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형제가 만든 동력 비행기는 전 세계 사람을 이어주는 출발점이 됐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만든 인쇄기는 유럽 사회의 지식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러한 세상을 바꾼 발명품은 호기심과 불편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됐는데요.
제44회 전국 학생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이상을 받은 12명의 학생도 라이트 형제와 구텐베르크처럼 관찰한 것에서 궁금증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서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발명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포착한 발명 아이디어의 순간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차량 사고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지성 송강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지난해 12월 ‘한문철 TV’에서 강릉의 급발진 의심 사건을 보고 분노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운전자인 할머니는 크게 다쳤고, 동승자인 12살 손자는 사망했기 때문이지요.
그는 이 사건의 뉴스를 계속 찾아보다 사고 기록 장치인 데이터 기록용 블랙박스의 사고 직전 저장시간이 5초만 넘으면 아무 문제 없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규정이라 국내 차량 대부분이 5초만 사고 기록을 저장한대요. 사고 기록 시간이 너무 짧다 보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조차 차량의 급발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급발진 의심 사고를 다룬 뉴스를 많이 봤는데, 자동차 자체에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제대로 밟았는지 확인하는 장치가 없어서 운전자 과실인지, 차량의 결함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 의아했다”라며 이번 발명품을 고안하게 된 계기를 전했어요.
처음엔 초음파 센서로 브레이크 페달의 움직임을 감지하려 했지만,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어요. 그는 “자동차 발 아래 앞판이 울퉁불퉁해 초음파 센서가 페달의 움직임을 잘 감지하지 못했다”라며, “초음파 센서 대신 압력 센서를 달고, 브레이크 페달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서 운전자가 얼마나 세게 밟았는지 알 수 있는 가변 저항을 넣으니 문제가 해결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지 블랙박스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LED 기기와 연결했어요.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LED 불이 켜지고, 그것이 유리창에 반사돼 운전 내내 블랙박스에 녹화되게 한 것이지요.
이 발명품으로 대통령상을 받은 국 학생은 “대안학교에 다녀서 과학 공부를 하진 않지만, 평소 목공 등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발명에 도전했다”라면서 발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시도해보는 것의 중요성을 전했습니다.
한도하 서울대치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2023년 2월 6일 튀르키예 지진을 다룬 뉴스를 보고 구조대원의 발밑이 보이는 ‘구조용 들것’을 고안했어요. 그는 “지진 상황도 끔찍했지만, 구조대원들의 위태로운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라며, “붕괴된 건물의 잔해로 인해 발을 디디기 힘든지 들것을 든 구조대원이 발밑을 계속 확인하는 모습이 보여 이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라고 발명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는 발이 보이도록 들것의 매트 끝 쪽을 투명 천으로 만들고, 들것 아래엔 어두우면 자동으로 LED 불이 켜지게 조도 센서를 연결했어요.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 앞사람이 뒷사람에게 신속하게 이를 알릴 수 있도록 스위치를 누르면 뒷사람이 잡은 손잡이에 진동이 오도록 했지요. 마지막으로 경적을 달아 사람들에게 길을 터 달라는 신호를 주게 했어요.
그는 <;어린이과학동아>;를 비롯한 과학책을 많이 읽은 것이 발명 과정에서 마주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센서 전체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모의실험 프로그램으로 따져봤는데, 그 프로그램은 전선 자체에 있는 저항을 계산하지 않아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어요. 전선에도 저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과학책에서 얻은 지식이 도움이 됐지요.
또 “과거 캠핑을 했을 때 헤드 랜턴으로 바닥을 비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예방한 적 있었는데, 그 경험이 이번 발명품을 만드는 데 영감을 많이 줬다”라며, “뉴스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불편을 해결하려고 아이디어를 내면 누구나 발명을 통해서 타인을 도울 수 있다”라고 발명의 재미를 전했어요.
관찰 엄마가 샤워기 호스 내부를 청소할 때 솔을 든 손목을 360로 돌려가며 곰팡이를 제거하는 모습이 불편해 보였어요. 청소가 끝나면 엄마가 손목이 아리다고 말하곤 했어요.
