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 A225의 개발생산에도 착수했다. 가스터빈엔진은 초기에는 연간 4백10대를 생산하고 88년부터는 해마다 6백대(2천4백만달러)이상을 생산할 계획이다.
86년4월에는 미국의 항공기개조개량 전문기술회사 모나크사와 합작으로 대형비행기 동체 및 주요부분 개조사업을 착수했다.
보잉 727, 에어버스 300, 맥도널드 더글러스의 DC-10, 록히드 L1011등 점보 제트기의 동체를 확장하거나 화물기로 바꾸거나 용량을 늘리는 사업이다. 개조사업은 기술의 난이도나 작업내용이 항공기제작과 유사하여 항공기 국제 공동개발 참여와 항공우주산업 기반확충에 기여하게 된다.
삼성정밀은 또 지난 5월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의 세계적 항공기제작회사와 치열한 경합끝에 태평양지역 미공군 수송기 C-130엔진 창정비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노드롭사와는 보잉 747등 대형여객기용 중앙동체 부품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이상 3개사의 기체 및 엔진 생산과는 달리 금성정밀에서는 항공기용 정밀전자기기를, 한국 화이버에서는 기체용 복합재료를 개발생산했다.
전자기기와 복합재료도 생산
금성정밀이 개발한 CVR(조종석 녹음장치)는 비행중 조종실과 관제탑 또는 기지사이에 오고 간 연락대화내용을 자동 수록 하는 장치로 충격과 화염등 어떤 악조건에서도 견디는 고도의 정밀전자기기다.
이밖에 사이드와인더 3종과 항공기탑재 통신장비도 개발했다.
한국화이버글라스의 항공기용 복합재료는 기존항공기재료(알루미늄)보다 훨씬 가볍고 강한 탄소섬유프리프레그로 81년에 개발하여 대한항공의 500MD 헬리콥터 동체부품으로 공급했고 휴즈사의 헬리콥터부품으로도 납품되었다. 이 복합재료는 경항공기, 헬리콥터, 여객기 및 대형기, 전투기 등 거의 모든 항공기의 기체부품과 외부표면부품, 내장재등으로 널리 쓰여 전망이 밝은 개발품이다.
항공기산업은 자동차산업과 달리 대량생산 체제가 필요치 않으나 고정밀부품 제작기술, 전자기술, 고강도재료기술, 세심한 조립기술 등을 필요로 하는 이 시대의 모든 기술을 종합한 최첨단 기술산업이다.
이 최첨단 기술산업은 독자적으로 단기간에 발전된다는 것은 바랄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0여년동안에 장족의 발전을 이룩했다. 미군 군용기 창정비에서 기술 축적을 통한 제휴생산, 공동개발 생산으로의 과정이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일본 항공산업의 교훈
연대상으로 크게 앞선 일본도 처음에는 이와같은 과정으로 진전되었다.
1954년 방위국이 설립되면서 미군 항공기수리사업에서 시작, 자체방어에 관련된 생산수요로 전환했다. 이어 면허생산이 미국과의 기술제휴로 시작되었고 국산화 비율이 점점 늘어갔다. 엔진분야에서는 1959년에 J-3 제트엔진이 T-1 항공기용으로 개발되었으며 P-2J 항공기의 보조엔진으로서도 사용되었다. 이 엔진의 개량형은 대잠초계기 P2V-7기에 사용 되었다. 75년에는 새로운 중급 제트훈련기 XT-4의 엔진후보로서 터보-팬 엔진 XF-3의 연구와 원형생산이 시작되었다.
민간항공기분야에서는 1957년에 국가적인 과제로서 쌍발 터보프롭엔진의 YS-11여객기 개발이 선정되었다. 이것이 상업적인 배경에서의 첫 과제였기 때문에 정부와 업체 모두가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제를 통해 얻은 경험축적은 쌍발 터보 프롭 엔진의 영업용 항공기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국제협력도 진전되었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보잉사의 B-767기 개발과 생산에 참여하여 보잉사 해외 주문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이어서 YXX라 불리우는 새로운 1백50석짜리 민간여객기 개발을 위한 국제적 과제를 84년3월 보잉사와의 협약으로 착수, 개발 생산판매사업의 약 25%를 담당하고 있다.
