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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익생 광림소프트랜드 대표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컴퓨터사회는 우리 가까이에 다가 와 있다. 그와 더불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라는 말을 점차 자주 접하게 되는것은 당연지사라 하겠다. 실제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라는 단어는 인간이 지구상에 출연한 이후부터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도구를 처음 사용했을 때 도구 자체는 하드웨어이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은 소프트웨어니까 이 단어에 구태여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는 매우 논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이 단어들이 더욱 빈번하게 쓰여지는 것 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렇게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 대한 분명한 개념이 잡혀있질 않는 것 같다.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하면 그저 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할뿐이지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들어 최신 컬러TV를 집에 들여왔을 때 선명하게 핀을 맞추어 보는 즉 가장 좋은 상태로 보는 기술이 바로 소프트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컬러TV는 하드웨어, TV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라고밖에 인식하지 못한다. 그만큼 소프트웨어를 인식하는 정도가 낮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일하는 샐러리맨들의 경우,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뭐라도 쓰고 바삐 돌아다녀야지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생각에 잠겨 있다든지 조용히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눈에 언뜻 뜨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는 그저 공것으로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는 가격을 인정하여 비싼 돈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컴퓨터 관련업체가 약 4백여개 있다. 그중 3백50개 이상되는 업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겸업하고 있다. 그것은 나름대로의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앞에서 지적한대로 구매자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너무 미천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하나 팔기 위해서 간단한 소프트웨어 몇개를 덤으로 얹어주지 않으면 안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구매자들은 덤으로 얹어받은 몇개의 소프트웨어만을 가지고 컴퓨터를 활용하다 보면 컴퓨터에 대한 배신감만 생긴다. 게임이나 하고 전화번호부나 입력해 놓고 뽑아쓰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스컴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다. 컴퓨터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매직 머신'이라는 환상을 심어준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83년에 크게 불었던 퍼스컴의 열기가 밑바닥에서 깨어 나지 못하는것도 국민들의 컴퓨터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다.
 

한쪽 구석에다 비싼 돈주고 산 컴퓨터를 먼지 쌓이게끔 방치해두는 것은 개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컴퓨터 1~2대 들여놓지 않은 곳이 드물지만 그 활용도는 개인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문제가 심각한 곳이 이곳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컴퓨터활용은 단순 관리차원에서 이용할따름이지 모든 데이타를 시스템으로 분석, 경영차원에서 활용하는 곳은 드물다. 엄청난 돈을 들여 전산화를 해놓고 급여계산이나 노무관리, 문서처리 등 실무자를 보좌하는 정도의 활용에 그치고 경영자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컴퓨터를 들여놓았다고 하더라도 하루 아침에 사람들의 의식이 전산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하고 질좋은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사용자들이 최선의 방법으로 그 시스템에 적응하는 방법까지를 포함한다. 이렇게 되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전산화를 한다고 컴퓨터 1~2대 들여 놓고 당장 효과가 나지 않으니까 성급하게 판단해 컴퓨터 알레르기를 일으켰던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는 모두 소프트웨어에 대한 올바른 인식부족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부속물이 아니다. 90년대의 세계 컴퓨터시장은 90%가 소프트웨어이고 나머지가 하드웨어라고 말한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선행될 때 비로소 우리나라도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전문화가 가능한 것이다. 전문화라는 것은 하드웨어에서의 독립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드웨어의 등급별 전문화와 함께 분야별 전문화가 필요하다. 퍼스널컴퓨터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라든지 미니컴퓨터에 적용 가능한 소프트웨어만을 개발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와 동시에 자재나 생산관리등 제조업에 관련된 소프트웨어업체, 아니면 유통업에 관련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가 탄생할 수 있다. 컴퓨터에 대한 배신감을 조장하는, 프로그램만 제공하고 끝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으려면 그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올바로 사용하는 방법까지를 제공하는 전문업체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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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임익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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