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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화] 우주순찰대원 고딱지 "우주순찰대 본부를 향해!"

 

“볼펜 나와라, 뚝딱!”
“으악!”
딱지의 코에서 볼펜이 쑥 하고 빠져나왔습니다. 
“달걀 나와라, 뚝딱!”
이번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흐음, 역시 생명체가 나오지는 않는구나.”
루띠가 중얼거리며 뭔가 기록했습니다. 
“아, 진짜 그만 좀 하라고요! 도깨비방망이 언제 분리해 줄 거예요!”
“지금 연구 중이잖아! 왜 이리 성질이 급해! 자꾸 재촉하면 코에서 똥 싸게 한다! 아, 그러고 보니 똥은 나오려나? 똥 나와라, 뚝….”
딱지는 참다못해 루띠의 실험실을 뛰쳐나갔습니다.
‘어휴, 내가 못 살아.’
콧구멍에서 똥이 나온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루띠였습니다. 딱지는 자기를 잡으러 온 줄 알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루띠는 큰소리로 외치며 딱지를 지나쳤습니다. 
“본부에서 긴급 메시지가 왔다! 전부 집합!”
어리둥절하고 있던 딱지도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조종실로 달려갔습니다. 
조종실에 모두가 모였습니다. 해롱 선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본부에서 온 메시지를 읽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써 있기에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에요?”
루띠가 조바심 내며 물었습니다. 
“으, 나이를 먹으니 눈이 침침하네. 글씨가 작으면 잘 안 보여.”
“으이구. 그래서 심각한 표정이었던 거예요? 이리 줘봐요.”
루띠가 메시지패드를 빼앗아 들고 큰 소리로 읊었습니다. 
“본부 내 이상 사태 발생으로 우주순찰대 소속 전 우주선에게 알린다. 호흡을 하는 생명체는 현재 본부에서 전원 대피 중. 로봇 대원만 남아 복구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각 우주선은 동요하지 말고 임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이 메시지는 극비★이며, 절대 유출★하지 말 것.”
“흠, 무슨 일일까요?”
딱지가 물었습니다. 
“별거 아니네. 뭐가 고장이 났나 보지. 거긴 죄다 기계니까.”
해롱 선장이 심드렁하게 말했습니다. 
“그러게, 그냥 소문날까 봐 입단속하는 거네.”
용용도 거들었습니다. 딱지는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휴, 그렇군요. 엄청 큰일이 난 줄 알았네. 그나저나 뭐가 고장 난 걸까요?”
우주순찰대 본부는 사실 행성이 아니라 거대한 우주선이었습니다. 크기가소행성만 한 우주선으로, 항상 돌아다니고 그 위치는 일급비밀이었습니다. 
“글쎄. 금방 고칠 거야. 로봇들만 남아서 복구한다는 걸 보면 공기에 문제가 생겼으려나?”
루띠가 대답하는 순간, ‘공기’라는 단어가 딱지의 머릿속을 강타했습니다. 
“공기요?”
“응. 왜?”
“공기라면…. 헉! 큰일이에요! 얼른 본부로 가야 해요!”
“뭐? 무슨 자다가 방귀 뀌는 소리야? 본부에 왜 가?”
해롱 선장이 버럭 화를 냈습니다. 
“넓은마음이 분명해요!”
딱지는 저번에 행성 공장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습니다. 해커 ‘넓은마음’이 대기조절기에 관한 정보를 빼내서 뭔가 수작을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덧붙여서요. 딱지가 설명하자 다들 한동안 인상을 찌푸린 채 말이 없었습니다. 
“음…. 그런데 짐작만으로 그러기엔….”
“그러게…. 증거가 없는데….”
루띠와 용용이 중얼거렸습니다. 
“선장인 내가 판단한 결과 고딱지 대원의 의심은 근거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본부의 명령대로 계속해서 임무를 수행한다! 이상!”
딱지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만에 하나 넓은마음의 음모일까 싶어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프로보가 손을 들더니 말했습니다. 
“근데 우리 지금 아무 임무도 없지 않나? 할 일이 없어서 논 지 한참 됐는데….”
그러자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우주순찰대 본부가 위험에 처할 확률은 코드 빠진 슈퍼컴퓨터가 마찰전기로 작동할 확률과 같지만, 어차피 할 일이 없으니 한번 가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들 아무 말 못하고 있자 프로보는 조종석으로 가더니 해롱 호를 출발시켰습니다. 
“그래 뭐. 한 번 가본다고 손해 볼 건 없지.”
해롱 선장이 머리 뒤로 깍지를 끼며 선장 의자에 드러누웠습니다. 딱지가 슬그머니 프로보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고마워요, 프로보.”
“아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게 만약 넓은마음의 짓이라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다. 내 고향 마누팩토 행성에서 벌인 짓을 용서할 수 없다!”
마침내 저 멀리 우주순찰대 본부가 나타났습니다. 본부는 지름이 40km인 거대한 구 모양의 우주선이었습니다. 딱지도 본부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저곳에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우주순찰대를 지휘하는 본부가 있었습니다. 만약 넓은마음이 나쁜 짓을 벌인다면, 은하계가 혼돈에 빠질 수도 있었습니다. 
본부에서는 수많은 우주선이 빠져나오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해롱 선장을 아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해롱? 어디 가? 지금 대피 명령 내려왔는데. 학생 때도 그러더니 선장이 되어서도 말을 안 듣는구나. 크크크.”
“어? 해롱 호다! 해롱 호가 본부에 온 걸 보니 큰일이 나겠는데. 얼른 도망쳐야지~.”
이런저런 사람들이 지나가며 놀리는 말을 하자 해롱 선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습니다. 본부로 오자고 고집했던 딱지는 눈치가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본부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접근 중인 우주선은 정체를 밝혀라.”
“아, 여기는 해롱 호입니다. 잠시 들를 수 있을까요?”
프로보가 말했습니다. 
“허가할 수 없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임무를 수행하며 대기하라.”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해롱 선장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습니다. 
“거봐. 별거 아니라고. 우리 바닷가 멋진 행성에 가서 수영이나 좀 하자.”
하지만 딱지는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잠시만요.”
딱지가 프로보 옆으로 가서 통신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본부 나와라. 임무 수행을 위해 착륙을 요청한다. 넓은마음을 찬양하라!”
“뭐? 너 뭐 하는 거야?”
프로보가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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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0호 어린이수학동아 정보

  • 고호관(SF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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