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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버해협 해저터널 2백년의 꿈이 영근다

영국과 유럽대륙을 잇는 '도버'해협 해저터널. 연 4천5백만명의 사람과 4천만t의 화물을 운반할 터널이 바다밑 40m에 건설된다. (본고는 영국대사관에서 제공한 자료와 사진을 참고해 정리한 것이다.)


유럽인들의 숙원인 '도버'해협 해저터널이 건설된다. 영국과 유럽대륙을 잇는 이 해저터널은 지난 1월 21일 영불정상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합의되어 오는 1993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2백여년 동안 유럽인들의 환상으로만 존재했던 이 터널이 완성되면 금세기 말미를 장식할 유럽 최대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3분에 2백대의 승용차를 실어나른다


영불컨서시엄인 해협터널그룹(Channel Tunnel Group)이 주도할 이 프로젝트는 오는 3월까지 양국 정부의 면밀한 조사를 거친 후 협정조인과 국회비준을 얻고 내년 중반부터는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터널 중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철도용터널로 건설될 이 해저터널은 2개의 메인터널(지름 7.3m)과 하나의 보조터널(지름 4.5m)로 구성된다. 메인터널에는 철로가 놓이게 되고 3백75m마다 보조용터널에 연결되는데 사고로 인해 하나의 터널이 막히는 경우에 보조용터널을 통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 또한 터널의 통풍에는 보조용터널이 필수적이다.
 

이 터널의 전체길이는 약53㎞ 이지만 실제 해저부분의 길이는 37㎞로 일본 홋가이도(北海道)와 혼슈(本州)섬을 잇는 세계 최대의 해저터널인 '세이칸'터널(총연장53.85㎞)보다도 해저부 연장이 14㎞나 길다.(비교표 참조)
 

해저에서 약 40m 깊이로 파들어가 뚫리게 될 도버해저터널은 무른 초크층(퇴적물로 형성된 물렁한 석회질층)에 건설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해의 석유탐사 기술이 이 터널건설에 응용되기 때문이다. 세이칸터널은 해저 1백m까지 단단한 규석지층을 뚫는데 상당한 애를 먹었고 지진을 고려한 난공사였던 것에 비해 축적된 기술이 쉽게 응용되는 셈이다.
 

양국의 건설 시발점은 프랑스쪽의 경우 '칼레'시 남서쪽 '상가트'마을 근처의 '프레덩'터미날이고 영국은 '포크스턴'의 북서쪽 '세링턴'터미날이다. 결국 양국간의 최단거리 지점을 택한 것.
 

터널 교통수단인 왕복열차는 가장 붐빌때 3분마다 한대씩 양쪽에서 출발, 평균시속 1백60㎞로 달려 30분내에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페리'호로 2시간반, 수중익선(水中翼船)으로 1시간반이 걸리는 해상교통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데 10시간쯤 걸리는 것을 반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더우기 프랑스의 초고속열차인 떼제베(TGV)가 운행하게 되면 3시간으로 단축돼 항공교통과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 건설을 맡은 해협터널그룹의 주장이다.
 

이 터널을 누비고 다닐 왕복열차는 길이가 8백m로 2백대의 승용차와 13대의 장거리버스를 실을 수 있는 용량을 갖고 있다. 다만 무거운 화물을 실었을 때는 길이가 4백50m로 줄어든 왕복 열차가 운행된다. 오너드라이버들은 차를 몰고 터미널에 도착, 기다릴 필요없이 요금을 지불하고 바로 왕복열차에 오르면 된다. 우리가 남산터널을 통과할 때 통행료를 지불하고 바로 터널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1993년 처음 개통될 때는 철도터널뿐이지만 영국의 '대처'수상이 가장 관심을 보였던 터널 좌우측의 자동차용 도로도 얼마 안있어 완성될 예정이다. 자동차용 도로는 건설회사가 15년 이내에 책임지고 건설하도록 문서화돼 있다.
 

이는 양국을 왕래하는 '여행자수가 2천년이 되면 1년에 4천5백만 명으로 추산되며 화물양만 해도 4천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어 취해진 조치이다. 더우기 영국과 프랑스의 교통량뿐 아니라 유럽대륙과 영국의 교통량을 따지면 매우 경제적인 공사가 되는 셈이다.
 

