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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서 관절, 치아까지 인공장기, 어디까지 가능한가

국내에서 개발된 인공신장혈액투석기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거의 현실로 나타날 만큼 인체의 각 부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질병의 치료와 장수의 꿈을 실현 시켜줄 인공장기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현실로 다가오는 육백만불의 사나이

영화나 TV에서 가끔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점프능력이나 달리는 속도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며 총이나 칼을 맞아도 죽지 않는다. 또 그가 발휘하는 힘도 삼손에 버금간다.

얼마 전에 국내에서 상영됐던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과 오래전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가 자연 그대로의 인간이 아니라 인조인간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것이다. 과학이 만들어낸 상상속의 인물들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출현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머지 않아 인간과 거의 비슷한 능력을 발휘 하거나 초능력을 가진 인조인간이 등장할 전망이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열기를 띠고 있는 인공장기 개발이 이같은 꿈의 실현을 가능케 해주고 있다. 인공혈관 인공유방 인공피부 인공관절 인공신장 인공췌장 심장밸브 인공힘줄 인공귀 인공턱 인공안구 인공치아 등에 대한 연구가 세계유수의 의과대학과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공장기에 관한 연구는 인조인간의 제작이라는 웅대한 계획에 앞서 병든 인간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고장나고 병이 난 장기는 떼어내지 않고도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아주 망가져 버리면 인공장기로 대체해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밝은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인체의 장기는 고장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그장기를 떼어내고 다른 사람의 장기로 이식하거나 인공장기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은 그 공여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 결국 인공장기로 대체시키는 방법이 가장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인공장기는 수십가지가 있지만 인조인간의 출현이 쉽지 않은 것은 아직 인공두되가 개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장기는 이미 인공적으로 개발됐거나 개발중이라 하더라도 두뇌만큼은 아직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아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만일 인공두뇌가 개발된다면 육백만불의 사나이를 볼 수 있겠지만 그 시기는 아마도 2000년을 넘어서야만 가능할 것 같다.

어쨌든 인공장기는 인간의 병을 고치고 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갈수록 각광을 받고 있다.

수십가지에 달하는 인공장기는 크게 내과용품 안과용품 정형외과용품으로 분류된다.

내과용품은 인공신장 인공심장 심장밸브 인공혈관 인공힘줄 등이 있고, 안과용품은 인공안구 인공수정체 등이 있다. 또 치과용품은 인공치아가 있으며 정형외과용품으로는 인공관절이 있다.

인공장기의 재료로는 고분자물질로 셀롤로오스나 폴리메탈크릴레이트 실리콘 나일론 등이 사용된다. 이들 재료는 복합물질로 인체장기와 거의 유사한 재질을 갖고 있어 인공장기라 하더라도 얼핏 보면 실제장기와 구분하기가 어렵다.

인공장기중에서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장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는 인공신장부터 그 개발현황과 기능을 살펴보기로 한다.


인공신장의 구조
 

국산화에 성공한 인공신장

인공신장혈액투석기(혈액여과장치)는 제2차세계대전시 네덜란드의 '윌리엄 콜프'박사(현재 미국 유타대학 외과대교수 및 인공장기연구소장)가 처음으로 고안했다. 그뒤 계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미국내에 약 5만여명의 환자가 매주 2~3회 치료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천여명의 환자가 이 혈액투석기의 혜택을 받으며 생명을 유지하고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부 의료기기 수입상을 통해 전량을 미국 일본 스웨덴 등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했지만 지난해 국내의료기기 업체인 녹십자의료 공업이 한국과학기술원의 김은영 박사와 공동으로 이를 국산화 하는데 성공해 앞으로 국산공급이 가능해졌다.

인공신장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나는 직접 혈액을 여과하는 혈액투석기이고 또 하나는 이를 조절하는 기계장치이다. 녹십자의료공업이 개발한 것은 혈액투석기부분이다. 코오롱은 일본 도레이사와 기술제휴로 기계장치를 국산화했다.

인공신장은 만성신부전증의 치료에 필수적인 제품이다. 만성신부전증환자는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얼마가지 않아 생명을 잃는다. 이 병은 한번 걸리면 인공신장기로 치료 받지 않고서는 생명을 건지기 어렵다.

