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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유전자의 기능과 이용 유전공학의 시대가 열려

다양한 생물종의 생명현상을 지배하는 유전자의 기능은 인류의 풍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생물체란 무생물과 달리 분열하여 성장할 수 있고, 주위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신을 적응시키며,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반응을 나타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기와 꼭 닮은 자손을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데 이 같은 현상을 총칭하여 생명현상이라 한다. 생명현상은 생체 외계에서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무수한 생화학적 반응의 총화라고 말할 수 있다.

1백50만 종의 생물이 갖는 다양성

그러면 지구상에는 생명현상을 나타낼수 있는 생명체의 종류가 얼마나 될까? 생물학에는 같은 모습과 기능을 가진 집단을 대표하여 종(種)이라고 부른다. 예컨대 개에는 토견, 진도개 등 많은 종류가 있지만 하나의 개의 종에 속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무려 1백50만 종의 생물이 다양한 지구의 환경에 적응하여 각기 특유의 모습과 기능을 갖고 서식하고 있다.

이와같은 생물의 다양성은 생명체가 가진 특성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생물이 가진 각기 다양한 모습과 기능은 바로 그 생물종이 갖고 있는 유전자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사람은 대략 10만개의 유전자를 가지는데 비해 하등생물인 대장균은 5천~6천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생물체는 단 3~4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간단한 생명 현상을 나타낸다.

그러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유전자가 존재할까? 생물은 서식하는 지구의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기능을 발달시켰고 따라서 1백50만종 이상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물종은 그 종의 수보다 더욱 많은 종류의 유전자들을 가지고 있다. 이와같이 많은 종류의 유전자는 결국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유전자 산물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앞에서 언급한 생명현상 외에도 생물의 진화정도에 따라서 여러가지 생명현상을 나타낸다. 사람과 같이 고등한 생물은 고도의 기억력을 이용한 학습과 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판단을 근거로 하여 외부의 정보에 대하여 반응한다. 반면에 하등생물은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극히 원형적인 형태로 반응하는 생명현상을 나타낸다.

이와같이 기억현상, 자극에 대한 반응현상, 자기와 같은 자손을 생식하는 유전현상과 생물의 다양성 등 생물체에서 관찰되는 모든 생명현상은 그 생물종이 가지는 고유한 유전자속에 포함된 유전정보에 의하여 결정된다. 즉 사람이 가진 약 10만개의 유전자들이 생물체 안에서 복잡한  생물화학적 반응을 통하여 그들의 특유한 유전자 산물을 만들고 이들 수 많은 유전자 산물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궁극적으로 사람다운 모습과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생명현상을 나타나게 하며, 또한 사람다운 특징이 다음 자손으로 영원히 전달되는 것이다. 그러면 유전자는 어떻게하여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모습과 기능 그리고 특유한 생명현상을 나타낼까?
 

화학물질로 처리된 바이러스에서 DNA가 용출돼 나오는 전자현미경 사진.


단백질 합성으로 생명현상 발현

유전자가 종(種)이나 개체의 특성, 또는형질 등을 결정하고 나아가서 이들 특성을 다음 자손으로 전달하는 유전현상을 담당한다는 고전적 유전 개념이 일찌기'멘델'에 의해 확립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후 여러 발견이 이루어진 끝에 드디어 1953년 '왓슨'과 '크릭크'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DNA분자가 정확하게 복제될 수 있으며 또한 유전정보를 간직할 수 있는 유전물질로서 갖추어야 할 구조적, 기능적 특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증명하게 되었다. 이는 곧 유전현상을 DNA분자 수준에서 해석하려는 분자유전학의 탄생을 가져온 것이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비들' (Beadle)과 '테이텀'(Tatum)은 유전자의 기능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유전자 속에 간직된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생산된 최종산물인 단백질, 즉 효소를 만든다고 하였다. 1950년대말에 와서 '레두'(LeDu) 등은 사람의 선천적 유전병은 유전자의 결손으로서, 그 유전자의 산물인 단백질 효소의 상실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였다.

결국 1960년대에 들어와 '니렌베르그' (Nirenberg)와 '코라나' (Khorana) 등에 의하여 유전정보는 DNA를 구성하는 염기순서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이들 유전암호가 완전 해독되었다. 그후 1970년대에는 '벤저'(Benzer)와 '야노프스키'(Yanofsky) 등이 유전자의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유전자는 생명현상을 나타내기 위한 최소 기능 단위로서 한개의 기능을 가진 폴리펩티드(Polypeptide), 즉 단백질을 생산 한다고 정의하였다.

유전자의 정보로 만들어진 단백질은 효소로서, 호르몬으로서 그리고 몸의 구성물질로서 여러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생명현상을 나타내기 위하여 일어나는 수많은 생화학적 반응들이 각 생명체가 가진 유전자로부터 생산된 단백질 즉 효소에 의하여 촉진된다.

대부분의 생물은 산소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특히 고등동물은 수 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다세포 생물이다. 온몸을 돌고있는 혈액이 허파를 지날때 허파속에 들어온 산소를 흡수하여 각 조직에 산소를 전달해 주는데, 용액속에 자연적으로 녹아 들어가는 산소의 양은 극히 적은 양이어서 한 개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들에 필요한 만큼의 산소를 공급해 줄 수가 없다.

그러나 혈액속에는 적혈구라는 세포가 있고 이 세포내에는 헤모글로빈은 산소와의 결합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많은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헤모글로빈 유전자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을 생산하여 산소를 각 세포에 공급하는 기능을 나타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생명현상들에는 여러종류의 단백질들이 결정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많은 생명현상들은 단백질의 기능에 의하여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단백질은 하나의 소모형 물질인 까닭에 그 자체가 다음 자손으로 유전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전물질 즉 유전자가 되기에는 부적합하다. 그러므로 필요한 시기에 언제든지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수록될 수 있는 물질이 있다면 곧 그것이 유전물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DNA 혹은 RNA의 핵산속에 유전정보가 어떻게 수록되어 있을까?

