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차 속 아이 ●
19세기 말 영국.
다그닥. 다그닥.
겨울 바람이 휘몰아치는 어느 날, 한 마차가 런던 시내를 달리고 있습니다. 마차 안에는 자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왜 이동하고 있는지, 부모님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한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나이는 4살 남짓으로 보이네요.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창밖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마침 마차가 아름다운 유리 지붕 밑을 지나갑니다. 유리 지붕이 반짝, 하고 빛나자 소년의 눈도 반짝입니다.
기나긴 여정에 피곤해진 아이는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이윽고 마차가 멈추자 꾸벅꾸벅 졸던 아이는 낯선 곳에서 눈을 떴습니다. 창밖을 보니 웬 웅장한 저택이 있습니다. 마차의 창틈으로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이는 어리둥절한 채 마차에서 내립니다. 정원의 어른들이 인사합니다.
“*펨브로크 로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버트런드 러셀 도련님!”