아이디어 위아래로만 움직여도 360로 돌아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샤워기 호스 전용 청소 도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회전 운동과 직선 운동을 같이 하는 사물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했어요. 그러자 색연필 심이 올라가는 원리가 생각났지요. 이를 적용해 바깥 원통엔 색연필 심처럼 나선형 선을 파고, 청소 솔이 부착된 안쪽 원통엔 나선을 따라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제 샤워기 호스용 청소 도구를 사용하니 25분이나 걸리던 청소시간이 5분으로 줄었어요. 제 발명품으로 엄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해요.
관찰 어느 날 학교에서 사물함 문에 이마를 부딪쳐 다친 친구를 봤어요. 위층 사물함을 쓰는 친구가 별생각 없이 본인 사물함 문을 열었다가 아래층 사물함을 쓰는 친구가 문에 부딪쳐 사고가 난 거예요.
아이디어 아래 사물함 문이 열리면 위 사물함 문을 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먼저 사물함 사이에 시소 원리의 지레를 달았어요. 지레의 오른쪽이 위층 사물함, 왼쪽이 아래층 사물함이 닿게 설치한 뒤 위층에는 고리가 걸려 문을 열 수 없도록 홈을 파고 아래층에는 스프링을 연결했어요. 아래층 문을 열면 스프링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와서 아래층에 연결된 지레는 내려가고, 위층에 연결된 지레는 자연스럽게 올라가 고리가 홈에 박혀 위층 사물함이 열리지 않게 한 것이죠. 제가 만든 발명품이 하루빨리 상용화돼서 친구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관찰 지난해 8월 내린 폭우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는데, 배수구 안의 담배꽁초로 그 피해가 더 심해졌다는 뉴스를 봤어요. 담배꽁초에 있는 니코틴과 하수구에 있는 메탄가스가 만나면 끈적끈적한 덩어리가 돼 하수구를 막는다는 사실을 과학책을 통해 알고 있었던 터라 이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아이디어 배수구에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가 쌓여도 쉽게 비울 수 있는 ‘홍수 예방 배수로 덮개’를 떠올렸어요. 구급상자 중에는 뚜껑을 열면 여러 단의 서랍이 딸려 나오는 것이 있는데, 이런 3단 정리함의 원리를 이용했어요. 즉 배수로 덮개를 열면 쓰레기를 담는 거름망이 나오도록 했지요. 여기에 쓰레기가 가득 차면 LED 불이 켜져 쓰레기를 비우라는 신호를 줄 수 있게 압력 센서와 LED를 연결했어요. 저는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만든 발명품이 폭우의 피해를 최소화해줬으면 좋겠어요.
일본 과학문화탐방 중에도 빛난
발명 아이디어
제44회 전국 학생 과학 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12명은 수상 특전으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일본 과학문화탐방을 했습니다. 발명 인재답게 방문한 과학관과 박물관에서 발명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쏟아냈습니다.
온도가 변해도 세라믹은 그대로라고요?
제 발명품을 발전시킬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 김동윤 전남과학고 2학년 -
김동윤 전남과학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일본 세라믹 기업 교세라의 기념관인 이나모리 도서관에서 ‘세라믹이 천체 망원경의 재료로 쓰인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김 학생은 관계자에게 단가가 얼마인지, 세라믹의 무게는 얼마인지, 실제 망원경에 어떻게 쓰이는지 등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관계자는 “세라믹은 온도에 따른 모양의 변형이 없고, 우주선에 쓰이는 텅스텐보다 단가가 더 저렴하고, 무게도 가볍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차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은 김 학생은 “직경 변환기의 일부분(조임쇠)을 세라믹 코팅하면 고장이 덜할 것”이라고 기뻐했습니다.
이번 발명품 대회에서 김 학생은 ‘접합부의 크기 조절이 가능한 천체 망원경 어댑터(직경 변환기)’를 만들었습니다. 직경 변환기는 천체 망원경의 접안렌즈와 경통의 구경(지름)이 다를 때 연결해 쓰는 도구예요. 기존 직경 변환기를 망원경에 고정하는 조임쇠는 금속이에요. 그런데 금속은 온도에 따라 열팽창이 있을 수 있어 그는 양 끝 접합부를 조리개의 원리를 적용해 설계한 뒤 3D 프린팅해 조임쇠를 만들었어요. 이 조임쇠로 경통과 접안렌즈를 이어주었지요. 접안렌즈의 구경이 작으면 조임 부분을 줄여서 이어주고, 구경이 크면 조임 부분을 늘려 고정하는 원리이지요.
