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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광합성의 흔적은 35억 년 전의 지층에서 발견된 생물화석에 남아있다. 호주나 아프리카 나미비아 등에서 발견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세로로 자르면 켜켜이 쌓인 막 구조가 보이는데 바로 남세균의 화석이다. 이런 화석 기록만 보고 당시 광합성 수준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과학자들 대부분은 당시 남세균이 물을 이용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고차원적인 광합성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한 가지 원인은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지구에 황이나 철 성분이 절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전자를 상대적으로 더 잘 내놓는(광합성은 이 전자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당으로 변환시킨다) 성분이 바다에 가득한데, 이를 마다하고 억지로 물에서 전자를 구할 가능성은 낮다. 이는 지질학적인 증거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황산이나 산화철에서 전자를 얻는 경우엔 노폐물로 산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각 황으로 침전되거나 또 다른 철 이온이 생긴다. 오래 된 철광석 지층이 산화된 색깔을 통해 추정하건대, 지구에 산소가 많아지기 시작한 시점은 세균이 나타나고도 10억 년이 더 지난 약 24억 년 전이다.
진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오늘날의 광합성 시스템이 초기 생물체에서 만들어지기엔 너무 복잡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는다. 전자를 쉽게 내놓지 않는 안정한 물로부터 전자를 힘껏 당긴 뒤, 다시 성질을 바꿔 전자를 이산화탄소에 밀어내는 고도의 ‘밀당’을 당시의 세균들이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었겠냐고 말이다. 이 때문에 광합성 기원에 대한 추정치는 학자에 따라 멀게는 38억년 전에서 가깝게는 23억5000만 년 전으로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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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지구가 에메랄드빛을 띠는 건 물을 이용한 산소발생 광합성 덕분이다.
이런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을 세포가 잡아먹어 조류로 진화하고(왼쪽), 이것이 다시 육상식물로 진화했다(오른쪽).
메타게놈 분석… 최초로 세균 계통수 그려
최근 호주 퀸즐랜드대 화학및분자생물학과 로셸 수 연구원팀은 광합성의 기원을 추정해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광합성을 하는 다양한 남세균의 유전자를 읽은 뒤 대조하면서 광합성과 관계된 유전자의 계보를 그리는 것이다. 왜 진작 이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세균의 유전자는 우리처럼 부모에서 자식으로 또 그 자식으로 ‘아래로’ 전달되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전혀 연관이 없는 개체와(심지어 다른 종과도) 유전자를 주고받는다. 이런 유전방식을 유전자 수평전달이라고 한다(2016년 8월호 ‘내 DNA에 낯선 유전자가 들어왔다’ 참조). 세균의 유전자 계보는 마치 그물처럼 복잡하게 그려진다.
그렇다면 세균 한 종을 대대로 배양해서 게놈 분석을 하면 되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지만 우리가 배양할 수 있는 세균의 종류가 지구 전체 세균의 10%도 채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 겸허한 마음으로 포기하게 된다. 극지에서 열수분출공까지 세균의 서식지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메타게놈’ 방식을 사용했다. 메타게놈 방식은 쉽게 말해 시료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게놈을 통째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미처 분리해내지 못한 세균, 극한 환경에 살고 있어 배양하지 못하는 세균을 연구팀은 한꺼번에 분석했다. 그 결과 다양한 분류군에 있는 남세균 41종의 게놈 데이터를 뽑고, 세포호흡(산소로 당을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기준으로 계통수를 그릴 수 있었다. 그 결과 남세균의 ‘족보’는 크게 세 개의 가지로 갈라짐을 알 수 있었다.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 세 가지다(doi:10.1126/science.aal3794).
1. 산소 발생 광합성 시작, 25억 년 전
이번 연구결과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물을 이용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광합성을 하는 유일한 분류군인 옥시포토박테리아(Oxyphotobacteria)가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 꽤 늦었다는 점이다. 남세균의 공통조상에서 세리사이토크로마티아(Sericytochromatia)가 먼저 기원하고 그 이후에야 옥시포토박테리아가 등장했다. 그 시점은 대략 25억 년 전이다.
최근 호주 퀸즐랜드대 화학및분자생물학과 로셸 수 연구원팀은 광합성의 기원을 추정해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놨다. 광합성을 하는 다양한 남세균의 유전자를 읽은 뒤 대조하면서 광합성과 관계된 유전자의 계보를 그리는 것이다. 왜 진작 이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세균의 유전자는 우리처럼 부모에서 자식으로 또 그 자식으로 ‘아래로’ 전달되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전혀 연관이 없는 개체와(심지어 다른 종과도) 유전자를 주고받는다. 이런 유전방식을 유전자 수평전달이라고 한다(2016년 8월호 ‘내 DNA에 낯선 유전자가 들어왔다’ 참조). 세균의 유전자 계보는 마치 그물처럼 복잡하게 그려진다.
