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빗방울의 지면타격력
기상의 이변은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되풀이 되어 왔다. 때로는 태풍과 같은 것이 육지나 해안을 휩쓸고 지나가기도 하고, 혹은 우박이나 벼락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서 많은 피해를 남기고 간다.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부터 1985년까지 발생한 종류별 월별 총기상재해건수를 조사해보면 표와 같다.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연중 각종 기상재해가 수없이 발생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지면관계로 풍수해(호우, 폭풍, 태풍, 고조) 가뭄 우박 폭설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겠다.
●풍수해
하루에 80mm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게 되면 내린 비가 바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면을 흘러내리게 되며 이 지면유거수(地面流去水)와 바람 등의 힘이 합쳐져서 각 방면에 풍수해를 일으키게 된다.
여기서 참고적으로 빗방울의 운동에너지를 살펴보자. 강한 소나기에 동반되는 빗방울은 5~6mm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지름이 6mm되는 빗방울의 운동에너지는 4.6×10⁴erg이며, 이것을 중력단위로 고치면 46.7g의 물체를 1cm위로 올리는 데 필요로 하는 힘에 해당된다. 이와 같이 굵은 빗방울의 운동에너지는 상상외로 강하기 때문에 토양을 튕겨서 빗물 속에 분산시킬 뿐만 아니라, 특히 지면을 때려서 땅을 굳게 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굵은 빗방울로 된 소나기가 내렸을 때 땅속으로 스며드는 지중삼투량(地中滲透量)과 지면유거수량은 전적으로 빗방울의 지면타격력(地面打擊力)에 의해서 좌우된다. 즉 경사진 땅은 평면에 비하여 타격력이 약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경사가 급한 곳에 떨어진 빗방울은 대부분 흙을 하부로 운반하는 작용을 할 뿐, 땅을 굳게 하지는 못하므로 삼투는 별로 저하되지 않는다.
따라서 홍수의 발생은 비의 양만으로 좌우되지 않으며, 그보다는 빗방울의 지면타격력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하나의 요인으로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강우형태이다. 즉 여름철 강수량이 연강수량의 52.6~55.3%나 되며, 특히 큰 풍수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태풍에 의한 양이 그중 4~8%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풍수해가 미치는 범위는 단순히 육상에 한정된 것은 아니며, 인접한 해상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고 있다. 즉 강한 태풍은 기압차와 풍속에 의하여 바닷물을 육지로 밀어 올리는 고조(storm surge)현상(흔히 해일이라고 함)을 유발하고 심한 풍랑을 일으켜, 어로중이나 항해중인 선박을 파손·침몰시키는 등 막대한 피해를 일으킨다.
섬진강과 낙동강 하류역, 즉 남해안의 동부에 풍수해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섬진강 하류의 하동부근은 연평균 3회 정도로서 전국적으로 가장 큰 발생빈도를 나타내고 있다.
다음으로는 한강하류와 안성천을 중심으로 한 서해중부와 임진강 중류역으로서 최고 연 2.4회의 빈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시기적으로는 7~9월 사이에 대부분이 발생되고 있다. 이제까지 발생된 풍수해 중에서 피해가 크게 나타난 것을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① 1972년 8월18~20일 저기압으로 전국에 걸쳐 호우(해남4백98mm, 수원4백14mm)로 사망 4백73명, 부상 4백5명, 실종 1백30명, 이재민 58만6천6백96명, 농경지 8만4천7백34정보, 도로 1천7백39개소, 수리시설 6백33개소.
② 1963년 1월17일~18일, 목포지방의 폭풍(목포15~20m/sec)으로 사망 1백30명, 기타 피해막심.
③ 1959년 9월15~17일, 영남, 호남, 영동지방 태풍 사라호(여수3백55m/sec, 부산34.7m/sec, 제주2백69mm, 울산1백74mm)로, 사망 7백50명, 이재민 37만3천4백59명, 건물 1만2천3백36동, 선박9천3백29척.
●가뭄
총발생건수 1백29건중 7월이 21건(16%), 3월이 20건(16%), 5월이 19건(15%)으로, 7월과 3월 및 5월이 비슷한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11월을 제외하고는 연중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가뭄피해가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은 벼농사기간인 6~8월의 여름철이다.
따라서 여름철(6~8월) 3개월의 강수량이 평년값의 2분의 1미만되는 연도를 가뭄으로 가정하고, 그 발생률을 살펴보면 가뭄이 잘 발생되는 지역은 호남 남서해안지방과 대구 점촌 안동 등 경북내륙지방이고, 이제까지 발생된 가뭄중에서 물부족이 심했던 3대가뭄을 골라보면 1939년 1982년 1977년의 가뭄을 들 수 있다.
1939년의 가뭄을 살펴보면 추풍령부근에 4백mm의 물부족량을 나타내는 가뭄의 중심이 놓여 있고, 제주도의 80mm를 제외하면, 전국이 2백mm 이상의 물부족량을 나타내는 광범위한 가뭄으로서 농작물은 물론, 각지에서 심한 식수난을 겪었다.
1982년의 가뭄을 살펴보면 경북 안동지방에 3백20mm의 물부족량을 나타내는 가뭄의 중심이 있고, 목포를 중심으로 한 남부 서해안지방에 2백80mm의 또다른 가뭄 중심이 있으며 이것이 이 지방의 최대 가뭄기록으로서 유사이래 큰 식수난으로 농작물을 비롯한 각 방면에 막대한 피해가 있었다.