영국에서는 6대의 터널 보링기가 동원되며 프랑스에서는 5대의 보링기가 작업을 수행한다. 영국에서는 한달에 0.5㎞씩 뚫어나가며 프랑스에서는 이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이것은 기술차이가 아니라 지형학적 조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세이칸, 도버해협 터널 비교표

 

4천여년전에 지하터널이


기록으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터널은 기원전 2200년 고대 바빌로니아 왕조의 수도 바빌론에서 유프라테스강의 하저에 궁전과 신전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약 1㎞터널(폭3.6m, 높이4.5m)을 건설한 것으로 하천의 흐름을 바꿔서 건설한 대역사였다. 터널건설이 성행한 시대는 로마제국시대였다. 이 때 건설된 터널 중 일부는 현재 사용되는 것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끌과 해머가 주로 사용되었고 암석을 불로 달구어 급냉시킴으로써 암석에 금이 가도록 하거나 석회질의 암석을 초산으로 녹이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었다. 기독교 박해시대에 지하묘지 겸 교회로서 사용된 것으로 보여지는 유적으로 광범위한 '카타콤'도 일종의 터널인 것이다.
 

17세기에 들어 선박이 중요한 교통기관이 되고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운하가 교통로로써 널리 이용되었으며 이에 수반하여 운하의 터널이 본격적으로 건설되어 터널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1679∼1681년에 건설된 프랑스의 '랑게'도크운하의 터널은 최초로 화약을 사용한 터널이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철도의 출현과 함께 다이나마이트의 사용, 압착공기 착암기의 등장 등 각종 기술진보가 이륙돼 본격적인 터널 시대가 열리게 된다. 철도의 발달에 따라 터널의 공법도 함께 발전을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철도 터널로 불러 손색이 없는 최초의 것은 1830년 9월 15일에 영국의 '맨체스터'와 '리버풀' 사이에 개통된 터널. 19세기에 터널기술은 눈부시게 진보되어 근대적 시공법이 확립되었고 철도터널에서 얻어진 기술은 다른 용도의 터널에 그대로 사용되었다.
 

수저터널(水底터널, 해저터널도 수저터널에 속함)로는 1866년에 건설된 영국의 '세번'터널을 위시하여 1886년 '베르세이'터널 등이 있다. 일본은 1944년 관문해협터널(3.6㎞), 1958년 도로터널로 관문해협을 통과하는 3.5㎞의 터널을 완공하였다. 또한 최근 (1971년∼1983년)에 건설된 세계 최장의 '세이칸'해저터널은 그 연장이 53.85㎞나 되는 대규모터널이다.
 

수저터널은 해협,만,하천,수로 등에 의해 나누어진 두지역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하는 것으로 '세이칸'해저터널이나 '도버'해협 해저터널처럼 대규모적인 것도 있으나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교량을 피하는 지역에 건설되는 예가 많다. 수저터널은 '세이칸'터널처럼 수저에서 피복을 충분히 하여 산악터널에 준하여 시공되는 예도 있으나 시일드공법, 침매(沈埋)공법, 잠함공법(뉴매틱 케이슨공법) 등이 채택되는 수가 많다.
 

시일드공법은 강제의 견고한 원형시일드(원통구조물)를 밀어넣으면서 굴진하는 방법이다. 연약한 지반의 하저터널 굴착이 발달된 것도 이 공법이 발전된 까닭이다. 시일드공법이 수저에서 수평방향으로 굴진해 나가는 것에 비해 잠함공법, 침매공법 등은 각각 수면상에서 터널의 일부분을 제조하여 이것을 터널위치에 시설하는 공법이다. 잠함공법은 잠함작업실을 외부에서 만들어 이것을 현장으로 운반하여 압축공기를 작업실에 불어넣어 외부의 침수를 막으면서 잠수부가 그 속에서 흙을 굴착하면서 터널을 완성시킨다.
 

침매공법은 육상에서 소정 단면의 터널틀을 적당한 길이로 제조한 후 양끝을 막아놓는다. 터널틀을 수상에 띄워서 현장까지 운반하고 양끝을 개방하여 미리 파놓은 해저면에 갈아 앉힌다. 다음에 이음부를 용접시키고 연결이 끝나면 터널내의 물을 배출시키고 마무리작업을 한다. 이 방법은 흐름이 잔잔한 곳 또는 부근의 선박통행에 지장이 없는 곳에서 한다.

