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저기 사고가 났어. 피를 많이 흘리는데, 어떡하지? 타임아, 빨리 마법 주문을 외워서 시간을 멈춰 줘, 제발! 인간 세계라서 불가능해! 아, 저기 구급차가 온다!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해야 할 텐데….
2020년 9월, 아홉 살 아이가 실수로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졌습니다. 아이는 이미 피를 많이 흘린 데다 의식도 없었지요. 하지만 골든타임 안에 권역외상센터에 도착한 덕분에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환자에게 ‘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의학에서는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은 외상 환자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시간인 ‘골든타임’을 1시간 이내로 봅니다. 사고가 난 후 치료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1시간을 넘기면 수술을 받아도 사망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다친 부위에 피가 많이 나면 우리 몸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피를 공급하는 곳의 우선순위를 바꿉니다. 뇌, 콩팥 등의 장기에 가야 할 피를 다친 부위로 먼저 보내지요. 이 과정은 사고 직후 10~15분 동안 일어납니다. 이 시간을 외상학에서는 ‘플래티넘 미닛’이라고 불러요.
플래티넘은 황금보다 비싼 백금을 뜻하는 단어예요. 플래티넘 미닛은 골든타임 1시간 안에서도 가장 중요한 첫 10~15분이라는 의미지요. 이 시간 안에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의료진은 피가 부족해진 장기에 피를 공급해 주는 등의 대처를 할 수 있어요. 후유증을 거의 남기지 않는 치료도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15분을 넘기면 장기들은 서서히 손상되기 시작해요. 그렇게 몸은 점점 활동을 멈추게 됩니다. 그래도 1시간 안에 도착해 치료를 받으면 환자를 살릴 가능성이 매우 커져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두의 도움이 필요해요. 환자를 실은 구급대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하거나, 쓰러진 사람을 보고 119에 신고하거나, 긴급상황에서 쓸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을 배워두는 일이 모두 골든타임을 지키는 일이지요.
○ 생명 살리는 소방차의 골든타임은 5분!
119 소방차의 ‘골든타임’은 5분입니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에서 발생한 화재 2만 8009건을 조사했어요. 그 결과,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불이 난 후 5분을 넘겼을 때는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38명이었고, 5분보다 일찍 도착했을 때는 16명이었어요. 사망자 수가 2배 넘게 차이가 났답니다.
○ 섬이나 산에서 사고당한 환자 살리는 닥터헬기
섬이나 산에서 사고가 났을 때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가려면 빠른 운송 수단이 필요합니다. 그중 하나가 헬기 내에 첨단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어 ‘날아다니는 응급실’이라 불리는 닥터헬기지요. 닥터헬기로 이동하면 차로 이동할 때보다 약 1시간 30분 이상 시간을 줄일 수 있어요.
●인터뷰 - 1분 1초가 중요한 환자 살리는 권역외상센터
(조현민 제주권역외상센터장)
Q. 권역외상센터를 소개해 주세요.
A.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언제라도 생명이 위험한 외상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즉시 응급수술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에요. 흔히 알고 있는 응급센터와는 다른 역할을 담당합니다. 밤에 갑자기 열이 나면 응급센터를 찾지만, 사고로 크게 다치면 권역외상센터로 와야 해요. 그래야 10분 안에 여러 명의 의사에게 집중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어요.
Q. 권역외상센터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치료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를 최대한 살리는 거예요. 2015년,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었으나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비율은 30.5%였어요. 권역외상센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2017년에는 19.9%로 그 비율이 낮아졌어요. 하지만 이 비율을 10% 아래로 유지하는 의료선진국에 비하면 갈 길이 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