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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소설에서 '살인광선'으로 소개되었던 레이저. 이제 생활 구석구석을 밝히는 문명의 이기가 되고 있다.
'레이저 메스'로 출혈없는 수술을 하는가 하면 대기오염을 측정하고 피부에 남긴 지문도 거뜬히 검출해 낸다. 미래의 에너지원인 핵융합의 불을 당기는 레이저는 또'별들의 전쟁'도 가능케 했다.
하이테크의 선단을 걷는 레이저의 원리와 응용예를 살펴본다.


'꿈의 빛', '환상의 빛' 이라고 일컬어지는 레이저광은 불과 20여년 전인 1960년에 탄생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급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레이저는 현재 여러가지 분야에 활발이 응용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21세기 과학의 중요한 부분을 떠맡을 레이저광의 무한한 가능성은 아무도 그 전부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예컨대 반도체 레이저와 광섬유를 이용한 광통신은 적어도 10억명이 동시에 통화를 해도 아무 혼란도 일으키지 않으며, 레이저 칼을 사용하면 피를 흘리지 않고도 수술이 가능하다. 그 밖에 광정보처리, 레이저 유도무기 등 레이저는 산업 곳곳에 활용되어 인류의 이상과 환상을 실현시키는 단계까지 능률과 효율을 끌어 올리고 있다.

원래 '레이저'란 말은 한 단어가 아니고 '복사의 유도방출에 의한 광증폭'(Light Amplication by Stimulated Emmission of Radiation)의 머릿글자를 모은 것(LASER)이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원동력, 레이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우수한 빛인 레이저광은 보통의 빛에 비해 매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누구나 레이저광의 특성을 알게되면 그 순간 머리에 섬광이 번쩍이듯이 레이저의 이용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레이저광은 산업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선 레이저의 특성을 살펴보기 위해 레이저광이 전등이나 태양광선과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흔히 비가 개인 뒤 일곱가지 색으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무지개를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무지개는 태양광선이 수증기 등에 의해 굴절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우리는 여기서 태양광선이 여러가지 색의 빛으로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빛은 일종의 전자파로서 파장의 길고 짦음에 따라 굴절하는 정도가 다르다. 파장이 짧은 청색이 무지개의 안쪽에 나타나고 중간에 녹색과 황색 그리고 바깥 쪽에 적색이 보이는 것은 그 까닭이다. 이에 비해 레이저광은 태양광선과 같이 섞여 있는 빛이 아니라 단일한 색의 빛 즉 순수한 하나의 빛을 말한다(레이저광의 단색성).

태양광선은 여러가지 빛이 혼합돼 있고 프리즘을 통과하면 일곱가지색으로 나뉜다. 즉 태양광선은 여러 파장 혹은 여러주파수의 빛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색성이란 순수한 하나의 주파수란 말이다.

레이저광은 고도의 지향성(志向性)을 갖고 있다. 한 밤중에 회중전등을 비치면 빛이 일직선으로 나간다. 그러나 거리가 멀리 떨어지면 빛이 넓게 퍼져버리고 만다. 그러나 레이저광은 퍼지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나간다. 얼마 퍼지지 않고 달까지도 나아갈 수 있을 정도다.

레이저광은 또 간섭현상(干涉現象)을 일으킨다. 간섭이란 빛의 위상의 차이에 의해 밝고 어두운 동심원의 무늬들을 만드는 현상이다. 레이저광은 위상이 가지런해서 간섭을 일으킬 수 있는데 반해 태양광선이나 다른 빛은 주파수나 위상이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좀처럼 간섭을 일으키지 못한다.

에너지를 극도로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은 레이저의 중요한 특성이다. 햇빛을 렌즈로 모아도 겨우 종이나 나무를 그슬릴수 있는데 비해 레이저광은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철판을 녹일 수도 있다. 레이저 에너지를 한 점에 집중시켰을 때 온도가 1백만도에 달한 예도 있다.

(그림 1) 레이저의 준위

(그림 2) 레이저광이 축방향으로 나오는 과정


에너지 수준 차에 의한 '유도 방출'이 원리

이런 독특한 성질을 갖는 레이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그 원리를 살펴보자. 물질 속의 원자는 마치 작은 태양계와 같아 중심에 양전기를 가진 원자핵이 있고 주위에는 음전기를 띤 전자가 돌고있다. 원자의 에너지 준위는 이들 전자의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데 전자가 정상궤도를 돌고 있을 때는 기저상태에 있다고 하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어 더 바깥쪽 궤도에서 돌면 높은 에너지 준위에 있다고 한다.

원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로부터 낮은 에너지 준위로 옮길때 그 차에 해당되는 에너지는 빛으로 방출되는데 그 현상은 다음의 식으로 설명된다.
E₁-E₂=hν
위 식에서 h는 '플랑크'상수, ν는 빛의 주파수이고 E₁과 E₂는 두 준위의 에너지이다.