만성신부전증은 신장이 어떤 원인에 의해 70% 이상 파괴되었을 경우 배설 재흡수 등 제기능을 못해 체내에 노폐물이 축적됨으로써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이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약 1만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현재 인공신장으로 혈액투석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1천여명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병이 무서운 것은 이러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얼마가지 않아 여지없이 사망한다는 사실이다. 신장 기능이 크게 저하되면 얼굴과 다리가 붓고 뱃속에 물이 고여 복수가 차는 증세를 보이며 두통에 고혈압까지 생겨 급기야는 혼수상태에서 죽게 된다.
따라서 신장기능을 대신해주는 인공신장기로 치료를 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가 있다.

인공신장으로 혈액의 노폐물을 제거

인공신장을 사용하려면 환자는 병원에 입원을 해야한다. 그리고 팔이나 다리의 혈관으로부터 혈액을 뽑아내 인공신장혈액투석기를 거쳐 노폐물을 걸러내고 다시 체내에 넣어주는 치료를 받는다. 보통 1주일에 2~3회씩 치료를 받는데 1회에 걸리는 투석시간은 4~5시간 정도이다.

이 혈액투석기는 2백~3백마이크론 정도의 중공사(中空絲)를 7천~2만개 묶은 것인데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여 신장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 인공신장을 구비한 인공신장실은 서울과 지방의 웬만한 종합병원이면 모두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한번 치료받는데 가격이 비싸 1년을 계속 치료받으려면 약 1천만원 정도가 든다.

이는 그동안 거의 수입에 전부를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인다.

그러나 녹십자의료공업이 국산화에 성공,양산체제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앞으로는 환자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이라고 해도 그 성능은 외제에 비해 손색이 없는 것으로 임상실험결과 판명됐다. 이 제품은 경희의대 한양의대 가톨릭의대 연세의대 등에서 1백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는데 독성물질제거율이 오히려 외제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변형, 막의 파열, 투석액의 누출, 공기의 흡입잔혈량 등 기계적인 결함도 없었고 거부반응도 부작용도 거의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녹십자의료공업이 인공신장을 국산화· 실용화하고 있는데 이어 최근 코오롱과 한국메디칼 두 회사도 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코오롱은 일본 도레이사와 기술제휴로 인공신장의 기계장치 부분을 지난해 국산화한데 이어 올해부터는 혈액투석기 국산화에 크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계장치는 혈액투석기를 부착해 인공신장이 완전한 기능을 갖도록 보조하는 장치인데 코오롱은 이미 서울대병원을 비롯 몇몇 종합병원에 이를 공급하고 있다.

전기모터를 장치한 인공심장

인공심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인공심장은 미국 유타대학에서 20여년의 연구끝에 요즘 실용화에 성공하고 있는데 장기이식분야의 꽃이라고 할수 있는 인공심장이 국내에서도 개발돼 동물실험에 들어갔다. 머지 않아 임상에 적용될 것으로 의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민병구박사를 비롯한 인공심장 연구팀은 미국 유타대학과 공동으로 체내에 완전히 내장할 수 있는 전기모터식 인공심잠의 모형을 제작하는 연구를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최근 인공심장을 만드는데 성공, 본격적인 실용화연구에 착수했다.

국내에서 심장수술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고 있는 것과 관련, 서울대병원 인공심장연구팀이 개발한 완전내장식 인공심장은 무게가 1.47kg, 체적 1천2백cc의 모형을 갖고 외부의 에어콤프레서와 외부전원에 의해 작동을 하는데 이제까지의 미국 유타대학에서 개발한 모형과는 다른 담배갑 크기의 소형전기모터를 함께 장치한 인공심장이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크게 진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인공심장 이식은 69년 첫 이식이 시도된 이래 계속 성공을 거두고 있는 추세다. 82년 12월 유타대학의 '드브리스'박사가 인공심장을 '바니 클라크'씨에게 이식해 1백12일간 생존하게 한데 이어 '슈뢰더' 씨에게 이식, 성공한 바 있다. 인공심장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 서독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중이다.

인공심장은 외부의 압축공기를 구동력으로 하고 재질도 폴리우레탄을 코팅한 알루미늄 및 폴리에스터 직포로 구성되어 있다. 또 최근에는 내부자체 동력화를 추진하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이미 프랑스에서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인공보조심장과 심장의 박동을 돕는 인공박동조율기도 개발돼 인체에 활용되고 있다.

