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팩트체크] 비 오는 날 전기차 충전해도 될까?

◇보통난이도 

“요즘엔 다양한 종류의 차가 도로를 달립니다. ‘저공해차’라는 스티커가 붙은 전기차와 완전 무공해라고 말하는 수소차도 봤어요. 저는 이런 친환경차들의 성능이 궁금합니다. 또 전기차가 충전 중에 불탔다는 뉴스와 수소차가 사고를 당하면 폭발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전기차와 수소차가 정말 안전한지도 팩트체크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군은 국내에서 양산되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직접 타보고 팩트체크 하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이뤄진 2월 중순까지 코로나19(COVID-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의 상황이 잦아들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동행 취재를 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기자가 직접 출동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차량 시승서비스(운전면허증 소지자에 한해 연간 6회 무료)를 통해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IONIQ EV)과 수소차 넥쏘(Nexo)를 몰아봤습니다. 지금부터 이 군의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보겠습니다.

 

친환경차의 연비가 더 좋나요?          

                                 
자동차의 성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를 밟았을 때 느껴지는 반응, 엔진음, 소모품 교체주기, 제로백 타임(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 등 따지려고 들면 기준이 너무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기준 중 하나가 연비라는 점에는 많이들 동의할 겁니다. 연비는 주행 거리를 에너지원의 단위 용량으로 나눈 값입니다. 차량 유지비와도 직결됩니다. 


먼저 실제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2013년식 가솔린(휘발유)차 말리부의 연비는 가솔린 1리터(L)당 약 9.3km입니다. 2019년형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전력 1kWh(킬로와트시)당 약 6.2km, 2019년형 넥쏘는 수소 1kg당 약 95km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두 서울 송파구에서 오후 2시경 운전했을 때 계기판에 표시된 수치입니다.


에너지원마다 단위가 달라 연비를 직접 비교하려면 에너지원별 생산 열량으로 환산해야 하는데, 사실 그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흔히 주행거리 100km당 연료비로 연비를 비교하곤 합니다. 


가솔린 60L가 들어가는 말리부의 연료통을 꽉 채우면 약 500km 주행할 수 있습니다. 100km를 가는 데 12L가 필요한 셈입니다. 2월 첫 주 기준 가솔린이 L당 1563원임을 고려하면 100km 이동하는 데 약 1만8750원이 필요합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완전히 충전했을 때 약 38kWh가 되며 상온에서 약 300km, 영하 7도 안팎의 저온에서는 약 220km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전기 충전요금은 오전과 오후처럼 충전시간대나 계절, 급속충전과 저속충전 등 충전 조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일례로 할인카드 없이 2020년 2월(겨울) 오전 급속충전을 하면 kWh당 173원이 듭니다. 실제로는 전기차 사용자에게 지급되는 카드로 50%를 할인받기 때문에, 이를 적용해 계산하면 100km 주행 시 1090원 정도가 드는 셈입니다.


넥쏘는 수소 6.33kg을 충전할 경우 약 600km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수소 충전가는 kg당 8800원입니다. 넥쏘로 100km를 이동하려면 약 9280원이 듭니다. 참고로 디젤(경유)차는 차종에 따라 L당 10~17km를 이동합니다. 이 경우 100km당 연료비는 8050원 안팎입니다. 실제로는 수소연료탱크를 95% 정도만 채우기 때문에 계산한 값보다 비용이 좀 덜 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상황에서 100km 주행에 필요한 연료비 기준으로는 전기차, 디젤차, 수소차, 가솔린차 순으로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전기차의 경우 충전 보조금을 없앤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 경우 충전 요금이 최대 4~5배 오르며, 특히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디젤차에게 1위를 내줄 수도 있습니다. 친환경차의 연비가 더 좋다고만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친환경차의 수명이 더 긴가요?          

 

                               
20만km 이상 달린 노후 가솔린차나 디젤차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20년 전 모델이 도로를 돌아다니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기본적으로 차의 수명은 엔진에 달려있는데요. 엔진 관리만 잘하면 10~20년은 거뜬하게 버티도록 설계됐습니다.


사실 전기차나 수소차의 수명은 대체로 이보다 짧습니다. 이는 배터리 때문입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심장에 해당합니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입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같습니다. 다만 배터리 내부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써서 화재위험을 줄인 점이 스마트폰과 다릅니다. 한편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스택과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로 이뤄져 있습니다. 


배터리 수명을 연구하는 이용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하루 한 번 충전한다고 가정하고 평균수명을 10년으로 설정해 제작한다”며 “실제로 전기차를 타고 다니면 기대수명이 낮아져 7~8년 사용하면 배터리 효율이 사용자가 느낄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전기차는 가솔린차나 디젤차처럼 오랜 기간 타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5년 이상 운행한 전기차를 살 때는 전문가에게 배터리 상태를 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가솔린차나 디젤차도 겨울철에 2주 정도 운행하지 않으면 내부 전압이 낮아져 보조배터리가 방전되고 이에 따라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전기차나 수소차를 오래 타기 위해서는 겨울철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비 올 때 충전하면 감전되나요?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시승한 2월 12일에는 공교롭게도 비가 내렸습니다. 비 오는 날 전기차를 충전해도 감전 위험은 없는 걸까요? 


이 교수는 “스마트폰에 과충전 차단 회로가 있는 것처럼 전기차에도 이런 설계가 들어 있다”며 “날씨를 고려해 방수 등 여러 기능이 적용된 만큼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에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충전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내 첫 수소차를 출시한 현대자동차는 수소연료탱크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총을 쏘거나 자동차가 거의 파괴될 정도의 충격을 가하는 등 여러 테스트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성욱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실장은 “충분히 고도화된 기술로 실험한 만큼 안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늘 예외는 있습니다. 많은 사고가 그렇듯 위험은 우연한 상황이 겹치면서 발생합니다. 


정 실장은 “자동차에서 갑작스럽게 불량이 발생하거나 관리 미비로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차량의 종류와 관계없이 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거리 운전 전후로는 차량 정비를 받는 등 평소 차를 잘 살피는 게 좋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전기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기계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