DNA분자는 한 권의 책

DNA는 생물체와 생명현상을 나타내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의 저장소로 생각할 수 있다. DNA의 구조자체는 모든생물, 즉 아메바로 부터 몸무게 1백t 이상의 고래에 이르기까지, 이끼류로 부터 거대한 수목에 이르기까지 동일하다. DNA는 당, 인산과 4가지의 질소염기(A,T,G,와C)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DNA분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1백만의 동물종과 50만 가량의 식물종을 만들기에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포함할 수 있을까? DNA분자는 대화에서의 하나의 언어로, 또는 책속에서의 문장으로 비유할 수 있다. A,T,G와C의 4개의 염기는 영어의 알파벳에 해당되며 매우 정확한 배열에 의하여 특수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가 되는 것이다. 염기 하나로는 어떤 정보를 전달할 수 없고 다만 세개의 염기가 군집을 이루었을 때 정보를 가진 단어가 된다.

생물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단어를 '코돈'(Codon)이라고 한다. 단어들이 모여서 많은 문장이 되는 것과 같이 DNA분자상에 있는 '코돈'의 배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DNA분자상의 '코돈'은 어떤 정보를 갖고 있는가? 각'코돈'은 바로 아미노산의 종류를 정하고 그 순서를 결정해 주는것이다.

아미노산은 유전자의 최종산물인 단백질의 구성성분이다. 단백질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의 종류는 20가지 뿐으로 아미노산들의 종류는 20가지 뿐으로 아미노산들의 종류와 순서를 결정해 주는것이 유전정보이다. 아미노산이라는 단어들은 여러가지로 조합하여 특정한 의미를 가진 즉 기능을 가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단백질로 될 수가 있다. 따라서 유전정보에 의하여 만들어진 단백질이 당연히 생명체의 기능에 있어 기본단위라고 불리어지게 되었다.

앞에서'코돈'이 하나의 아미노산을 결정하고, '코돈'들의 순서가 특정한 단백질들의 생산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았다. 특정한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하여 문법적으로 정확한 문장으로 배열된 '코돈'들의 모임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특정한 생물체와 생명현상을 나타내기 위하여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들이 DNA분자라는 한 권의 책속에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가위와 풀로 DNA를 편집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으며, 그 중에는 인류에게 유용한 산물을 만드는 유전자들이 또한 많이 있다. 예컨대 페니실린처럼 항생물질을 만드는 유전자들, 인슐린같이 값비싼 호르몬을 생산하는 유전자들, 알코올 및 식품발효에 관여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들, 쌀ㆍ보리 등 곡물을 만드는 유전자 등 하등생물이나 고등동식물 중에서 수많은 유용한 유전자를 들 수 있다.
인간에게 유용한 유전자 산물들은 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개체군의 밀도와 증식속도에 문제가 있거나, 유전자의 숫자가 적거나 또는 그 산물의 생성조건이 좋지 못하여 손쉽게 대량생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는 인슐린 호르몬은 소의 췌장으로부터 얻어낸다. 그러나 소 한마리로 부터 얻어낼수 있는 인슐린의 양은 극히 미량이어서 그 값이 대단히 비싸게 된다.

일반적으로 고등동물은 그 세포수가 10조개 정도로 성장하는데 수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대장균과 같은 하등생물은 20분마다 분열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세포수로 증식하는데 불과 1~2일이면 충분하다. 그러므로 만약 인슐린과 같이 유용한 고등생물의 유전자를 증식이 빠른 대장균속으로 안전하게 집어 넣어 그 유전자의 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면 단시일내에 값싸게 많은 양의 유용한 유전자 산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정한 생물체가 가진 DNA분자를 문자와 단어와 문장이 기록된 원고라고 비유한 것을 상기해 보면, 신문이나 잡지의 편집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편집자가 가위나 풀을 이용하여 편집하는 것처럼 기존의 유전자의 문맥인 DNA분자를 재편집하여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수정하여 편집할 수 있다.

많은 분자유전학자들은 기존 유전자들을 임의대로 편집하려는 열망은 높았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에 와서 생물학적 가위인 제한효소와 생물학적 풀인 DNA 리가제 효소의 발견으로 잡지 및 영화의 편집처럼 유전자의 편집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와같은 생물학적 가위와 풀을 이용하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유전물질인 DNA분자를 인간에게 유용하게 임의대로 서로 결합시켜, 지구상에 없는 새로운 잡종인 유전물질로 재편집된 재조합 DNA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21세기의 과학, '생명과학'

생명현상은 그 생물체내에서 일어나는 수 많은 생화학적 반응의 총화이며 이는 곧 그 생물체가 가진 유전자 산물인 효소, 호르몬 등 기타 단백질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귀납된다. 유전자 재조합기술은 때를 같이 하여 발전된 DNA합성기술, DNA와 RNA염기배열 순서결정기술, 특정부위 돌연변이 유발기술과 더불어 유용한 유전자를 조작하여 식량생산, 질병퇴치, 환경오염 제거 및 대체에너지 개발 등 인간의 풍요로운 생존에 크게 공헌할 것이다.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를 분리 혹은 합성하여 그 유전자의 산물을 대량생산하여 상세한 분석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금까지 규명하지 못한 생명현상 즉 기억현상, 노화현상, 세포의 분열 및 분화기작과 판단에 따른 의식과 행동기작이 밝혀질 것으로 보여진다. 21세기의 과학은 '생명과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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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강현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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