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대형마트에 가도 손세정제나 손소독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도 신종 인플루엔자A(이하 신종 플루)바이러스의 예방책으로 손 씻기를 강조한 탓이다. 신종 플루 발생 초기부터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대형마트는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은 편. 소형상점이나 온라인매장에선 관련 제품을 구경하기조차 힘들다.
마스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특히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신종 플루 발병률이 높다고 전해지자 학교에서 아이들이 옮아올까 걱정하는 엄마들의 발걸음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수십 가지의 관련 제품들 앞에 서면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고르기가 쉽지 않다. 여태껏 화장실에 마련된 비누로 슬쩍 손을 씻던 사람들에게 항균 성분은 뭔지, 손을 씻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스크는기능에 따라 값도 천차만별이다. 안전을 생각해서 효과 99%의 제품을 사고 싶지만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릴건데 비싼 걸로 사기엔 아깝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의 효과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눈을 통해서도 바이러스 감염 가능
신종 플루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수용체는 호흡기 점막에 분포하고 있어 이곳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 감염된다. 눈을 비비지 말라는 이유도 눈의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성백린 교수는 “눈, 코, 입은 구조상 두개골 안쪽에서 서로 연결돼 있어 어느 쪽으로든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호흡기로 이동이 가능하다”며 눈의 점막을 통해서도 감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은 환자와 2m 이내에서 대화를 나눌 때가 가장 크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배출되는 작은 침방울과 콧물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량 섞여 있다. 환자로부터 반경 2m 이내에서는 이 분비물들이 그대로 우리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얼굴이나 손 등에 묻을 확률이 크다. 역학 조사 시 환자와 반경 2m 안에 2시간 이상 붙어 있었던 사람을‘긴밀 접촉자’로 분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일반 의료기관에서 환자와 2m 이내의 거리에서 접촉할 경우 의료용 마스크(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유한다. 의료용 마스크는 딱히 한 종류로 규정된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머리 뒷부분과 목뒤에서 한 번씩 묶는, 면 재질이나 부직포 재질의 일회용 제품을 사용한다.
신체로 체액이 튀어 감염의 위험이 있는 시술을 할 때도 역시 의료용 마스크에 보안경이나 고글을 착용하는 수준이 적당하다. 하지만 기도내 삽관 , 기관지경 검사,흡입술처럼 에어로졸 발생이 우려되는 시술 시에는 N95나 FFP2 수준의 마스크를 써야 한다.
N95와 FFP2 마스크는 WHO가 신종 플루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제품들이다. N95는 미국의 마스크 시험기준에 따라 고체 입자 95%를, 유럽 기준인 FFP2는 고체뿐 아니라 액체 입자까지 약 80%를 거를 수 있다.
한국 3M 산업안전연구그룹의 이민철 책임연구원은“고체 입자를 95% 걸러내는 수준이라면 웬만큼 액체도 걸러낸다고 볼 수 있다”며“고체와 액체를 거르는 평균적인 능력으로 봤을 때 두 제품의 성능은 서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9월 초 신종 플루에 대비한‘방역용 마스크’ 규격인 KF94 등급을 마련하고 이를 통과한 4개 제품을 선정했다. 이 제품들은 액상 파라핀 오일 차단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에 고체와 액체 모두 94%까지 막아낸다. 우리나라의‘기준’이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보다 더 엄격한 셈이다.
재채기는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히 막아 마스크 기능 시험에 사용하는 미세입자의 크기는
0.3~0.6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기가 80~120nm(나노미터, 1nm=10-9m)지만 보통 지름 5μm 이상의 침방울에 섞여 전파되기 때문에 마스크에는 충분히 걸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꼭 KF94 등급의 마스크를 써야만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도 에어로졸이 발생하는 시술이 아닌 이상 의료진들에게 N95 등급의 마스크를 권하지 않는다. N95나 KF94 마스크처럼 미세 입자를 거르는 효율이 클수록 내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이 적어 숨쉬기 힘들어지기 때문. 비싼 가격도 선택하기에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부직포로 만든 직사각형 모양의 일반 마스크는 콧등 옆에 틈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마스크 인증시험을 실시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안전인증 평가팀 김하동 차장은 “콧등 때문에 코 옆으로 마스크가 뜨는 직사각형 마스크와 N95나 KF94처럼 얼굴에 딱 달라붙는 마스크는 분진 시험 결과에서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며 “이는 코 옆의 틈으로 상당한 양의 분진(미세먼지)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직 방향으로 떨어지는 분진을 막아야 할 때는 벌어진 틈이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재채기의 분비물은 미세 먼지와 달리 입자가 크고 앞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코 옆의 틈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김동일 교수는“환자가 마스크를 쓸 경우 기침에서 나오는 침이나 콧물을 마스크가 통째로 막는 효과가 있다”며 “틈으로 새어나간 바이러스가 공기를 가로질러 상대방 콧속으로 들어갈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일반 마스크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이다.