인공심장과 함께 심장판막증환자를 치료하는 인공심장판막(밸브)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심장에는 심방과 심실 등으로 피의 통로 구실을 하는 상천판막과 승모판막 폐동맥판막 대동맥판막 등 4개의 밸브가 있는데 이것에 고장이 생기면 심장판막증을 유발한다. 심장판막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세계 도처에 허다하다.

이 고장난 밸브를 떼어내고 인공판막으로 대체하는 수술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인공판막 생산이 세계각국에서 날로 활기를 띠고 있다. 인공판막수술은 65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이래 연구가 진행돼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종합병원에서 시술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판막의 대부분을 미국 등에서 수입해서 사용해왔었는데 얼마전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의 이재영박사팀미 이를 개발하는데 성공, 머지 않아 국산도 실용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공판막은 현재 공정개발을 마치고 시제품 개발을 위한 모델을 제작중인데 내년초쯤 완성될 예정이다. 대원광업의 후원으로 개발되는 인공심장판막이 완전히 국산화되면 1개당 약 2천달러에 수입되는 수입품에 대한 대체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뼈는 금속 세라믹 플라스틱으로

정형외과용품으로 인기를 끄는 인공장기는 인공관절이다. 인공관절은 부러지거나 약해진 뼈를 대신해 제대로 관절기능을 갖도록 해주는 인공장기이다.

인공관절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장 통용되고 있는 것은 엉치뼈와 무릎에 사용되는 관절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인공관절은 미국에서는 주로 뼈가 약해져 삭아 없어진 노인들이 많이 착용하고 있으며 교통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상실한 사람들에게도 응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인공관절의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기술원의 윤용산박사가 이를 개발, 이미 제작단계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결핵 류머티즘 관절염 등으로 연골부분이 닳아 없어진 경우 신체적으로 연골이 이탈된 경우에 대체 사용될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공관절은 금속 및 세라믹 플라스틱을 사용함으로써 생산비가 저렴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모든 관절의 이식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아 해결해야 될 문제도 많다. 뼈의 성분과 인공관절의 성분이 서로 잘 맞지 않아 고정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보다 더 뼈의 성질에 접근하는 새로운 합금이나 고분자 복합재료에 대한 연구가 요구된다.

혈관 혈액 췌장도 개발중

인공혈관 및 혈액 인공췌장에 관한 연구도 크게 진전되고 있다. 인공혈관도 직경이 4mm 이상인 경우는 폴리에스터 직물과 테플론 등으로 제품이 만들어져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보다 작은 혈관은 혈액의 응고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시험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학자들은 혈액융화성이 높은 재료개발 및 혈관응용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의 김영하교수가 인공혈관 재료의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인공혈액은 종래의 폴리비닐피롤리돈계의 혈장 대용품외에 산소를 운반할 수 있는 원천적인 기능을 가진 인공혈액개발을 목표로 새로운 불소화합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화학연구소의 이해방박사, 한국과학기술원의 박영우교수가 인공혈액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공췌장도 등장했다. 췌장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 당분이 영양분으로 체내에 흡수되도록 작용하는데 췌장이 고장나면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안돼 오줌에 당분이 나오는 당뇨병을 유발시킨다.

따라서 인공췌장은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체내이식방법은 인슐린 자동주입기를 체내에 이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인공췌장의 개발을 마치고 임상에서 활용중이다. 영남대의대 최수봉박사팀이 개발, 월평균 5개정도가 주문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이 인공췌장은 인슐린 주사의 단점을 보강, 인슐린을 주사하면 혈당농도의 굴곡이 심하던 것을 인공췌장을 사용하면 일정한 혈당농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과계통에서는 인공수정체가 개발돼 백내장환자를 치료하는데 쓰인다.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점차적으로 불투명해져 일부 혹은 전적으로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 병이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하여 인공수정체삽입수술이 시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종합병원에서 널리 시술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근시 등을 치료하는 연성콘택트렌즈 개발도 활발하다.

치과용품으로 인공치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인공치아는 실리콘 등 고분자재료로 만들어지는데 실제의 치아와 거의 비슷한 성분으로 기능도 흡사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인공치아가 상업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도 아직 크게 실용화되지는 못했으나 연구 개발되고 있는 인공장기가 상당수에 달한다.

한양대 김계용교수는 인공피부와 항혈전성재료, 고려대 김형묵교수는 인공폐, 서울의대 노관택 교수는 인공귀, 한국과학기술원 김은영박사는 인공심폐기, 동국대 성용길교수는 생체적합성 재료 등을 개발하거나 연구중에 있다.

198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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