백열등의 경우에 서로 다른 높은 에너지 준위의 여러 원자들이 낮은 에너지 준위로 서로 작용하지 않고 떨어지면서 각기 다른 파장의 빛을 동시에 방출한다. 따라서 백열등의 빛은 여러가지 파장을 가진 빛의 집합이다. 이러한 방출을 '자연방출' (spontaneous emission)이라 한다.

그러나 레이저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레이저에서는 많은 원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에 머물렀다가 떨어지는 소위 '유도방출'(stimulated emission)을 하게 된다.

높은 에너지 준위에 있는 원자의 수가 낮은 에너지 준위에 있는 원자의 수 보다 많은 경우를 '반전분포'(population inversion)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에너지 준위의 원자는 자연방출을 하므로 반전분포를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레이저에서는 원자가 약간의 에너지를 자연방출 하면서 중간에너지 준위인 준(準) 안정준위(metastable state)에 모여 반전분포를 이루었다가 적당한 자극에 의해 유도방출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그림을 통해 알아보자(그림1). 전자가 에너지를 흡수하면 낮은 에너지 준위 즉 기저상태 ①로부터 높은 에너지준위 ②로 올라간다. ②의 준위에 머무는 시간은 대단히 짧으므로 자연방출에 의해 준안정준위 ③으로 떨어진다. 충분한 수의 원자가 준안정준위에 머물러 반전분포를 이루면, 유도방출에 의해 기저상태 ①로 떨어지거나(그림1의 (a)) 준위④를 거쳐 기저상태로 떨어지게 된다 (그림1)의 (b)). (a)의 경우를 3준위계라 하고 (b)의 경우를 4준위계라 한다. 4준위계에서는 준위④의 원자수가 준위 ①의 원자수보다 훨씬 적으므로 반전분포의 형성이 쉽다.

레이저는 준안정준위로부터 낮은 준위로 떨어질 때 그 에너지 차에 해당되는 빛이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레이저에서는 일정한 파장의 빛만 나오게 된다.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하여 반전분포를 만드는 것을 '펌핑'(pumping) 이라고 한다.

발진을 일으키기 위하여 레이저 물질의 양끝에 (그림2)와 같이 반사거울을 설치한다. 빛이 그 사이를 무수히 왕복하면서 증폭되는데 증폭의 손실을 상회하면 발진을 일으키게 된다. 이때 한쪽의 반사거울은 1백%반사 하도록 하고 반대쪽에는 빛이 약간 통과하도록 한다. 그러면 발진된 빛의 일부가 밖으로 나와 레이저광을 얻을수 있다.

처음 방출된 빛은 사방으로 퍼지지만 레이저축과 수직인 반사거울 사이를 여러번 왕복하는 동안 축방향의 빛만 증폭된다.

이처럼 레이저광은 발생과정부터 축방향의 빛만 나오므로 흩어지지 않고 한 줄기로 멀리까지 갈 수 있다.

(그림 3) 대표적인 레이저의 종류와 발진파장

(그림 4) 레이저 기술의 활용 분야


수 천 종류에 이르는 레이저

레이저를 이루는 것은 발진을 일으키는 레이저 발진 매질(媒質), 외부적으로 여기(勵起)시키기 위한 여기매체 그리고 공진기 (共振機)이다. 수천 종에 달하는 레이저광의 발진 물질을 크게 액체 기체 고체 반도체의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기매체로는 전기적인 방전을 이용하는 방법, 전류를 쓰는 방법, 광펌핑 프래쉬램을 이용하는법 그리고 화학레이저 처럼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출력형태로별로는 연속발진 레이저와 '펄스'발진 레이저로 나눠 볼 수 있다. He-Ne, CO₂, He-Cd, Ar, Kr레이저 등은 연속발진 레이저에 속하고 루비, Nd:YAG등은 '펄스'발진 레이저에 속한다.

대표적인 레이저의 종류와 발진파장은 (그림3)과 같다.


광통신에서 핵융합까지

레이저의 응용분야는 그야말로 끝이 없다. 시시각으로 펼쳐지는 레이저의 새로운 활용분야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이다. (그림4)는 지금까지 개발된 레이저 활용기술의 종류를 나타낸 것이다.

수천가지나 되는 레이저는 종류 마다 제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출력도 천차만별이다. CO₂레이저처럼 적외선 영역의 파장을 갖는 레이저는 열작용이 강하다. 또 루비레이저 Nd:YAG레이저 등은 'Q스위칭', '모드로킹' 등의 방법을 써서 10억W 이상의 고출력을 낼 수 있다. 한편 He-Ne레이저는 안정되고 매우 높은 간섭성을 갖는 빛을 방출한다. 또 자외선 레이저는 화학반응과 생물학적 응용에 여러모로 쓰인다.

레이저 무기를 개발하는 데만도 수 천억 달러를 들이고 있는 선진제국은 레이저 산업과 특수 레이저 개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비밀로 붙이고 있다. 게다가 레이저를 이용한 광학장비와 실용품의 거의 모두가 국제적인 특허에 묶여있어 레이저 분야에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우리나라로서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 이상 선진 제국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레이저 광학 산업의 육성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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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조창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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