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형 IBS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신축성이 있는 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QLED는 신축성이 있는 발광소자를 통틀어 세계 최고 밝기를 보였다. 이t는 4월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발표됐다. doi: 10.1038/s41928-024-01152-w 양자점을 의인화해 그 독특한 물성을 알아봤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매우 작은 반도체 알갱이인 양자점이에요. 전압을 걸어주면 빛을 낼 수 있고, 입자의 크기에 따라 다른 색을 낼 수도 있어요. 유기발광물질보다 밝기와 색 순도가 높고 수명도 길어요. 2023년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답니다.
Q. 디스플레이 연구자들이 무척 탐낼 것 같은데요
맞아요. 특히 최근에는 형태가 변하는 디스플레이에도 양자점을 이용하고 싶어 해요. 그런데 오밀조밀 모여있는 저희 양자점들은 외력이 가해지면 모여있던 배열이 깨지고 전류가 흐르기 어려워 빛이 잘 안 나요. 그렇다고 늘어날 수 있는 말랑한 탄성체에 섞으면 사이에 끼어있는 전도성이 없는 탄성체 때문에 전류가 흐르기 어렵고요. 그래서 과거에 만든 늘어나는 양자점 디스플레이는 빛을 내는 양자점들이 모여 있는 부분을 여러 개 만들고, 그 사이를 구부러진 전선으로 연결했어요. 각 부분에서 양자점들은 가만히 있고, 잡아당기거나 놓으면 전선들이 펴졌다가 다시 구부러지면서 모양이 변하는 거죠. 그 결과 잡아당겼을 때 양자점이 있는 부분끼리의 사이가 멀어지면서 전체적인 밝기와 해상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어요.
Q. 이번에 만든 QLED는 그런 문제를 극복한 건가요? 어떻게 한 거죠?
독특한 발광층을 만들었어요. 고무처럼 말랑하고 잘 늘어나는 탄성체에 양자점 입자들과 전류가 잘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하 수송 물질을 함께 섞었어요. 그러면 양자점이 탄성체 사이사이에 파묻혀 있어도 전류가 잘 흐를 수 있거든요. 전압을 3.2V만 가해도 빛이 나서 상용화된 배터리로도 충분히 가동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만든 디스플레이는 구부리거나 늘려도 밝기나 해상도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디스플레이를 잡아당기면 양자점 사이 거리가 늘어나서 밝기가 떨어질 걸로 예상했는데, 전체 밝기가 그대로거나 오히려 약간 더 밝아졌어요. 놀란 연구진들이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고무 같은 디스플레이가 좌우로는 늘어나면서 길어졌지만, 위아래로는 짧아지더래요. 좌우로 벌어진 양자점 입자 사이 빈틈에 위아래에서 모인 입자가 밀려 들어가며 밀도가 유지되는 모습을 확인했죠.
Q. 늘어날 수 있는 디스플레이라니, 어디에 쓸 수 있을까요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최문기 UN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늘어날 수 있다는 건 다양한 방향으로 무작위 변형해도 파손 없이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인체에 부착하거나 차량 내부의 곡면 등 다양한 표면에 자유롭게 부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잡아당기면 부서지는 특성을 가진 반도체 물질을 성능 저하 없이 늘어날 수 있도록 만든 건 디스플레이 분야뿐만 아니라 반도체소자 전반에서 새롭고 신기한 일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