고려대 예방의학과 천병철 교수도“바이러스는 혼자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없고 만약 떠다닌다 해도 극히 미세한 침 입자에 섞여 있는 형태일 텐데, 이 정도 크기의 입자는 금방 증발하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좋은 마스크를 쓸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일반 마스크를 제대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김 교수는“모든 마스크는 일회용이므로 오전에 썼던 것을 오후에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밖에 나갈때마다 쓰는 행위는 마스크에서 세균을 배양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살균과 멸균 시설을 갖춘 병원에선 면마스크를 재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런 시설이 없는 일반 가정에선 어떤 마스크든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좋다”며 “한 번 사용하더라도 침으로 많이 젖었다 싶으면 주저 없이 새것으로 교체하라”고 말했다.
또 신종 플루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외출 시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단 환자들은 배기구가 있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배기구는 마스크 내부의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 마스크 내부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므로 환자가 사용할 경우 환자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공공시설의 일반 비누는 오히려 독
신종 플루의 또 다른 주요 감염 경로 중 하나가 손을 통한 간접 감염이다. 손은 신체 가운데 각종 유해 세균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위다. 다른 사람의 분비물이 가장 잘 닿는 곳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손 위에서 약 5분간 생존한다. 하지만 손잡이에서는 2~8시간이 지난 뒤에도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한다. 충격적인 것은 지폐에서는 2주일까지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는 사실.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양이 생존하는 것은 수십 분 이내지만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 지폐는 항상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계속 바이러스가 유입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손을 잘 씻으면 신종 플루뿐만 아니라 병원 감염의 40~50%를 막을 수 있다”고 의견을 같이한다. 백신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선 손 씻기가 신종 플루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손은 어떻게 씻어야 할까. 평소와 다르지 않게 씻더라도 평소보다 좀 더 자주 씻으면 되는 걸까.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손을 잘 씻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대로 씻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비누나 항균 비누를 사용해도 대충 씻을 때는 세균과 때가 제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대로 손을 씻으려면 비누로 충분히 거품을 낸 뒤손가락 사이와 손끝, 손등을 중심으로 15초 이상 꼼꼼히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 거품을 씻어내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비누로 거품을 내자마자 물로 헹궈 버리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손 씻기 방법에 따라 세균의 제거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 3M 기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고형 비누, 액체형 항균 물비누, 씻어낼 필요가 없는 알코올 성분의 손소독제로 직접 실험해봤다. 왼손에는 10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손바닥만 비비는 정도로 제품을‘불충분하게’사용하고, 같은 제품에 대해 오른손은 30초 가량 손가락 사이와 손끝, 손등 등 여러 부위에 골고루‘충분하게’ 사용했다. 약 5분 동안 자연 건조한 뒤 손에 남아 있는 균을 채집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먼저 손소독제는 불충분하게 사용한 경우와 충분하게 사용한 경우 모두 98% 이상으로 높은 세균 제거율을 보였다. 재료로 쓰인 알코올 성분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액체형 항균 물비누는 불충분하게 사용한 경우 세균 감소율이 28.07%, 충분하게 사용한 경우 세균감소율이 66.67%로 나와 손 씻는 방법에 따라 세균 제거율에 차이가 크게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고형 비누였다. 일반적인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실제로 화장실에 놓고 사용하던, 항균성분이 없는 일반 비누로 실험했는데, 불충분하게 사용한 경우 오히려 세균수가 이전보다 더 높게 나왔다. 손 씻기 이전에 비해 박테리아가 더 증가한 이유는 고형비누에서 증식된 세균이 비누를 만지는 과정에서 손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는 백경란 교수도 인정했다. 그는 “세균은 습한 환경에서 더 잘 번식하는데, 고형 비누는 이런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세균 번식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완전히 젖어서 더럽게 관리되는 경우가 더 위험하다.
