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많아지고 있죠. 이에 힘입어 갓생(God+인생) 사는 법, 미라클 모닝 등 시간 관리 비법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은 그 누구보다 갓생을 살고 있는 프로 N잡러 서동주입니다. 예능 ‘라라랜드’, ‘골 때리는 그녀들’로 친숙한 방송인이자 변호사, 작가지요. 그에게 N잡의 비법과 그 시작점이 된 수학과 편입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한번 해보죠! 나중에 추억도 되고 좋을 거 같은데요.”
변호사, 방송인, 작가, 마케터까지 서동주가 N잡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했습니다. 기회가 오면 ‘일단 해보자’고 마음 먹은 덕분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일을 하면 다양한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했지요. 2018년 예능 프로그램 ‘라라랜드’ 측에서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모습을 담고 싶다고 연락왔을 때도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같은 해 블로그에 적던 일기가 인기를 끌자 출판사로부터 일기를 묶어 책을 내자는 제안도 들어왔어요. 그렇게 2020년에 나온 <;샌프란시스코 이방인>;은 에세이 분야 베스트셀러가 됐지요.
30살 넘어 변호사 된 이유
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30살이 넘어서였습니다. 당시 봉사단체에서 독거노인의 세금 문제 해결을 돕고 있었는데요. 이때 무료로 변호해주는 변호사들을 자주 만났어요. 안정적으로 생활하면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이들을 보면서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로스쿨에 다니면서 여름에는 미국 퍼킨스 코이 로펌에서 상표권 및 저작권 등록을 돕는 인턴을 했습니다. 뭐든 최선을 다하는 성격 탓에 다른 인턴보다 3배가 넘는 일을 했고, 이례적으로 고객도 생겼습니다. 그 뒤 각고의 노력 끝에 2019년 5월 두 번째로 친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 이 로펌에서 2020년까지 일했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에 두려움이 없었던 건 대학생 때 경험 때문입니다. 2002년 그는 미국 웰즐리칼리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미술 공부를 했지만 그는 수학을 좋아하고, 심지어 잘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마침 웰즐리칼리지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자매대학이라 MIT에서 미분방정식 수업을 들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어느 날 미분방정식 강의 교수님이 ‘이렇게 수학을 잘하니 우리 학과로 편입하면 어때?’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습니다. 그때 처음 ‘왜 수학 전공할 생각을 못 했지?’라는 생각이 스쳤지요. 세계 최고의 대학교에서 인정을 받았으니 전공을 수학으로 바꿔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결국 편입을 결심했습니다.
“MIT 수학과로 편입한 뒤 ‘실해석학’이라는 수업을 들었어요. 이 수업에서 증명이라는 것을 처음 배웠어요. 다양한 정리나 풀이법을 종합해서 증명해야 했지요. 오랜 시간 사유해야만 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하나씩 떠오르더라고요. 어려웠지만 신기했지요.”
하지만 수학과 수업 중 어떤 과목들은 성적은 잘 받아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오히려 서동주는 실생활에 쓰이는 응용수학인 ‘분석 마케팅’ 수업에 더 흥미를 느꼈습니다. 분석 마케팅은 예컨대 고객에게 쇼핑백을 나눠줬을 때 그 사람이 물건을 구매할지, 구매한다면 얼마나 더 돈을 쓸지를 판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통계 분석해 수요와 매출을 예측하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는 이때 배웠던 통계를 기반으로 인턴십을 했습니다. 드레젠 프레렉 MIT 경영대학원 슬론스쿨 교수를 포함한 여러 교수의 마케팅 연구를 도와 데이터를 모으는 일을 했지요. 이후 마케팅 전공으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땄습니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해 N잡을 선택해야
서동주는 현재 최신 기술과 관련한 한 스타트업의 CMO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과 법을 공부하고 일한 경험이 이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한 가지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여러 가지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며,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전 어릴 때부터 하나에 몰입을 잘 못하더라고요. 당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이 인기였는데 아무리 따라하려고 해도 저와는 안 맞았어요. 계획을 짤 때도 매일 하루에 한 시간씩 과목을 바꿔가면서 공부해야 집중을 잘하는 성격이었지요. 반대로 저희 어머니는 인테리어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그 외의 것에는 신경쓰지 않아요. 기질 차이예요.”
그는 앞으로 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는 자선 단체나 재단에서 일하고 싶어 합니다.
“여러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SNS로 메시지를 참 많이 받아요. ‘나이가 많은데 로스쿨에 갈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 등이요. 이런 메시지를 볼 때마다 한두 개는 답해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요.”
N잡 할 수 있게 만든 생각 5문 5답
─ 직업은 4개, 전공은 3개예요.
진로를 바꾼다고 그 전에 배운 게 사라지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수학 문제를 풀다가 안 풀리면 그림을 그리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잖아요. 또 마케팅을 했던 경험이 변호사로 일할 때 사람을 만나거나 데이터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됐어요. 기회가 있으면 다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다 보니 이런 경력을 갖게 됐지요.
─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여러 가지 일을 하려면 당연히 잠자는 시간, 노는 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노력해야 해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늘 새벽 2시까지 공부했어요. 예술 전문 중학교인 예원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매일 8시간씩 미술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을 수학이나 다른 과목에 투자했어요. 잠을 줄이면서 최선을 다했어요. 오늘도 마찬가지예요. 3~4시간쯤 잤네요.
─ 계획은 어떻게 짜나요?
아주 소소한 계획을 짜고, 매일 그것들을 쌓아가요. 독서를 하기로 했다면 ‘하루에 한 장 읽기’처럼 꼭 이룰 수 있도록 계획하고, 매일 했어요. 하기 힘든 날에도 꼭 할 수 있도록 했지요. 만약 정해 놓은 규칙이 깨지더라도 연연하지 않고 다시 시작했어요.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자존감도 높아져요.
─ 멘탈 관리는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요. 부모님이 유명인이라 잘못된 소문이 많이 돌았어요. 그 이유로 제가 제어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어릴 때부터 구별했어요.
─ 인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MBTI 검사를 하면 ENTP가 나오지만 내향적인 편이에요. 마케터나 변호사로 일했을 때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이런저런 사교 모임에 참여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사교 모임에서 제 역할을 찾고자 노력했어요. 봉사할 게 있는지, 하다못해 작은 책자 돌리는 거라도 할 수 있는지를요.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또 인간을 탐구한다고 생각하면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즐거워지더라고요. 호기심이 많은 제 성향에 잘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