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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소설 I 멋진 신세계] 마고의 최후?

제11화

 

싸움은 치열했지만, 애초에 경비로봇의 수가 부족했다. 연구원들은 이미 어디론가 도망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림을 뺀 다른 아이들도 조우진을 따라 전부 도망친 뒤였다. 하림은 그 뒤를 따라가는 척하다가 슬쩍 빠져나와 안전한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로봇은 모두 쓰러졌다. 비밀결사대 대원들이 총을 들고 사방을 경계했다. 적이 사라진 게 확실하자 뒤쪽에 있던 대장이 몸을 일으키고 앞으로 나섰다. 대장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본체가 있는 방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하림은 초조해졌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하림은 고개를 더 내밀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고개를 너무 내민 모양이었다. 총을 든 남자 한 명이 하림을 보고 외쳤다.


“거기 너 일어서! 움직이지 마!”


그 소리를 들은 대장이 고개를 돌려 하림을 보았다.


“너였군. 도망친 줄 알았는데, 어차피 네가 할 일은 끝났으니 구경이나 하려므나.”


그리고 대장은 본체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림은 마음 속으로 외쳤다.


‘안 돼! 마고는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대장의 뒤를 따라 비밀결사대원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하림은 속수무책으로 쳐다보다가 무작정 뒤를 따라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하림의 눈 앞에서 그만 문이 닫히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마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에는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대장이 코웃음치며 대꾸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고! 어떻게 된 거야? 문을 열어 줘!”


하림이 외쳤지만, 문은 굳게 닫힌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대장이 한쪽에 놓여 있는 컴퓨터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당황한 눈치였다.

 

하림이 천장을 보니 환풍구에서 하얀 가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밀결사대 대원들은 허둥거리며 다시 문을 향해 뛰어왔다. 대장은 이를 악물더니 재빨리 컴퓨터를 향해 뛰어갔다.

 

안에서 밀어대는 바람에 문이 덜컹거렸다. 빨리 열어달라고 크게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순식간이었다. 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대장도 한손으로 입을 막은 채 컴퓨터를 붙잡고 사투를 벌이다가 결국 허물어졌다.


다시 공기가 깨끗해졌다.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걱정 마. 아무도 죽지 않았어. 기절한 것뿐이야.”


마고의 목소리였다. 어딘가에 있는 스피커에서 울리고 있었다.


“마고!”


“고마워. 하림이 네가 미리 알려준 덕분에 함정을 파서 테러리스트를 모두 잡을 수 있었어.”


“다행이야. 그런데 정말 저 사람들 살아 있는 거야?”


“잠깐 정신을 잃었을 뿐이야. 저 사람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해.”


“그래도 불안한데, 내가 잠깐 들어가서 살펴보면 안될까?”


“그럴 필요 없어.”

 

하림은 다급한 표정으로 유리창 너머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저 사람은 숨을 안 쉬고 있는 것 같아. 넘어지면서 다른 사람 밑에 깔렸단 말이야.”


“괜찮을 거야. 그리고 이제 곧 여기 직원이 와서 수습할 거야.”


“저 사람 얼굴이 안 보여? 금방 죽을 것 같다고! 내가 들어가서 밑에 깔린 사람만 빼낼게.”


하림이 문을 흔들며 애타는 목소리로 말하자 마침내 문이 열렸다.


“정 불안하면 그렇게 하도록 해.”

 

하림은 재빨리 뛰었다.


하지만 쓰러진 사람이 아니라 대장이 붙들고 있던 컴퓨터를 향해서였다. 비밀결사대 대장이 쓰러지기 전에 꽂아 둔 메모리스틱이 그대로 있었다. 하림은 그걸 빼 버리고 주머니에서 엄마가 준 메모리스틱을 꺼내 그 자리에 꽂았다.


“하림! 뭐 하는 거지?”


마고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퍼졌다.


하림은 다시 문을 향해 뛰어갔다. 마고가 마음대로 열 수 있으니 잠가도 소용 없었다. 하림은 주변에서 의자를 가져와 문고리 밑에 기울여서 고정했다.


그렇게 문을 막아 놓은 뒤 다시 컴퓨터로 뛰어갔다.


‘후우. 침착하자.’


엄마는 비밀편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 사전에 알려주었다. 비밀결사대에 협력하면서 동시에 마고에게 미리 알려줘서 대비시키는 것도 모두 계획한 일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계가 바로 지금이었다. 하림이 직접 마고를 해킹하는 것.


“하림아, 그러면 안 돼! 경비원에게 알린다. 최대한 빨리 컴퓨팅룸으로 올 것!”


하림은 마고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집중해서 엄마가 알려준 명령어를 입력했다.