그렇다면 세균 한 종을 대대로 배양해서 게놈 분석을 하면 되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지만 우리가 배양할 수 있는 세균의 종류가 지구 전체 세균의 10%도 채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 겸허한 마음으로 포기하게 된다. 극지에서 열수분출공까지 세균의 서식지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메타게놈’ 방식을 사용했다. 메타게놈 방식은 쉽게 말해 시료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게놈을 통째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미처 분리해내지 못한 세균, 극한 환경에 살고 있어 배양하지 못하는 세균을 연구팀은 한꺼번에 분석했다. 그 결과 다양한 분류군에 있는 남세균 41종의 게놈 데이터를 뽑고, 세포호흡(산소로 당을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기준으로 계통수를 그릴 수 있었다. 그 결과 남세균의 ‘족보’는 크게 세 개의 가지로 갈라짐을 알 수 있었다.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 세 가지다(doi:10.1126/science.aal3794).
1. 산소 발생 광합성 시작, 25억 년 전
이번 연구결과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물을 이용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광합성을 하는 유일한 분류군인 옥시포토박테리아(Oxyphotobacteria)가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 꽤 늦었다는 점이다. 남세균의 공통조상에서 세리사이토크로마티아(Sericytochromatia)가 먼저 기원하고 그 이후에야 옥시포토박테리아가 등장했다. 그 시점은 대략 25억 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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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 번의 광합성 유전자 수평전달
옥시포토박테리아가 세 그룹 중 유일하게 물을 이용한 산소 발생 광합성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두 번의 유전자 수평전달 덕분이었다(초록색 화살표). 연구팀은 옥시포토박테리아가 광합성 유전자를 두 차례에 걸쳐 수평전달받았고, 그 이후에 산소를 이용해 호흡할 수 있는 유전자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남세균은 광합성 유전자를 이용해 훗날 서로 다른 용도를 가진 광계1과 광계2(131쪽 그림 참조)를 분화시켰을 것이다. 또한 산소호흡 유전자를 이용해 광계2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산소 발생 복합체를 진화시켰을 것이다.
3. 산소호흡, 독자적으로 진화
한편 산소를 이용하는 세포호흡은 옥시포토박테리아, 멜라이나박테리아, 세리사이토크로마티아 세 그룹에서 독립적으로 유전자 수평이동(빨간색 화살표)을 통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세포호흡이 일부 세균에서, 그것도 제한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양한 세균에서 여러 유전자를 이용해 세포호흡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공 광합성 가능할까
물을 이용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은 지금으로부터 약 20억 년 전 지구 표면을 우점하는 ‘대세’가 됐다. 그 결과 생태계는 어마어마하게 바뀌었다. 남세균 한 종이 진핵생물과 내공생하며 엽록체가 되면서 녹조류, 홍조류, 회조류와 같은 조류가 발생했다. 산소호흡을 하는 생물이 등장하고,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해 수십 m의 육상식물과 공룡처럼 거대한 생물이 등장했다.
윤환수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회조류가 실제로 남세균과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 이를 증명했다(‘사이언스’ 2012년 2월 17일자). 현재는 남세균이 엽록체로 진화하는 과정의 중간 형태를 연구하는 그는 “수십억 년 전 남세균이 광합성을 통해 지구 생태계를 어떻게 바꿨는지 이해하면, 미래의 진화과정도 예측할 수 있다”며 “나아가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조류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옥시포토박테리아가 세 그룹 중 유일하게 물을 이용한 산소 발생 광합성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두 번의 유전자 수평전달 덕분이었다(초록색 화살표). 연구팀은 옥시포토박테리아가 광합성 유전자를 두 차례에 걸쳐 수평전달받았고, 그 이후에 산소를 이용해 호흡할 수 있는 유전자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남세균은 광합성 유전자를 이용해 훗날 서로 다른 용도를 가진 광계1과 광계2(131쪽 그림 참조)를 분화시켰을 것이다. 또한 산소호흡 유전자를 이용해 광계2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산소 발생 복합체를 진화시켰을 것이다.
3. 산소호흡, 독자적으로 진화
한편 산소를 이용하는 세포호흡은 옥시포토박테리아, 멜라이나박테리아, 세리사이토크로마티아 세 그룹에서 독립적으로 유전자 수평이동(빨간색 화살표)을 통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세포호흡이 일부 세균에서, 그것도 제한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양한 세균에서 여러 유전자를 이용해 세포호흡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공 광합성 가능할까
물을 이용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은 지금으로부터 약 20억 년 전 지구 표면을 우점하는 ‘대세’가 됐다. 그 결과 생태계는 어마어마하게 바뀌었다. 남세균 한 종이 진핵생물과 내공생하며 엽록체가 되면서 녹조류, 홍조류, 회조류와 같은 조류가 발생했다. 산소호흡을 하는 생물이 등장하고,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해 수십 m의 육상식물과 공룡처럼 거대한 생물이 등장했다.
윤환수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회조류가 실제로 남세균과 많은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 이를 증명했다(‘사이언스’ 2012년 2월 17일자). 현재는 남세균이 엽록체로 진화하는 과정의 중간 형태를 연구하는 그는 “수십억 년 전 남세균이 광합성을 통해 지구 생태계를 어떻게 바꿨는지 이해하면, 미래의 진화과정도 예측할 수 있다”며 “나아가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조류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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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레인, '생명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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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DNA에… 낯선 유전자가 들어왔다’ (20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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