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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좌절은 치명적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

유사이래 수천년동안 웃음과 밝은마음이 건강에 좋다고 얘기돼왔다. 이미 기원전 24세기에 이집트에서는 '인생살이는 웃음으로 쉽게된다'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오늘, 20세기에 이르러서도 이런류의 명언(名言)은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정신적안정, 즐거움, 희망등은 육체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
 

그러나 실험적으로 감정변화가 육체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한가에 대해 하나 둘씩 증명이 되기는 겨우 최근 몇년동안의 일이다.

확실한 증거가 손에 잡힐듯하면서도 심리-육체의 관계에 대한 증거가 잡히지 않은것은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을 실험대상에 올려놓을 수 없다는 즉 인간실험이 매우 어렵다는 조건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의사들이 조금씩 통계를 수집해왔고 또 동물실험을 통해 몇가지 중요한 관련을 밝혀 내기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보다 현저한 성과는 우울, 패배감 고독, 불안등의 심리적상태가 암, 심장질환, 소모성질한(결핵등)과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국립아카데미는 얼마전 '가족 멤버중 한사람의 죽음은 남은 가족, 특히 남자에게 심장병이나 기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높여주는것 같다"고 발표한 바 있다.
 

많은 연구자들-면역학자, 생리학자, 심리학자, 신경연구자-들이 정신과 육체의 관련에 대해 조사 연구했으며 이들은 부정적인 심리상태는 체내의 균형을 흔들리게 만들어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하게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인간에 대한 조사실험이 충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얼굴표정은 모든 종족간에 비슷하다. 위는 나찌점령후 슬픔에 젖은 프랑스인. 아래는 웃고 있는 '자니카슨' 슬픔, 우울, 비관주의,고독감,불안 등은 암이나 심장병같은 치명적인 질병과 관계가 있다.
 

UCLA의 심리학자 '존 리브스킨드'박사는 "나는 두뇌가 면역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고 있다"고 말한바 있으며 일부 생리학자들은 질병치료와 예방에 있어서 '감정통제'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물론 '너무 강조할 것은 못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의견은 심리-육체와의 관계를 인정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현단계에서는 디테일을 덧붙여 말한다면 사실의 인식(슬픔 기쁨등)과 정신작용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리에 영향을 주는지 그 과정을 소상히 밝히는 일이 중요한것이다. 그러나 이 작업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아직도 어떤 학자도 특정개인의 경우에, 그가 어떤 감정을 가질때 생리변화의 불꽃을 일으키는지, 더 파고든다면 과연 생리에 특정한 영향을 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자세히 구체적으로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의 '폴엘크먼'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 수많은 연구의 결과로 흔한 감정현상 즉 공포, 행복감, 분노, 불쾌감 등의 역할은 알아 낼 수 있을만큼 되었다." 그러나 복잡한 대뇌의 활동, 생리현상의 메카니즘을 밝혀내는 과정은 여전히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겠다.
 

20세기초 미국의 생리학자 '월터 캐논'은 긴장에 따른 생리변화의 모습을 대강 스케치해왔다. 그는 몇번의 실험을 통해 인체의 몇개 기관(器官)과 내붐비샘이 긴장에 따라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예컨대 두뇌에 있어서 시상하부(視床下部), 그 바로 밑에있는 뇌하수체, 그리고 신장꼭대기에 있는 아드레날린샘의 반응을 기술했다. 지난 30년대에는 '한스 셀레'라는 학자가 긴장과 심장 및 일반 근육운동사이의 관련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대중적으로 큰 반응을 일으켜 '긴장하면 병이 생긴다'라는 말이 미국내에서 유행어처럼 돼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과학적근거가 희박하다. 그후 '아이스도퍼'라는 학자가 좀더 연구해서 '긴장은 질병을 유도할 수 있으며 잠재된 병균을 활성화시킬수 있다'는 말로 바꾸어 놓았다. 학자들은 그후 보다 믿을만한 실험을 계속하고 자료를 구하기 시작했다. 60년대에는 펜실베이니어 대학의 두학자가 쥐의 실험을 통해'전기쇼크를 피할 수 없다고 느낀 쥐들은 결국 수동이 되고만다" 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현상을 '학습된 무력증'이라고 불렀다. 10여년뒤에 두사람은 '무력감을 갖고 있는 쥐들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실험내용을 이러했다. 전기쇼크를 피할수없게해서 무력감을 나타낸 쥐들에게 종양을 유발하는 세포를 주입했더니 매우 높은 비율로 종양이 발생했다. 반면에 전기쇼크를 피할 수 있는 공간(쥐덫안에서)을 가진 쥐들은 무력증세를 보이지 않았고 종양세포의 실험에서도 종양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 최근에는 덴버대학의 심리학자 '마크포덴스레이저'박사가 무력감은 T-lymphocytes(침입한 세균을 찾아내는 세포)의 반응을 둔하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밖에 다른 연구자들도 긴장은 T-lymphocytes와 백혈구활동을 저해해서 우리 몸이 병균에 쉽게 굴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증명해내었다.
 