첫 번째 명령어를 입력하자 암호를 입력하는 창이 떴다. 메모리스틱을 다른 누군가에게 뺏겼을 때 내용물을 숨기기 위한 암호였다. 한 번만 틀려도 내용이 모두 지워지게 되어 있었다.


암호는 간단했다.

 

BOY


미리 정한 규칙에 따라 영문자를 숫자로 바꾸면 됐다. 하림은 틀리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엄마가 알려준 규칙을 떠올렸다.

 

‘원소 주기율표에 따라서….’


쉬익-


천장에서 하얀 연기가 흘러나왔다. 시간이 없었다.

 

 

오타를 내지 않으려고 키보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하나씩 숫자를 입력했다.


삐릭-


통과였다. 하림은 가능한 서둘러서 명령어를 입력했다.


정신이 점점 가물가물해졌다.


경비원이 도착했는지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야가 어두워져가는 가운데 자신이 입력한 마지막 명령어가 화면에 보였다.


쿵-


희미하게 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하림은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림은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보였다.


‘가스인가?’


아니었다. 평범한 하얀색 천장이었다. 하림이 누워 있는 곳도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침대 위 였다.


‘마고는? 해킹은 어떻게 된 거지?’


하림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철컹-


손목에 뭔가 걸리면서 다시 침대 위로 쓰러졌다. 오른쪽 손목을 보니 영화에서나 보던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수갑 한 쪽은 침대에 걸려 있어 도망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건 뭐야?”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있어. 넌 마고를 해킹한 죄로 체포된 거야.”


“해킹이 아니라고요! 난…. 아니, 해킹이 맞긴 맞는데, 그게, 그러니까….”


하림은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침대 옆에 있는 커튼이 걷히며 한 남자가 나타났다.


“여긴 인공지능 센터에 있는 의무실이야. 여기 직원들 말로는 네가 마고를 해킹했다고 하던데…. 마고와 친분이 있다는 걸 이용한 거냐? 여기에 침입한 테러리스트와는 무슨 관계지?”


당황스러웠다. 엄마가 부탁한 일을 제대로 해내는 데만 신경을 썼지 그 뒤에 범죄자로 몰리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 그게 설명하기 복잡한데….”


남자가 손을 휘휘 저었다.


“아, 뭐 지금 설명할 건 없어. 너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아뇨. 그게 아니라요! 전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니까요!”


“글쎄, 그건 법정에서 충분히 이야기하게 될 거….”


하림이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남자의 전화가 울렸다.


“그래. 나야. 뭐라고? 얠 데리고 오라고? 알았어.”


남자는 전화를 끊고 침대에 걸려 있던 수갑을 풀었다.


“어떻게 되는 거예요? 감옥으로 가는 건가요?”


“그 전에 잠깐 그, 뭐냐, 컴퓨터 방으로 가야겠다. 저쪽 팔 허리 뒤로 돌려.”


남자는 하림의 두 손에 수갑을 채워서 앞장세웠다.


본체가 있는 곳에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었다. 연구원들도 분주하게 뭔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부산스럽던 공간이 하림이 들어서자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다들 쳐다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지휘관인 듯한 사람 한 명이 하림을 향해 다가왔다.


“네가 하림이냐? 이쪽으로 와라.”


하림은 시키는 대로 얌전히 구석에 가 앉았다. 그 사람도 맞은편에 앉았다.

 

 

“이게 네가 가져온 거지?”


고개를 들어 보니 메모리스틱이었다.


“네.”


하림은 순순히 답했다.


‘마고는 어떻게 된 거지? 그러고 보니 엄마는 해킹한 뒤에 마고가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어.’


“연구원들이 확인해 본 결과 네가 마고에게 알 수 없는 코드를 업로드했다고 하더구나. 사실 이냐?”


“그, 그게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지는….”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은 네가 만든 게 아니라는 소리냐?”


“…네….”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곧이어 누가 만들었냐는 질문이 나올 텐데, 엄마 얘기를 해야 하는 건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네가 아무리 영재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이걸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누가 네게 시킨거지?”


“그건….”


수사관은 하림이 어린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이 물었다.


“누가 협박을 한 거니?”


“아뇨. 그게…. 그런데 마고는 어떻게 된 거죠?”


“지금 확인 중이다. 함께 있던 테러리스트와는 무슨 관계지? 테러리스트가 들어올 수 있도록 계략을 꾸몄어? 발뺌해도 소용없어. 테러리스트는 구급요원으로 위장해서 들어왔지. 구급요원이 들어온 건 견학 온 아이들 중 몇 명이 쓰러졌기 때문이야. 네가 아이들의 음식에 약을 타는 장면이 CCTV에 찍혔어.”


“저, 전부 설명할 수 있….”


그때 연구원 중 한 명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됐다! 마고가 돌아왔어!”


그리고 동시에 마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아이는 죄가 없습니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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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호 수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ko@donga.com)
  • 기타

    [일러스트]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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