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4년 11월25일 경북월성에 위치한 원자로 3호기에서 발생한 중수 누출사고의 내막이 최근에야 밝혀졌다. 이 사고는 원자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고인 원자로 1차냉각제의 누출사고로서, 최악의 사태인 핵연료의 용융과 연속적인 방사능 유출로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있다.
지난 11월22일 한국에너지연구소에서 '원전 안전규제 및 안전성확보'라는 주제로 개최된 웍샵에서 원자력안전센터의 김진수 실장이 밝힌 사고전개과정은 다음과 같다.
10시 45분 정각: 정기점검중 합선으로 퓨즈가 타버려 냉각수압력완화밸브가 열림.
10시 45분 13초: 고온고압의 1차계통 냉각수가 증기응축기로 유입.
10시 45분 44초: 가압기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자로의 가동이 자동으로 중지됨.
10시 47분 42초: 1차계통 냉각수가 증기응축기로부터 중수저장탱크로 유입, 이어 럽쳐디스크(안전판의 일종)의 파열로 격납용기로 중수 누출.
11시 14분 정각: 퓨즈교체로 냉각수 압력완와밸브 닫힘. 중수누출 중지.
럽쳐디스크가 파열된 후 약27분간 방사능을 띤 중수가 약 24t 누출된 이 사고의 원인은 설비불량과 작업자 및 운전원의 실수. 미국 드리마일아일랜드의 사고와 같은 원인이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퓨즈는 원래 안전을 위해 2중으로 장치되었지만 여벌의 퓨즈가 고장나있던 것을 한달동안 아무도 몰랐다. 또한 냉각기는 캐나다의 해수온도를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서 국내의 조건에는 맞지 않음이 밝혀졌고 거꾸로 설치된 럽쳐디스크는 파열을 재촉했다. 운전원이 당황하여 위급할 때만 쓰는 비상노심냉각장치를 수동으로 작동시킨 것도 원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운전원의 실수라는 점을 생각할 때 큰 문제였다.
중수누출에 따른 방사능오염은 노심을 통과할 때 생기는 트리튬, 방사능입자 그리고 방사능요오드에 의해 생긴다. 이번 사건에서 사고당시 누출된 방사능의 농도는 발전소 내에서 트리튬이 최대허용농도의 9백배, 그리고 방사능입자가 40배였다. 발전소 밖에서의 측정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작문제는 방사능 오염불질의 회수작업. 사고후 발전소가 5일동안 완전 차단된 채 진행된 중수회수작업은 대개 회수장치를 통해 이루어졌지만, 일부는 임시고용인이 방호복도 입지 않은채 마대와 양동이를 가지고 치웠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말이다.
다행히 특별한 피해는 없었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고가 가압경수로(3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8기의 원전형)에서 일어났다면 정말 심각한 사고였을뻔했다는 것이 김실장의 지적이다.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여러 조치가 현재 진행중이지만 원전3호기는 아직도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원자력안전센터가 지적, 또는 권고한 사항으로서 현재까지 미해결되거나 진행중인 과제는 '주증기관 파열이 발전소 안전운전에 미치는 영향', '비상노심냉각계통밸브의 기능 미흡', '방사선 방출에 따른 예상 피폭선량 평가'등 미해결이 6건, 진행중이 28건에 달한다.
우리나라 원자로의 평균가동정지회수는 1기당 연 7~8회나 되어 일본의 0.3~0.4회, 미국의 5~6회에 비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원전의 안전성 평가와 사전예방조치가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자력 안전담당자들만의 결론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