한국 3M 의료사업본부의 김정연 과장은 “실험 결과로 볼 때 공공장소에 비치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비누로 인한 교차 감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럴 때는 휴대용 소독제품을 추가로 사용해 위생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물론 비누도 건조하게 관리하고 개인비누를 사용한다면 교차 감염의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바이러스는 외막이 지질과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계면활성제인 비누로 제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하고 손 씻으면 독감 증상 50%까지 줄어 손을 잘 씻으면 신종 플루뿐 아니라 다른 질병의 감염을 막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마스크는 바이러스의 차단 및 확산 방지 효과가 크다. 비록 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려면 하루에도 몇 개씩 새 마스크를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결국 본인의 선택과 노력 여부에 달린 셈이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의식적으로 몸에 배도록 습관화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기 그냥 넘길 수 없는 실험이 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독감) 시즌에 마스크착용과 손 씻기의 효과를 통계 낸 귀한 연구 자료다. 미국 미시간대 역학(疫學) 교수인 아놀드 몬토 박사는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약 10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2006~2007년 인플루엔자 시즌에 실험한 결과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이 최대 50%까지 줄었다고 난해미국전염병학회의 연차총회에서 발표했다.
몬토 박사는 학생들을 마스크를 사용하는 그룹, 마스크를 하고 손에 살균용 로션을 사용하는 그룹, 그 어느 것도 사용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누고 이 세 그룹이 6주간 지냈을 때 인플루엔자 증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3주째부터 마스크를 사용한 두 그룹이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기침, 발열, 오한과 같은 증상이 각각 10~50%까지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는 나왔다. 수고를 감안하고서라도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조금은불편하고 까다로운 생활을 몸에 익혀야 할 때다. 마스크 하고 손씻기 말이다.
마스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특히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신종 플루 발병률이 높다고 전해지자 학교에서 아이들이 옮아올까 걱정하는 엄마들의 발걸음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수십 가지의 관련 제품들 앞에 서면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고르기가 쉽지 않다. 여태껏 화장실에 마련된 비누로 슬쩍 손을 씻던 사람들에게 항균 성분은 뭔지, 손을 씻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마스크는기능에 따라 값도 천차만별이다. 안전을 생각해서 효과 99%의 제품을 사고 싶지만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릴건데 비싼 걸로 사기엔 아깝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의 효과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눈을 통해서도 바이러스 감염 가능
신종 플루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수용체는 호흡기 점막에 분포하고 있어 이곳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 감염된다. 눈을 비비지 말라는 이유도 눈의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성백린 교수는 “눈, 코, 입은 구조상 두개골 안쪽에서 서로 연결돼 있어 어느 쪽으로든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호흡기로 이동이 가능하다”며 눈의 점막을 통해서도 감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은 환자와 2m 이내에서 대화를 나눌 때가 가장 크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배출되는 작은 침방울과 콧물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다량 섞여 있다. 환자로부터 반경 2m 이내에서는 이 분비물들이 그대로 우리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얼굴이나 손 등에 묻을 확률이 크다. 역학 조사 시 환자와 반경 2m 안에 2시간 이상 붙어 있었던 사람을‘긴밀 접촉자’로 분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일반 의료기관에서 환자와 2m 이내의 거리에서 접촉할 경우 의료용 마스크(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유한다. 의료용 마스크는 딱히 한 종류로 규정된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머리 뒷부분과 목뒤에서 한 번씩 묶는, 면 재질이나 부직포 재질의 일회용 제품을 사용한다.
신체로 체액이 튀어 감염의 위험이 있는 시술을 할 때도 역시 의료용 마스크에 보안경이나 고글을 착용하는 수준이 적당하다. 하지만 기도내 삽관 , 기관지경 검사,흡입술처럼 에어로졸 발생이 우려되는 시술 시에는 N95나 FFP2 수준의 마스크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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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95와 FFP2 마스크는 WHO가 신종 플루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제품들이다. N95는 미국의 마스크 시험기준에 따라 고체 입자 95%를, 유럽 기준인 FFP2는 고체뿐 아니라 액체 입자까지 약 80%를 거를 수 있다.