그런데 직경 변환기의 조임쇠를 오래 쓰면 헐거워져 장비끼리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고, 이에 따라 정밀한 천체 관측이 어려워져요. 이런 문제를 세라믹 코팅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는 “제 발명품을 조금만 발전시키면 정밀한 측정이 가능한 일반 청소년 교육용 망원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발명품을 수도꼭지에 달면
하루 물 사용량을 집에서도 알 수 있어요!
- 한서진 경산과학고 2학년 -
한서진 경산과학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오사카 하수도 과학관’에서 일본인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쓰는 물의 양에 관한 영상을 보다 생각에 빠졌습니다. 한참 뒤 조용히 기자에게 다가와 “제 발명품으로 개인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물 절약에 도움이 돼 기후 위기를 늦출 수 있다”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 쓰는 실험 시약 사용량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발명품을 고안했어요. 학교에서는 시약 사용량을 수기로 관리해서 실제 쓴 양과 오차가 있는데 무게 센서 위에 시약을 놓고 무게를 잰 뒤 프로그램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든 거예요.
한 학생은 “시약의 양을 재는 센서를 화장실, 주방에 있는 수도꼭지에 달면 물 사용량을 매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제 발명품이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본 연수를 통해 알게 됐다”며, 발명 아이디어를 얻는 데 귀중한 경험이라고 밝혔습니다.
초음파 전시품이 쏘아 올린
과학 토론
발명 인재들은 ‘오사카 과학기술관’에 있는 과학 전시품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열띤 토론을 펼쳤어요. 전자 피아노를 치면 그것과 연결된 관 안의 얇은 돌들이 각 음의 파형에 따라 튀어 오르는 전시품이었는데요. 가운데에 위치한 ‘미와 파’의 파형이 양쪽 끝에 있는 음들보다 유난히 크게 튀어 올라 그 이유를 알아내려고 한 거예요.
학교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김사현 석정중학교 2학년 학생은 “연습실이나 화장실 같이 소리가 울리는 곳에서 노래를 부르면 특정 음에서 소리가 공명할 때가 있다”라며, “특정 음의 소리를 계속 들려주면 소리만으로 유리잔이 깨지는 현상과 같은 원리로, 파형이 크게 튀어 오르는 것 같다”라고 이유를 추측했어요.
윤성현 부천중학교 3학년 학생은 “1940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해협에 놓인 다리가 산들바람에 무너진 사건처럼 물체에는 고유 진동이 있는데, 특정 소리와 진동수가 같으면 증폭이 돼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라고 비슷한 의견을 냈어요.
정보 인재들의 낚시 배틀
“공 모양 로봇의 방향, 속도, 시간을 조정해 여러 벽에 붙어 있는 고기를 잡으세요!”
로봇 프로그래머가 꿈인 윤성현 부천중학교 3학년 학생이 ‘TEPIA 첨단기술관’ 로봇 낚시의 신으로 등극했습니다. 2명씩 조를 이뤄 코딩으로 로봇 공을 조작해 낚시 배틀을 했는데요. 이때 윤 학생의 프로그래밍 실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예컨대 윤 학생은 15cm 정도 높이의 모형 산 가운데에 위치한 물고기들을 잡는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오르막이라서 속도와 시간 조절을 세심하게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처음엔 위치가 살짝 달랐고, 그다음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물고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는 조금씩 속도나 시간의 차이를 줄여나가더니 결국 자그마한 모형 산 안에 있는 물고기 떼를 모두 잡았어요.
윤 학생은 전시장에 있는 커튼을 보고 발명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커튼 안에는 스피커가 있는데, 커튼 안에서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밖에서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요. 그는 “이를 병원 커튼으로 쓰면 수술 후 회복한 환자들이 밖의 환자를 방해하지 않고 노래를 들을 수 있다”라고 활용 방안을 이야기했습니다. 덧붙여 “TEPIA 첨단기술관에서는 로봇을 프로그래밍하는 발명품이 많아 즐거웠다”라며, “내년에 입학 예정인 경기과학고등학교에 가서도 로봇 프로그래밍을 열심히 공부해서 앞으로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