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경골 사향 웅담 등이 대표적. 녹용은 수컷 꽃사슴의 것이 으뜸
우리나라의 동물들 중에는 약용(藥用)으로도 유용한 것들이 많다. 특히 동양 의학에서 동물들을 약용으로 많이 써오고 있는데, 야생동물이나 조류 어류 가금류 곤충류 등의 장기조직이나 담즙분비액 등이 그것이다.
호랑이의 호골(虎骨)과 호경골(虎脛骨)을 비롯해 사향노루의 사향, 꽃사슴의 녹용 및 녹각, 반달곰의 웅담, 소의 우황 우유 아교, 산양의 영양각(羚羊角)과 양젖, 멧돼지의 야저담, 산닭의 멀더구니(鶏內金), 물개의 해구신 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같은 약용동물이나 식물 광물 등을 이용해서 질병치료와 예방을 연구하는 학문을 본초학(本草学, herbalogy)이라고 한다. 본초학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우리나라의 약용동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호랑이 : 호골은 호랑이의 두개골이나 뼈이며, 호경골은 호랑이의 앞다리뼈로 구멍이 나있다. 분말이나 환약으로 사용되는 이 호골과 호경골은 관절이 약한 사람에게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향노루 : 사향노루의 수컷 배꼽과 음경 사이에 있는 향주머니 속의 분비물인 향즙을 '물사향'이라 하고, 건조된 것을 '포사향'이라 하는데 팥알같은 입자가 있고 냄새가 강한 게 특징이다. 심장병과 어린이의 경기, 중풍 간질 등에 특효약으로 쓰이고 있다.
□ 꽃사슴 : 사슴의 종류는 47종이 있으나 그중에서 한국산 수컷 꽃사슴의 녹용이 유명하다. 이외의 다른 약용사슴의 뿔싹을 미용이라고 한다. 약용 사슴으로는 꽃사슴종류인 매화록 마록 대록 순록 적록 등이 있는데, 이들 이외의 기타 사슴의 뿔싹은 녹용이나 녹각이 아니다.
녹용은 약용사슴의 돋아난 뿔싹이 45일에서 90일 이내 자란 것을 잘라 건조한 것을 말하고, 그 이상이 되어 각질화된 융모가 있는 것을 녹각이라고 한다.
녹용은 성홀몬과 알부민 등이 함유돼있고 강장작용 등이 뛰어나다.
□ 반달곰 : 곰에는 6속7종이 있는데 반달곰과 불곰의 담즙액만을 강재해서 웅담으로 사용한다. 이들 이외의 다른 곰의 쓸개는 웅담으로 이용되지 않는다.
□ 소 : 소의 담석을 우황(牛黃)이라고 하는데, 중풍과 심장병에 등에 쓰이는 '우황청심원'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소는 식용으로 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요긴한 동물인 셈이다.
□ 물개 : 물개의 성기와 고환을 해구신이라 하여 귀한 약재로 이용해오고 있다. 강장보양제로 쓰이는 유명한 약용동물이 물개이다.
□ 산양 : 영양각이 중풍과 경기의 치료제로써 이용되고, 눈을 밝게 하는 작용도 있다고 한다. 영양각이란 산양이 밤에 뿔을 나무가지에 걸고 잠자던 흔적이 뿔에 있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도 염소 고라니 노루 토끼 수달 오소리 고슴도치 족제비 등의 고기나 간 쓸개 뼈다리 등도 귀한 약재로 쓰이고 있다.
이상의 약용동물들은 그 효용가치로 인해 자칫 소홀히 다루다가는 멸종위기에 빠지기가 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당국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거나 수렵금지조치를 내리기도 하는 등 보호에 나서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