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가 쉬지않고 변천하여 흥망성쇠를 되풀이하고, 우주와 별이 스러져가더라도 기본적인 물질만은 영원히 남으리라는 것이 얼마전까지의 믿음이었다. 중생대를 누비던 공룡들과 태고적 선조들의 뼈와 살을 이루던 원자들이 우리몸 속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주를 이루는 기본물질은 서서히 소멸되고 있다는 것이 현대물리학의 주장이다.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부터 수천억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은하계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의 물질은 생물·무생물 할 것없이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둘러싼 전자층으로 이루어져있고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뉜다는 것은 상식. 따라서 물질이 영원하려면 원자가 무한의 수명을 가져야하고 그중에서도 원자질량의 99%를 차지하는 원자핵의 양자와 중성자가 붕괴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성자는 원자핵에서 떼어내면 10분만에 무게가 반으로 줄어드는 '베타'붕괴를 일으킨다. 수명은 고작 15분 정도. 결국 우리의 관심은 양자가 불사신인가에로 모아진다. 양자가 단독으로는 결코 붕괴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물리학자들의 확신이었다.
그런데 1974년에 '조오지'와 '글래쇼'의 대 통일장 이론이 나온뒤 이같은 신념은 흔들리게 되었다. 이 이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4가지 힘중 중력을 제외한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 지극히 높은 온도(1백조도의 1백조배 즉 ${10}^{28}$도)에서는 서로 같아지며, 이때 양자의 1천조(${10}^{15}$)배나 되는 큰 질량을 가진 물질이 생겨난다. 이것이 바로 양자를 붕괴시키는 'X입자'이다. 그렇다고 X입자가 위에서 말한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양자를 붕괴시키는 힘의 존재를 그런 상태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의 붕괴는 우주의 대폭발 이래 면면히 계속되어 왔다.
'영원'의 길이는 ${10}^{30}$년
대통일장 이론은 양자를 붕괴시키는 힘의 존재를 말한 것이다. 양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물질도 마침내는 붕괴하여 소멸해 버린다. 이 이론이 계산해낸 양자의 수명은 대략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년. 쉽게 말해서 1천조년의 1천조배 즉 ${10}^{30}$년이다.우주의 현재나이는 고작 1백억년. 양자의 수명에 비하면 일순간이다. 아무튼 '영원'이라는 개념에 이제는 약 ${10}^{30}$년이라는 수량적 한계가 매겨진 셈이다.
과학자들에게 남겨진 과제는 대통일장 이론을 실험관측하여 양자붕괴를 검증하는 것. 그러나 이 관측은 양자의 수명이 너무나 길기 때문에 지극히 어렵다. 확률적으로는 1백톤의 물질을 1년내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아도 6개의 양자붕괴를 목격할 수 있을 정도. 양자붕괴의 관측을 최초로 보고한 것은 일본과 인도의 합동조사팀이다. 지하 7천6백 미터에 있는 인도의 '콜라'금광에 1백40톤 무게의 철판과 1천6백개의 검출기로 2년반 동안 관측한 결과이지만 학계에서 공인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모튼'암염광에서 물을 이용한 '케렌코프'탐지기를 쓴 대규모 관측에서도 양자붕괴는 목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양자붕괴의 증거가 곧 나타날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
1백억년 전 탄생할 때 불과 직경 1㎝의 불타는 작은공이었던 우주는 지금까지 계속 팽창해왔다. 대통일장 이론의 예측에 따르면 이대로 팽창이 계속된다고 할 때, 지금까지의 우주역사의 1백억배의 시간(${10}^{20}$년)이 지나면 우주의 물질중 절반이상이 소멸될 것이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을 계속할지 어느 시점에서 수축을 개시할지는 신만이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