한국 3M 산업안전연구그룹의 이민철 책임연구원은“고체 입자를 95% 걸러내는 수준이라면 웬만큼 액체도 걸러낸다고 볼 수 있다”며“고체와 액체를 거르는 평균적인 능력으로 봤을 때 두 제품의 성능은 서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9월 초 신종 플루에 대비한‘방역용 마스크’ 규격인 KF94 등급을 마련하고 이를 통과한 4개 제품을 선정했다. 이 제품들은 액상 파라핀 오일 차단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에 고체와 액체 모두 94%까지 막아낸다. 우리나라의‘기준’이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보다 더 엄격한 셈이다.
재채기는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히 막아 마스크 기능 시험에 사용하는 미세입자의 크기는
0.3~0.6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기가 80~120nm(나노미터, 1nm=10-9m)지만 보통 지름 5μm 이상의 침방울에 섞여 전파되기 때문에 마스크에는 충분히 걸러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꼭 KF94 등급의 마스크를 써야만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을까. 병원에서도 에어로졸이 발생하는 시술이 아닌 이상 의료진들에게 N95 등급의 마스크를 권하지 않는다. N95나 KF94 마스크처럼 미세 입자를 거르는 효율이 클수록 내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이 적어 숨쉬기 힘들어지기 때문. 비싼 가격도 선택하기에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부직포로 만든 직사각형 모양의 일반 마스크는 콧등 옆에 틈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다. 마스크 인증시험을 실시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안전인증 평가팀 김하동 차장은 “콧등 때문에 코 옆으로 마스크가 뜨는 직사각형 마스크와 N95나 KF94처럼 얼굴에 딱 달라붙는 마스크는 분진 시험 결과에서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며 “이는 코 옆의 틈으로 상당한 양의 분진(미세먼지)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수직 방향으로 떨어지는 분진을 막아야 할 때는 벌어진 틈이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재채기의 분비물은 미세 먼지와 달리 입자가 크고 앞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코 옆의 틈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김동일 교수는“환자가 마스크를 쓸 경우 기침에서 나오는 침이나 콧물을 마스크가 통째로 막는 효과가 있다”며 “틈으로 새어나간 바이러스가 공기를 가로질러 상대방 콧속으로 들어갈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일반 마스크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이다.
고려대 예방의학과 천병철 교수도“바이러스는 혼자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없고 만약 떠다닌다 해도 극히 미세한 침 입자에 섞여 있는 형태일 텐데, 이 정도 크기의 입자는 금방 증발하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좋은 마스크를 쓸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일반 마스크를 제대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김 교수는“모든 마스크는 일회용이므로 오전에 썼던 것을 오후에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밖에 나갈때마다 쓰는 행위는 마스크에서 세균을 배양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살균과 멸균 시설을 갖춘 병원에선 면마스크를 재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런 시설이 없는 일반 가정에선 어떤 마스크든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좋다”며 “한 번 사용하더라도 침으로 많이 젖었다 싶으면 주저 없이 새것으로 교체하라”고 말했다.