UCLA의 리브시킨드 연구소는 지난 82년 쥐의 실험에서 진일보한 발견, 즉 자극의 정도에 따라 생체에 주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쇼크는 쥐의 뇌에서 '엔도르핀'과 '엔카팔린'을 분비시키며 이러한 마취성물질은 고통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반면에 약간의 자극은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연구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냈다. "약간의 그리고 이따금의 자극은 이로울수도 있다. 그런 자극은 동물적인 적응능력(환경적응)을키워준다. 그러나 심한 자극은 생리작용의 균형을 파괴한다."

아이도퍼는 그래서 이런 충고를 한다. "어떤 사건이 생겼을때 정신적으로 난관을 극복하면 당신의 몸은 그 사건에서 받을 부정적인 영향을 덜 받거나 안 받을 수 있다."
 

최근의 조사통계를 보면 이제까지 살펴본 심리-육체의 관련에 대해 보다 실감할수 있을 것이다.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보고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가운데 배우자를 잃은 사람(약 80만명)은 약 3년간 심한 우울증에 빠지는데 이들 가운데에서도 친구나 친척이 별로 없는 사람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각종 질병에 쉽게 함락된다. 특히 신체적으로 허약한 사람일 경우 심리적타격은 치명적인 육체적 질환에 쉽게 걸려 버리고 만다.
 

뉴욕 시의 한 보험연구소는 한번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사람중에서 고독하거나 직장 또는 가정에서 심한 긴장을 겪고있는 사람은 유쾌하고 사교적인 사람보다 두번째의 심장 마비증세를 일으키는 횟수가 4배나 많았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학자들은 "긴장으로 발생한 호르몬은 심장의 근육진동을 심하게 해서 심장에 위험이 있는 사람을 위태롭게 한다"는 가설을 내세우게 했다.

 

우울과 불안이 가장 나쁘다
 

긴장이란말은 매우 광범위해서 과학적인 어휘로 적당치 않다. 그러나 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어 그대로 쓰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 '긴장'이 되는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있어 '셀리그먼'은 아예 개인이 어떤 사건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기준으로 몇개 카테고리로 나누고 있다. 즉 '좋은것 나쁜 것,'콘트를 할 수 있는것과 없는것', '예측가능한 것과 불가능한것', '강렬한것과 부드러운것'등으로 나누는 것이다. 예컨대 한밤중에 경관이 찾아와 남편이 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통지해 줄때 그것은 전혀 예측도 못한 것이었으며 또 그 소식을 듣고 감정을 억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남편이 죽는것을 지켜보는 것은 위의 예와 반대가 되는 것이다.
 

엘크먼은 또한 감정의 깊이를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그는 최근의 리포트에서 분노나 공포를 얼굴 근육에 나타날정도로 받아들이면 심장의 고동, 체온을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보통의 감정은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악한의 경우 나쁜짓을 늘 하기 때문에 감정변화의 깊이가 거의 없고 따라서 어떤 자극적인 사건에서도 생리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정의 상태, 그 미묘한 모습을 모두 구별하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육체와의 관련에서 구분해 본다면 예컨대 슬픈것은 대체로 일시적인 것으로 우울증하고 비슷한 것 같지만 구별이 된다. 또 기분이 나쁜것이 '무드'에 해당된다면 불안정, 의기소침,의욕상실 같은 것은 지속적이다. 여기서 엘크먼과 그의 동료들은 후자의 것 즉 지속적이며 소극적 패배적인 감정상태가 생리에 치명상을 준다고 말한다.

 

생물학의 시인들
 

지금까지 상당한 실험과 연구가 진행돼 어느정도의 과학적 결론도 도출해 냈지만 그러나 정신활동과 육체의 변화에 관한 완전하고 체계적인 분석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에 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다고 할까요"라고 젊은 심리학자 '예후다 샤비트'는 말하고 있다. 여러분야의 학자들이 각기 다른방법으로 정신과 육체의 관련을 파헤치고 있으며 이들은 아마도 수많은 세월과 돈을 소모하게 될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얻을 소득은 가치있는것이 될 것이다. 정부기관은 이 방면의 연구에 소홀한 편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명료하지 않은 연구분야에 정보기관에서는 돈을 내는데 주저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4천여명이나 되는 어린이 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을 관찰하고 조사함으로써 자료를 얻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 연구는 어린이들의 긴 미래에 도움을 줄 것이다. 왜냐하면 감정-생리의 메카니즘을 그들에게 알게함으로써 그들은 보다 잘 자기 감정관리를 할수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크'라는 학자는 말했다. "이 공부를 하는 학자는 생물학의 시인들입니다"(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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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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