또 1백 50석급의 민간여객기에 사용하기 위한 고성능 저소음 저공해의 팬·제트엔진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항공산업의 장래
미군용항공기 수리와 분해정비에서 시작하여 T-33과 F-86의 면허생산을 거치는 과정에서 배운지식과 익힌기술로 한걸음씩 진보하여 독자적인 기종개발과 대형최신예항공기엔진의 국제협력생산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30년을 넘게 걸렸다.
이점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본보다 그 기간을 약 3분1로 단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겪은 중간이후의 단계를 우리나라가 어떻게 극복하고 기본적인 기술축적을 어떻게 이루어나갈것인가하는 문제가 우리나라 항공산업발전을 좌우하게 될것이라 지적되고 있다.
세종대학항공산업연구소장 이경헌 박사는 '조립생산만으론 기술축적이 어렵다'고 우리나라의 항공산업 현실을 논평했다. 그가 이렇게 표현한 논지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빈약한 자연자원 조건 속에 경공업단계를 지나서 중화학공업을 극복하고 지식 산업단계를 지향하고 있는 우리의 공업화단계로 볼때 자원절약적이고 고부가가치성인 항공산업육성은 중화학공업의 마무리와 지식산업단계 진입의 교량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또한 항공산업의 고생산유발성은 아직도 미흡한 항공산업의 전방산업(전기·전자·기계·금속) 발전과 고급인력확보에 견인역을 해낼수 있다.
우리 항공산업관련업계는 엔진 및 기체의 정비, 조립생산을 해왔고 최근에는 선진국의 주문을 받아 기체와 엔진부품의 하도급생산을 하고 있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한국의 항공산업육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현재와 같은 정비·조립·부품생산은 소재에 대한 지식이 없이 기술교범대로만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런 방법으로 항공기의 설계 및 제품시험기술을 어떻게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비와 조립생산을 통해 기체의 구조를 파악하고 부품을 하나씩 생산하면서 기술을 습득하는 빌딩블록 방식으로 항공기전체의 제조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과연 습득한 기술을 어디에 축적하겠다는 말인가. 단편적으로 얻어지는 기술축적은 최저기술수준의 자기제품위에 스노우 볼 효과처럼 이루어져야 정상과정이다. 왜 이런 과정을 알면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술축적의 구심점인 기본항공기 기종 자체개발을 회피하는가. 개발에 필요한 비용부담의 위험이 높고 개발후 시장전망이 불투명한 자체 개발보다는 정비, 조립생산, 부품생산이 채산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항공산업육성의 타당성이 인식됐다면 기본기종개발을 맡는 구심점이 될 공영기관을 서둘러 설립해야 한다."
한편 현재의 낮은 수준의 항공기제작참여에 대해 불가피론을 전개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삼성정밀 항공사업본부장 유기원 전무는 "항공산업은 기체개발에만 30억달러가 들어야하고 엔진개발에도 20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어서 선진국에서도 국제협업방식으로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정밀이 이런 협업에 참여하게 된 바탕은 부품조립 및 제작을 통한 핵심기술 흡수에 노력하여 상당수준의 기술이 축적되었고 이 기술로 엔진을 생산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항공산업육성의 정도다"라고 주장했다.
또 대우 중공업 항공사업담당 지경근 전무는 "처음부터 항공기 동체 제작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독자적인 기종을 개발하고 우주사업에까지 참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장 김준명 전무도 "10여년간 조립 정비를 해오면서 기술 및 관리능력을 축적하여 오늘날 국제무대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항공산업이 수십만내지 수백만 시스템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종합조립산업이기 때문에 우리가 쌓아온 과정이 앞으로 선진국 수준에까지 이를 바른과정이다"라고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과정과단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