 

터널과 다리가 동시에 건설되는 것을 상상하여 그리니 터미널.


시일드 공법 채책할 듯


'도버'해협 해저터널은 아직 공법이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으나 해저터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시일드공법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저터널은 굴착, 복공을 연속적으로 해야하는 점에서는 육상의 터널과 본질적으로 다름이 없으나 터널을 종단적으로 볼 경우 하천밑 또는 바다밑을 통과하므로 배수가 가장 문제시 된다. 특히 육상 터널의 지하수와는 달리 무한대의 수원을 가진 강물, 바닷물 속에 놓여지므로 용수(湧水)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용수는 고압수이므로 많은 위험을 초래한다. 따라서 수저터널은 용수의 기술적처리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 또한 수저의 지질은 대개 연약하고 암석이라도 균열이 많은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한다.
 

첫째는 바다밑의 지질상태, 용수의 분포를 조사한다. 그 방법으로는 보조터널를 먼저 뚫어 나가면서 모든 자료를 조사한다. '도버'해저터널에서도 보조용터널이 1차적으로 완성되고 그 1년 후 메인터널이 완성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둘째는 굴착시는 물론 완공 후의 배수를 위한 연속경비를 줄이기 위해 방수공사를 철저히 한다. 방수 배수는 물론 환기를 위한 배려도 매우 중요하다. '도버'해저터널의 경우 열차가 비상정차했을 때 90분간은 터널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신속,안전,저렴한 교통수단


도버해협 밑에 터널을 파서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자는 제안을 처음으로 내놓은 사람은 나폴레옹시대인 1802년 프랑스인 기사 '알베르 마띠외'였다. 그는 터널이 완성되면 말을 릴레이식으로 바꾸어 마차를 끌게하면 '도버'와 '칼레'사이의 촛불을 켜놓은 해저터널을 한시간 안에 통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곳에 터널공사를 한 것은 1981년이었다. 영국의 '포크스턴' 가까이서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지금도 이 공사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즉 바닷가 바위에 나무로 만든 문이 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높이 2m, 길이 8백m의 축축한 터널이 이어진다.
 

도버해협 해저터널의 설계안은 그동안 여러가지가 나왔는데 그 중에서는 매우 정교한 것도 많다. 하나 예를 들어보면 프랑스 기사 '엑또르 오로'가 1860년에 제시한 주철로 된 해저철도는 뾰족탑 같은 감시 및 환기탑을 세운다는 제안. 그 당시의 아이디어로는 기발한 착상으로 평가되어진다. 얼마전 프랑스와 영국회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새로운 채널계획이 20억달러의 예산으로 착수되어 1980년대 중반에 완공을 볼 예정이었으나 국방상의 문제로 1974년 포기되기도 했다.
 

아뭏든 유럽인들의 2백년의 꿈을 간직한 도버해협 해저터널 공사는 금세기 안으로 끝을 맺게된다.유럽의 자연장벽으로 '피레네'산맥, '알프스'산도 유명하지만 '도버'해협도 상당한 장애가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가깝고먼 해협으로' 불려지는 이곳도 이제는 더이상 영불 양국의 교류를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없다.
 

특히 이 터널은 실제 생활에 즉시 이용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막대한 공사비에도 불구하고 그 경제성이 인정된다는 것. 이 터널의 개통되면 이제까지의 '도버'해협을 '페리'호로 통과하던 차량의 통행료가 12%정도 경감될 예정이다. 현재의 계획으로 건설미가 1986년을 기준으로 약36억달러(3조2천4백억원)로 예상하지만 1993년 완공 때까지 금리와 인플레이션, 예기치 않은 기술상의 난제 등을 예상한다면 70억달러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용 또한 상당한 양이 증가하리라 예상되는데 영국과 프랑스에서 이 공사로 인해 일자리를 얻게되는 사람이 4만명에 이를 것으로 주장한다.

유럽대륙과 영국을 연결하는 역사적 대공사는 이제 막을 올렸다. 늘어나는 교통량을 보다 빨리, 안전하게 그리고 값싸게 운반할 이 터널은 단순히 영국과 프랑스를 지리상으로 연결한다는 의미를 넘어 유럽을 새로운 형태로 재통합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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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황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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