또 신종 플루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외출 시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단 환자들은 배기구가 있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배기구는 마스크 내부의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 마스크 내부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므로 환자가 사용할 경우 환자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공공시설의 일반 비누는 오히려 독
신종 플루의 또 다른 주요 감염 경로 중 하나가 손을 통한 간접 감염이다. 손은 신체 가운데 각종 유해 세균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부위다. 다른 사람의 분비물이 가장 잘 닿는 곳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손 위에서 약 5분간 생존한다. 하지만 손잡이에서는 2~8시간이 지난 뒤에도 바이러스가 발견되기도 한다. 충격적인 것은 지폐에서는 2주일까지도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는 사실.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많은 양이 생존하는 것은 수십 분 이내지만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 지폐는 항상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계속 바이러스가 유입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손을 잘 씻으면 신종 플루뿐만 아니라 병원 감염의 40~50%를 막을 수 있다”고 의견을 같이한다. 백신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선 손 씻기가 신종 플루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손은 어떻게 씻어야 할까. 평소와 다르지 않게 씻더라도 평소보다 좀 더 자주 씻으면 되는 걸까. 정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백경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손을 잘 씻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제대로 씻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비누나 항균 비누를 사용해도 대충 씻을 때는 세균과 때가 제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대로 손을 씻으려면 비누로 충분히 거품을 낸 뒤손가락 사이와 손끝, 손등을 중심으로 15초 이상 꼼꼼히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 거품을 씻어내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비누로 거품을 내자마자 물로 헹궈 버리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손 씻기 방법에 따라 세균의 제거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 3M 기술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고형 비누, 액체형 항균 물비누, 씻어낼 필요가 없는 알코올 성분의 손소독제로 직접 실험해봤다. 왼손에는 10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손바닥만 비비는 정도로 제품을‘불충분하게’사용하고, 같은 제품에 대해 오른손은 30초 가량 손가락 사이와 손끝, 손등 등 여러 부위에 골고루‘충분하게’ 사용했다. 약 5분 동안 자연 건조한 뒤 손에 남아 있는 균을 채집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먼저 손소독제는 불충분하게 사용한 경우와 충분하게 사용한 경우 모두 98% 이상으로 높은 세균 제거율을 보였다. 재료로 쓰인 알코올 성분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액체형 항균 물비누는 불충분하게 사용한 경우 세균 감소율이 28.07%, 충분하게 사용한 경우 세균감소율이 66.67%로 나와 손 씻는 방법에 따라 세균 제거율에 차이가 크게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고형 비누였다. 일반적인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실제로 화장실에 놓고 사용하던, 항균성분이 없는 일반 비누로 실험했는데, 불충분하게 사용한 경우 오히려 세균수가 이전보다 더 높게 나왔다. 손 씻기 이전에 비해 박테리아가 더 증가한 이유는 고형비누에서 증식된 세균이 비누를 만지는 과정에서 손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는 백경란 교수도 인정했다. 그는 “세균은 습한 환경에서 더 잘 번식하는데, 고형 비누는 이런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세균 번식의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완전히 젖어서 더럽게 관리되는 경우가 더 위험하다.
한국 3M 의료사업본부의 김정연 과장은 “실험 결과로 볼 때 공공장소에 비치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비누로 인한 교차 감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럴 때는 휴대용 소독제품을 추가로 사용해 위생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물론 비누도 건조하게 관리하고 개인비누를 사용한다면 교차 감염의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바이러스는 외막이 지질과 단백질로 구성돼 있어 계면활성제인 비누로 제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하고 손 씻으면 독감 증상 50%까지 줄어 손을 잘 씻으면 신종 플루뿐 아니라 다른 질병의 감염을 막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마스크는 바이러스의 차단 및 확산 방지 효과가 크다. 비록 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려면 하루에도 몇 개씩 새 마스크를 들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결국 본인의 선택과 노력 여부에 달린 셈이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의식적으로 몸에 배도록 습관화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기 그냥 넘길 수 없는 실험이 있다. 실제로 인플루엔자(독감) 시즌에 마스크착용과 손 씻기의 효과를 통계 낸 귀한 연구 자료다. 미국 미시간대 역학(疫學) 교수인 아놀드 몬토 박사는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는 약 10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2006~2007년 인플루엔자 시즌에 실험한 결과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이 최대 50%까지 줄었다고 난해미국전염병학회의 연차총회에서 발표했다.
몬토 박사는 학생들을 마스크를 사용하는 그룹, 마스크를 하고 손에 살균용 로션을 사용하는 그룹, 그 어느 것도 사용하지 않는 그룹으로 나누고 이 세 그룹이 6주간 지냈을 때 인플루엔자 증상을 관찰했다. 그 결과 3주째부터 마스크를 사용한 두 그룹이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기침, 발열, 오한과 같은 증상이 각각 10~50%까지 준 것으로 확인됐다.
결과는 나왔다. 수고를 감안하고서라도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조금은불편하고 까다로운 생활을 몸에 익혀야 할 때다. 마스크 하고 손씻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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