1977년의 가뭄은 목포를 중심으로 한 남부 서해안지방에 2백70mm의 가뭄중심이 있고, 대구와 영천지방에 1백60mm의 또다른 가뭄 중심이 있는데 반하여, 원주와 청주지방을 동서로 연결하는 중부지방 일부에서는 물부족량이 나타나지 않는 특수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상이 우리나라의 3대가뭄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 방면에 많은 피해가 나타났다.
●우박
총발생건수 66건중 6월이 23건(35%), 5월이 13건(20%)의 순으로 대부분이 5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되고 있다. 우박의 피해는 국지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국적인 견지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피해를 당한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는 극심한 기상재해라고 할 수 있다.
우박의 크기는 지름2~3cm정도의 것이 대부분이나 큰 것은 5cm이상 되는 것도 있어 농작물에는 물론, 인명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우박이 내리기 쉬운 곳은 대체로 정해져 있으며 낙동강 상류역이 가장 많고, 다음은 한강 금강 영산강 만경강 등 주로 강하천의 중상류 내륙지역에 많다. 이제까지 우박에 맞아 인명피해가 생긴 예를 몇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1983년 8월12일, 서울 경기 전북 경북지방. 사망9명, 부상11명, 건물파손1동 농작물피해 1천8백57정보.
②1984년 9월19일, 충남 예산, 전북 부안 김제, 전남 화순지방. 사망 2명, 부상 1명, 농작물피해 3천7백19정보.
③1929년 5월23~25일. 경북 문경 안동지방. 사망 2명, 농작물피해 9천정보.
●폭설
총발생건수 1백61건중 1월이 63건(39%) 2월이 35건(22%), 12월이 28건(17%)으로 주로 겨울철에 많으며, 봄철인 4월에도 6건(4%)이나 발생하고 있다. 또한 눈과 관련된 재해로서 눈사태는 가장 무서운 현상이며, 주로 온도가 상승되는 2~3월에 대부분이 발생되고 있다.
1969년 2월14일, 설악산에서 히말라야 등반 원정대원들이 훈련중 눈사태로 인하여 10명이나 사망했다. 폭설로 인한 피해지역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호남 서해안지방과 영동 산간지방 및 울릉도지방이다. 이제까지 발생한 폭설중에서 인명을 비롯한 재산피해가 컸던 것을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① 1934년1월1~6일, 울릉도지방에 적설 3백64cm, 사망 41명, 가옥파괴 10동.
② 1972년1월23~26일, 속초지방에 적설 1백35cm, 사망 1명, 부상 4명, 가옥파괴 4동, 마을고립 90개소, 어로장해 5천척.
③ 1978년 2월17~18일, 대관령지방에 적설 62cm, 사망 5명, 실종 30명, 선박파괴 23척.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처럼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는 기상재해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지만 합리적인 대책을 통해 그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풍수해의 경우를 보자. 태풍이나 저기압은 진행방향의 오른쪽 반원(半円)이 왼쪽 반원보다 비바람이 강하므로 특히 해상에서 태풍을 만났을 경우에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태풍진행방향의 왼쪽으로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풍수해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으로서는 첫째 방풍림(防風林)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밀집한 나무로 방풍을 하였을 경우 나무높이의 약 4배되는 거리내에서 풍속의 최대감소량은 약 65%정도가 된다.
둘째는 숲이나 풀밭을 만들면 빗방울이 직접 땅을 쳐서 땅을 굳게 하지 않으므로 지중삼투가 좋아져서 지표류거수(地表流去水)가 줄고. 또한 유거수중에 토사 함유량이 줄게 된다. 나무가 잘 우거진 산과 그렇지 못한 산에서는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을 보면 전자는 물이 서서히 늘었다가 비가 그친 다음에 서서히 주는데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급히 늘었다가 급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도수로(導水路)우물파기 들샘 등 간이용수원을 개발하는 한편 용수절약 등 응급대책이 필요하다. 용수절약방법으로서는 증발억제법이 가장 긴요하다고 하겠다. 증발억제법에는 기계적피복법으로 뗏목같은 것을 물위에 띄워주거나, 방풍시설을 해서 증발을 억제하는 방법과 약품피복법으로 옥타데카놀 헥사데카놀 옥시에틸렌 도코사놀 등 화학물질의 단분자막을 이용해서 증발을 억제시키는 방법이 있다.
필자가 약품피복법의 일종인 세타놀+케러시인 10%용액으로 증발억제실험을 해본 결과 평균 43~44%의 억제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항구적인 대책으로서는 저수지나 댐 등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수지를 막을 때는 가장 경제적인 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 지방의 평균 물부족량을 계산한 다음 몽리구역의 면적에 곱해서 정해야 한다. 50년이나 1백년에 한번 정도 나타나는 가뭄에 대비해서 지나치게 큰 용량의 저수지를 막게 되면 수몰면적이 커져서 경제성이 없게 되므로, 평균적인 물부족량을 보충해줄 수 있는 용량의 저수지가 이상적이다.
우박이 잘 내리는 지역과 시기는 대개 정해져 있다. 따라서 그러한 지역에서는 우박에 강한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할 것이며, 우박이 잘 내리는 시기와 농작물이 우박 피해를 가장 받기 쉬운 생육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재배시기를 조절하도록 한다.
못자리나 온실 등 특히 집약재배를 하고있는 농작물에 대해서는 비닐가마니 이엉 등으로 덮어주고, 물못자리의 경우는 물을 깊게 대주는 것이 좋다. 또한 수확기에 있는 농작물이나 과일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수확하도록 한다.
최근 유럽에서는 우박구름에 대포로 연막탄을 쏘아올려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으로 농가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주고 있는 실정이다. 각국의 우박 보험회사 중에서도 독일의 '바이에른'회사는 대단히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